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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중립지대 기수’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서울시장 출마? 홍 대표가 누구 모시고 온다면서요?”

  •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중립지대 기수’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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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권력 사유화’로 혼났는데 이젠 ‘당 사유화’ 논란”
    ● “참모들에게 업혀 있는 대통령”
    ● “임종석 실장이 남북 문제를 ‘반미자주’로 푸는 듯”
[김성남 기자]

[김성남 기자]

자유한국당 여성 최다선(4선)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구 을)은 박근혜 정부 때 ‘여당 안의 야당’을 자임했다.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의 주류인 친(親)박근혜계와 대립각을 세우며 원내대표 경선 등에서 충돌하기도 했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정부가 붕괴되는 과정에선 “지금의 새누리당과는 함께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2016년 12월 27일)고 선언했다. 

우여곡절 끝에 바른정당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한국당이 야당이 된 지금은 ‘야당 안의 야당’ 역할을 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 체제에서 처음 치러진 지난해 12·12 원내대표 경선에서 홍 대표가 지원한 김성태 후보가 당선되자 나 의원은 “홍준표 사당화 또는 친박의 부활, 이렇게 나오는 순간 한국당의 미래는 좀 어둡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야당 안의 야당’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열린 1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나 의원을 만났다. 나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고 당 장악에만 골몰하는 홍준표 대표 체제를 동시에 비판했다.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선 즉답을 하지 않았다. 

집권 2년차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의 첫 신년 기자회견, 어떻게 봤습니까. 

“일단, 퍼포먼스는 좋으시죠. 전체적인 느낌은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거였죠. 개헌 문제도 그렇고…. ‘국회가 안 되면 국민과 직접 하겠다’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이 정부 들어서 탈(脫)원전 문제도 그렇고, 계속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해요, 청와대가.” 



문재인 정부가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유난히 강조하는 건 사실이죠. 

“촛불 민심이 직접민주주의를 이야기한 거라고 하면서 의회를 무시하게 되는 거죠.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하고 의회를 ‘패싱’하겠다는 건데, 굉장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국민의 의사를 직접 물어봐야 할 사안도 있겠지만, 다수결로 정할 수 없는 사안들을 직접민주주의, 국민민주주의라는 미명하에 사실상 반대 목소리를 내는 야당을 패싱하고 의회를 패싱하겠다는 거죠.”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과 관련해 “국회에서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보다 일찍 개헌 준비를 자체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국회가 개헌안을 발의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발의해 6월 13일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최종보고서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이 삭제되고 정리해고 금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명시된 내용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파출소’ 혹은 ‘발목잡기 당’

‘좌클릭 헌법 개정’ 시도란 지적이 나왔는데요. 

“예. 실질적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이야기들이 자문위 안에 있는데 대통령께서 그런 부분을 포함하는 개헌을 밀어붙이겠다는 취지로 보여서 걱정이죠. 상당히 좌클릭 된, 또 대통령의 권한을 오히려 강화하는 측면도 있더군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란 게 개헌 목소리가 나온 배경인데, 대통령의 핵심 권한을 의회에 내려준다는 내용이 없어요. 회계감사권, 법률안제출권, 예산안편성권, 이 3가지가 핵심인데, 이걸 대통령이 그대로 갖는 걸로 돼 있죠.” 

개헌 시점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홍준표 대표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의 동시 실시에 반대하는데요. 

“지금 논의 상태로 보면 6월에 할 수가 없어요. 개헌이 있고, 선거구제도 개편이 있는데 이게 다 연결돼 있는 거죠. 이게 중구난방으로 나오니까 양당제를 기본으로 하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하면서 다당제로 갈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를 하자고 해요. 이건 안 맞는 짝이죠. 반대로 의원내각제는 연정도 해야 하고 열린 내각도 만들어야 하므로 중·대선거구제에 의한 다당제가 필요합니다. 제 개인적인 소신은 우리는 의원내각제 국가가 돼야 한다는 거죠. 대통령제에선 아무리 대통령 권한을 낮춰도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 승자독식 구조가 될 수밖에 없어요.” 

의원내각제를 하면 정권의 불안정성으로 혼란이 오지 않을까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정리가 되겠죠. 이 문제는 정당 개혁과 연결되는데, 대통령제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의원들, 의회는 한마디로 무능력한 집단, 그냥 투쟁만 하는 집단으로만 비쳤죠. 민주국가는 입법, 사법, 행정이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입법부를 파출소나 발목잡기 당으로 만들어버린 게 우리의 대통령제인 거죠. 내각제 국가로 바꾸면 의원들 한 명 한 명의 역량과 책임을 극대화할 수 있어요.” 

