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호

Interview

“평창올림픽 기여할 자연명상마을 만듭니다”

오대산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입력2016-04-04 16: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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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 후엔 일반인 힐링 공간으로”
    • ‘조계종 히트상품 제조기’…불교 韓流
    • 왕조실록 반환으로 국민훈장 동백장
    • 2500여 명 거쳐간 일반인 출가학교
    강원도 오대산은 기온이 서울보다 5도 낮았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지나 문수교를 건넜다. 절 앞 오대천은 얼어붙었다. 얼음 위 눈밭을 고라니가 건너갔나 보다. 발자국이 선명하다. 이 추위에 얼마나 쓸쓸할까. 고려시대 만들어진 국보 제48호 팔각구층석탑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해본다. 청량한 공기가 가슴 안으로 밀려든다.

    구층석탑 너머에 적광전(寂光殿)이 있다. 석가모니 부처를 본존불로 모신 전각을 대웅전, 비로자나 부처를 모시면 적광전이라 부른다. 이곳 전각은 석가모니 부처를 모시고도 적광전이라는 현판을 붙였다. 그것은 오대산이 화엄·문수도량이며 한암·탄허 대종사가 주석(駐錫,입산안주)하면서 불교 최고의 경전인 ‘화엄경’ 사상을 널리 펼친 것과 관련이 있다.

    화엄경의 주불이 비로자나불이다. 문수보살은 지혜를 상징한다. 적광전 전면 기둥엔 ‘부처님 진신사리를 지금 여기 모셨으니/ 수많은 중생들 끊임없이 예배하라’라는 자장율사의 불탑게가 주련으로 걸렸다. 이전의 적광전은 6·25 전란에 불타 없어졌지만 탄허·만화 스님이 중창에 나섰고, 한진그룹 조중훈 선대 회장이 불사를 지원했다.
    적광전에 들어서니 네댓 명이 기도를 하고 있다. 한 중년 남성의 손에는 3000주가 들려 있다. 그는 건강을 잃었었다. 생명의 사형선고를 이미 받은 몸이었다. 전국 각지의 절을 돌며 절식과 기도로 건강을 되찾는 중인 그는 “월정사 기운이 맑아 가끔 찾는다. 이곳에서 기도하면 몸과 마음이 청량해진다”며 경을 외웠다.



    無無亦無 → 活潑潑址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인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 월정사는 불교계에서도 특히 사회와의 대화에 열심인 곳이다. 사찰문을 활짝 열고 세상과 호흡하는 일의 중심에 이 절의 주지인 퇴우(退宇) 정념(正念·60) 스님이 있다. 그는 단기출가학교, 템플스테이, 모범 요양시설 운영, 조선왕조실록 반환운동, 오대산 불교문화축전, 천년의 숲 걷기대회 등을 통해 사회의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조계종 히트상품 제조기’로 불려왔다. 일제강점기에 오대산 사고(史庫)에서 일본으로 반출된 ‘조선왕조실록’과 ‘의궤’를 되찾아온 공로로 스님은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경내 대법륜전에서 개최된 산중총회에서 정념 스님은 선거인단 만장일치로 차기 주지에 다시 추대됐다. 임기는 4년. 이로써 2004년 처음으로 월정사 주지 소임을 맡은 이래 조계종 선출직 주지 가운데 최다인 4연임 주지로 이름을 올렸다. 정념 스님은 1980년 희찬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중앙승가대를 졸업하고 1985년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중앙승가대 총동문회장, 조계종 중앙종회 호법분과 위원장, 강원불교연합회장, 상원사 주지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전국 교구본사 주지협의회 회장도 맡고 있다. 스님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오대산 자연명상마을 조성과 문화올림픽, 인간과 환경, 출가학교, 사회에서 불교의 역할, 화쟁사상, 마음의 평화 얻는 법 등에 대해 설법했다.

    스님의 방에는 햇볕이 잘 들었다. ‘무무역무(無無亦無)’ ‘활발발지(活潑潑址)’ 같은 경구가 담긴 액자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무슨 뜻인지 언뜻 다가오지 않는다. 스님이 환하게 웃으며 설명한다.

    “참선할 때 도움이 되는 경구인데요. 마음이 비어서 어디에도 치우침이 없는 중도적 관점을 무심이라 합니다. 거기서 다시 백척간두 진일보해서 무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무무역무’입니다. 그렇게 아무런 걸림이 없어야 ‘활발발지’, 물고기가 뛰듯이 힘차게 깨침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겁니다. 집착하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허허.”
    슥슥. 분명히 머리카락 넘기는 소리가 났다. 스님에게 머리카락이 있을 리 없다. 그가 숯검댕 같은 눈썹을 양손으로 쓸자 그런 소리가 난 것이다. 환한 웃음에도 강한 기운이 묻어난다.

