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2월호

20대 리포트

‘낙태죄 폐지’ 한·미·중 대학생들의 생각

“한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 가장 억압”

  • 입력2018-02-0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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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생들은 ‘낙태죄 폐지’ 압도적 찬성”

    • “임신중절 무책임하지만 존중돼야”

    • “낡은 법의 문제”

    • “너무 일상화된 임신중절…중국의 교훈”

    임신중절 장면을 그린 한 ‘페미니즘’ TV드라마 장면. [동아DB]

    임신중절 장면을 그린 한 ‘페미니즘’ TV드라마 장면. [동아DB]

    지난해 무려 23만 명이 청와대에 ‘낙태죄 폐지’를 청원하자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이 응답했다. 조 수석은 11월 26일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 조사를 실시해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낙태는 모자보건법상 ‘임신중절’로 표현된다. 임신중절 실태조사는 올 8월에 8년 만에 재개될 예정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움직임은 낙태를 반대해온 종교계 등의 반발을 불렀다. 특히 조 수석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신중절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바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 발언에 대해 천주교 측은 교황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조 수석은 천주교 측을 찾아가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렇게 임신중절은 한국에서 청와대발(發)로 사회적 이슈가 됐다. 한국인, 미국인, 중국인 대학생으로 구성된 우리 팀은 한국, 중국, 미국에서 임신중절 관련 규제나 실태가 어떠한지, 이 세 나라 대학생들이 임신중절 규제에 대해 주로 어떠한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봤다. 

    우리가 문헌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임신중절은 1953년 법으로 금지됐다. 한국에서 임신중절은 여성과 태아가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를 가질 때, 강간에 의해 임신이 됐을 때 등에 한해서만 허용됐다. 만약 이를 위반할 때에 여성은 징역형이나 200만 원 정도의 벌금형에 처해지고 시술한 의사도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이런 현행법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불법 임신중절수술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마지막 조사에서, 임신중절은 연간 16만9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 중 합법적 시술은 6%에 그쳤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위헌성 여부를 판단했는데, 위헌과 합헌이 4대 4로 갈렸고 합헌으로 결정됐다.

    “임신부와 사회 모두에 불행”

    조국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해 11월 29일 자신의 임신중절 및 교황 관련 발언이 천주교의 반발을 사자 천주교 경기 수원 교구를 찾아 이용훈 천주교 생명윤리위원장에게 해명하면서 깍듯이 인사하고 있다.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조국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해 11월 29일 자신의 임신중절 및 교황 관련 발언이 천주교의 반발을 사자 천주교 경기 수원 교구를 찾아 이용훈 천주교 생명윤리위원장에게 해명하면서 깍듯이 인사하고 있다.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우리는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임신중절에 관한 대학생들의 의견을 수집했고 인터뷰를 통해 몇몇 한국인·미국인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학생 대부분은 ‘낙태죄 폐지’에 공감했다.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에서의 임신중절에 대한 강한 법적 규제가 여성에게 공정하지 않은 일이라고 여겼다. 

    고려대 커뮤니티인 ‘고파스’에서 임신중절은 찬반 의견이 나눠진 논쟁 주제였다. 그러나 임신중절에 동정적인 의견이 훨씬 많았다. 

    ‘고파스’에서 A 학생은 “임신부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모두를 무시할 수 없어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B 학생은 “임신중절의 전면적 허용은 태아의 인격에 대한 폭력이고 임신중절에 대한 전면적 제한은 여성의 권리에 대한 억압이므로 조건부 허용이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C 학생은 “임신부가 아기를 돌볼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출산은 임신부와 사회 모두에 불행일 것”이라고 했다. D 학생도 “이것은 페미니즘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시대에 뒤처진 낡은 법의 문제”라고 했다. 

    인터뷰에서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재학생 정모(여) 씨는 “인간의 권리는 배아(수정 후 8주까지의 태아)뿐만 아니라 여성의 권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상명대 국어교육학과 김모(여) 씨는 “임신중절을 막는 현재의 법은 여성의 절박한 임신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않은 채 안락의자에 앉아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 인간의 권리를 말하면서 여성의 권리는 안중에도 없다”고 했다. 

    서울 한 대학의 미국인 교환학생인 톰 S(22) 씨는 “임신중절이 임신부만 짊어져야 할 짐이 되어선 안 된다. 다만, 성교육 강화는 임신중절을 피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성행위로 이끌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 교환학생인 애나 J(여·22) 씨는 “임신중절은 무책임한 행위라고 본다. 그러나 임신부는 그녀 자신을 위해 중절을 선택할 권리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반면, 고려대 경영학과 재학생 이모(26) 씨는 “임신 12주 이전이면 생명이 아니고 이후면 생명이 되는 구분법에 동의하기 어렵다. 임신했으면 그 생명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낙태죄 존치에 찬성했다.

    “중절 별것 아니라 여겨”

    임신중절이 합법인 상황에서, 중국인 젊은이들은 연간 600만 건이 넘는 임신중절 건수와 중절 이유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중국 대형 소셜네트워크인 ‘주후(Zhuhu)’에서 ‘Gu Qing’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중국인 이용자는 젊은 중국인 여대생들 사이에서 임신중절이 만연한 현실을 문제시한다. 이 사례는 ‘임신중절이 허용되면 임신중절이 너무 일상화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임신중절을 선택하는 중국인 여성 대부분은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고 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어린 대학생이거나 근로자다. 임신중절을 홍보하는 상업광고들은 이들로 하여금 임신중절이 별것 아니라고 여기도록 만든다. 인공유산을 할 권리는 존중돼야 하지만 성교육의 발전도 병행돼야 한다.” 

    ‘주후’의 다른 중국인 이용자(Detective Peach)는 “남녀 커플이 아이를 키울 의사나 능력이 없을 때 임신중절은 합리적인 결정이다. 정말 문제는 안전한 성관계에 대한 무관심”이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미디어글쓰기(영어강의·담당 허만섭 신동아 기자)’ 수업의 수강생들이 작성한 영문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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