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집값은 재건축과 GTX가 함께 끌어올려
재건축보다 더 빠른 것은 기대감의 속도
강남3구 표심은 부동산 세금 부담에 민감
노원·도봉·강북은 공급보다 입주 가능성에 반응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단지 일대.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 이후 분당 일대 중개업소에는 사업 속도와 편입 가능성을 묻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뉴스1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1기 신도시 재건축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에는 분당·일산·산본·중동·평촌 등 경기도 내 1기 신도시 다섯 곳에서 재건축을 가장 먼저 추진할 선도지구가 선정됐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사업 진도는 지역마다 차이가 크다. 예비사업시행자 지정과 정비계획 초안 마련 등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지역은 분당신도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과 수내동, 정자동 일대 중개업소에는 요즘도 재건축 관련 문의가 이어진다. 서현역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분당은 지금 사실상 부동산 얘기밖에 하지 않는다. 특히 서현·수내·정자동 쪽은 선도지구가 얼마나 빨리 가느냐, 선도지구에서 빠진 단지가 언제 다시 흐름에 올라타느냐가 제일 큰 관심사”라며 “요즘 분당에서는 정치인 이름보다 아파트 단지 이름이 더 많이 오르내린다. 여기서는 선거 얘기보다 재건축 얘기가 훨씬 현실적인 문제”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분당 시범단지는 본래 삼성한신·우성·한양·현대 등 4개 단지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우성·현대와 인근 장안타운 건영이 하나의 통합 단위로 묶여 예비사업시행자로 지정돼 특별정비계획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반면 삼성한신·한양은 이번 지정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우성·현대, 장안타운 건영은 최고 49층, 6000가구 안팎 규모의 재건축 밑그림이 제시되면서 시장의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현재 3713가구인 단지가 재건축 이후 약 60% 늘어나는 구상이어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당 집값은 재건축과 GTX가 함께 끌어올려
분당에서 재건축 기대감이 커진 이유는 사업성 있는 단지들이 실제로 재건축을 향해 움직이면서 그 움직임이 집값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서현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는 “시범단지는 대지 지분이 높은 편이고 소형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사업성 기대가 있다”며 “단지 입지 차이도 크지 않다 보니 주민들 사이에선 ‘여긴 먼저 간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재건축이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우리 단지가 먼저 갈 수 있느냐’의 문제로 구체화한 것이다.다만 분당이라고 해서 낙관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변수는 공공기여다. 지난해 선도지구 선정 과정에서 주민들은 대지면적 일부를 금전으로 납부하고 이주 주택 제공을 비롯한 여러 공공기여 조건에 동의했다. 문제는 최근 공사비가 급격히 올랐다는 점이다. 재건축이 본격화할수록 가구별 분담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분당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또 다른 축은 교통이다. 철도 설계 및 교통망 전문가인 표찬 싸부원 대표는 “분당을 지방선거 이슈로만 볼 수는 없다”며 “재건축과 교통 호재가 서로를 밀어 올리는 이중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이어진 그의 말이다.
“노후 계획도시 특별법도 중요하지만 실제 분당의 집값이 상승하는 데는 GTX-A 성남역 개발이 더 직접적 역할을 한다. GTX-A 성남역 초역세권으로 꼽히는 성남 아름마을 같은 단지들은 교통 호재가 가격과 인지도에 바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은 재건축 자체보다 GTX와 서울 집값 흐름의 파급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재건축보다 재개발 속도가 중요
분당과 달리 성남 본도심의 표정은 조금 다르다. 분당이 계획도시를 기반으로 한 재건축 중심지라면, 성남 본도심은 재개발이 중심인 구도심이다. 수정구와 중원구 일대에는 오래된 저층 주거지와 재개발을 거쳐 들어선 신축 아파트가 뒤섞여 있다. 같은 성남시 안에서도 분당과는 다른 정치적·행정적 논리가 작동하는 공간으로 평가된다. 일부 오래된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도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 구역은 저층 주거지를 재정비하는 재개발사업에 의존한다.이러한 구조적 차이는 부동산시장과 주민 관심사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분당이 선도지구 지정과 사업성 기대감으로 집값이 민감하게 움직이는 반면, 성남 본도심은 재개발 진행 단계, 구역별 동의율, 공공기여 부담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리며 부동산 흐름을 결정한다.
재개발이 진행 중인 성남시 수정구 지역 공인중개사 B씨는 “분당은 재건축이 논의되는 단계에 들어선 상태라 시장 논리가 강하지만 성남 본도심은 재개발이라 지역 자치단체의 지원과 행정 속도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격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세가 10억 원이 안 될 때는 사업성이 낮아 정치와 행정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새 아파트 가격이 15억 원 이상으로 형성되기 시작하면 그다음부터는 자체 경쟁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반면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공기는 다소 무겁다. 분당 다음가는 1기 신도시라는 자부심이 약해진 자리에는 상대적 박탈감과 피로감이 스며 있다. 현장에서는 “원래 일산이 2등이었는데 이제는 꼴찌가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일산 지역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분당은 재건축이 실제로 움직이는 느낌인데 일산은 ‘움직일 것 같다’는 말만 계속 나온다”며 “평촌이 많이 따라왔고 오히려 일산은 계속 가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일산의 약점을 단순히 재건축 지연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일산은 주변 공급 영향을 많이 받는다. 파주에 공급이 늘어도 영향을 받고 김포에 공급이 늘어도 영향을 받는데, 정작 일산 자체에는 도시 전체 시세를 끌어올릴 만한 일자리 호재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일산에서는 선도지구 지정 플래카드가 붙어도 시장 반응이 예상보다 크지 않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긴 뭘 해도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체념 섞인 말도 들린다.”
