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호

특집 | 文정부 운명 가를 지방선거 대해부 |

서울·경기 교육감 선거 관전 포인트

조희연·이재정 험난한 재선?

  • 입력2018-01-2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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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년간 공부만 한 조희연”

    • “불통 낙인 이재정”

    • 보수 후보 또 분열?

    • “현역 교육감이 유리한 선거”

    진보 교육감 대표주자로 꼽히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왼쪽)과 이재정 경기교육감. 오는 6월 재선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1, 동아DB]

    진보 교육감 대표주자로 꼽히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왼쪽)과 이재정 경기교육감. 오는 6월 재선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1, 동아DB]

    서울과 경기는 교육감 선거의 승패를 가름하는 분수령이다. 6월 13일 열리는 서울·경기 교육감 선거는 이른바 ‘진보 성향’ 현직 교육감 4년에 대한 평가란 함의를 갖는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현역 교육감의 재선 성공 여부다. 재선 출마가 유력한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1월 2일 신년사를 통해 “새해 서울교육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는 시교육청 직원들에게 교육감 선거 출마와 관련해 “때가 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사실상 재선 도전을 선언했다. 1월 4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출마를) 검토하고 고민하고 있다. 주변에서 요구하는 사람이 많다”며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희연, 이재정 두 교육감은 재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치 환경’은 이들 진보 교육감에게 유리한 상황. 그러나 학부모와 교사 등 유권자 사이에선 진보 교육감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감지된다.

    서울 학부모 만족도 하락

    실제 서울 학부모와 교사들의 서울교육정책 만족도는 2년째 하락했다. 1월 7일 서울시교육청이 실시한 ‘2017년 교육지원청 및 직속기관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교육 정책 10개 항목에 대한 학부모 평균 만족도가 61.4%로 집계됐다. 지난해(62.4%)보다 1.0%포인트, 재작년(71.3%)보다는 9.9%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교직원(75.4%) 만족도 역시 2017년과 2016년에 비해 각각 3.5%포인트, 5.2%포인트 낮아졌다. 

    경기도 내 교사 상당수는 이재정 교육감의 현장 소통 부족을 지적한다. 지난해 7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지지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기도교육청이 각종 교육 정책을 시행할 때 교사 의견을 청취하고 동의를 구한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63.3%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특히 그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경기꿈의대학’에 대해선 절반(42%)에 가까운 교사가 동의하지 않았다. 

    교육계 인사들은 현역 교육감의 재선 성공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말한다.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서울 지역 교사 출신 장학사 A씨의 평가다. 



    “자신이 추구하는 교육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기발한 아이템과 치밀한 전략이 없다 보니 시교육청 내 교육감선거캠프 출신 인사, 전교조 출신 인사들에게 휘둘리며 조직을 장악하지 못했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부터 혁신학교 지정, 일반고 전성시대, 유치원 중복지원 금지, 누리과정 예산, 평교사 장학관 임용까지 어느 것 하나 매듭짓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최근 외고, 자사고, 국제중 재지정이나 학원 휴일 휴무제, 학원 심야교습 금지 이슈에서도 해당 학교 학부모와 한국학원총연합회 눈치를 살피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보수와 진보 양측에서 ‘조희연은 진보 교육감이 맞느냐’는 비아냥을 들었을 정도다.” 

    이어 A씨는 “조 교육감이 교수 출신이라 초·중등교육 현장에 대한 감이 떨어지다 보니 4년 내내 공부만 하다 시간을 다 보냈다”고 꼬집었다.

    ‘금수저 전형’

    지난해 6월 서울자사고연합회 소속 교장들이 ‘자사고 폐지 정책 중단’을 요구하는 모습.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일각으로부터 자사고 지정 취소 등 자신의 공약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지난해 6월 서울자사고연합회 소속 교장들이 ‘자사고 폐지 정책 중단’을 요구하는 모습.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일각으로부터 자사고 지정 취소 등 자신의 공약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이재정 교육감은 뭐든지 한번 꽂히면 끝장을 보는 성격으로 알려졌다. 경기지역 교육활동가 K씨는 “9시 등교, 야간자율학습 폐지 등은 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학생들 각 가정의 생활 패턴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학생, 학부모, 교사와의 소통 없이 추진하는 바람에 현장에서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지는 K씨의 말이다. 

