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호

즉문즉답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시에 주어진 사명은 ‘지방자치’ ‘균형발전’ 모범 제시”

  •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입력2018-01-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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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무원은 힘들지만 시민 만족도 최고 도시

    •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 ‘유니세프(UNICEF) 아동친화도시’ 인증

    • 세종시 구석구석 꿰고 있는 현장형 시장

    • ‘청와대 제2 집무실’ ‘국회 분원’ 설치 낙관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지호영 기자]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지호영 기자]

    이춘희(63) 시장에게 세종특별자치시는 ‘분신’ 같은 곳이다. 2003년 신행정수도건설기획단 구성을 시작으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법률 제정, 입지선정, 도시계획, 명칭 제정 등 주요 업무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2006년 행복도시건설청 초대청장까지 노무현 정부에서 만 4년 동안 꼬박 세종시 건설의 뼈대를 세우는 데 매달렸다. 산파역을 제대로 한 것이다. 그 때문일까, 세종시민들은 2014년 2대 세종시장으로 그를 선택했다. 

    그를 만나기 위해 1월 11일 세종시청 집무실을 찾았다. 업무용 책상과 10인용 회의 테이블, 4인용 탁자만 있을 뿐, 소파가 놓인 안락한 공간은 눈에 띄지 않는다. 타이트한 업무 공간인 셈이다. 수없이 많은 기관·단체장과 기업CEO 집무실을 봤지만 이런 곳은 처음이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시장은 “직원들이 열심히 일만 하라며 소파를 놓아주지 않았다”며 껄껄 웃었다.

    주민 중심의 행정

    최근 발표된 ‘2017년 민원서비스 종합평가’(행정안전부, 국민권익위원회 공동주관)에서 세종시가 전국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2016년도 17개 광역시·도 합동평가에서도 1등을 했다. 2017년엔 2위를 했다. 연속으로 1등을 주지는 않더라(웃음). 우리 시가 계속 좋은 평가를 받는 데는 특별자치시라는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다른 곳은 광역시·도에서 기준을 만들고, 기초자치단체는 집행만 하면 된다. 따라서 일을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문제가 생기면 서로 책임을 미룰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준을 만들고 집행하는 일을 다 하기 때문에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있다. 민원이 생기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공무원은 몇 배 더 바쁘고 힘들지만 시민은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주민 중심의 행정’을 하는 셈인데, 다른 지자체로 확대해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강조한 지방분권 개헌이 꼭 필요하다. 행정 능력과 재정 능력이 충분한 성남, 수원, 창원 등은 우리처럼 특별자치시로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해당 광역지자체도 작은 시·군 지원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4년 동안의 성과를 소개한다면.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도시재생사업을 강조하고 있는데, 우린 이미 3년 전부터 ‘청춘조치원 프로젝트’라는 도시재생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 4년째다.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많은 전문가, 지자체들이 찾아오고 있다. 또한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세종시에 잘 맞는 도농상생 정책으로 ‘로컬푸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낙연 총리도 두 정책에 대해 ‘이런 모범을 보여 전국적으로 확산되도록 하는 게 특별자치시의 역할’이라며 격려했다.”

    행정수도=세종시

    최근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개헌안 초안에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문화하는 내용이 아예 빠져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개헌안 초안 자체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고, 쟁점 사항을 추리는 중으로 알고 있다. 행정수도 문제는 이미 모든 정당이 약속한 사항이라 쟁점 사항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청와대 제2 집무실과 국회 분원 문제도 화두인데. 

    “개헌 논의가 정리되면 쉽게 해결될 문제다. 새 헌법에 ‘행정수도=세종시’가 명문화되면 청와대와 국회가 다 올 수도 있다. 대통령 제2 집무실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부터 내건 공약이다. 새 정부의 세종시 완성 의지가 확고한 만큼 잘될 것이다. 우리 시와 국회가 공동으로 추진한 ‘국회 세종분원 설치 타당성 연구용역’에서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과반수가 찬성하고 있다. 균형발전 효과는 3.8배에 달한다. 국회분원 설치로 국회 출장으로 인한 비용을 연간 최소 35억6665만 원, 최다 67억1665만 원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0년, 앞으로 10년

    세종시를 설계한 사람으로서 세종시 자랑을 한다면. 

    “면적은 분당의 3.5배인데 인구는 비슷하니 훨씬 쾌적한 도시다. 또한 동네 구역이 확실하고, 그 안에서 일상생활이 다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동네 주민들끼리의 교류와 단합이 잘된다. 직접 가보면 동네마다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아쉬움이 있다면, 처음 계획했을 때는 원래 자연을 최대한 살리면서 마을을 만들게 되어 있었는데, 사업 시행자의 탐욕과 담당 공무원의 무책임 때문인지 불도저식으로 밀어버리고 마을을 만들어 개성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는 자연을 잘 살려 개발한 동네와 그렇지 않은 동네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한참을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시재생에 대해 설명할 때도 조치원읍 구석구석의 사례뿐 아니라 다른 농촌 마을의 사례도 들어가며 거침없이 설명했다. 세종시 구석구석의 사정을 잘 꿰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세종 발전을 위한 앞으로의 10년을 구상한다면. 

    “우선, 대한민국 실질적 행정수도로서의 기능을 완성해야 한다. 또한 처음 세종시를 구상할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4차 산업, 공유경제는 상상할 수 없었다. 시대에 맞는 과학기술 변화를 담아내 21세기 미래도시의 꿈을 실현하는 도시가 되도록 전반적으로 도시계획을 손보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30만 세종시민의 생각을 도시계획에 계속 반영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게 진정한 지방자치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전, 충주 등 충청 인근 도시와의 상생, 지금 건설 중인 혁신도시에 대한 협력과 지원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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