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호

공동기획 | 新東亞 macromill embrain ‘좌절세대’와 중산층

10명 중 7명 “중산층 진입불가” 여성 절반 “아이 안 낳겠다”

대한민국 20대 1200명 표본조사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입력2016-04-04 16: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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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 세대보다 가난할 것’ 82.4%
    • ‘부모 능력’을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아
    • “5억 아파트는 가져야 중산층”
    • ‘대학 학비, 주택 구입비 + α’ 지원 기대
    “헬조선에 태어났다”고 자조(自嘲)하는 20대의 중산층 인식은 어떠할까. 중산층이 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그들은 생각할까. 중산층으로 살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청년은 얼마나 될까. ‘신동아’와 온·오프라인 리서치 기업 ‘엠브레인’이 전국 20~29세 남녀 1200명을 상대로 ‘청년 세대의 중산층 인식’을 살펴봤다(20~24세/25~29세, 전국 20대 남녀 집단별 각 300명 동수).

    중산층은 경제력이나 사회문화적 수준이 중간 정도이면서 ‘스스로 중산층 의식이 있는’ 사회집단을 가리키는 용어다. 한국 사회에서 통속적으로 회자되는 중산층 기준은 △부채 없는 30평대 이상의 아파트 소유 △월 급여 500만 원 이상 △예금 잔고 1억 원 이상 △2000cc급 중형차 보유 △해외여행 연 1회다(2012년 직장인 상대 조사). 

    통계청이 적용하는 중산층 기준은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2014년 기준 균등화 중위소득은 월 187만8000원. 이 기준대로라면 중산층 비율은 전체 국민의 65.4%에 달하지만 통속적으로 회자되는 중산층 기준과는 거리가 있다.



    ‘최소한의 성공’

    중산층은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가 실현되고 확산되도록 도와주는 계층이다. 중간계급이 두터워야 사회가 건강하게 마련이다. 개인의 차원에서 중산층에 진입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성공’을 의미한다. 교육에 열을 올리는 것도 자식이 적어도 중산층 이상으로 살아가기를 원해서다.




    신동아-엠브레인의 ‘20대의 중산층 인식’ 조사는 2월 24~29일 이뤄졌다. 20대가 생각하는 중산층의 기준은 사회에서 회자되는 기준과 비슷했다. 20대의 다수가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현재 기준으로 2030년 중산층에 속하는 기준을 △월 소득 : 500만 원 이상(46.8%) △주거 수준 : 5억 원 이상 아파트(46.8%) △예금 잔고 : 1억 원 이상~2억 원 미만(44.6%)이라고 답했다.



    20대에게 △부채 없는 5억 원 이상의 아파트 소유 △월 급여 500만 원 이상 △예금 잔고 1억 원 이상 등을 제시한 후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현재 기준으로 향후 중산층으로 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느냐고 질문했다. 10명 7명이 중산층에 진입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69.1%가 ‘크게 미달할 것’(20.8%)이라거나 ‘미달할 것’(48.3%)이라고 답한 것. ‘그 기준 정도는 갖췄을 것’이라는 응답은 23.7%, ‘그보다 높은 경제력을 갖췄을 것’이라는 응답은 7.2%에 그쳤다.

    아버지 세대보다 자산(부동산+현금)을 적게 축적하는 세대가 될 것이란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도 ‘동의한다’(52.6%)와 ‘매우 동의한다’(29.8%)는 응답이 ‘동의하지 않는다’(14.3%)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3.3%)는 응답을 압도했다. 20대 82.4%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아버지 세대보다 가난하게 살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5억 원 상당’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취업(혹은 창업) 후 준비기간이 얼마나 소요될 것이냐고도 물었다. ‘20년 이상’이라고 응답한 20대가 31.2%로 가장 많았다. ‘15년 이상, 20년 미만’ 28.6%, ‘10년 이상, 15년 미만’ 27.5%, ‘5년 이상 10년 미만’ 11%, ‘5년 미만’ 1.8% 순이었다.


    ‘나의 노력’ 16.8%  

    중산층에 안착하는 데 필요한 조건으로는 ‘경제력, 사회적 배경 등 부모의 능력’을 꼽은 이가 57.1%에 달했다. ‘나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20대는 16.8%에 그쳤다. ‘내가 속한 조직(직장 등)’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17.7%, ‘운’을 꼽은 응답이 8.4%였다. 노력이나 직업보다 부모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65.3%)이 남성(48.8%)보다 높았다.
     
