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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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석 의원 박사논문 표절’ ‘신동아’ 기사 “허위 아니다”(법원)

  •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입력2016-03-23 15:5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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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安, ‘박사논문 표절’ 보도 2년 반 지나 소송
    • 재판부 “출처 없이 의견인 것처럼 사용한 건 표절”
    • “보도 허위 아니다” 청구 기각
    4·13 총선을 앞두고 과거 논문 표절 문제가 수면 위로 재부상했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여성인재 1호’로 영입된 김선현 차의과대 교수가 논문 표절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그림을 무단 사용한 의혹 등으로 영입이 취소된 뒤 논문 표절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국회 주변에서는 논문 표절 의혹을 받은 의원 이름이 적힌 ‘공천 부적격 대상 명단’이 나돌았고, 새누리당 함진규(경기 시흥) 의원과 김종태(경북 상주) 의원, 김성우 김해시장 예비후보의 학위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지면서 비방·폭로전이 잇달았다. 표절 의혹을 받은 후보들은 공천과 선거 과정에서 표절 ‘불똥’이 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논문 표절 기준과 관련한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끈다. 지난해 12월 23일 서울중앙지법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오산)이 2014년 12월 동아일보사·동아닷컴을 상대로 ‘기사 삭제 및 명예훼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기사가 허위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안 의원이 소송을 제기한 기사는 ‘신동아’ 2012년 6월호의 ‘복사수준 3단 짜깁기, 단어 하나 바꾸고 자기표절 하기도’ 제하의 기사다. 이 기사는 안 의원의 미국 북콜로라도주립대(UNC) 박사학위 논문 표절을 소재로 다뤘다.



    ‘3단 짜깁기’ ‘자기표절’

    이 기사에 따르면, 당시 신동아와 해외 대학 교수 및 조교, 국내 정치학 박사로 이뤄진 검증팀이 안 의원의 박사학위 논문 ‘한국 골프 붐의 정치경제학 : 사회문화적 영향의 인식과 해석(The political economy of the golf boom in South Korea : perceptions and interpretation of its sociocultural consequences)’을 분석한 결과, 다른 논문의 글을 10줄 이상 통째로 전재하고, 원문에 기재된 괄호 안 출처를 빼거나, 글머리 기호와 주·술어만 바꿔 전재한 ‘복사 수준의 표절’을 확인했다. 원문에서 3개 문단을 순서대로 가져와 연결한 ‘3단 짜깁기’와 자신의 논문에서 단어 한 개를 바꾸고 다른 논문에 싣는 자기표절도 확인됐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된 논문은 1, 2장에서 기존 연구를 검토한 뒤 3, 4장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결론(5장)을 내렸다. 3, 4장은 설문조사 결과와 인터뷰 분석이 중심인 만큼 1, 2장의 이론적 배경 부분에 표절이 집중됐다. 안 의원의 모교인 UNC는 표절을 ‘다른 사람의 글이나 아이디어를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자신의 글로 도용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원저작자의 독창적인 표현이나 문구를 ‘한 단어(a single word)’라도 인용 없이 사용하거나 어구를 바꿔 써도 표절로 본다. 따라서 인용을 할 때는 반드시 따옴표 처리를 해 출처를 밝히고, 자신의 글과 인용 글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인용부호와 들여쓰기, 원저자 기술 등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강조한다. 나중에 표절이 밝혀지면 청문회를 거쳐 학위 철회(revocation of graduate degree) 등 강력한 조치를 하게 돼 있다. 안 의원의 논문은 한국은 물론 이 같은 UNC 표절 기준에도 해당한다는 게 당시 검증팀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안민석 의원은 이 기사가 게재되고 2년 반이 지나 소송을 내면서 “다른 논문을 표절한 바 없고, 설령 이 논문에 일부 출처 누락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해도 대부분 논문 도입 부분의 서론과 이론적 배경 부분에 국한된 문제이지 논문 핵심 영역인 연구 결과와 논문 및 결론 부분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표절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적절한 출처 표시 없이 자신의 의견인 것처럼 그대로 사용하는 행위’”라며 “표절 범위는 (안 의원 주장대로) 논문 검토나 연구 결과 부분에 나오는 핵심 아이디어 부분에 한정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표절의 범위가 안 의원의 주장처럼 특정 부분에 해당하는 게 아니라 논문 전체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 판결문에는 ‘신동아’ 기사 내용이 적시됐다.
    “기사 내용과 같이, 원고가 이 사건 논문 중 다른 논문의 글을 10줄 이상  전재하거나, 원문에는 기재된 괄호 안의 출처를 누락하거나 글머리 기호와 주·술어만 바꾸어 전재하거나(논문 2), 원문에서 3개 문단을 순서대로 가져와 연결하거나, 일부 단어를 추가하거나 바꾸고 인용 표시를 누락하거나, 논문 내용의 일부 중 한 단어를 바꾸어 다른 논문에 인용 표시 없이 게재한 부분이 있다.”


    “安 주장, 근거 없다”

    재판부는 표절의 정의와 관련해서도 “교육부의 회신 결과를 종합해보면, 학계에서 표절은 일반적으로 일반적 사실이 아닌 타인의 아이디어나 저작물을 적절한 출처 표시 없이 자신의 것처럼 부당하게 사용하는 학문적 부정행위를 뜻한다”고 명시했다.
    “타인 저작물 전부 또는 일부를 출처 표시 없이 사용하거나 다른 형태로 바꾸어 사용한 경우도 표절의 한 종류이고, 안 의원이 박사학위를 취득한 UNC에서도 ‘표절은 출처를 밝히지 않고 다른 사람의 글이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행위, 다른 사람의 말이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행위, 다른 사람의 말이나 아이디어를 사용하고 크레디트를 원작자에게 돌리지 않는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안 의원이 주장한 대로 논문의 검토나 연구 결과 부분에 나오는 핵심 아이디어에 대한 부분에 한정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
    또한 재판부는 “이 기사는 19대 총선을 전후해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의 학위논문 표절 논란으로 정치인들의 논문 표절 여부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시점에 표절을 다뤘다”며 “목적·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국내외 교수들을 통해 조사한 점 △결과를 UNC의 안 의원 논문 지도교수들에게 보내 재검증을 요청해 회신받은 점 △기사에서 표절에 해당한다고 보이는 구체적인 부분을 적시한 점 △논문 구조 분량, 주요 내용, 조사방법, 분석틀 및 결론을 소개한 점 △표절 평가에 대한 원고 의견도 게재한 점 등을 종합해볼 때 그 위법성 또한 조각된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공군사관학교 조교수를 거쳐 2000년 중앙대 사회체육학부(현 스포츠과학부) 교수가 됐다. 2004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내리 3선(選)을 했고,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으로 6년간 활동하며 교육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이른바 ‘신정아 사태’ 때는 정부가 나서 가칭 ‘외국 학생 부정사례 신고센터’를 설치해 외국 학위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2014년 7월에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논문 표절이 문제가 되자 “(논문 표절은) 대학 교수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하며 ‘논문표절 사례집’을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안 의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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