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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누명 벗은 北국경경비대 홍강철 상위 수기

“인민의 충복은 당 간부 아닌 국경 밀수꾼”

  • | 글 · 홍강철 전 북한군 상위, 북한이탈주민 정리·송홍근 기자

간첩 누명 벗은 北국경경비대 홍강철 상위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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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돈 아니라 달러나 위안 깔고 앉으려 해

당과 수령만을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던 북한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을 기점으로 상당히 변했다. 아사(餓死)를 겪으면서 당과 수령이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도 굶어서 움직일 수 없는데 옆에 누워 있는 가족이 죽어가는 것을 보는 사람의 심정이 얼마나 비참하겠는가. 지금 살아 있는 북한 사람들은 그런 시절을 겪은 이들이다. 1996년 봄 수많은 아사자가 생겨나는 것을 보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칡뿌리를 캐 먹으면서 산에 올라가 화전을 일구고 식량을 자급자족한 이들은 이듬해부터 굶지 않았다. 이때 장사에 눈이 튼 사람들은 2010년 화폐교환 때 폭삭 망하기도 했지만 장사로 다시 일어나 지금도 잘산다. 

북한 사람들은 수뇌부가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기에 ‘제2의 고난의 행군’ ‘제3의 고난의 행군’을 마음속으로 준비한다. 그래서 북한 돈이 아닌 달러화나 위안화를 깔고 앉으려 한다. 

국경경비대는 소대에 장교가 3명 있는데 보고 라인이 서로 다르다. 참모부, 정치부, 보위부 3축이 군을 유지한다. 참모부가 기본 부서인데도 대부분의 부대에서 참모부는 정치부와 보위부에 밀린다. 소대장은 중대장에게, 중대장은 대대 참모부에, 소대 정치지도원은 중대 정치지도원에게, 중대 정치지도원은 대대 정치부에, 소대 보위지도원은 중대 책임보위지도원에게, 중대 책임보위지도원은 대대 보위부에 보고하는 3중 구조다. 

이 같은 구조여서 날마다 ‘3위 일체 협의회’를 열어 소대장, 정치지도원, 보위지도원이 협의해 통과된 문제만 자신들의 직속상관에게 보고한다. 3위 일체 협의회의 원래 목적은 소대 군사정치훈련과 경계근무를 잘 수행하고 소대원들 속에서 정치적 사고와 각종 군사규율 위반 행위를 근절하는 것이나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밀수 및 밀수보장 협의회’가 되는 경우가 잦다.




고양이와 쥐가 동지 되는 ‘밀수’

북한의 요충지에는 ‘130호 동식물 연구소’라는 것이 있다. 국가안전보위성 소속 기관으로 동식물 연구를 구실로 해 국경지역과 요충지에서 주민 동향 감시와 정보 수집을 한다. ‘130호 동식물 연구소’는 특공대 투입이 예상되는 깊은 산속에까지 가족 단위로 배치돼 있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길목의 국경경비대 초소 옆에도 130호 동식물 연구소가 붙어 있다. 국경경비대 소대 옆에 붙어서 국경 연선(沿線)에서 일어나는 일을 감시하니 소대 내 비밀이 130호 동식물 연구소를 통해 여단에 전달되는 경우도 있다. 이 같은 불협화음을 없애고자 3위 일체 협의회에 ‘130호 연구사(연구소에 근무하는 사람)’까지 참가시켜 때로는 ‘4위 일체 협의회’가 된다. 여기에 밀수를 전문으로 하는 중국인까지 참여하면 ‘조중친선 5위 일체 협의회’가 된다. 

국경경비대 정치지도원과 보위지도원은 내부 사업, 즉 대원들의 동향 장악이 기본 사업이기에 쥐와 고양이 사이다. 쥐와 고양이 같은 관계가 지속되는 속에서도 둘의 마음이 맞을 때가 있다. 밀수할 때가 그렇다. 3위 일체 협의회에서 밀수를 토론하면 그때는 마음이 잘 맞는다. 나는 소대장을 하면서 정치지도원과 보위지도원이 서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면 밀수를 통해 사이를 풀어주곤 했다. 

