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호

재계 포커스

삼성전자 이르면 4월 분할

이재용 ‘삼성 재편’ 시나리오

  • 정대로 | KDB대우증권 연구위원 daero.jeong@dwsec.com

    입력2016-04-11 13:4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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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계 1위라도 그룹 내 ‘비주류’면 매각?
    • 중간금융지주 법안 없이 삼성금융지주회사 가능
    • 총수일가, ‘삼성SDS로 삼성전자 잡기’ 나선다
    요즘 ‘삼성맨’들은 어느 계열사 소속인지를 불문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괜찮냐?”는 걱정 어린 인사를 자주 받는다고 푸념한다. 그도 그럴 것이, 2013년부터 시작한 계열사 매각이 올해도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업계 1위’ 제일기획 매각설까지 나왔다. 모 삼성 임원은 사석에서 “안전지대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올해도 ‘선택과 집중’ 원칙 아래 사업 재편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 지배구조 변화의 방향성은 ‘전자-금융-바이오’ 계열을 주축으로 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비주력 사업 부문의 과감한 정리로 요약할 수 있다. 동시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중심의 안정적인 지배체제 확립도 주요 목표다.

    현재까지 진행된 삼성의 계열사 매각 내역을 살펴보자. 삼성은 2014년 11월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을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2015년 10월에는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을 롯데그룹에 넘겼다. 이는 화학 및 방산사업 계열이 삼성그룹 내 비주력 사업 부문에 해당함을 확인해준 것이라 하겠다.

    최근엔 국내 광고업계 1위 제일기획 매각까지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1위 사업자도 사업 재편 원칙에서 예외가 아님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보안 서비스를 담당하는 에스원과 삼성물산 주택사업부, 삼성카드 등 일부 금융 계열사 매각설도 계속 회자되고 있다. 물론 공시를 통해 매각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실제 여부에 대해 예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드러난 ‘징후’들만 보더라도 삼성이 계열사 매각 작업에 매우 적극적이며, 이러한 움직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명찰’ 떼면 주가 폭락

    통상 주식시장에서는 해당 기업이 어느 그룹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주가에 일정 부분의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다고 본다.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형성하는 프리미엄은 어느 정도일까. 이는 삼성의 상장 계열사가 매각 대상으로 공식 확인되는 순간에 형성되는 주가 변동성에서 엿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삼성테크윈, 삼성정밀화학 등은 매각이 확정된 시점부터 단기간 내 20~30% 수준의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아직 매각이 확정되지 않았고, 그룹 외부로의 경영권 매각 관련 얘기가 알려졌을 뿐인데도 제일기획 주가는 2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따라서 향후 매각 진행 대상에 속할 삼성 계열사들은 매각 윤곽이 구체화할수록 20% 이상의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삼성은 사업 측면에서 전자-금융-바이오를 중심축으로 형성한 뒤, 지배구조 측면에서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및 삼성생명을 지배할 것이다. 그 밖의 비주류 계열사들은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 원칙에 따라 정리될 공산이 크다. 또한 이후 관련법 정비 추이를 살펴가며 그룹 전체를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삼성그룹의 ‘핵심’이라 할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물산의 앞날이 어떻게 펼쳐질지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은 향후 2년 내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우선 삼성전자를 분할,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그룹 내 지배력을 확고히 한 뒤 삼성생명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순서로 진행될 것이다. 통상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행위 요건을 완성하는 데 8개월 안팎의 기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 점을 감안해 빠르면 2차 자사주 매입이 완료되는 오는 4월 말, 늦어도 하반기에 삼성전자 분할 작업을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란 주식의 소유를 통해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 또는 금융업 영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현재 삼성그룹 내 대부분의 금융 계열사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집결돼 있다. 따라서 삼성생명을 증권, 화재, 카드 등 금융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 투자부문(금융지주회사)과 생명보험업을 영위하는 삼성생명 사업부문(사업회사)으로 분할해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금융지주회사가 설립되려면 금융 자회사 지분율 요건(상장 자회사 30% 이상, 비상장 자회사 50% 이상 지분 확보)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지분을 각각 11%, 15%가량만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시점에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이 이미 확보한 자사주를 금융지주회사에 매각할 것이다. 그러면 금융지주회사는 지분율 요건을 수월하게 충족할 수 있다. 삼성이 그룹 전체적으로 보유한 삼성화재 및 삼성증권 지분율이 각각 34.4%, 30.4%(삼성생명의 보유 지분과 각 회사 자사주 포함)이기 때문에, 바깥 시장에서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앞으로 삼성화재, 삼성증권은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사들일 것이다. 그래야만 ‘자회사 지분율 확보’라는, 앞으로 설립될 금융지주회사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삼성금융지주회사가 설립되려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중간금융지주’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삼성물산(삼성생명 지분 19.34% 보유)이 현재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아니므로, 굳이 중간금융지주가 도입되지 않더라도 현행법에 따라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하다고 본다. 즉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지주회사 설립은 이미 모든 준비가 완료됐고, 오직 시기를 선택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삼성전자