    “일례로 야자 폐지 후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선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들에게만 석식을 제공하는 바람에 급식 단가가 상승했다. 지난 2년간 학교에서 야자 하며 수능 시험을 준비해온 고3 학생들은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며 독서실이나 학원에서 공부하는 식으로 생활 패턴을 갑자기 바꿔야 했다. 

    그런데도 이 교육감은 야자 폐지로 학생들이 방과 후 여유시간이 생겼다며 방과 후 진로탐색 프로그램인 ‘경기꿈의대학’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 그래서 교사들 사이에서 ‘취지는 진보적이나 과정은 비민주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학부모는 물론 진보 성향 교육단체 간부들조차 이 교육감과 간담회를 하고 나면 ‘독단적’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경기도민들이 ‘불통’ 낙인이 찍힌 이 교육감을 다시 뽑아줄지는 불확실하다.” 

    교육계 인사들은 지난 2014년 등장한 2기 진보 교육감들(전국 17개 시·도 중 13개 지역)이 중앙집권적 관료주의와 경쟁만능주의를 타파하고 새로운 혁신교육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고 일갈한다. 한 전교조 관계자의 분석이다. 

    “1기 진보 교육감 때 혁신학교,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등 진보 교육의 브랜드가 교육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 협력, 보편적 복지, 인권이라는 담론 구도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2기 진보 교육감 시기에는 뚜렷한 담론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서울·경기 지역 학생들의 학력이 신장된 것도 아니어서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혁신교육에 따른 변화는 극히 미미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게다가 학생부종합전형은 ‘금수저 전형’이 돼버렸다. 대학 정시선발 비율 축소, 어린이집·유치원 및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등으로 문재인 정부 교육 정책에 대한 학부모 불만도 팽배한 상황이다.”

    서울교육감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조영달 서울대 교수(왼쪽)와 이준순 전 서울교총 회장. 조 교수는 진보진영, 이 전 회장은 보수진영 후보로 구분된다.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 뉴스1]

    서울교육감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조영달 서울대 교수(왼쪽)와 이준순 전 서울교총 회장. 조 교수는 진보진영, 이 전 회장은 보수진영 후보로 구분된다.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 뉴스1]

    서울 지역 혁신학교에서 근무한 적 있는 한 전직 초등교사는 “2014년 교육감 선거 때 일부 진보 성향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조 교육감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4년이 흐른 지금, 당시 진보 교육감에 큰 기대를 걸었던 학부모들은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엔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진보 성향 학부모조차 ‘내 자식 교육만큼은 보수, 진보 이념을 떠나 오로지 공약만 보고 교육감을 뽑겠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그는 “열성 지지자들이 크게 실망하면 격렬한 반대자가 되기도 한다. 오는 6월 선거는 교육감 후보자들이 보수·진보를 떠나 공약으로 유권자 마음을 얼마나 사로잡는지가 당락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수능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 오는 6월 교육감 선거는 2기 진보 교육감들에 대한 교수 및 학부모의 평가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뉴시스]

    수능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 오는 6월 교육감 선거는 2기 진보 교육감들에 대한 교수 및 학부모의 평가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울산=뉴시스]

    서울·경기 후보군은 1월 말이 돼야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 후보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은 물밑 탐색전 수준이다. 이미 출마를 염두에 둔 후보자들은 해당 지역 교육 현장을 열심히 누비는 중이다. 

    서울 지역에선 보수진영 후보로 이준순 전 서울교총 회장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신동아’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공약과 선거 전략을 준비 중”이라며 “1월 말이나 2월 초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을 지낸 최명복 ㈔한반도평화네트워크 이사장도 출마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2012년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한 바 있는 그는 “동성애, 자사고 및 특목고, 혁신학교 관련 공약 등 학생 개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 것”이라며 “보수진영 후보 단일화 작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영택 광주여대 교수도 출마 채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선거에서 보수진영 교육감 후보로 거론된 바 있는 한국교총 회장을 지낸 안양옥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또한 출마설이 흘러나온다. 다만 그는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교육전문직 출신의 이대영 무학여고 교장, 이주호 전 교육부 장관 또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름이 거론된다. 

