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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속철도, 빚 덫 놓고 미얀마–라오스–태국–싱가포르 잇는다

시진핑 一帶一路 전략과 범아시아 철도

  •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中 고속철도, 빚 덫 놓고 미얀마–라오스–태국–싱가포르 잇는다

  • ● 거미줄 인프라 17억 명 시장 허브 목표
    ● 내정 불간섭 앞세우며 영역 확장 박차
    ● 동남아 청년들 “경제발전 기회” 긍정적 반응
중국 첫 해상 고속철도 푸젠성 푸샤(푸저우~샤먼) 노선. [뉴시스]

중국 첫 해상 고속철도 푸젠성 푸샤(푸저우~샤먼) 노선. [뉴시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은 ‘신(新)실크로드 전략’으로 통한다. 베이징은 내륙과 해상에 실크로드를 구축해 경제·문화적으로 국가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한다. 2014년부터 2049년까지 중국 중심 현대판 동서양 실크로드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중국과 주변 국가를 경제·무역·문화 교류와 협력의 길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14개국과 육지로 둘러싸인 불리한 발전 환경을 유리하게 바꾼다는 계획으로 중동과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를 연결하는 허브의 중심에 중국이 서겠다는 것이다. 간단히 정리해 본다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을 추진하는 이유는 내수와 수출의 ‘쌍순환’을 통해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한다. 안보적 목적도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으로 주변국의 위협을 줄이고 지속적 경제성장에 필요한 에너지 안보도 강화하고자 한다. 중국은 산유국이지만 세계 제1의 에너지 수입국으로 꾸준한 경제발전을 위해 에너지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다.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에너지 수입 계약을 한 것도,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국가를 상대로 일대일로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이유도 중국의 경제안보를 위해서다.

대만 통일 염두에 둔 中 고속철도

2022년 중국은 국내 경기부양을 위해 고속철도 관련 산업에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고속철도 추가 건설은 중국 정부의 중점 사업이다. 2035년까지 고속철도 구간을 7만㎞로까지 늘이겠다고 한다. 2035년까지 5만8000㎞의 고속도로를 건설하거나 복원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베이징~우한 고속철도 구간에 시속 350㎞의 신형 고속열차도 투입했다. 중국의 고속철도 관련 기술은 일본과 독일의 투자와 협력을 유도해 얻은 성과다. 중국은 현재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고속철도 산업을 자체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중국의 지형과 시장 환경에 적용하며 빠른 기술 발전을 이룬 덕에 수출 규모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일대일로를 따라 철도가 연결되면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국 내륙에서 인도양이나 유럽 쪽으로 물자와 인력을 옮기는 일이 손쉬워진다. 중국식 인프라 표준이 주변으로 확대된다는 의미도 있다. 또한 고속철도 해외 건설 산업은 중국 일대일로 정책과 연결돼 기술과 시공 능력 및 자본이 함께 움직이는 중국의 국책사업이다. 특히 동남아 국가 가운데 육지로 교통망이 연결되지 않은 인도네시아의 고속철도 건설 입찰에 중국이 적극적인 이유는 동남아 국가에 중국형 철도 시스템을 구축해 자국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중국의 고속철도는 이른바 분쟁 지역과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목적으로도 사용된다. 양안(중국과 대만)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도 중국의 수도 베이징과 대만 타이베이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을 구상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와 교통운수부가 발표한 ‘국가도로망 계획’을 보면 2035년까지 베이징~타이베이 구간에 고속전철과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2022년 8월 30일 CCTV는 “푸샤(푸저우~샤먼) 고속철도의 샤먼 북역 마지막 500m 구간에 레일이 설치됐다. 이로써 푸샤 고속철도의 전 노선(277.42㎞)이 연결됐다. 푸샤 고속철도는 마무리 공사를 마친 뒤 2023년 하반기 개통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푸샤 고속철도는 메이저우(湄洲), 취안저우(泉州), 안하이(安海) 3개 만(灣)의 바다에 교량을 세워 연결해 만든 중국 최초의 해상 고속철도다. 이는 중국이 대만 통일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온 전략산업인 것이다.

중국 뿌리치기 힘든 동남아 국가 현실

중국이 구상하는 고속전철 범아시아 노선. [중국 CCG 캡처]

중국이 구상하는 고속전철 범아시아 노선. [중국 CCG 캡처]

