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미지’인 미술에 무슨 철학이 있을까 싶겠지만, 이 교수의 눈에 둘은 서로 궁합이 잘 맞는 보완적 영역이다. 얼마 전 이 교수는 원고지 8400장 분량의 텍스트와 도판을 담은 ‘미술 철학사’(3권)를 출간했다. 1권을 열면 첫 장에 ‘나는 분명히 미술의 역사가 철학적 문제로 점철되어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는 미학자 아서 단토의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철학 없이 그림을 그린 이들은 역사에서 금세 사라졌고, 본질적 철학을 파고든 미술가들은 살아남았다.
“미술엔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 담겨야 하는데, 요즘 그림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게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봐도 많은 사상가와 예술가가 두 영역의 경계를 허물며 넘나들었지요.”
이 교수는 ‘미술 철학’ 용어를 만들었고, 2002년부터 대학에서 이 주제로 강의했다.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 역사적으로 미술에 어떻게 투영돼왔는지를 ‘미술 철학사’에서 흥미롭게 설명했다.
이 교수는 ‘미셸 푸코 : 광기의 역사에서 성의 역사까지’(1989) 등을 통해 현대 프랑스 철학을 일찍이 국내에 소개한 철학자다. 미술과 문학의 경계를 무너뜨린 작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미술과 문학’을 곧 탈고할 예정이며, 필생의 역작이 될 ‘욕망의 철학’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