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호

[르포] 냉각장치 없는 37℃ 코스트코 주차장에서 물 못 마시며 노동

코스트코 주차장 노동자 사망 1년… 여전히 위험한 일터

  •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입력2024-08-09 13: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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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차장 온도 37℃에도 공기순환장치 하나 없어

    • “공기순환장치 없으면 열기가 라면 냄비처럼 끓어”

    • 마트 주차장 곳곳 안전수칙 미준수

    • 코스트코 “1시간마다 10~15분 휴식 권고사항은 준수”

    “와, 여기 지금 37도야.”

    7월 30일 오후 8시께 서울 서초구 코스트코 양재점 3층 주차장. 카트에 물건을 싣고 주차장으로 나온 마트 이용객이 출입문 앞에 달린 온도계를 보고는 경악한다. 매장에서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이용객들은 “덥다”는 말을 반사적으로 내뱉는다.

    7월 30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코스트코 양재점 3층 주차장에 부착된 온도계가 37℃를 가리키고 있다. [임경진 기자]

    7월 30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코스트코 양재점 3층 주차장에 부착된 온도계가 37℃를 가리키고 있다. [임경진 기자]

    같은 시각 기상청이 관측한 코스트코 양재점 인근의 바깥 온도는 열대야 기준 온도인 25℃ 보다 높은 26.5℃를 기록했다. 주차장은 3면이 뚫린 사각형 형태임에도 내부 온도가 바깥 온도보다 10℃ 이상 높았다. 폐점을 2시간여 앞두고도 주차장으로 들어오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이용객들의 차량, 154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 공간을 가득 채운 차량이 내뿜는 열기가 그 이유를 가늠케 했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직원 한 명이 3층 주차장의 질서를 책임진다. 그는 마트 이용객들이 주차장 곳곳에 놓아둔 카트를 모아 매장 출입문 앞으로 가져다 뒀다. 차들이 경적을 울리면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수신호를 하며 얽힌 차량 행렬을 정리했다. 교대 인원이 오기 전까지 45분간 그는 3층 주차장에서 혼자 일했다.

    이마트·하나로마트에는 있는 공기순환장치, 코스트코에는 없어

    지난해 6월 19일 사망한 코스트코 노동자 20대 김모 씨의 사망진단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지난해 6월 19일 사망한 코스트코 노동자 20대 김모 씨의 사망진단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지난해 6월 19일 경기 하남시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 김모 씨가 숨졌다. 김 씨의 사망진단서에 적힌 사망원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였다. 김 씨가 사망한 날 하남시의 최고기온은 34℃에, 이틀째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따르면 김 씨는 사망 전날 저녁 휴식 없이 3시간 30분간 업무를 수행했다. 사망 134일이 지난 10월 31일 김 씨는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폐색전증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첫 사례다. 김 씨가 사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마트 주차장 노동 환경은 여전히 더위에 취약해 보였다.

    7월 29일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 지하 2층 주차장에 설치된 공기순환장치(왼쪽)와 7월 30일 공기순환장치가 하나도 설치되지 않은 서울 서초구 코스트코 양재점 3층 주차장 모습. [임경진 기자]

    7월 29일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 지하 2층 주차장에 설치된 공기순환장치(왼쪽)와 7월 30일 공기순환장치가 하나도 설치되지 않은 서울 서초구 코스트코 양재점 3층 주차장 모습. [임경진 기자]