국경경비대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병종 중 하나다. 국경경비대가 국가안전보위성 경비총국에 속하던 시절에는 대원들의 부모 대부분이 당, 사법, 검찰, 안전, 보위 부문에 종사하는 이들이었다. 1995년 국가안전보위성 경비총국이 총참모부에 소속되면서 81군단을 거쳐 국경경비사령부로 증편됐는데 모자라는 인원을 갑자기 끌어모으다 보니 노동자, 농민의 자식도 국경경비대에 다수 입대했다. 현재의 국경경비대는 군사동원부에 돈만 들이밀면 누구나 갈 수 있기는 하나 여전히 당, 사법, 검찰, 인민보안, 보위 일꾼의 자녀가 많다. 

집안 배경이 좋은 이들이 많다 보니 국경경비대 군인은 일반 보병보다 생활력이 강하지 못하고 비법월경자를 비롯한 국경 질서 위반자를 잔인하게 다루곤 한다. 국경에서 총을 쏘지 말라는 게 북한군 최고수뇌부의 일관된 지침인데도 탈북하는 사람에게 총을 쏘며 중국 땅까지 쫓아가 잡아가는 국경경비대 군인의 대부분은 부모가 간부로 있는 애들이다. 어려서부터 집안에서 비법월경자를 비롯한 범법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마구 다루는 부모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고려 시기에도 인삼 밀수는 있었다”

북한 국경경비대에는 이런 말이 있다. 

“고려 시기에도 인삼 밀수는 있었다.” 

밀수는 국가라는 통제 권력이 생기면 반드시 존재한다. 밀수는 법적으로 볼 때는 범죄지만 때로는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밀수가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고난의 행군을 극복한 가장 큰 공신 중 하나가 밀수다. 고난의 행군 이전에는 밀수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나 식량난을 겪으면서 광범위하게 확대됐다. 

고난의 행군 시기 약초와 버섯, 동(구리), 늄(알루미늄), 파철 등을 밀수해 쌀, 기름, 생필품을 들여오지 않았다면 더 많은 사람이 굶어 죽었을 것이다. 속옷은 물론 전구, 손톱깎이 같은 일용잡화도 밀수로 해결했다. 

북한에는 ‘인민을 위하여 복무함’이라는 구호가 있다. 당이나 정권기관 간부가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는 것인데 당, 정권기관 간부보다 밀수꾼들이 오히려 인민의 충복이다. 

간부들은 시장에 어떤 물품이 없으면 지위를 이용해 돈주머니를 채울 궁리부터 한다. 내가 북한에 있을 때 무산시장에 가루비누가 동난 적이 있다. 그걸 제일 먼저 알아챈 사람은 비누를 생산하는 무산화학공장 지배인이었다. 그는 장사꾼들에게서 돈을 꿔 라진-선봉에 가서 가루비누를 사다가 시장에 풀었다. 공교롭게도 군당 조직비서 아내가 시장에 가루비누가 없는 것을 알고 라진-선봉에 가서 가루비누를 들여왔는데 무산화학공장 지배인이 선수를 친 것이었다. 약이 오를 대로 오른 군당 조직비서 아내가 돈을 벌지 못한 화풀이에 나서면서 화학공장에 재정 검열이 붙었고 그 결과 지배인은 목이 떨어져 ‘혁명화’ 대상이 됐다. 

당 간부들은 지위를 이용해 돈을 버는 반면 밀수꾼은 시장 요구를 제때 파악해 소비품을 가져와 시장에 푼다. 국경경비대에 ‘연선비’(밀수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오가는 돈)를 떼어주고 나면 실제로 떨어지는 돈도 적다. 그러다가도 법망에 걸려들면 ‘노동교화’를 간다. 그러니 목숨을 내놓고 인민을 위하는 ‘진정한 인민의 충복’은 밀수꾼이라고 평가해야 한다. 사선을 헤치며 일하는 밀수꾼이 있기에 북한 경제가 제재를 받으면서도 건재한 것이다. 물론 국경경비대원들도 밀수꾼들 덕분에 먹고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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