2018년 2월호

특집 | 文정부 운명 가를 지방선거 大해부 |

차기 대권 잠룡 9인의 운명

  • 입력2018-01-22 09: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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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철 기자, 진재명 동아일보 기자, 전명한 동아일보 기자, 박해윤 기자,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뉴스1]

    [조영철 기자, 진재명 동아일보 기자, 전명한 동아일보 기자, 박해윤 기자,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뉴스1]

    홍준표, 남경필, 박원순 : 생사 기로
    안희정, 이재명, 원희룡 : 도약 기회
    안철수, 유승민, 임종석 : 현상 유지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여 만에 치러질 6·13 지방선거는 정권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다. 진보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승리를 거두면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는 더 힘을 받는다. 민주당이 보수의 본고장 영남의 지방권력 중 일부를 차지하면 더욱 그렇다. 반면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의미 있는 성적표를 받으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이후 수렁에 빠진 보수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불리한 걸로 나오는 영남을 고스란히 지킨다면 과거의 영화를 되찾을 계기가 마련된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 잠룡들도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면 출마하는 대로, 불출마하면 불출마하는 대로, 선거 결과에 따라 정치 운명이 달라진다. 여권에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이, 야권에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가 여기에 해당된다.

    “문 대통령의 특별한 반대가 없어서”

    서울시장 3선(보궐선거 포함) 도전에 나선 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도 선거 결과에 따라 생사기로에 선다.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 되면 2022년 대선 일정에 맞춰 시정 성과를 내면서 ‘포스트 문재인’을 기약할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밀려나거나 본선에서 의외의 일격을 당하면 그는 다시 시민운동가로 돌아가야 할지 모른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 있다. 그는 바른정당을 떠나 한국당에 복당하는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그가 만일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통합할 바른정당에 그대로 있으면 자유한국당 후보와 보수 표를 나눠 갖는 구도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 

    더구나 홍준표 대표는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을 경기지사 후보로 내세우는 방안을 추진 중이었다. 남 지사 측은 이런 구도론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봤을 것이다. 남 지사는 한국당 후보가 되어 양자 구도를 만들면 민주당 후보와 해볼 만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남 지사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더라도 승부는 버겁다. 

    여권에서 경기도지사로 ‘승격’을 노리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높은 여론 지지를 받는 걸로 나타나고 있다. 여기엔 미묘한 대목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3철’로 불리는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경기도지사 도전을 선언했다. 이 배경이 예사롭지 않다. 

    전 의원은 기자가 ‘문 대통령의 지시나 승낙이 있었느냐’고 묻자 “말씀을 드렸다. 특별한 반대가 없어서 경선, 본선을 준비할 생각이다. 저희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과 관련해 대통령께 부담을 드리는 것은 맞지 않지만, 현재 상황과 조건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핵심 측근인 전 의원이 이 시장의 대항마로 나서는 걸 흔쾌히 묵인한 셈이다. 문 대통령의 의중이 읽힐 수도 있다. 

    다만 이 시장이든 전 의원이든 민주당 후보가 된다고 당선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전체 선거 판세가 어떻게 출렁일지 모른다. 특히 경기지사 선거는 보수정당 후보가 항상 우세했다. 민선 단체장을 뽑기 시작한 1996년 이후 경기지사는 이인제, 임창열, 손학규, 김문수, 남경필 순으로 맡아왔는데 김대중 정부 시절의 임창열 지사(새정치국민회의)를 제외하곤 모두 보수정당 소속이었다.

    남경필과 원희룡은 다르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바른정당을 떠날 계획이다. 주변에선 그가 한국당 복당을 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재선을 노릴 가능성이 높은 걸로 파악한다. 만일 정당의 도움을 받지 않고 개인기만으로도 당선된다면 그에겐 새로운 도약의 길이 열린다. 

    원 지사는 남경필 지사와 사정이 다르다. 남 지사는 ‘아들 마약 구속’ 같은 악재가 겹쳐 있다. 지난해 대선에 출마했다가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든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이번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하면 남 지사는 정치생명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반면, 원 지사는 ‘개혁 소장파’ 이미지를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데다 ‘서울과 제주의 거리’만큼이나 최순실 게이트와도 멀리 떨어져 있다. 원 지사는 중국 투자나 제주 개발에 적극적이었다. 이에 따라 제주도 부동산 가치가 전반적으로 급등해 땅이나 주택을 소유한 제주 주민들은 원 지사를 좋게 보는 편이라고 한다. 

    원 지사가 낙선하더라도 낙선 이유는 구여권을 심판하려는 ‘선거구도’에 희생된 것으로 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원 지사로선 선거에 지더라도 재기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일찌감치 도지사 3선 도전을 포기한 안희정 지사는 8월에 실시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잡으려 한다. 안 지사가 ‘충청대망론’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당 안에 둥지를 틀어 대선후보 경선에 대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6·13 재보선이나 2020년 총선을 통해 금배지를 달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합 추진 과정에서 ‘성장통’을 앓고 있는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의 경우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위상이 달라질 게 없다. 국민의당 소속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이 없기에 안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나빠도 별로 잃을 게 없다. 박지원 의원이 국민의당 간판으로 전남지사 선거에 나서면 당선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은 결별 일보 직전이다. 

    안 대표가 감독이 아닌 선수로 지방선거에 직접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안 대표는 바른정당과 통합한 후 백의종군하겠다면서 “당이 원하면 뭐든 하겠다”고 수차례 말했다. 따라서 통합 중도정당의 간판을 달고 서울시장 선거나 부산시장 선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설 수도 있다.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원희룡 지사가 당을 떠나면 바른정당이나 유승민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주요 변수가 되지 못한다. 다만 유 대표가 통합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시나리오는 가능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유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로서 의미 있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안 대표와 유 대표가 직접 출마하지 않더라도 중도정당 통합을 성사시킨 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선전하거나 기초단체장 몇 석을 확보한다면 이들은 지방선거의 수혜자가 된다.

    무난한 승리, 무난한 자리 유지

    임종석 비서실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 가능성은 극히 낮다. 대신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면 문 대통령은 서둘러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추진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임 실장은 지방선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론조사기관의 예측대로, 지방선거가 여당 승리로 무난히 끝난다면, 임 실장은 자신의 자리를 유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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