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호

총선특집 | 3당 ‘신형 전략가’ 연쇄 인터뷰

“김무성·유승민 공천 수도권 유권자는 무관심”

이준석 새누리당 서울 노원병 후보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6-03-23 15: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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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꼴이 우스운 게, 우리 당 대표는 침묵만 해
    • 與에서 ‘윤상현 정계은퇴’ 불붙인 건 야속
    • 강남·목동 고전…새누리 과반 어렵다
    • 총선 지면 반기문으로도 정권창출 못해
    김종인의 더불어민주당이 급속히 안정화되면서 새누리당에 빨간불이 켜졌다. 새누리당의 총선 공천은 ‘친박’ ‘비박’ ‘막말’ ‘살생부’로 기억되고 있다. 180~200석을 장담하던 한 달 전 분위기와 딴판으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준석 새누리당 노원병 후보에게서 새누리당의 속사정과 총선 전략을 들어봤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에 의해 당 비대위원으로 발탁됐고, 이후 방송에서 정치평론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여권 주요 인사들과 교류했다. 그를 새누리당의 ‘신형 전략가’로 꼽은 이유다.



    “이길 자신 있다는 거죠”

    ▼ 정당 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이 가장 높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지지율이 20대 국회 과반  의석으로 이어질까요.
    “데이터만 보고 말할게요. 관건은 수도권입니다. 전체 지역구 의석 254석 중 수도권 의석이 122석이나 되니까요. 우리 당 지지율이 높다지만 그건 전국 평균이고요. 수도권에선 30% 초반입니다. 야권보다 낮아요. 이런 당 지지율에다 후보자의 개인 득표력, 상대 후보의 경쟁력을 고려하면 아마 수도권 새누리당 후보 중 상당수는 40% 초중반대의 득표율을 보일 것 같아요.”  
    ▼ 그런 득표율로 얼마나 당선될까요.
    “야권 단일화가 안 돼도 수도권에서 야권보다 당선자를 더 내기가 어렵다고 봐요. 사람들은 김종인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어떤 분인지 몰라요. 김 대표가 강하게 말합니다. 밀어붙여서 이길 자신이 있다는 거죠. 이게 어떤 느낌과 비슷하냐면, 2012년 총선 공천 때 저와 김종인 대표, 이상돈 교수가 박근혜 후보의 비대위원으로 함께 일했잖아요. 그때 김 대표가 칼을 굉장히 세게 잡았어요.”
    ▼ 세게 잡고 막 휘둘렀나요.
    “친이(親이명박)계를 공천에서 배제하려는 노력이 있었죠. 당시 통합을 이야기한 사람들은 ‘친이와 친박이 협조해야 보수 대결집으로 대선에서 이긴다’는 논리를 폈죠. 저도 ‘이명박 정부 말기이긴 하지만 친이계 지분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김종인 대표는 회의석상에서 ‘아니다. 물갈이 여론을 세우자. 지도자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집단이 더 낫다’고 말하곤 했죠. 지금 똑같은 상황인 것 같아요. 야권 통합을 제시하면서도 실제론 ‘국민의당 협조 없이도 우리는 우리 지지율로 간다’는 것이거든요. 연대를 진짜 원하는 건지 의심이 들어요. 오히려 고사(枯死)시키려는 의도가 강한 것 같아요.”
    ▼ 여당 사람들이 ‘수도권에서 야권 분열로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고 여겨왔는데요. 이 예상이 빗나갈 거라고 봅니까.
    “이 추세라면 그렇게 될 것 같아요. 사실 당에, 최고지도부에, 수도권 출신이 별로 없어요. 원유철 원내대표가 경기 평택 출신의 다선이니까 수도권을 잘 아는 건 맞지만, (평택 같은) 도농복합 도시와 서울은 또 완전히 다르거든요.”
    ▼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서울에선 문재인 후보에게 밀렸죠.
    “서울 여러 군데서 큰 폭으로 졌죠.”



