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호

낮 시간에 휴대폰 충전? 석유‧원자력 시대에 ‘신재생’ 생각하는 정부

[노정태의 뷰파인더] 韓 , 현실적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

  •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 jeongtaeroh@ries.or.kr

    입력2026-03-28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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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에는 전력 생산 불가능한 신재생에너지

    • 야간 전력 생산 위해서는 LNG 발전이 필수

    • 연료 수급 어렵다면 신재생에너지 꿈 접어야

    • 세계 패권국, 에너지원 선점한 국가가 차지

    • 석탄 선점한 英→ 석유‧원자력 선점한 美

    • 신재생에너지, 현실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약간 오해가 있을 수 있어서 그러는데, 공공부문은 5부제를 우리 스스로 하고, 공직자들이니까, 민간은 자율적으로 가능한 데가 자율적으로 하는데, 권장하는데, 안 해도 제재가 있는 건 아니고, ‘경계’ 단계가 발령되면 그때는 의무 시행을 그때 가서 검토하겠다 그 말이죠? 지금 하는 건 아니고?”

    3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커졌으니, 그에 따라 자원 안보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높이며 우선 공공기관부터 에너지 절약에 나선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공공기관은 차량 5부제 등으로 솔선수범하고, 국민께서도 대중교통 이용과 생활 절전 등 에너지 아껴 쓰기 운동에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3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원유 안보 위기 ’주의‘ 경보 발령에 따라 전 국민 에너지절약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절약 방식을 설명한 판넬 한쪽에는 ’전기차, 휴대폰은 낮 시간에 충전하기‘라고 적혀 있다. 동아DB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3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원유 안보 위기 ’주의‘ 경보 발령에 따라 전 국민 에너지절약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절약 방식을 설명한 판넬 한쪽에는 ’전기차, 휴대폰은 낮 시간에 충전하기‘라고 적혀 있다. 동아DB

    이 대통령의 ‘부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대중교통 이용하기, 친환경 운전하기, 가까운 거리 자전거 타기, 냉방 난방 온도를 적정 온도로 맞추고, 불필요한 조명을 끄고, 샤워 시간을 줄이는 등 12가지 ‘에너지 절약 실천 방안’은 친숙하고 합리적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모든 내용이 그런 건 아니다. 몇몇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전기차·휴대폰 낮 시간에 충전하기’가 대표적이다. 2026년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에게 휴대폰은 24시간 켜져 있을 수밖에 없는 생활의 필수품이다. 낮 시간에 들고 다니다가 밤에 잘 때 충전하게 마련이다. 전기차 역시 마찬가지다. 낮에 타고 다니려고 차를 사는데, 낮에 충전해야 한다면 전기차를 사는 이유가 무엇일까.

    화력발전 꼭 필요로 하는 신재생에너지

    이 권고 사항은 에너지와 관련된 통념과 어긋난다. 일반적으로 하루 전기 사용량은 오후 2~5시 사이에 가장 많다. 한참 일할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냉방기기 사용도 많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그 무렵 전기요금이 가장 비싸다. 사람들이 퇴근 후 집에서 저녁 식사와 살림을 하거나 외식 등 사교 활동을 하는 오후 6~9시 사이도 요금이 높게 책정된다. 마찬가지로 활동량이 많은 시점이기 때문이다.



    반면 밤 11시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는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발전소와 송전망에 부하가 적은, 이른바 ‘경부하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산업 및 가정의 전력 사용량이 가장 적은 시간대이므로, 수요와 공급의 원리를 놓고 볼 때 당연한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메시지는 정반대 방향을 향한다. 전기를 적게 쓰는 밤 시간대가 아니라 더 많이 쓰는 낮에 핸드폰과 전기차를 충전하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원유 수급이 막혀버린 이 위기 상황 속에서, 왜 대한민국 정부는 ‘전기를 많이 쓰는 시간대에 충전하라’는 모순된 요구를 하게 된 것일까.

