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온도 37℃에도 공기순환장치 하나 없어
“공기순환장치 없으면 열기가 라면 냄비처럼 끓어”
마트 주차장 곳곳 안전수칙 미준수
코스트코 “1시간마다 10~15분 휴식 권고사항은 준수”
7월 30일 오후 8시께 서울 서초구 코스트코 양재점 3층 주차장. 카트에 물건을 싣고 주차장으로 나온 마트 이용객이 출입문 앞에 달린 온도계를 보고는 경악한다. 매장에서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마다 이용객들은 “덥다”는 말을 반사적으로 내뱉는다.
7월 30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코스트코 양재점 3층 주차장에 부착된 온도계가 37℃를 가리키고 있다. [임경진 기자]
형광색 조끼를 입은 직원 한 명이 3층 주차장의 질서를 책임진다. 그는 마트 이용객들이 주차장 곳곳에 놓아둔 카트를 모아 매장 출입문 앞으로 가져다 뒀다. 차들이 경적을 울리면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수신호를 하며 얽힌 차량 행렬을 정리했다. 교대 인원이 오기 전까지 45분간 그는 3층 주차장에서 혼자 일했다.
이마트·하나로마트에는 있는 공기순환장치, 코스트코에는 없어
지난해 6월 19일 사망한 코스트코 노동자 20대 김모 씨의 사망진단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7월 29일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 지하 2층 주차장에 설치된 공기순환장치(왼쪽)와 7월 30일 공기순환장치가 하나도 설치되지 않은 서울 서초구 코스트코 양재점 3층 주차장 모습. [임경진 기자]
두 주차장의 차이는 공기순환장치 유무다. 이에 대해 박종배 대한산업안전협회 안전지원본부장은 “기상청이 폭염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하는 기준 온도가 ‘체감온도 33℃’”라며 “(코스트코 주차장처럼) 3면이 뚫려있는 형태의 주차장이어도 차량 엔진에서 나오는 700℃의 열기가 주차장 난간을 넘지 못하면 라면 냄비 안에 열기가 모여 있듯이 대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기순환장치가 난간 아래로 열기가 고여 있는 것을 해소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 코스트코 양재점 2층 주차장에 설치된 직원 휴게실의 모습. [임경진 기자]
7월 30일 코스트코 양재점 2층 주차장에서 한 직원이 카트 10대를 한 번에 옮기고 있다. [임경진 기자]
이에 대해 코스트코 양재점 관계자는 “폭염 특보 발령 시 1시간마다 10~15분씩 휴식하라는 고용노동부의 권고사항은 지켜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코스트코 코리아 측은 “딱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 곳곳서 미준수
인근 다른 마트에서도 온열질환 예방을 위한 가이드가 완벽히 준수되지는 않았다.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선 폭염 특보 발령시 1시간마다 10~15분 이상 휴식해야 한다는 권고사항은 잘 지켜지고 있었지만, 작업장에 온습도계를 비치해 노동자가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마트 양재점엔 온습도계가 비치돼 있었지만 정작 직원들은 “온습도계를 활용하는 기준을 모른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폭염 주의’에 해당하는 실내 온도에도 이마트 주차장에는 작동하지 않는 공기순환장치가 많았다. 이마트 지하 2층 주차장 외곽에 설치된 원통형 공기순환장치는 51개 가운데 23개만 작동하고 있었다.
지하 1층 매장과 지하 2층 주차장에서 쇼핑 카트 정리 업무를 하는 A씨는 “공기순환장치가 켜져 있으면 확실히 시원해진다”며 “작동하지 않는 공기순환장치가 많아 공기순환장치를 더 많이 작동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업계가 정부 권고를 더욱 따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종배 대한산업안전협회 안전지원본부장은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권고사항과 기상청의 체감온도 기준은 의학적 판단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며 “폭염 속에서 노동자가 건강 장애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는 각 기업이 고용노동부의 권고사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