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호

특집 | 文정부 운명 가를 지방선거 대해부 |

오만한 민주당, 분열하는 진보?

격전 현장 취재 | 울산

  • | 최재필 자유기고가 jp_choi@hotmail.com

    입력2018-02-0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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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지지율 오르자 진보 후보 단일화에 난색

    • 한국당 소속 김기현 시장 어부지리?

    김기현 울산시장.(왼쪽)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인재영입위원장. [동아DB]

    김기현 울산시장.(왼쪽)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인재영입위원장. [동아DB]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말이 딱 들어맞는 지역이 있다. 바로 진보·노동 1번지로 불리는 울산시다. 

    70%를 넘나드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 덕분에 울산의 진보진영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첫 진보 시장’ 탄생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지역 정가에서는 시장 선거는 물론이고 구청장 선거, 시·도의원 선거에서 완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왜 그럴까. 울산의 진보진영은 지금까지 선거에서 단일화를 ‘관행’처럼 해왔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그렇게 한다면 선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엔 쉽지 않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운영 지지율 때문이다. 집권여당에 유리한 선거지형이 만들어지다 보니 더불어민주당은 노동계와 단일화할 필요성을 적게 느낀다고 한다. 민주당 울산시당 한 관계자는 “후보 단일화에 대한 입장이 없다. 당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자칫 노동계와 ‘자리 나눠 먹기’로 비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올챙이 적 생각 못 해”

    노동계에선 이런 민주당에 대해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한다”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울산지역 노동계 한 인사의 말이다. 

    “울산은 노동자의 도시이고 노동계 정당이 제1야당 역할을 해왔다. 민주당은 별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지율이 올라가고 조직이 커지니 민주당이 후보 단일화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며 오만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 후보 단일화가 안 되면 울산은 또 한 번 보수 야당의 손에 넘어갈 것이다.” 

    노동자 출신으로 울산 북구청장 출마를 준비 중인 김진영 전 울산시의원은 “정권이 바뀌어도 울산의 ‘집권당’은 여전히 자유한국당이다. 단 한 차례도 ‘진보 시장’을 배출한 적이 없다”며 “그동안 진보진영 정치권과 노동계가 후보 단일화를 통해 일대일 구도를 만들었기에 그나마 한국당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싸움을 해왔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울산광역시장 선거에선 자유한국당이 계속 승리했다. 기초단체장만 놓고 보면 지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를 통해 민주노동당 소속 윤종오 후보를 북구청장에 당선시킨 게 전부다. 다만 20대 총선에선 후보 단일화를 통해 진보진영은 북구(윤종오)와 동구(김종훈)에서 승리했다. 

    “다자 대결은 필패이고 양자 대결은 승리”라는 지역 노동계의 주장은 수치로도 어느 정도 증명된다. '국제신문'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4일부터 26일까지 울산지역 성인남녀 8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울산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현 시장 31.0%, 민주당 소속 송철호 민주당 울산인재영입위원장 15.1%가 나왔다. 이어 정갑윤(한국당) 의원과 임동호(민주당) 시당위원장이 각각 8.1%, 권오길(민중당)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장이 3.9%, 심규명(민주당) 변호사가 3.8%, 조승수(정의당) 전 의원이 3.7%, 이영순(민중당) 전 의원이 1.9%를 얻었다. 

    수치상 한국당, 민주당, 노동계 후보가 3자 대결을 벌이면 김 시장이 승리하는 것으로 나온다. 반면, 김 시장과 민주당 송철호 위원장 간 양자 대결이 되면 송 위원장이 48.1%를 얻어 김 시장(40.4%)을 7.7%포인트 앞선다.

    송철호 “다양한 목소리 나오는 과정”

    “문재인 정부는 울산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노동계의 협조가 필수다. 민주당이 진보진영의 울산시장 단일후보를 갖는 대신 기초단체장 몇 곳을 노동계에 내줄 가능성이 높다. 3자 대결로 가면 필패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송 위원장도 여러 번 학습했다. 울산시장이나 국회의원을 아깝게 놓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결국 정무적 판단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 

    민주당 울산시당의 한 관계자는 “송 위원장이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보수진영에 있던 인사들을 영입하는 것은 결국 당내 조직력이 약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서다. 노동계와의 ‘빅딜’로 민주당이 울산시장 후보를 얻는다면 경선이 본선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경선 승리를 위해 외연 확장에만 골몰하는 것”이라고 했다. 

    송철호 위원장은 “인재 영입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공천 경쟁이 본격화할 3월까지 더 많은 단체장 후보들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의 인재 영입에 대한 노동계나 당내의 반발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영입된 인사들이 출마를 선언한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경선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계와의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 “다른 진보진영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른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기현 측 “바닥 민심은 우리 편”

    김기현 울산시장 측은 김 시장의 이번 지방선거 승리를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한 측근은 김 시장에 대해 “‘산업도시 울산의 시정을 이끌면서 주력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성장 동력을 보강해 지역경제의 체질을 튼튼하게 바꾸고 있는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측근은 “울산시민들 사이에서 김 시장의 이미지가 좋은 편이다. 바닥민심은 우리 편이다. 본선에선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와는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소속 일부 현역 광역단체장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후보 공천을 받기 위해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당 중앙당 한 관계자는 “울산시장의 경우 김 시장의 본선 경쟁력이 높아 경선이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당의 송철호 변호사가 울산 지역에서 여러 번 낙선한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울산시민들은 송 변호사나 노동계 인사에게 울산 시정을 맡기는 것에 대해 다소 불안해하는 것 같다. ‘진보 후보 단일화’도 시민들에겐 ‘자리 나눠 먹기 야합’으로 비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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