    정답은 태양광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은 24시간 돌아가지 않는다. 낮에 전기를 많이 생산하고 밤에는 멈춘다. 그러므로 태양광 발전이 늘어날수록 낮 발전량이 늘어난다. 설령 하루 종일 해가 떠 있다 해도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 24시간 발전할 수 없고 발전량이 늘었다 줄었다 한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풍력 등 모든 ‘신재생에너지’가 마찬가지다.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 문제다.

    이런 간헐성 문제 때문에 태양광과 풍력은 해당 발전량에 상당하는 화석 연료 발전소가 필요하게 된다.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 발전이다. 석탄이나 원자력과 달리 빠르게 켜고 끌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량이 줄어들면 그에 맞춰 가스 발전을 켜고, 반대로 태양광과 풍력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가스 발전부터 꺼서, 전체 전력망에 가해지는 충격을 조절한다.

    태양광과 풍력이 늘어날수록 가스 발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인류의 과학 기술과 에너지 시스템이 물리 법칙을 거스르거나 새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지 않는 한 결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가스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합리적 정책 결정자라면 신재생에너지의 꿈을 접어야 마땅하다.

    대한민국 정부는 거꾸로 간다. 낮, 즉 태양광 발전이 과잉 생산되는 시간대에 핸드폰과 전기차를 충전하라는 조언이 그러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21세기의 어느 시점까지는 신재생에너지의 꿈을 꾸는 것이 영 잘못된 일은 아니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에너지 탁상공론을 할 시간적, 경제적, 안보적 여유가 없다.

    에너지원 선점한 국가가 세계 패권국 된다

    거시적 관점에서 고찰해 보자.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같은 표현을 우리는 흔히 사용한다. 해가 뜨는 방향이 바뀌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뜻이다. 인류가 어느 정도의 지성을 갖고 자연법칙을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갖게 된 확고한 관념이다.

    해가 없는 상태, 즉 밤 또한 문명의 또 다른 조건이다. 과거 인류는 어둠과 추위를 이겨내야 했고 불을 발견한 뒤 사용법을 익혔다. 주어진 자연환경의 지배를 받는 처지에서 벗어나, 스스로 환경을 만들고 개척해 나가는, 다른 동물과는 다른 길에 접어들었다.

    인류는 나무나 그 밖의 땔감에 저장된 탄소를 산소와 결합해 연소시키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빛과 열을 쓰며 해가 져도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문명은 사용하는 에너지원에 따라 구분지어 발전해 나갔다. 나무를 주 연료로 쓰던 시기를 지나 석탄이 풍부한 영국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석탄을 연료로 삼아 물을 끓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증기의 힘으로 기계를 돌리며 증기기관의 시대가 열렸다.

    석탄과 증기기관의 힘으로 영국은 세계를 지배하는 패권 국가가 됐다. 하지만 그 패권이 영원할 수는 없었다. 결정적 요인은 연료의 변화 때문이었다. 미국이 펜실베이니아주 타이터스빌에서 세계 최초로 석유 시추에 성공한 후, 석탄보다 효율적인 석유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의 전 총리인 윈스턴 처칠(1874~1965)은 영국 해군 장관을 역임하며 군함의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바꿨다. 위키피디아

    영국의 전 총리인 윈스턴 처칠(1874~1965)은 영국 해군 장관을 역임하며 군함의 연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바꿨다. 위키피디아

    1911년 영국의 해군 장관으로 임명된 윈스턴 처칠(2차대전 시기 영국 총리)은 이 변화에 주목했다. 빌헬름 황제의 독일은 하루가 다르게 해군력을 키워가던 시기, 처칠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해군 함정의 연료를 계속 석탄으로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석유로 전환할 것인가. 양자에는 뚜렷한 장단점이 있었다. 미국의 경제 역사가 다니엘 예긴의 책 ‘황금의 샘’은 그 고민을 이렇게 적고 있다.