    요즘 청년들 사이엔 ‘흙수저’ ‘금수저’ 같은 말이 일상어처럼 쓰인다. ‘수저론’은 부모의 재력에 따라 자녀 계급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노오력(노력이 부족하다는 기성세대의 비판을 비꼬는 표현)’ 해도 ‘헬조선’에서는 ‘N포 세대(거의 모든 삶의 가치를 포기한 세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자조가 팽배한 것은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중산층으로 살기 위해 부모가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여기는 것도 물었다. ①아무런 도움도 필요 없다 ②대학 학비 ③대학 학비+첫 주택 구입비 ④대학 학비+첫 주택 구입비+육아 보조 ⑤대학 학비+첫 주택 구입비+육아 보조+손자 교육비의 5개 항목으로 나눴다. ‘아무런 도움도 필요 없다’고 응답한 20대는 17.3%에 그쳤다. 대학 학비를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응답은 24.3%였다. ‘대학 학비+첫 주택 구입비’를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응답이 37.9%로 가장 많았다. ④와 ⑤는 각각 12.7%, 7.8%였다. ‘대학 학비+첫 주택 구입비’ 이상을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응답한 이(③+④+⑤)가 58.4%에 달한 것이다.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는 것이 중산층 진입에 어려움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50.5%)와 ‘아니다’(49.5%)가 비슷했다. 다만 남자(46.5%)보다 여자(54.5%)가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또한 남녀 공히 자녀 양육 및 교육비가 중산층 진입에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한 이(81.3%)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자는 86%, 남자는 76.7%가 양육 및 교육비가 중산층 진입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산층 진입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아이를 낳겠느냐”는 질문에는 42%가 ‘낳지 않겠다’고 답했다. 기성세대의 관념에 비춰보면 42%라는 비율은 상당히 높은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46.9%)이 남성(36.5%)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여성 2명 중 1명이 아이를 낳으면 중산층 진입에 어려움을 겪으므로 낳지 않겠다고 응답한 것이다. 

    현재의 50대는 경제성장기를 통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중산층에 진입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41.5%), ‘매우 그렇다’(13%)가 54.5%, ‘그렇지 않다’(38.8%), ‘전혀 그렇지 않다’(6.7%)가 45.5%였다.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고?”

    20대는 자신들이 가진 능력도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20대가 50대보다 글로벌 시대에 더 경쟁력이 있다”고 여긴 청년(48.6%)은 절반에 못 미쳤다. 현재와 비교해 수월하게 높은 자리에 오른 50대가 교육받은 정도 등 경쟁력이 뛰어난 20대를 지휘하는 것이 오늘의 한국 사회라는 주장에는 동의하는 청년이 61.1%로 동의하지 않은 청년(38.9%)보다 많았다.

    어려움을 참아내는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 20대가 더 많았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38.4%로 가장 많았다. ‘그렇지 않다’(30.8%)를 포함하면 10명 중 7명이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거부감을 나타낸 것이다. ‘그렇다’ ‘매우 그렇다’는 응답은 각각 25.5%, 5.3%에 그쳤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기성세대가 양보할 것이 있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 청년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전혀 그렇지 않다’ 13.3%, ‘그렇지 않다’ 40.3%, ‘그렇다’ 38.1%, ‘매우 그렇다’ 8.3%였다.

    20대는 사회 불평등(43.3%)을 일자리(40.4%)만큼이나 중요한 한국 사회의 문제로 여겼다. 청년 일자리를 확충하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도입(12.4%)보다 부자 증세, 서민 감세(33.8%), 비정규직 차별 철폐(31.6%)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혁에 대해 20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산층의 정의는 나라별로, 연구자별로 다르다. 조르주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이 언급한 중산층(중간계급)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①외국어 하나 정도는 구사할 것 ②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을 것 ③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을 것 ④손님 대접이 가능한 요리 실력을 지닐 것 ④공분(公憤)에 의연히 참여할 것 ⑤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할 것. 영국 옥스퍼드대가 제시한 기준은 이러하다. ①페어 플레이를 한다 ②주장과 신념을 갖고 있다 ③독선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④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한다 ⑤불의에 의연히 대처한다. 미국의 공립학교에서는 이렇게 가르친다. ①자신의 주장에 떳떳하다 ②사회적 약자를 돕는다 ③부정과 불법에 저항한다 ④탁자 위에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비평 잡지가 있다.



    중간계급의 교양

    신동아-엠브레인 설문조사 결과 20대 2명 중 1명(50.8%)은 1개 이상(1개 42.2%, 2개 이상 8.6%)의 외국어를 중급 이상으로 구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개 이상(1개 35.3%, 2개 이상 17.9%)의 악기를 다룰 수 있는 청년도 절반(53.2%)이 넘었다. 중간계급으로서의 교양을 갖춘 이가 아버지 세대보다 더 많은 것이다. 정기적으로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1개 이상이라는 응답은 남자 54.7%, 여자 29.5%로 성별로 차이가 컸다. 정기적으로 구독하거나 구입해 읽는 경제·시사·문화·비평 잡지의 수는 ‘없다’가 70.3%에 달해 선진국 중간계급 수준에 크게 못 미쳤다.   

    퐁피두 전 대통령이 언급한 기준의 중산층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56.4)가 ‘그렇다(43.6%)’보다 많았다. 옥스퍼드대 기준의 중산층으로 살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68.6%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미국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기준에 대한 질문에는 54.2%가 ‘그렇다’, 45.8%가 ‘아니다’라고 응답했다.

    20대 10명 중 8명(78.2%)이 “경제적 사안 중심으로 이뤄진 한국에서 통용되는 중산층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고 봤다. ‘독선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하는 등의 선민(善民)의식 실천’(65.2%), ‘비평지를 읽고, 부정에 저항하며, 신념을 표현하는 등 시민사회 참여’(54.3%), 페어 플레이 등 공정한 경쟁의식 함양(53.2%), 외국어·악기·스포츠 등 교양(35.0%) 등이 중산층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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