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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장벽에 갇힌 아이들 한국 사회 일원으로

이주청소년 ‘징검다리’ 서울온드림교육센터

  • 김지은 |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장벽에 갇힌 아이들 한국 사회 일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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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가지 장벽

이 센터를 이용하려는 이주 청소년은 이렇듯 늘고 있으나 중도입국 청소년 현황은 파악조차 되지 않는다. 2013년 교육부가 ‘7000여 명’이라는 추정치를 내놓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중도입국 청소년이 존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대다수가 진군처럼 단기체류비자나 여행비자를 통해 입국한 후 학교를 다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센터를 이용하는 청소년 중 초등학생 연령인 9~11세 가운데 학교에 다니는 비율은 45%에 그친다. 이 센터와 유사한 기관의 도움을 받는 청소년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은 점, 대부분의 청소년이 돈을 벌고자 취업을 선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최소한의 교육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의 수가 상당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정체성이 확립되는 예민한 시기에 한국으로 이주했기에 성인 이주민과는 또 다른 성격의 심리적 부담을 안고 있다. 언어 문제로 인한 의사소통의 부재나 기초학력 부족, 문화 차이에서 오는 갈등도 이들이 겪어야 할 혼란의 일부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다문화가정 청소년보다 더한 혼란과 갈등을 겪을 소지가 크다. 특히 의사소통의 어려움은 한창 또래 집단과 어울리며 사회화해야 할 시기에 커다란 마음의 장벽을 만든다. 말이 잘  안 통해 친구도 거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고립감을 감당하는 것은 어른들도 쉽지 않다.



“고국으로 돌아갈 순 없어”

파키스탄에서 이주한 에트 지아즈 아슬람 군은 2016년 스무 살이 됐다. 한국에 온 지 3년 됐는데도 한국인 친구가 한 명도 없다. 한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한국어를 유창하게 못해 조심스럽다고 했다. 입국 초기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한국어 교사를 소개받아 1주일에 2~3회 수업을 받았고 지금도 서울온드림교육센터에 다니며 한국어 수업에 꾸준히 참여하지만 그에게 한국어 습득은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인 친구를 사귀면 저도 모르게 그 친구에게 나쁜 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외국인이어서 그런지 발음을 조금만 잘못해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잘 못하더라고요.”

한국에서의 생활은 대체로 만족스럽지만 그렇다고 마냥 편하고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이슬람 사원 외의 장소에서 기도를 올리기 어려운 현실, 율법에서 정한 방식으로 도축하거나 가공한 음식이 많지 않은 것은 큰 불편이다. 지하철에서 한국인이 멀찌감치 떨어져 앉는 것도 조금은 속이 상한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아버지가 한국인 여성과 재혼하면서 온 가족이 한국으로 이주해왔기 때문이다. 스무 살이 되면서 마음은 더 급해졌다. 20세가 넘은 성인에게는 더 이상 입양비자가 연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인 어머니가 그를 입양했지만 외국인의 경우 입양이 됐더라도 성인이 된 후부터는 비자 연장이 불가능하다. 그로서는 3월에 치른 귀화시험에 무사히 합격하는 것만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서 살아갈 유일한 방법이다.

한국에서 학업을 이어갈 생각은 없다. 차라리 서울 이태원의 식당가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돕다가 음식점을 차리거나 외국인을 상대로 하는 휴대전화 가게를 운영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파키스탄에 두고 온 여자친구를 한국으로 데려와 결혼하는 것이 먼저다. 그러려면 이번에 꼭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한다. 그에게 한국 땅은 여전히 어렵고 낯설다.

상담치료가 필요할 만큼 마음의 상처가 깊은 아이들도 있다. 문제는 이런 경우에도 언어 장벽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상담치료를 담당하는 전문가 대부분이 동남아권 언어에 능통하지 못하다. 해외에서 학위를 받았다 해도 영어권이 대부분이라 상담에 꼭 필요한 의사소통조차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런 경우 미술치료나 동물치료, 음악치료를 동원하지만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다행히 중국어권에서 심리학이나 간호학을 전공했거나 관련 학과에 다니다 중퇴한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공부를 계속해 대학원 진학을 원하는 사례도 생겨나 희망적이다. 이들이 중국어권 청소년 상담을 맡아주면 중도입국 청소년이 겪는 혼란과 심리적 고립감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 사회의 성장통

“2월 19일 아이들과 함께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으로 견학을 다녀왔습니다. 자동차가 만들어지는 공정을 살펴봤는데 호응이 대단했어요. 매일 센터와 집만 오가며 갑갑한 생활을 하던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산업 현장을 체험하는 기회였거든요. 지난해 말에 다녀온 ‘나눔의 숲 체험 캠프’는 아이들이 닫힌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됐습니다. 부모님의 권유로 센터에 다니면서도 늘 말수가 적고 우울해 보이던 아이가 숲에서는 유쾌하고 즐겁게 떠들어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날을 계기로 아이들끼리 부쩍 친해져 센터 분위기가 한결 밝아진 느낌이에요.”(김수영 팀장)

중도입국 청소년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혼란을 극복하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한국인 멘토를 연결해주는 것도 서울온드림센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멘토는 자원봉사 형태다. 한국인 멘토가 되는 데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이주 청소년들이 한국에 잘 적응하고 언어 습득이나 학습에 도움을 주는 역할인 터라 장기적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 온 지 2~3년이 지났는데도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아가는 중도입국 청소년이 적지 않습니다. 예민하고 중요한 시기에 사회의 보호 밖에 있는 셈입니다. 아이들에게 기술교육 현장을 보여주면 눈빛이 달라집니다. 이런 것이 있는 줄조차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에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른다는 것은 보고 듣는 기회가 그만큼 적었다는 뜻입니다. 한국으로 이주한 청소년들이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우리 모두가 나서 도와줘야 해요.”

저개발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이들에 대한 제노포비아(이방인 혐오증)가 확산되고 있다. 인종주의 발언은 21세기를 사는 인류의 금기 중 하나일진대도 입에 담지 못할 언사가 담긴 댓글이 사이버 공간을 배회한다. 더불어 사는 법을 올바르게 배우지 못한 한국 사회가 성장통을 겪는 것인지도 모른다.





신동아 2016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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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 객원기자 likepoolggot@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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