    “그 시절, 영국 군함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석탄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대다수의 사람이 석유로의 전환은 어리석은 짓이라 생각했다.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웨일즈산 석탄 대신, 먼 곳에 있어 공급이 어려운 페르시아산 석유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처칠은 ‘해군 함정의 연료를 석유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풍랑이 심한 바다에 무기를 맡겨놓는 것과 같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연료를 석유로 바꾸면 함정의 속력을 높이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전략적 이점이 크다는 점은 명확했다. 결국 처칠은 함정의 연료를 석유로 전환해야 한다고 결론 내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진했다.”

    결국 처칠의 판단은 옳았고, 석탄의 제국 영국은 독일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세계를 움직이는 에너지가 석탄에서 석유로 바뀐 이상, 자국에서 석유를 생산하는 미국이나 소련과 패권 경쟁을 벌일 수는 없었다. 미국은 처음에는 펜실베이니아에서, 나중에는 텍사스와 수많은 해외 유전에서 석유를 뽑아냈다. 그 힘으로 1, 2차 대전에서 모두 승리 했고 세계를 지배하는 패권 국가로 거듭났다.

    인류의 에너지 혁명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인류의 물리학 지식은 전에 없는 폭발적 성장을 거두었다. 탄소나 수소를 산소와 결합하는 산화 작용 외에도 에너지를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분자 단위의 변화가 아니라 원자 단위의 변화에서도 불을 피울 수 있었다. 원자핵을 깨뜨리고 결합해서 에너지를 뽑아내는, 핵분열과 핵융합이라는 ‘새로운 불’을 찾아낸 것이다. 그 엄청난 힘은 원자폭탄이라는 공포를 낳았지만, 동시에 원자력 발전이라는 저렴한 에너지원이 되고 있다.

    석유와 원자력의 시대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모습이다. 미국은 석유와 원자력이라는 새로운 에너지를 선점해 세계를 평정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정을 맺어, 중동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달러로 결제하는, 이른바 ‘페트로-달러 체제’를 만들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통해 핵무기 보유 국가가 늘어나는 것을 억제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 패권의 시대는 에너지의 측면에서 보자면, 석유와 원자력의 시대이기도 한 것이다.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중요한 사건은 석유와 원자력이라는 두 가지 요소로 설명할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에너지 위기부터 그렇다. 이스라엘이 미국과 손잡고 이란을 공격하는 이유는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이 완성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초정밀 폭격을 통한 연쇄 암살에 신정 체제 지도부가 완전히 궤멸할 위기에 처하자,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걸프 해안 국가의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 동시에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20~3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버렸다. 핵무기를 가질 수 없게 되자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지리적 이점을 십분 활용해, 석유라는 에너지원의 숨통을 조이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3월 11일(현지 시각) 호르무즈 해협에서 태국 화물선이 피격당한 모습. 태국 해군

    3월 11일(현지 시각) 호르무즈 해협에서 태국 화물선이 피격당한 모습. 태국 해군

    경제 문제 역시 ‘에너지’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때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창업자 겸 CEO 일론 머스크는 그 점을 분명하게 짚었다. 머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가 등장하면서 전통적 화폐는 그 존재 근거를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가치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단위로서의 화폐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 정체는 무엇인가. 다름 아닌 에너지다. 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려면 중동에서 나오는 석유가 달러로 거래되어야 한다. 비트코인이 거래되려면 어딘가의 컴퓨터에서 연산이 수행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소비된다. 결국 세상은 에너지로 돌아간다. 머스크의 말이 옳다. “에너지가 진짜 화폐”다.

    원자력을 두고 벌어진 이스라엘·미국과 이란의 전쟁 때문에 석유 길이 막혔다. 그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한국 정부의 인식은 어떠한가. 전기가 남아도는 밤 시간대가 아니라 오히려 낮에 핸드폰과 전기차를 충전하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국민 권고를 보면, 애석하게도 사태의 심각성을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한 듯하다.

    신재생에너지의 희망과 꿈을 부여잡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에너지는 힘이고 생명이다. 실사구시의 자세로 모든 에너지 정책을 전면적으로, 보다 현실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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