    7월 30일 코스트코 양재점 주차장에서 눈에 띈 것은 텅 빈 천장이다.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과 하나로마트 양재점 주차장에선 볼 수 있는 공기순환장치가 총 5개 층의 코스트코 주차장에는 한 대도 없었다. 코스트코 주차장의 온도는 이마트 주차장보다 더 높았다. 7월 29일 저녁 8시경, 기자가 이날 구입한 온습도계로 측정한 이마트 지하 2층 주차장 온도는 32.7℃였다. 온도 측정 당시 기상청이 측정한 바깥 온도는 26.5℃로 약 6.2℃ 차이가 났다. 코스트코 주차장 내외부 온도차는 10℃ 이상인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두 주차장의 차이는 공기순환장치 유무다. 이에 대해 박종배 대한산업안전협회 안전지원본부장은 “기상청이 폭염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하는 기준 온도가 ‘체감온도 33℃’”라며 “(코스트코 주차장처럼) 3면이 뚫려있는 형태의 주차장이어도 차량 엔진에서 나오는 700℃의 열기가 주차장 난간을 넘지 못하면 라면 냄비 안에 열기가 모여 있듯이 대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기순환장치가 난간 아래로 열기가 고여 있는 것을 해소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코스트코 양재점 2층 주차장에 설치된 직원 휴게실의 모습. [임경진 기자]

    서울 서초구 코스트코 양재점 2층 주차장에 설치된 직원 휴게실의 모습. [임경진 기자]

    코스트코 양재점 주차장 다섯 층 가운데 가장 온도가 높았던 곳은 3층이었다. 공교롭게도 3층에는 휴게실이 없어 직원들이 물을 실온에 놔두고 마시는 모습이 보였다. 2층과 4층에만 직원휴게실이 있고, 시원한 물은 휴게실 안 냉장고에 비치돼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가 31℃ 이상일 때 각 사업장이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준비할 것을 권고한다. 이에 코스트코 하남점에선 김 씨가 사망하고 5일 뒤 물을 담은 아이스박스를 주차장 5개 층 전체에 비치한 바 있다.



    7월 30일 코스트코 양재점 2층 주차장에서 한 직원이 카트 10대를 한 번에 옮기고 있다. [임경진 기자]

    7월 30일 코스트코 양재점 2층 주차장에서 한 직원이 카트 10대를 한 번에 옮기고 있다. [임경진 기자]

    부족한 인력도 문제다. 저녁 8시부터 8시 45분까지 코스트코 3층 주차장에서 근무한 직원은 단 한 명이다. 이 직원은 45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주차 안내부터 카트 정리, 카트에 남겨진 쓰레기 정리까지 수행했다. 오전 11시께 2층 주차장에서 30분간 혼자 일했던 직원도 마찬가지다. 인력이 부족한 탓에 ‘카트를 한 번에 6대 이상 끌면 안 된다’는 코스트코 내부 안전 수칙은 어겨지기 일쑤였다. 직원이 주차장 전체를 한 바퀴 돌고 오면 직원들의 손에 카트 10대는 기본으로 들려 있었다. 한 번에 15대를 옮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코스트코 양재점 관계자는 “폭염 특보 발령 시 1시간마다 10~15분씩 휴식하라는 고용노동부의 권고사항은 지켜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코스트코 코리아 측은 “딱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 곳곳서 미준수

    인근 다른 마트에서도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가이드가 완벽히 준수되지는 않았다.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선 폭염 특보 발령시 1시간마다 10~15분 이상 휴식해야 한다는 권고사항은 잘 지켜지고 있었지만, 작업장에 온습도계를 비치해 노동자가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마트 양재점엔 온습도계가 비치돼 있었지만 정작 직원들은 “온습도계를 활용하는 기준을 모른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폭염 주의’에 해당하는 실내 온도에도 이마트 주차장에는 작동하지 않는 공기순환장치가 많았다. 이마트 지하 2층 주차장 외곽에 설치된 원통형 공기순환장치는 51개 가운데 23개만 작동하고 있었다.

    지하 1층 매장과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쇼핑 카트 정리 업무를 하는 A씨는 “공기순환장치가 켜져 있으면 확실히 시원해진다”며 “작동하지 않는 공기순환장치가 많아 공기순환장치를 더 많이 작동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업계가 정부 권고를 더욱 따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종배 대한산업안전협회 안전지원본부장은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권고사항과 기상청의 체감온도 기준은 의학적 판단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며 “폭염 속에서 노동자가 건강 장애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는 각 기업이 고용노동부의 권고사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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