    정념 스님은 절의 행정을 책임지는 주지이면서도 선승들처럼 안거에 들어 참선을 해왔다. 이번 겨울에도 동안거 결제(結制, 안거를 시작함)에 들어갔다. 그동안 40안거에 임했다. 기자가 월정사를 방문한 날은 석 달 동안거 해제일 이틀 전이었다.

    ▼ 사판승이면서도 수행을 위해 안거에 임하는 이유가….

    “주지는 사중을 대표해서 종무를 처리하고, 포교나 가람 수호,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떠맡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잘 활용하면 결제도 하고, 소임도 차질 없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제를 하면 큰일을 할 때도 판단력이나 맑은 마음을 더 낼 수 있습니다. 잡다한 생각을 날려버리고 오로지 화두일념으로 수행하는 것이 소중하지요.”



    “번뇌 현장에서 수행해야”

    ▼ 이번 동안거 기간에 붙들고 용맹정진한 화두는 무엇이었고, 무엇을 깨달았는지요.

    “화두는 궁극적으로 본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하나로 다 통합니다. 이 화두가 다르고, 저 화두가 다를 것 같지만 결국 알고 보면 중도를,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의 마음자리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그래서 참선은 의문 풀 듯이, 해답을 하나씩 찾듯이 하는 공부는 아닙니다. 일반인은 유무(有無), 혹은 상대적 개념 속에서 사물을 이해하고 해답을 찾습니다. 그러나 화두는 분별심을 지양하고 무분별지를 지향합니다. 의정(擬情)을 지니되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 의정이 무엇입니까.

    “의심을 지니되 지극함이 함께하는 것입니다. 화두의 장점은 그런 의정을 통해 마음을 집중하고, 중도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정혜쌍수(定慧雙修, 선정과 지혜를 함께 닦는 일)와 같은 수행을 이뤄내는 데는 간화선(看話禪, 화두를 사용해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선)이 지름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화두는 대의정과 대신심과 용맹심이 있어야 합니다. 의정이 지극하면 절로 용맹심이 발해지고, 분심이 일어납니다. 간화선에선 이 세 가지를 솥의 세 발처럼 기본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살아가는 일이 복잡하고, 많은 지식을 쌓아야 하는 시대에 그런 간절한 마음으로 ‘올인’할 수 있는 공부가 쉽지는 않습니다. 발심조차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 스님께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여러 가지 대중교화에 나서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저는 화중생련(火中生蓮)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불꽃 속에서 연꽃을 피운다는 뜻입니다. 이 세계를 등지고 고요한 곳에서만 수행하는 것은 진정한 수행이 아닙니다. 욕망의 불길 속에서, 탐진치(貪瞋癡, 탐내어 그칠줄 모르는 욕심·노여움·어리석음)의 불길 속에서 수행자로서 해탈의 연꽃을 피우는 것이 영원히 부서지지 않는 수행자의 모습입니다. 번뇌의 현장을 떠나서 한 수행은 값어치가 별로 없고 힘이 약합니다. 어렵고 고통스러운 가운데서도 늘 희망을 지녀야 합니다.”

    ▼ 월정사 주지를 4번째 연임하게 됐습니다.

    “4년씩 3번이니 12년 동안이나 주지 노릇을 했습니다. 본사 주지도 사실 지역 불교의 수장이나 지도자 노릇을 하게 되고, 행정이나 살림 같은 것도 다뤄야 하기 때문에 오래하게 되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열정이 줄어들어 역동성을 상실하게 됩니다. 저도 그런 것을 절감하고 있어 스스로 경책(警策, 죽비로 때림)을 합니다.

    어쨌든 다시 주지를 맡으면서 한국 불교가 새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승경(僧經)이나 기복성을 중심으로 하기보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불교의 본질이 더 잘 구현되도록 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제가 단기출가학교나 문화축전, 선재길 걷기대회, 문화대학, 탄허대종사 선서함양 전국 휘호대회 등을 펼쳤는데, 대중이 상당히 공감했습니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불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요즘 정념 스님이 꿈꾸는 새 프로젝트는 오대산 자연명상마을 조성이다. 한국 불교의 전통적 명상·참선 문화와 오대산 자연환경을 활용해 월정사 아래쪽에 세계적 명상센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힐링(healing)’하는 자연명상마을에는 수련 공간, 강당, 식당, 휴게시설 등 20개 동의 친환경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20만㎡, 최다 216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명상센터가 된다.