    “중산층 반응 안 해 난감”

    이준석 후보는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비전에 대해 설명을 못한다”고 말한다. 표를 줘야 할 뚜렷한 이유를 듣지 못하면 지지자는 투표장에 가지 않고 중도층은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 2012년 총선·대선에선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가 유권자들에게 어필했죠.  
    “그때는 누가 물어보면, 제가 경제민주화를 잘 이해하진 못했지만 그거라도 이야기했거든요. 지금은 당에서 그런 걸 미리 해놓지 않았어요. 공약을 설명하기가 2012년 총선 때보다 힘들어요.”
    ▼ 여권이 큰 틀로 이야기하는 게 ‘야당 심판론’이죠. ‘야당이 국회선진화법 이용해 국정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에 이번에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거죠. 어떻게 보나요, 정권 심판론과 야당 심판론의 대결.  
    “특정한 분들이 야당 심판론에 반응해요. 가정주부라든지, 방송을 많이 보는 분이라든지, 그런 언어에 자주 노출되는 분들이죠. 반대로 화이트칼라는 ‘규제를 풀면 일자리가 더 생긴다’는 정부 논리에 공감을 안 해요. 서비스법이 통과되는 게 자기 삶과 어떻게 연관되는지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몰라요. 특히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는 중산층이 반응을 잘 안 하는 거죠. 그게 난감해요. 당이 타깃을 잘 잡고 논리를 보다 정교화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유권자들은 어떤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던가요.
    “야당 소속 구청장들이 복지사업에 주력했어요. 만족해하는 사람도 많지만, 인프라 투자가 부족하다고 보는 사람도 많아요. 특히 학부모는 좌파 개념이 들어간 교육정책에 거부감이 커요. 중학생 부모는 자유학기제라고, 학생들이 시험 안 보는 것에 반대하거든요. 교육입법도 다 국회에서 하는 건데, 자유학기제만 하더라도 중간평가 차원에서 공약으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큰 담론으로 보자면, 우리 당과 야당 사이엔 ‘학력 증진을 위한 교육이냐, 공부 못해도 잘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한 교육이냐’라는 큰 차이가 있어요. 아이를 키우는 30, 40대에서 호응할 수 있는 어떤 것을 내놓아야 합니다. 50, 60대는 견고하게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 같아요.”
    새누리당은 3월 14일 능력중심사회 만들기, 규제개혁과 노동개혁을 통한 일자리 창출, 저출산·여성 일자리 대책인 마더센터 도입 공약을 내놨다.  
    ▼ 정부의 대북·안보 정책에 대한 지지는 높은 것 같은데요.
    “그 부분이 유리하긴 하지만 다른 데에서 상쇄당해서…. 예를 들어 대통령 임기 초반이라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로 대통령 지지율이 60~70%는 찍었을걸요?”




    “‘우리 일 아니다’ 분위기”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상향식 공천, 전략 공천을 놓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과 김무성 대표는 걸핏하면 부딪쳤다. 여기에다 살생부 파문, 막말 파문 같은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이 후보는 “친박계와 비박계 간 싸움이 과열돼 전체적으로 새누리당에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 공천과 관련해 잡음이 심한데요. 이게 수도권 유권자에게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까요, 아니면 정치 개혁을 위한 불가피한 소동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까요.
    “이번에 길어지면서 굉장히 안 좋아지고 있다고 봐요. 공천 템포가 너무 느렸고요. 예를 들어 윤상현 의원과 김무성 대표 간 막말 파문 같은 경우 윤 의원이 깔끔하게 사과하고 김 대표가 깔끔하게 받으면 최적의 상황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둘 다 그걸 못 했잖아요. 그러니까 친박계 당원들은 김 대표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시간 끌고 침묵한다고 비판해요. 반면, 비박계 의원들은 대놓고 윤 의원이 정계 은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해요. 사실 되게 야속한 게 뭐냐면, 비박계가 정계 은퇴라는 단어를 먼저 썼잖아요….”
    ▼ 정계 은퇴까지 말하는 건 야속하다?
    “좌파 지지자들은 여당 안에서 그렇게 말해주니 그렇게 프레임을 잡는 거죠. ‘윤상현, 정계 은퇴’라고요. 이 사건이 굉장히 험악해졌어요. 노원병은 공천도 끝났고 한가로운 동네인데. 당원들 관심이 온통 거기에 쏠려 있어요.”
    ▼ 과열시킨 측면이 있네요.
    “처리가 말끔하지 못했어요. 이런 일이야 술 마시고 터질 수 있고, 있을 수 있는 건데. 빨리 접었어야죠.”
    ▼ 3월 중순까지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김무성 대표의 공천이 미뤄지고 있네요. 만약 유 전 원내대표나 김 대표가 공천에서 탈락하면 당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유권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평가될까요.
    “수도권에선 거의 관심이 없더라고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공천 탈락 여부, 그분이 공천을 받느냐 못 받느냐에 대해서요. 수도권 여권 지지자들에겐 약간 ‘우리 일이 아니다’라는 분위기가 있어요. 중도에 있는 사람, 경계선에 있는 사람은 가끔 이야기해요. 40% 안에 있는 사람은 굳이 딴 지역 공천에 관심이 없어요.”
    ▼ 김무성 대표 공천 여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겠네요?
    “별로 관심이 없어요. 지금까지 지라시로 ‘김무성 대표 사퇴하고 윤상현 의원 공천 안 주고, 이렇게 거래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잖아요. 사람들은 거기에도 전혀 관심이 없어요.”
    ▼ 그러면 서울 사람들은 무엇에 관심이 있습니까.
    “최근 한 달 정도는 ‘김종인’이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더민주당이 총선 이슈를 선점했다?
    “그렇죠. 2012년 총선 땐 한명숙 대표가 뒤에서 졸고 만날 무기력하게 있었죠. 야당이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에 모든 이슈를 뺏겼죠. 이번엔 반대로 우리가 완벽하게 모든 이슈를 저쪽에게 뺏기고 있어요. 깜짝 놀란 게, 여권 지지자들이 모여도 김종인 이야기를 해요.”



