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폐업신고 98만6487명, 역대 최대
노가리 30마리 2만7000→4만2000원, 김 100톳 76만→120만 원
4년 새 20% 오른 생산자물가…상인들 ‘비명’
“재료비가 판매가 40% 넘으면 장사 안 하는 게 낫다”
최저임금은 135만 원(2017)→206만 원(2024), 52.4%↑
재료비·인건비·임차료·공과금 다 오르는데 손님은 ‘뚝’
‘강남’ 식당도… 매출액 대비 순익 26→0.6%
[Gettyimage]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개인·법인)는 98만6487명으로, 2022년(86만7292명)보다 11만9195명 증가했다. 통계 집계(2006)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수다. 폐업률(영업을 하고 있는 사업자 수와 폐업자 합계 대비 폐업자 수 비율)은 9.0%. 2016년(11.7%) 이후 8년 만에 첫 상승 전환했다. 폐업 사유의 가장 큰 이유는 ‘사업 부진’(48만2183명, 48.2%)이다.
이를 방증하듯 생산자물가지수는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국내 생산자가 국내(내수)시장에 공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의 변동을 종합한 지수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소비자의 구매력을 가늠하는 지수라면, 생산자물가지수는 기업의 비용 증가, 즉 생산원가와 관련된 것이다. 기준 연도(2020)를 100으로 했을 때, 생산자물가지수는 2021년 106.38, 2022년 115.29, 2023년 117.11로 매년 상승하다가 올해 6월엔 119.25를 기록했다(통계청). 2020년보다 원가가 19.25% 오른 셈이다.
오른 원가에 더해 인건비 상승도 악재다.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해마다 올라 올해 9860원이 됐고, 내년엔 1만70원이다. 주 40시간·월 209시간 근무 기준으로 올해엔 월 206만740원, 내년엔 209만6270원을 지급해야 한다(최저임금위원회). 2017년(135만2230원)보다 각각 52.4%, 55% 더 뛰었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과금도 있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지난해 1월 2022년 같은 기간보다 28.3% 상승한 것을 시작으로 2·3월엔 28.4%, 4월엔 23.7%, 5월엔 23.1% 뛰는 등 급증세를 보였다.
이러한 지표는 자영업자의 업황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8월 8일 만난 자영업자 A씨는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장사가 더 안 된다”고 말했다. A씨는 서울 강남권에서 식당을 운영한다. 유동인구가 많고, 상권이 좋은 지역이라 버틸 만하지만 해마다 나빠지는 업황이 고민이다.
8월 8일 서울 강남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가 공개한 월별 총수입 지출 현황(2015.07~2024.06). 2015년 7월 32%에 이르던 매출 대비 순이익률이 올해 6월 0.6%까지 떨어졌다. [임경진 기자]
지난해엔 사정이 더 나빠져 11.5%까지 낮아졌다. A씨는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더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높아진 인건비가 부담이다. 2015년엔 직원 1인당 210만 원을 줬지만 올해는 320만 원을 주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직원 10명을 썼던 그는 올 들어 3명을 내보냈다. 임차료도 올랐다. 2015년 보증금 7000만 원, 월세 550만 원이던 임차료가 올해엔 보증금 1억5000만 원에 월세 680만 원이 됐다. 관리비도 같은 기간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상승했다.
원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파, 마늘 등 식재료비도 뛰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엔 하루 70만~80만 원이 들었지만 올해는 100만~120만 원이 든다. A씨는 “주문량은 대동소이하지만 가격이 그만큼 뛴 것”이라며 “예컨대 코로나19 사태 이전 김 100톳이 76만 원이었는데, 이젠 120만 원”이라고 말했다. A씨는 장사를 접을지 말지 기로에 서 있다. “재료비가 판매가의 40%가 넘으면 장사를 안 하는 게 낫다. 적정선은 32%인데, 영업 초기에만 그랬다. 이제 37~38%까지 왔다”는 게 그의 말이다.
오징어 10마리 4만~5만→7만3000원
8월 8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구나영 씨가 공개한 매출 전표. [전혜빈 기자]
8월 2일 서울 강동구 천호동 한 건물에 임차인을 구하는 공고가 붙어 있다. [전혜빈 기자]
하지만 올린 가격으론 부대비용 상승분을 메꾸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임차료는 2년 전보다 80만 원 더 올랐고, 월 25만 원에 이르는 전기세도 부담이다. 하루 매출 30만~40만 원은 벌어야 본전이지만 하루 15만 원 넘게 버는 날이 드물다. 손님이 없어 ‘공치는’ 날도 있다. 구 씨는 “사실 이 정도면 문을 닫아야 한다”며 “점포 계약기간이 3년 남아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내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폐업 외에는 길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