    단기 출가에 숨은 의미

    전나무숲길은 일반인에게도 영성을 심어주는 공간이지만 일반인 출가학교 수행자들에게는 삼보일배(三步一拜)의 공간이라 더욱 뜻깊은 곳이다. 정념 스님은 월정사 주지 취임 첫해인 2004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단기출가학교를 시작했다. 첫해 78명을 시작으로 올해 2월 47기까지 2500여 명이 이곳을 거쳐갔다. 입교한 이들은 삭발을 하고 스님이 되기 위한 예비과정인 행자생활을 한 달간 체험한다. 절에 며칠 묵으면서 스님의 수행생활을 체험하는 템플스테이에는 매년 1만여 명 이상이 참가한다.

    ▼ 단기출가학교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지요.

    “그동안 산중에 있는 한국 사찰들은 굉장히 은둔적이었습니다. 불교가 세상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일들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현대인이 재충전이나 정신적 치유에 목말라한다는 것, 좋은 세계관과 가치관을 갖기 바란다는 것을 더욱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또 출가 문화 자체도 사실 소극적이고, 세상을 등진다는 의미에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출가는 어떻게 보면 ‘자신’이라는 조그마한 집에서 더 큰 가치를 실현하는 차원으로 이동하는 것이고, 인생의 의미를 더 크게 확충해내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진정한 출가 문화와 출가의 의미를 대중에게 더 퍼뜨리자고 생각했지요.”

    ▼ 기간을 한 달로 정한 이유가 있습니까.

    “실제 출가자들은 행자 생활을 6개월~1년 합니다. 일반인이 그렇게 긴 시간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한 달 정도라면 긴 휴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정도 기간이라면 실제 출가생활이 어떠한지 이해할 수 있고, 또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도 이 세상을 넓은 도량으로 보고 출가자의 자세로 살아가면서 자기 인생이나 세상을 더욱 의미 있게 바꿔나가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고 봤어요.”

    ▼ 그 가운데 실제 출가자도 있고, 낙오자도 있는지요.

    “입학생 가운데 실제 출가자도 150여 명이 나왔습니다. 그들이 다시 행자 수련원에 들어가면 누구보다 모범적으로 생활한다고 하더군요. 또 출가학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템플스테이 정도로 생각하고 왔다가 낙오하는 이들도 가끔 있습니다. 한 달간 실제 출가자들처럼 생활하기 때문에 몸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야 하고… 편안한 생활은 아니거든요.”

    ▼ 세상 일들이 힘들게 느껴지면 “에이, 나도 출가나 할까” 하는 말을 흔히 하곤 합니다.

    “원효 스님이 ‘누가 산에 들어가서 도 닦고 싶은 생각이 없으리오만 애욕의 그물을 끊지 못해 선뜻 출가하지 못한다’라고 했습니다. 이리저리 인연의 그물에 걸려서 그것을 끊고 출가하기가 쉽지 않으니, 한 달 정도라도 체험해보자는 겁니다.”

    ▼ 출가 연령 제한을 두고 조계종 내에서 논란이 있었지요.

    “40세로 제한하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50세입니다. 총무원에선 해마다 출가자가 줄어드는 현실에서 전문성을 가진 은퇴자들을 받아들이는 특수출가제 도입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찬반 논란이 있지만 부처님은 빈부귀천이나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다 받아들였지요. 돌아가시기 전 120세 된 제자를 두기도 했습니다. 물론 세상을 교화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출가 심사도 매우 중요한 일이긴 합니다.”

    ▼ 스님은 왜 출가를 결심했는지요.

    “우리 집이 대대로 불교 집안이었어요. 어린 시절 절에 가서 스님을 만나면 제가 굉장히 부끄럽게 여겨졌고, 스님 생활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난 세상하고 잘 안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출가하면 뭔가 자기만의 세계를 성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결국 출가하게 됐습니다.”



    에고(ego) 낮추기

    ▼ 지금까지 버리지 못하는 고민 같은 게 있는지요.

    “생로병사 가운데 가장 큰 고통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죽고 사는 문제가 결국 하나라는 인식의 전환까지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탐진치 문제를 해결하고, 마음이 일어나기 이전의 빈자리로 돌아가지 않으면 생사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런 자유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지무생사(知無生死) 증무생사(證無生死) 용무생사(用無生死)라는 말이 있습니다. 먼저 생사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그것을 수행으로 증득하고, 그것을 활용하라는 뜻입니다. 좌탈입망(坐脫立亡, 앉거나 선 채로 열반함)하신 한암 선사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대표적인 분이죠.”

    ▼ 스님은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는지요.