중국의 범아시아 고속철도는 윈난성 쿤밍에서 미얀마 양곤을 거쳐 태국 방콕을 지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로 연결되는 구간과 쿤밍에서 라오스를 거쳐 태국과 말레이시아·싱가포르로 연결되는 구간, 쿤밍에서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을 거쳐 캄보디아·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로 연결되는 구간이 있다. 이 가운데 베트남 고속철도 건설은 일본 신칸센이 맡기로 계약한 상태고, 다른 구간의 고속철도 건설은 중국이 관련 국가와 직접 소통하며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2년 7월 5일 태국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돈 쁘라맛위나이 태국 외교부 장관과 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태국 철도를 조속히 개통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중국·태국 철도는 중국 남부 윈난성 쿤밍에서 라오스 비엔티안을 거쳐 태국 방콕을 잇는 1600여 ㎞ 노선이다.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이유는 코로나19 사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화한 국제 정세 속에서 자국을 도와줄 나라를 찾기가 쉽지 않은 데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동남아 국가들 안에서 벌어지는 문제엔 관여하지 않는 ‘내정 불간섭’ 정책을 앞세우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저개발국에 빚의 덫을 놓는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중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 적극적인 공략으로 고속철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2022년 7월 태국이 라오스를 거쳐 중국까지 연결되는 고속철도 노선의 자국 구간 공사를 2028년까지 마치겠다고 밝혔다. 7월 7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방콕에서 북동부 나콘라차시마에 이르는 1단계 250㎞ 구간 공사를 2026년까지 끝내고, 나콘라차시마부터 라오스와 국경을 맞댄 도시인 북부 농카이까지 잇는 2단계 구간 공사를 2028년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태국은 중국, 라오스와 철도망 연결 사업에 관한 협정을 2019년 체결했는데, 중국 쿤밍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까지 1035㎞를 평균 시속 160㎞로 운행하는 중국~라오스 철도는 2021년 12월 개통됐다. 이 철도 사업은 중국 ‘일대일로’의 상징 중 하나다.

중국 쿤밍과 미얀마 양곤을 잇는 노선은 총 길이가 1920㎞에 달한다. 중국 구간은 2023년 완공될 예정이지만 지정학적으로 미얀마로 이어지는 고속철도가 완공되기는 쉽지 않다. 이 철도가 놓이면 중국이 인도양으로 바로 연결되는 통로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미얀마 정부에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통로를 확보하기 위함일 수 있다.

태국 방콕을 거쳐 싱가포르로 연결되는 고속철은 결국 말라카(Malacca) 해협으로 이어지기에 중국이 인도양과 바로 연결되도록 하진 못한다. 대신 물류 이동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바라는 경제적 이익에 부합한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싱가포르까지 고속철을 건설하는 사업도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사업은 2013년 처음 추진됐다. 전체 350㎞ 길이로 말레이시아 구간이 335㎞, 싱가포르 구간이 15㎞로 계획됐다. 자동차로 달리면 4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지만 고속철을 연결하면 1시간 30분이면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양국의 이견이 충돌해 공사가 중단됐다.

2022년 8월 24일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에 공사가 중단됐던 고속철도 건설 사업을 재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말레이시아 총리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고속철도 건설 사업이 부활하기를 바란다”며 “양국 교통부 장관이 이 문제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양국 모두 고속철도 건설에 긍정적이어서 사업 재개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스마일 총리는 “쿠알라룸푸르와 방콕을 잇는 고속철도 건설도 계획하고 있기에 싱가포르와의 논의도 속도를 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영향력이 확장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범아시아 고속철도, 북한도 예외 아냐

중국 단둥 세관을 통과한 화물 차량 행렬이 압록강 대교를 이용해 북한 신의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중국 단둥 세관을 통과한 화물 차량 행렬이 압록강 대교를 이용해 북한 신의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범아시아 고속철도가 완성되면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연결되며 교류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중국의 산업 발전과 경제성장을 저지할 수 있는 과학기술력 봉쇄에 중점을 두는 것은 동남아권에서 자국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해서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에는 일대일로 전략에 대해 “많은 재정지출을 가져왔지만 영향력 확대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세우며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중국의 지원을 받는 국가들도 당장 시급한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이 절실한데 중국만큼 투자를 과감하게 하려는 국가가 없어 중국이 내민 손을 뿌리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같은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면 범아시아 고속철도 건설을 반기는 동남아 국가의 속내를 무시할 수는 없다. 미얀마, 라오스,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는 동남아 경제 허브로 중국과 연결되는 경우 약 17억 명의 인구라는 큰 시장이 형성된다. 이는 인구 14억 명을 보유한 중국에도, 경제적 활로가 필요한 동남아 국가들에도 매력적인 시장이다.

동남아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학생들을 인터뷰 해보면 범아시아 고속철도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기보다 “중국이 자국에 경제적 발전 기회를 준 것”이라는 식의 긍정적 견해를 밝히는 이가 많다. 한국도 동아시아 전략을 조금 더 세분해 구체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중국 고속철도가 북한으로도 연결될까. 새로 만든 북한 압록강대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압록강대교가 중국이 원하는 모습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철도가 북한에 이어 한국의 남쪽으로까지 연결되는 것은 중국과 일본의 연결이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양국 교류가 평화적 환경에서 일어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안보 측면에서 보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철도나 도로를 연결해 교류하려면 인구와 산업, 시장규모를 고루 살피며 경제 안보를 구상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경제 안보와 경제 네트워크, 역내 산업의 표준화가 중장기 대외 경제발전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신동아 2023년 1월호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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