    현재 삼성그룹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율은 29.97%이지만, 의결권이 제한된 자사주 12.4%를 제외하면 사실상의 지분율은 17.6%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을 높이려면 지배주주 일가와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전자 지분을 취득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삼성전자 지분 1%를 사들이려면 현재 시가로 약 1조7000억 원의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만한 규모의 예산을 확보한 그룹 내 계열사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거니와, 설령 돈이 있더라도 2014년 순환출자를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이 개정됐기에 삼성전자 지분을 사들인 계열사는 6개월 이내에 해당 지분을 재매각해야 한다.

    따라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적 달성을 위한 모든 조건을 고려할 때, 총수 일가와 삼성그룹 처지에선 삼성전자가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즉,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통해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지배하는 것으로 이는 시기의 문제일 뿐,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은 무척 높다. 한편 지배 목적을 달성하려면 총수 일가 및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대한 충분한 지분율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대목은, 삼성전자 지주회사가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면 삼성전자 지주회사 주식을 사들여 삼성전자 사업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으로선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약 170조 원으로 적대적 M&A는 언감생심이지만, 분할된 삼성전자 지주회사의 시가총액은 약 40조 원 안팎으로 예상돼 ‘문턱’이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삼성은 삼성전자 분할과 동시에 유의미한 수준까지 지배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찾아내야 하는데, 이 ‘숙제’는 삼성전자 투자부문과 삼성SDS를 합병함으로써 풀 수 있다.

    삼성그룹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율은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보유 지분 2.05%를 매각했음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 22.6%, 삼성물산 17.1%, 총수 일가 17%로 총 56.7%에 달한다. 따라서 삼성SDS를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합병하고(삼성전자 투자부문+삼성SDS), 그 후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율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 때 총수 일가 및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사업회사 지분을 현물출자 함으로써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총수 일가 및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통해 삼성전자 사업회사 및 전자 계열사를 지배하게 된다.

    이 ‘전술’을 쓰면 삼성전자 사업부문과 삼성SDS가 직접적으로 합병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영업가치 희석 등도 피할 수 있다. 삼성전자 사업부문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투자부문 주주들은 삼성전자 분할에 따른 시가총액 증분(增分)을 누리고, 삼성SDS를 품은 삼성전자 투자부문이 ‘사업형 지주회사’로 확장하는 데서 오는 이득까지 향유하게 된다.

    삼성SDS
    지난 1월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 중 일부를 매각했다. 이에 따라 삼성SDS 주가에 부여됐던 프리미엄의 일부 반납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삼성SDS는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 확보 수단으로 활용될 가치가 충분하다.

    앞서 살펴본 대로 삼성SDS는 삼성전자 분할과 동시에 삼성전자 투자부문과 합병될 가능성이 있다. 이 시나리오는 그룹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는 동시에, 그룹 내 IT사업 재편까지 가능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강점까지 가진다.

    아울러 삼성SDS는 2015년 연결 기준 약 1조9000억 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은 이를 실탄 삼아 기존 사업 확장 및 신사업 추진과 관련해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M&A를 통해 삼성SDS의 수익성이 개선되면 삼성SDS는 오너가 주식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너무 고평가됐다는, 세간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어느 정도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삼성물산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내 사실상의 지주회사로, 향후 삼성전자 지주회사 및 삼성금융지주회사를 직접 지배하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하게 된다. 향후 각 계열사로부터 삼성 브랜드 사용을 허가하는 대신 로열티를 받을 것이고, 이를 재원으로 배당 비율을 지속적으로 높여갈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따라 합법적으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기 어렵기에 삼성물산은 브랜드 로열티 ‘카드’를 버리진 않을 것이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이 51.04%로 증가해 최대주주 지위에 등극했다. 향후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생산 수요 증대 및 공급 부족으로 설비 가동률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삼성그룹 내 바이오 사업은 고속 성장할 전망이다. 결국 삼성 바이오 사업의 본격화 및 상장 추진 과정에서 보유 지분 가치가 증대할 것이므로 삼성물산 주주들은 향후 이익을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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