    “갈 때 봐야 알죠(웃음), 초연히 갈 수 있는지, 없는지는. 그래서 수행자는 죽는 그 순간의 모습을 보고 정말 죽음의 문제에서 해방됐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 마음 같아선 뭐 연연할 게 있겠나 싶어 용무생사 같은 마음인데, 막상 죽을 때는 조금 더 있다 가고 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 무예를 많이 닦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보은 스님이 소림 금강문을 개창했는데, 그 문하생으로 있었습니다. 그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제자들이 저에게 장문이 돼 문파를 유지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지요. 제가 배운 무예를 청소년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일에 쓰고 싶습니다. 소림 무공 중에서 몸을 튼튼하게 할 수 있는 것들을 간략하게 만들어 대중에게 보급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선원에서는 참선요가를 병행하고 있는데, 이것이 수행생활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자연명상마을에서도 몸을 건강하게 하면서 마음 수행을 이끌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간화선, 조사선(祖師禪)이라는 선법이 생명력을 갖고 대중 속으로 파고들려면 줄기와 뿌리를 튼튼히 해야 합니다. 몸을 건강히 단련하는 것이 그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일반인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 탓이나 밖으로 치우쳐서 바라보기보다는 에고(ego·자아)를 낮추는 관점을 지녀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과 갈등을 풀고, 세상의 수많은 병리현상을 치유할 수 있는 기운이나 지혜가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원효 스님의 화쟁사상도 나만 옳은 게 아니라 내가 옳으면 다른 사람의 생각도 옳은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겁니다.”

    ▼ 화쟁사상 측면에서 총선을 앞둔 요즘 정치권을 바라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요.

    “정치인들이 극단적인 대립 속에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과도하게 집착하면 곧 법도를 잃어버려 삿된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그보다는 정책의 대결, 상생의 선거 문화가 펼쳐질 수 있도록 해야지요. 오랫동안 선거에 참여해온 국민의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져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우리 한국사에서 정치 리더십은 국민의 눈에서 보면 굉장히 낙후돼 있습니다. 이번엔 선거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기 바랍니다.”



    월정사의 ‘오래된 미래’

    ▼ 정의화 국회의장 등 정치인들이 종종 월정사를 찾는다는 뉴스가 나오곤 하던데요.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줍니까.

    “조언할 게 뭐 있겠습니까마는, 저는 불교적 관점에서 중도에 대해 주로 얘기합니다. 그러다 보니 진보 정치인들에게는 보수를, 보수 정치인들에겐 진보를 얘기하게 됩니다. 상대를 파트너로 보고,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의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요. 정치권은 국민에게 피부에 와 닿을 만한 희망을 줘야 합니다.”

    ▼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희망이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근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해 남북한 관계가 굳어졌는데, 남북관계를 잘 풀어서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저는 정치 지도자들이 남북의 문제에 대해 좀 더 높은 관점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의 경제적 문제, 민생의 문제 앞에서 통일과 같은 큰 문제를 체감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실의 문제와 더불어 미래의 문제를 같이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너무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

    ▼ 지난해 폭력시위를 주도한 혐의를 받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 조계사에 피신해 사찰이 범법자의 은신처가 돼야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놓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불교적 사유 방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종단에서는 화쟁위원회가 나서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법을 어기는 것은 옳지 않지만, 누구라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가 찾아오면 불교는 무한한 자비정신으로 감싸 안아야 합니다. 그래서 화쟁정신의 차원에서 운용의 묘를 잘 살려야 했는데, 민주노총 위원장이 스스로 절을 나갔고 나름대로 문제가 잘 마무리됐다고 생각합니다.”

    ▼ 강원도종교평화회의 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는데, 다른 지향점을 가진 종교인들과 화합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종교 지도자들이 모여 함께 모범을 보이면 강원도의 화합에 기여하지 않겠나 해서 시작한 일입니다. 서로 불신하고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사회에서 종교인들이라도 모범을 보이면 도민화합, 국민화합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스님과 인터뷰를 마치고 나와 월정사 경내를 다시 돌아봤다. 성보박물관에 들러 팔각구층석탑 사리구, 고려시대 석조보살좌상(보물), 세조 어의로 추정되는 명주적삼(보물), 한암·탄허 스님의 글씨 등을 보며 월정사의 ‘오래된 미래’를 생각해봤다. 그것은 수세기 동안 사찰이 사회와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만들어온 미래다. 정념 스님이 심혈을 기울이는 수행 공동체 자연명상마을도 그 하나다.

    박물관 옆 아늑한 찻집에서 불교 용품들을 구경하는 외국인을 만났다. 오스트리아 스키 코치 루카스 브루직. 그는 2월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 월드컵’에 선수단을 이끌고 한국을 방문했다. 경기를 마치고 돌아가기 전 가볼 만한 관광지로 월정사를 소개받고 들른 참이었다. 그는 전나무숲길도 걸어보고 월정사 경내도 둘러본 다음 “너무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다. 꼭 다시 찾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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