    진보진영에선 조 교육감의 대항마로 2014년 교육감 선거 때 물망에 오른 조영달 서울대 교수의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출마 의사를 공식화한 것은 아니다. 조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의 교육 정책을 맡았다. 일각에선 조희연, 조영달 두 사람이 진보진영 내부 경선에 참여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2018촛불교육감추진위원회(가칭) 핵심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경기도교육감 경쟁도 치열하다. 현직 교사 및 전교조 위원장 출신인 정진후 정의당 전 원내대표는 일찌감치 경기 지역 세 확산에 나섰다. 그는 “정치·정략적 구도에서 벗어나 교육 정책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논의하는 선거를 치르고 싶다”며 “늦어도 1월 말에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주명 한신대 교수의 출마 가능성도 있다. 송 교수는 2009년 김상곤 사회부총리(교육부 장관)와 함께 혁신학교를 설계한 주인공이다. 최근 전국교수노조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가 송 교수를 진보진영 차기 교육감 후보로 추천했다. 송 교수는 이들 단체의 추천으로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전국교수노조 관계자는 “송 교수가 1월 말쯤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교육의원을 지낸 최창의 행복한미래교육포럼 대표도 출마설이 나돈다. 최 대표는 “진보진영에서 누가 후보자로 나올지 알 수 없어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보수진영에선 국회의원과 경기연구원장을 지낸 임해규 경기교육포럼 대표가 최근 선거캠프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사장을 역임한 석호현 스페셜올림픽코리아 경기도협회장도 출마한다. 석 회장은 “보수진영 단일화 내부경선에 참여할지, 독자적으로 출마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달주 태안초등학교 교장 또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번 선거에선 현직 교육감과 진보진영 후보자 간의 단일화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1월 중순 현재 진보진영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각각 내부경선 체제에 돌입했거나 논의 중이다. 경기 지역 교육·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2018소통과협력의경기교육혁신연대는 1월 17일 내부경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단체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촛불정국으로 탄생한 만큼, 교육감 선거의 어젠다로 ‘민주시민학교’를 검토하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창의성 교육, 평가 혁신 등을 교육 의제로 제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 지역 2018촛불교육감추진위는 내부경선 일정 등을 조율 중이다.

    “교육자라면 정책 선거 치러야”

    이러한 추세라 진보진영 내부경선에 교육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진보진영 후보자들이 과연 내부경선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진보진영 후보자는 “그간 진보진영에서 일정 지분을 갖고 있는 교육·시민단체들이 지지하는 인물이 교육감 선거에 출마해 일부는 당선됐다. 하지만 그러한 진보 교육감은 소신껏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진보진영 논리에 휘둘리는 문제가 있었다”며 내부경선 참여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보수진영의 한 후보자는 “요즘엔 단일화를 옛 프레임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데다 교육감 선거를 여러 번 치르면서 이제 보수·진보 할 것 없이 ‘교육자라면 응당 정책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자천타천으로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선뜻 출마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교수를 제외한 모든 공무원은 현직에서 사퇴해야 하기 때문에 감수해야 할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현행 지방교육자치법(23조)과 공직선거법(53조 및 60조)에 따르면 교사나 사립학교 임직원, 공무원 등은 그 신분을 유지하면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망에 오른 한 후보자는 “선거 한 번에 인생을 걸 수는 없다”며 “교육 현장에 오래 몸담은 실력자들이 제 뜻을 펼칠 수 있으려면 현직을 유지하며 교육감 선거에 나설 수 있게끔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행 헌법과 교육기본법 등은 교육감 선거에 정당 개입을 금한다. 이렇다 보니 후보자 스스로 정당 도움 없이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한 후보자는 “유권자를 만나 의견을 듣는 것조차 쉽지 않기 때문에 교육감 선거는 현역 교육감이 상당히 유리한 구조”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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