표찬 대표는 “1기 신도시 주민들에게 부동산은 단순한 현재 자산이 아니다. 그것은 미래 자산의 약속이기도 하다. 재건축 촉진이나 용적률 완화 같은 정책 언어는 곧장 시세와 분담금 계산, 그리고 정치적 선택으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부동산은 유권자의 가장 현실적 언어
이런 현장 흐름은 학계 연구와도 맞닿아 있다. 2022년 한국정치학회보 제56집 제1호에 실린 김수인·강원택의 논문 ‘자산과 투표 선택: 수도권 지역 유권자를 중심으로’는 수도권 선거에서 집값과 표심 사이에 일정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서울 동 단위 아파트 평균 매매가와 정당 득표율을 비교한 결과, 가격이 높은 동일수록 보수정당 득표율이 높고 민주당 계열 정당 득표율은 낮게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경향이 강남 같은 특정 부촌에만 국한되지 않고 서울 전체에서 유사한 패턴이 관찰됐다는 점이다. 논문은 또 설문조사를 통해 수도권에서는 자산 규모가 클수록 스스로를 더 보수적으로 인식하고 실제로 보수정당에 투표할 가능성도 높았다고 분석했다. 소득보다 자산, 특히 부동산 자산이 정치적 선택을 설명하는 힘이 더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집값 상승 자체가 정치적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2020년 동북아연구 제35권 제1호에 실린 김지혜·권혁용의 ‘아파트 가격 상승과 집권당 지지: 2006-2018 한국 지방선거 분석’은 집값 상승이 특정 조건에서 집권당에 대한 심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자가 비율이 낮은 지역에서는 집값 상승이 집권당 득표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산 규모가 정치 성향을 형성하는 자산 투표와 집값 변동이 정부 평가로 이어지는 경제 투표가 서로 다른 층위에서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서울 지역의 집값은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서울 강남의 분위기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강남은 세금 부담을 어떻게 느끼느냐가 핵심”이라며 “압구정이나 반포 같은 곳은 누가 되든 결국 보유세와 종부세를 덜 내게 해주는 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강남3구에서는 정치 이념보다 자산 방어 심리가 더 직접적으로 작동한다. “국민의힘을 지지해서라기보다 그쪽이 세금 문제에서 유리하다고 보는 인식이 워낙 강하다”는 것이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의 표정은 강남보다 더 복합적이다. 집주인의 이해와 실제 거주자의 이해가 분리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한남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직원 C씨는 “용산이나 한남 일대는 장기적으로 보면 아파트가 새로 들어서면서 보수성향이 훨씬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지금은 아직 재개발구역에 임차인이 많고 실제 전입해 사는 주민 구성이 섞여 있어 성향이 반반에 가깝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학렬 소장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재개발과 자산 상승 기대 때문에 보수 성향이 강하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생활 불안과 이주 문제가 훨씬 현실적이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용산이 향후 서초와 강남에 맞먹는 고가 주거지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부동산시장 안에서는 널리 퍼져 있지만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 표심을 결정하는 것은 미래의 청사진만이 아니라 지금 거주하는 유권자 구성이라는 얘기다.

서울 강남이 세금과 자산 방어의 언어로 움직인다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대출, 실수요, 내 집 마련의 불안이 표심에 더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사진은 노원구 아파트 단지 일대. 뉴시스
노도강 표심은 자산 방어보다 내 집 마련에 쏠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서울 안에서도 가장 복합적 지역으로 꼽힌다. 정비사업 필요성은 크지만 자가 비율이 높지 않고 대출 규제와 실수요의 압박이 동시에 작동한다. 도봉구 한진한신아파트 앞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D씨는 “노도강은 자산 보호보다 내 집 마련과 주거 이동의 문제에 더 민감한 지역”이라며 “같은 서울이라도 강남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 중위권 아파트가 많이 오르면서 광진·마포·강동·영등포 같은 지역은 단기 급등 후 숨 고르기에 들어간 반면 노도강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만큼 대출 가능 범위 안에서 움직이는 수요가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실제 현장에서는 “여긴 재건축·재개발이 필요하긴 한데 그걸 내 돈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는 말이 나온다. 이러한 이유로 노도강 주민들이 기대하는 정책 역시 다르다. D씨는 “이 지역에서는 임대아파트 비율 확대나 지역 내 실수요형 공급 같은 말이 더 먹힌다. 거창한 청사진보다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새집이 실제로 생기느냐가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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