    “반기문 와도 쉽지 않아”

    ▼ 일부 언론도 김종인 대표를 칭찬하더라고요.
    “꼴이 우습게 된 게 뭐냐면, 우리 당 대표는 말을 하나도 안 하고요. 우리 당 대표가 하는 말이 ‘침묵하겠다’ 이거잖아요.”
    김무성 대표는 2월 18일부터 20여일  동안 공개석상에서 입을 닫았다. 살생부 논란과 막말 파문, 본인 공천 문제를 의식한 때문으로 비쳤다. 김 대표는 3월 11일 “지금 말하면 나는 망한다”고도 했다.
    그는 3월 14일이 돼서야 “새누리당이 그동안 공천 문제에만 몰두해 민생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그간의 침묵을 깼다. 27일 동안 야당 대표는 날아다니는데 여당 대표는 자기네 내부 문제로 입을 닫고 지낸 것에 대해 이 후보가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 만약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얻는 데 실패하면 그 이후 국정이 어떻게 될까요.
    “국정 최종책임자는 대통령이니까, 대통령을 공격하는 사람들의 기세가 살아날 것 같아요.”
    ▼ 그렇겠네요.
    “그리고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겠죠. 2012년 대선 때도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그런 기대감이 컸죠. 당시 우리 당의 예상치 않은 총선 승리가 거기에 완전히 찬물을 끼얹었잖아요. 총선의 그런 역할이 이번에 반대로 우리에게 가해질 수 있죠. 만약 우리가 과반을 뺏기면요. 당에 있는 분들이 안이한 게….”
    ▼ 어떻게 안이한가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만 우리 당 대선후보로 삼으면 다음 대선도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은 2012년의 박근혜에 해당하는 사람을 상대당 후보로 맞아야 하는 상황을 겪을 것 같아요.”
    ▼ 이번 총선에서 지면 반기문 총장이 와도 정권 연장하기 힘들다는 말인가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제가 비대위원일 때 박근혜 후보는 비대위원장 맡고 싶지 않은 티가 역력했거든요. 그러나 총선에서 이기고 나니 이게 완전 로또가 터진 거죠. 지금 문재인 전 대표도 살짝 그런 위치에 가 있는 것 같아요. 두들겨 맞으면서도 어쨌든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잖아요.”



    “聯政, 개헌론 나올 수도”

    ▼ 여당이 총선에서 지면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정 과제에도, 국회 입법이 필요한 국정 과제에도 제동이 걸리겠죠.
    “과반 못하면 국회의장 뺏기고, 의장 뺏기면 직권상정도 못해요. 비상사태고 뭐고 간에. 상임위도 안 돌아가고. 연정, 개헌론이 나올 수도 있고.”
    ▼ 수도권에서 새누리당 후보의 고전이 예상되는 곳은 어디입니까.
    “우려되는 곳이, 새누리당이 어려운 곳이, 물론 그 지역 후보가 들으면 기분 나쁠 수 있지만, 강남을, 양천갑이죠.”
    ▼ 강남, 목동인데….
    “강남을은 강남병이 분리되고 남은 강남을이고. 데이터가 그렇게 말해주고 있어요. 용산도 그런 느낌이 있어요. 거긴 제가 살아봐서 아는데 우리 당이 거의 8년 동안 국회의원 선거 빼고 전패했어요. 구청장, 구의원 다 졌어요.”
    이준석 후보는 “서울에선 개인 인물로 버티는 곳이 많다. 되게 난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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