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호

“폐업 외에는 방도 없어…계약기간 남아 발버둥친다”

[Special Report | 어쩌다…폐업 자영업자 100만 시대] 매출 전표에 나타난 자영업자들의 눈물

  •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전혜빈 기자 heavin0121@donga.com

    입력2024-08-25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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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폐업신고 98만6487명, 역대 최대

    • 노가리 30마리 2만7000→4만2000원, 김 100톳 76만→120만 원

    • 4년 새 20% 오른 생산자물가…상인들 ‘비명’

    • “재료비가 판매가 40% 넘으면 장사 안 하는 게 낫다”

    • 최저임금은 135만 원(2017)→206만 원(2024), 52.4%↑

    • 재료비·인건비·임차료·공과금 다 오르는데 손님은 ‘뚝’

    • ‘강남’ 식당도… 매출액 대비 순익 26→0.6%

    [Gettyimage]

    [Gettyimage]

    폐업 자영업자 100만 시대, 자영업자들의 절규는 각종 경제지표와 그들의 매출 전표에서도 나타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2022년(86만7292명)보다 11만9195명 증가했다. 통계 집계(2006)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수다. 폐업률(영업을 하고 있는 사업자 수와 폐업자 합계 대비 폐업자 수 비율)은 9.0%. 2016년(11.7%) 이후 8년 만에 첫 상승 전환했다. 폐업 사유의 가장 큰 이유는 ‘사업 부진’(48만2183명, 48.2%)이다.

    이를 방증하듯 생산자물가지수는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내수)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의 변동을 종합한 지수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소비자의 구매력을 가늠하는 지수라면,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의 비용 증가, 즉 생산원가와 관련된 것이다. 기준 연도(2020)를 100으로 했을 때, 생산자물가지수는 2021년 106.38, 2022년 115.29, 2023년 117.11로 매년 상승하다가 올해 6월엔 119.25를 기록했다(통계청). 2020년보다 원가가 19.25% 오른 셈이다.

    오른 원가에 더해 인건비 상승도 악재다.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해마다 올라 올해 9860원이 됐고, 내년엔 1만70원이다. 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올해엔 월 206만740원, 내년엔 209만6270원을 지급해야 한다(최저임금위원회). 2017년(135만2230원)보다 각각 52.4%, 55% 더 뛰었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과금도 있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지난해 1월 2022년 같은 기간보다 28.3% 상승한 것을 시작으로 2·3월엔 28.4%, 4월엔 23.7%, 5월엔 23.1% 뛰는 등 급증세를 보였다.

    이러한 지표는 자영업자의 업황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8월 8일 만난 자영업자 A씨는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장사가 더 안 된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울 강남권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유동인구가 많고, 상권이 좋은 지역이라 버틸 만하지만 해마다 나빠지는 업황이 고민이다.

    8월 8일 서울 강남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가 공개한 월별 총수입 지출 현황(2015.07~2024.06). 2015년 7월 32%에 이르던 매출 대비 순이익률이 올해 6월 0.6%까지 떨어졌다. [임경진 기자]

    8월 8일 서울 강남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가 공개한 월별 총수입 지출 현황(2015.07~2024.06). 2015년 7월 32%에 이르던 매출 대비 순이익률이 올해 6월 0.6%까지 떨어졌다. [임경진 기자]

    그가 공개한 월별 총수입 지출 현황(2015.07~2024.06)에 따르면, 월평균 매출 대비 순익은 2015년 26%에서 매년 하락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2022년엔 15%대로 떨어졌다. A씨는 “배달이 많아 그나마 그 정도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사정이 더 나빠져 11.5%까지 낮아졌다. A씨는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더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높아진 인건비가 부담이다. 2015년엔 직원 1인당 210만 원을 줬지만 올해는 320만 원을 주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직원 10명을 썼던 그는 올 들어 3명을 내보냈다. 임차료도 올랐다. 2015년 보증금 7000만 원, 월세 550만 원이던 임차료가 올해엔 보증금 1억5000만 원에 월세 680만 원이 됐다. 관리비도 같은 기간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상승했다.

    원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파, 마늘 등 식재료비도 뛰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하루 70만~80만 원이 들었지만 올해는 100만~120만 원이 든다. A씨는 “주문량은 대동소이하지만 가격이 그만큼 뛴 것”이라며 “예컨대 코로나19 사태 이전 김 100톳이 76만 원이었는데, 이젠 120만 원”이라고 말했다. A씨는 장사를 접을지 말지 기로에 서 있다. “재료비가 판매가의 40%가 넘으면 장사를 안 하는 게 낫다. 적정선은 32%인데, 영업 초기에만 그랬다. 이제 37~38%까지 왔다”는 게 그의 말이다.

    오징어 10마리 4만~5만→7만3000원

    8월 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구나영 씨가 공개한 매출 전표. [전혜빈 기자]

    8월 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구나영 씨가 공개한 매출 전표. [전혜빈 기자]

    서울 외곽 지역 자영업자의 사정은 A씨보다 더 나쁘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족발집 사장 B(65)씨는 “코로나19 사태 때 받은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만 월 80만 원이 든다”고 말했다. 손님이 없어 오후 4시에 영업 종료를 알릴 때도 있다. 임차료는 월 80만 원, 가스비로 12만 원, 수도세로 3만 원, 전기세로 40만 원이 나간다. 식재료비도 6년 전에 비하면 30%쯤 올랐다. 그러다 보니 밀린 식자재 외상값만 1000만 원이 됐다. B씨는 “가게를 유지하려면 일 매출 70만~80만 원은 돼야 하는데, 이젠 20만~30만 원을 번다”며 “적자를 보고 있지만 손님들도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2018년부터 메뉴 가격도 동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8월 2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한 건물에 임차인을 구하는 공고가 붙어 있다. [전혜빈 기자]

    8월 2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한 건물에 임차인을 구하는 공고가 붙어 있다. [전혜빈 기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10년째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구나영(60) 씨는 “8월 1일 소상공인 대출 3000만 원을 신청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식재룟값 인상이다. 3년 전 4만~5만 원대를 오가던 오징어 10마리 가격은 7만3000원이 됐다. 같은 기간 노가리는 30마리에 2만7000원에서 4만2000원, 참치는 한 캔에 1500원에서 2500원, 오이는 3개에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랐다. 결국 구 씨는 메뉴 가격을 10%가량 인상했다. “손님들도 사정이 안 좋은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하지만 올린 가격으론 부대비용 상승분을 메꾸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임차료는 2년 전보다 80만 원 더 올랐고, 월 25만 원에 이르는 전기세도 부담이다. 하루 매출 30만~40만 원은 벌어야 본전이지만 하루 15만 원 넘게 버는 날이 드물다. 손님이 없어 ‘공치는’ 날도 있다. 구 씨는 “사실 이 정도면 문을 닫아야 한다”며 “점포 계약기간이 3년 남아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폐업 외에는 길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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