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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어떠한 시장 상황에도 가치투자 원칙 고수”

‘설립 10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이채원 CIO

  • 윤영호 |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

“어떠한 시장 상황에도 가치투자 원칙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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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로 스트레스 해소

▼ 미래의 성장성을 너무 무시하는 건 아닌가.

“성장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되기 때문이다. 1999년 정보기술(IT)주 거품 당시 SKT 주식이 50만 원이었다. 이 회사 이익은 이후 6배 늘었지만 주가는 되레 떨어져 현재 20만 원 수준이다. 성장을 하더라도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 주가가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런 것까지 감안한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대체로 PBR이 10배 넘는 회사는 아무리 성장해도 남는 게 없다. 여기에 체질적으로 대박을 터뜨릴 주식보다는 손실을 안 볼 주식을 선호한다. 돈을 잃는 걸 병적으로 싫어하기에 목표 수익률도 낮다. 금리가 1.5%인 상황에서 5%만 벌어도 3배 이상 수익률 아닌가.” 

▼ 수익률 스트레스가 심할 텐데.

“수익률이 좋을 때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주식이란 어차피 언젠가는 떨어지게 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선 수익률 자체보다 크게 수익을 낼 만한 주식이 안 보인다는 데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2000년 IT 거품이 꺼진 상황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실현하고 있었다. 그 당시 우리는 아모레퍼시픽을 지금 수정주가 기준으로 1800원에 매입했다. 지금 주가기준으로 200배 상승한 셈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종목이 안 보이는 데다 전반적으로 기업 수익도 꺾이고 있다. 게다가 중국이 과잉 설비를 해소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힘든 시절을 보내야 할 것 같다.”

▼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



“주식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주식에서 해답을 찾아야 풀리는 성격이다. 주식을 분석하면서 내가 본 자료들 중 놓친 부분이 없는지, 가치를 잘못 계산한 건 아닌지 열 번이고 백 번이고 마음이 놓일 때까지 확인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그다음 단계로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나 워런 버핏 관련 책을 읽거나 무협지를 열심히 읽는다. 특히 용대운의 ‘군림천하’를 좋아한다.”

▼ 종목 발굴은 어떻게?

“신문을 정독하고 증권사 리포트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을 만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도 듣는다. 정작 중요한 것은 기업 탐방을 통해 얻는다. 우리 회사에선 많을 때는 1년에 1400~1600회의 기업 탐방을 다닌다. 나도 최고경영자(CEO) 미팅을 1주일에 한 번씩, 연간 40~50회 한다. 분기마다 저PER 상위 100종목, 저PBR 상위 100종목, 고배당 상위 100종목 등을 뽑아 펀드에 편입하지 않은 종목이 있으면 탐방을 보낸다. 지배구조나 사업 전망, 비즈니스 모델 등을 본 후 괜찮다는 판단이 서면 일부 편입을 시작한다.”



CEO와 투자자의 공통 가치

▼ 어떤 스타일의 주식을 좋아하나.

“정량적인 부분에선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각각 40%, 30% 본다. 나머지 30%는 성장가치를 포함한 정성적인 부분에 대한 점수다. 특이하게 지배구조 분야에선 투명 경영, 사외이사 수 등보다는 대주주 지분이 높은 주식을 선호한다. 이런 회사는 대주주와 투자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같기 때문이다. 버핏이 얘기하는 최악의 지배구조는 주식은 한 주도 없으면서 회장 자리에 앉아 회사를 좌지우지하는 경우다. 정부 지분이 없으면서도, 공기업적 성격이 강한 기업들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지분율이 높은 대주주가 CEO로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주가가 오르면 투자자도 대주주도 함께 행복하다. 배당을 많이 줘도 CEO와 투자자 모두 좋다. CEO의 지분이 낮으면 배당을 많이 하기보다는 본업과 상관없는 엉뚱한 곳에 투자할 유인이 더 높다. 지주사로 전환한 기업은 대체로 이런 의미에서 지배구조가 확립됐다. 가령 삼성물산이 기업가치에 반하는 일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주요 주주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가족이니까.” 

▼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다.

“삼성물산은 PBR이 낮긴 했지만 실적 변동성이 크고 건설업 비중이 높았다. 제일모직은 PBR이 높았다. 그래서 합병 전이나 후나 한 주도 편입하지 않았다. 일부에서 합병 비율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합병은 시세대로 하는 게 원칙이다. 삼성물산은 합병이 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상단으로 이동했기에 투자자 처지에선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물론 합병의 최대 수혜자가 이재용 부회장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사서 주가가 조금 오른 다음에 합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최소한 60세까지는…”

▼ 현재 주식형 펀드의 수탁고는 80조 원대다. 반면 주가연계증권(ELS)은 이미 100조 원어치나 팔렸다. 운용업계 종사자들이 반성해야 하지 않나.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지적이다. 운용사와 판매사의 공동 책임이라고 본다. 판매사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 상품들만 갖춰놓고 팔고 싶어 하고, 운용사는 그런 상품을 만들어준다. 브라질 채권이 인기 높으면 너도나도 브라질 채권을 편입하고, 바이오주가 뜨면 바이오 펀드 만들기에 정신이 없다. 이런 쏠림 현상을 통해 돈 버는 경우는 한 번도 못 봤다.

철학이나 원칙이 확고하고 자기만의 영역을 갖는 운용사가 많아지면 고객의 선택 범위는 그만큼 넓어진다. 미국에 비해 우리 자본시장의 역사는 짧지만 한국투자 10년투자펀드나 신영의 마라톤펀드가 20, 30년 되면 좋은 레코드가 나올 것 같다. 그때엔 ‘봐라, 이 펀드에 30년 투자했더니 금리 이상의 수익률이 났지 않냐’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펀드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우리도 미국처럼 안정된 운용 시장이 될 것이다.”

▼ 지금까지의 투자 중 대표적인 실패 사례를 꼽으라면.

“1997년부터 한국전력을 사서 15년 간 물린 적이 있다. 3만4000원 근처에서 샀는데 10년 이상 수익을 올리지 못했고, 배당도 거의 없었다. 한전의 어깨가 너무 무거웠다. 서민 전기요금도 생각해야 하고 수출 대기업의 경쟁력도 생각해야 하니 전기요금을 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길게 보면 전기요금을 외국 수준으로 올려 그 돈으로 유전을 사든지,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든지 해야 한다. 전기요금에 관한 한 너무 포퓰리즘적으로 접근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 전기요금이 현실화돼 주가가 2배 이상 올랐다.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

▼ 언제까지 운용을 계속할 건가.

“육체적 건강과 함께 건전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될 때까지는 계속할 생각이다. 최소한 60세까지….”  





신동아 201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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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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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시장 상황에도 가치투자 원칙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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