나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여성 의원 최초로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한·미의원외교협의회 부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정치보복’(적폐청산) 다음으로 외교안보 분야를 문 대통령의 대표적 실정(失政) 사례로 꼽았다.
 
문재인 정부의 전반적인 국정 운영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낙제점이죠.” 

가장 잘못한 점은 뭔가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하지만 ‘정치보복’이죠. 미래로 가지 않고 과거로 가는 정부라는 점이 가장 잘못된 점이고. 두 번째는 외교안보와 경제인데, 모두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는 지경입니다.”

‘보수 씨 말리기’

정치보복으로 보는 건 보수정권 9년만을 들추기 때문인가요? 

“보수를 상대방,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고 괴멸하겠다는 목적이 보이잖아요. 그러니까 정치보복이라는 말을 하는 거죠. 저희가 잘못한 부분은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은 100% 동의하는데, 잘못된 부분을 고쳐서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그것을 들춰서, 한마디로 ‘보수 씨를 말리겠다’, 이렇게밖에 안 보이는 거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뭘 놓치고 있나요.(인터뷰 전날 25개월 만에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렸다.) 

“공동보도문에 ‘우리민족끼리’라는 표현이 나왔는데, 반미자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게 가장 걱정입니다. 사실 문재인 정부를 구성하는 핵심 인물들도 그런 부분이 있고요. 처음엔 문 대통령이 ‘한반도 운전석론’을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우리민족끼리’라고 해요. 우리 외교안보 현실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그 현실을 역행해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고 하는 건지 둘 중 하나일 텐데, 저는 후자 쪽이라고 생각해요.” 

학생운동권 출신 중심의 청와대 참모진 구성과도 관련 있을까요.(전대협 의장을 지낸 임종석 비서실장 산하 30명의 비서관 가운데 17명이 학생운동권 출신이거나 시민사회단체 출신이다.) 

“참모진의 생각이 결국 국정 운영 철학을 만들죠. 임종석 실장은 지난번 국회 운영위에 나와서 그 문제에 대한 답변을 했는데, 저는 깜짝 놀랐어요. ‘내가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 말은 하지 않더군요. 생각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안 한 거죠. 1980년대 생각을 그대로 갖고 있거나 거기서 연장된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게 현 정부의 국정 운영 철학이 됩니다. 남북 문제를 ‘반미자주’로 푸는 방식으로 가는 게 아닌가 걱정되는 거죠. 지금 전체적으로 보면 외교안보 라인이 철학도 문제이지만 너무 미숙한 거 같고요. 아마추어리즘도 보여요.”

“지분 없는 문 대통령이 더 걱정”

나경원 의원은 “당이 재건돼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남 기자]

나경원 의원은 “당이 재건돼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남 기자]

‘아마추어 국정 운영’ 지적은 노무현 정부에서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죠. 

“똑같아요. 지금도 그대로 가고 있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 걱정되는 게 있는데, 그래도 노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면서 한미 FTA를 체결한 것처럼 조금 해보니까 ‘이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참모진 생각을 물리치며 자신이 생각하는 쪽으로 나갔죠. 그런데 문 대통령은 사실 (참모들에게) 조금 업혀 있는 대통령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 부분이 더 위험하죠.” 

왜 그런 차이가 있을까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분이 있는 대통령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지분이 있다고 보기가 어렵죠. 결국 ‘친문’이란 건 ‘친노’의 연장선상이니까요.” 

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이 진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진심을 다해 사죄하고, 그리고 이를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때 할머니들이 용서할 수 있을 거다. 그렇게 해결돼야 하는 거지 정부와 정부 간의 조건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국회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이자 여성위원장이다. 

다시 한일 간 최대 현안이 된 위안부 할머니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참 그런 게 아쉬운 거예요. (박근혜 정부 때의) 위안부 합의가 잘못된 건 맞습니다. 왜냐하면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과 생각을 듣는 데 매우 인색했거든요.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선 잘못됐다고 분명히 지적했는데. 근데 이걸 다시 다 흔들어놓았으니까….”

“영국 본을 좀 봐라”

정부는 일본과의 재협상은 안 한다고 하는데요. 

“그건 할 수가 없으니까요. 약간의 이벤트를 만들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벤트가 유효할까요. 

“일본도 위안부 합의 자체를 바꿀 생각은 없잖아요. 우리도 바꾸자고는 이야기하지 못하는 거거든요. 물론 10억 엔 문제를 어떻게 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지만, 일본으로선 합의를 안 하려고 하겠죠. 그건 일본 정부가 출연한 것 자체가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죠. 이걸 아예 뒤집기도 어려울 거예요. 저는 지금까지 일본 총리도 사과했으니, 남은 건 일왕의 사과가 아닐까 생각해요.” 

일왕이 직접 사과할까요? 

“그런 게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봐요. 한일관계가 미래로 가야 하는데, 이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며 위안부 합의를 흔든 건 잘못됐지만 일본이 아직 하지 않은 부분도 있죠. 그런 면에서 일왕의 사과 정도는 생각할 수 있겠죠.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사실 일왕은 한국 방문을 원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일왕이 퇴위하기 전에 사과하면 의미가 있겠네요.(생전 퇴위 의사를 밝힌 아키히토 일왕은 내년 4월 30일 물러난다.) 

“저는 괜찮을 거 같아요. 이 정부가 한 건 분명 잘못됐지만 일본도 그런 면에선 아쉬움이 많죠. 경제대국이면 대국답게 실질적으로 시원하게…. 저는 그동안 일본과 외교할 때마다 ‘영국이나 독일의 본을 좀 봐라’고 하죠. 영국은 의회 앞에 간디 동상을 세워놓았어요. 간디는 영국을 상대로 비폭력 저항운동을 한 사람이죠. 그런데 왜 일본은 못 하느냐? 일본도 통 크게 해봐라, 그런 말을 하는데요. 일왕 사과 같은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을 거 같아요.”

“대표 혼자 마음대로 하시겠다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6·13 지방선거를 보수 부활의 계기로 삼을 태세다. 전국의 당원협의회를 재정비하고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선거에 나설 인물들을 찾아다닌다. 당내에서 홍 대표 체제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이를 홍 대표 개인의 정치 행보와 연결한다. ‘사당(私黨)화’ 논란이다. 

박근혜 정부가 실패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합니까. 

“촛불집회는 권력이 제도화되지 않고 사유화되면 국민이 분노한다는 것을 보여줬죠. 결국 권력 사유화 속에서 헌법 가치와 법치주의가 무시됐습니다. 사유화된 권력의 소통 부재로도 이어졌죠.” 

보수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고 고쳐가야 하는데, 실제론 ‘위기 상황이다’ 하면서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 아래서 다시 사당화 논란이 나와요. 제도화된 권력이 아니라 사유화된 권력 때문에 혼이 났는데. 당내에 그런 조짐도 보이고, 그렇게 되니까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인재 영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고요. 사당화가 아니라 좀 더 제도화된 정당, 이런 부분이 지금 부족한 거죠.” 

홍준표 대표가 당을 사당화한다고 보나요. 

“저는 상당 부분이…. 사당화는 별것 아닙니다. 당헌·당규를 얼마나 잘 지켜가면서 당을 운영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어요.” 

지방선거 때 전략 공천을 확대하는 것도 반대겠네요. 

“당헌·당규에 위배되는 거죠. 광역단체장 후보 선출은 경선을 원칙으로 한다, 예외적으로 취약 지역의 경우에 전략공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데, 취약 지역은 지지율 10%가 안 되는 호남을 의미하죠. 그런데 지금은 책임공천이란 이유로 대표 혼자서 마음대로 하시겠다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이 조금 아쉽죠.” 

홍 대표가 지방선거를 계기로 줄 세우기를 한다고 판단하는 건가요. 

“전략공천, 이런 게 다 줄을 서게 만드는 거죠. 그렇게 되면 아래를 보고, 국민을 보고 정치를 안 하고 위를 보고 정치를 하게 돼요. 그건 우리 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당내에 ‘친홍’ 계보가 만들어지고 있나요? 

“그렇게 될 수 있죠. 전략공천을 한다면 당내에 계파정치가 또 생기겠죠. 계파정치라는 게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가치를 중심으로 해야죠. 보수정당에서도 좀 더 쏠리는 우파, 또 중도성 우파, 이런 계파가 있으면 참 좋겠는데 그게 아니에요. 사람 중심의 계파가 만들어져서 이너서클 안에 들면 오케이, 아니면 아니야 이렇게 되니까 희망을 못 갖는 거죠.”

“당의 새로운 희망 만들고 싶어”

나 의원은 비례대표 한 번을 포함해 네 번의 총선에선 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선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박원순 현 시장에게 졌다. 이번에 서울시장 재도전 가능성이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 뜻이 있나요. 

“(웃으며) 홍 대표님이 누구 모시고 오신다면서요? 사실은 당이 재건돼야 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당이 정상화되고 다시 국민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지는 게 먼저 아닌가 싶어요.” 

당 재건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당의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뭔가 논의체를 꾸려본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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