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호

[르포] “부산이 디비진다” vs “‘샤이 보수’ 뭉친다”

[6·3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해수부 이전’ 전재수 신뢰 vs ‘보수 결집’ 박형준 뒤집기...폭풍 전야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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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6-05-22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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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수부, HMM 부산 이전시킨 전재수 신뢰”

    • “민주당 독주 막아야지…막판 보수 결집 중”

    • “박형준 되면 장동혁 좋은 일 될까 투표 안 할란다”

    • 카르티에 시계 VS 엘시티…네거티브 공방만 남은 TV토론

    • 전재수의 서부산권, 박형준의 동부산권 대전

    • ‘샤이 보수’ 결집 여부, 공소취소 논란 변수

    • 田 “‘해양수도’ 완성”, 朴 “시정성과·리더십으로 돌파”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전재수 후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박형준 후보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전재수 후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박형준 후보

    “투표합시데이. 6월 3일에 지방선거 한다 아입니까. 다 같이 참여합시데이.”

    6·3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 시내를 가로지르는 버스에서는 친근한 부산 사투리로 투표를 독려하는 중년 남성의 흥겨운 노랫소리가 안내 방송으로 흘러나왔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버스 창밖 풍경은 차분했다. 하지만 이 정적 아래엔 뜨거운 민심의 마그마가 꿈틀대고 있다. 부산의 4년 시정을 누가 이끌지 선택의 날도 다가오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는 광역단체장 한 사람을 선출하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부산시장까지 석권하면 집권 여당 민주당은 2024년 총선과 2025년 대선에 이어 2026년 지방선거 승리까지 ‘그랜드슬램’ 달성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출범 1주년을 맞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운영은 순풍에 돛 단 듯 순항할 공산이 크다. 반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가 3선에 성공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과반 의석을 앞세워 각종 입법을 독주해 온 집권 여당의 일방적 국정 운영에 민심이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번엔 분위기가 쪼매 다릅니데이”

    부산은 역대 지방선거 때마다 보수정당의 보루 구실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6·3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동안 부산 여론은 보수 ‘텃밭’으로 보기 어려웠다. 진보세가 강해졌고, 견고해 보이던 보수세는 눈에 띄게 약해졌다.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으로 부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3선을 한 전재수 후보와 ‘3선 부산시장’에 도전하는 박형준 후보가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는 부산에서 시민의 최종 선택은 누가 될 것인가. 도전자 전재수의 지방정권 교체냐, 관록의 박형준 3선 수성이냐. 5월 13~14일 찾은 부산은 여야 후보들의 힘겨루기가 한창이었다. 



    “이번엔 분위기가 쪼매 다릅니데이. 진짜로 ‘한번 싹 바꾸자’ 캐쌓는 소리가 제법 돌아요. 전재수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박형준 후보의 대안을 찾는 깁니더. 박 후보가 시장하는 동안 아파트만 택도 아니게 지었다는 얘기가 많아예. 전재수는 해수부도 내려오게 하고, HMM(구 현대상선)도 내려오게 안 했습니까.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이니까 신뢰가 가지예.”

    대연동에 사는 30대 김모 씨는 전 후보의 행동력에 신뢰를 보였다.  

    박 후보 심판 여론 못지않게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거부감도 상당해 보였다. 부전시장 인근에서 만난 70대 김모 씨는 “박형준이가 이번에 다시 시장이 되면 고마 장동혁만 좋은 일 시켜줄 거 아이가? 그 꼴 보기 싫어 이번엔 투표 안 할라 칸다”고 말했다. 부산시장 당락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보수 지지층 투표율’이 꼽히는 것도 이해할 만했다. 

    부산의 역대 지방선거 결과는 보수 독점에서 ‘경합’ 지역으로 변모해왔다. 2014년 제6회 부산시장 선거에서 서병수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오거돈 무소속 후보를 1.31%포인트 차이로 당선했고, 2018년 제7회 선거에서는 오 후보가 55.23%를 득표하며 민선 사상 첫 민주당 시장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2021년 4·7보궐선거에서 박형준 시장이 당선하고 제8회 선거에서는 66.36%라는 압도적 지지로 재선하며 보수 우위로 되돌아갔다. 2024년 총선과 2025년 대선을 거치며 다시 진보 대 보수 ‘박빙’ 형세로 재편됐다. 

    22대 총선은 국민의힘이 18석 중 17석을 석권하며 표면상 보수 압승처럼 보였지만, 득표율을 따져보면 민주당이 부산 전체 평균 득표율 45%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의석수 압승’ 이면에 ‘민주당 박빙 표심’이 숨어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선거 플래카드와 벽보가 나붙기 전이라 그런지 ‘선거 참여 열기’ 자체는 아직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해운대구 재송동에 산다는 20대 직장인 안모 씨는 시장 선거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글쎄예…”라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투표를 할지 말지 잘 모르겠네예. 주위에서는 ‘이번에 디비진다(뒤집어진다)’ 하는 사람도 있고, ‘그 정도까지는 아이다’ 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예. 솔직히 지금은 누가 될지 모르겠어예”라고 말했다. 

    “시계냐, 엘시티냐” 치열해진 네거티브 공방

    5월 12일 부산MBC가 주최한 1차 부산시장 TV토론회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차분한 정책 대결보다 서로의 아픈 곳을 찌르는 ‘독설’이 많이 오갔다는 점에서다. 

    박형준 후보는 전재수 후보를 향해 “(경기 가평군에 있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성지로 여겨지는) 천정궁을 가신 적이 있는지, 카르티에 시계를 안 받으셨다고 분명하게 답변하실 수 있는지 말해 달라”며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부각하며 도덕성 문제를 제기했고, 전재수 후보도 박 후보를 향해 “5년째 박 후보가 소유한 엘시티(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초고층 빌딩) 자가 매각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부산시민을 너무 가볍게 보시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TV토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는 한 시민은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기는 했는데, ‘시계’와 ‘엘시티’만 기억난다”며 “선거가 우습게 됐다”고 혀를 찼다.

    두 후보의 네거티브 공방 탓인지 일부 시민들은 ‘선거’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서면 국밥거리에서 만난 한 30대 청년은 “선거예? 우린 관심 없어예. 누가 되든 똑같다 아입니까”라고 말했고, 북구 덕천로터리에서 만난 강서구 출신 60대 이모 씨는 “테레비(TV)만 틀면 맨날 저그끼리 쌈박질 아이가. 이젠 진짜 지긋지긋하다. 이번 선거는 마, 치아뿔란다(투표 안 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부산시장 선거 향방은 결국 해운대구와 수영구, 기장군 등 이른바 ‘동부산권’ 선택에 달렸다는 얘기가 많다. 강서구와 북구, 사상구와 사하구로 이어지는 낙동강벨트는 민주당이 교두보를 넘어 핵심 지지기반을 구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북구에서 탄탄한 지역 기반을 다져 온 전 후보가 시장 후보로 나선 만큼 서부산권에서 얼마나 지지율을 끌어올리느냐가 당락을 가를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강서구 출신 60대 정모 씨는 “서부산권에는 ‘일 잘하는 전재수’ 브랜드가 형성돼 있다”며 “여기서 박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얼마나 크게 벌리느냐가 당락을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최소한 북구와 강서구에서 두 자릿수로 지지율 격차를 벌려야 상대적으로 박 후보가 유리한 동부산에서 전 후보가 지지율 열세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대선 때 부산의 강남이라 할 수 있는 해운대구와 수영구, 남구에서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를 큰 득표율 차이로 압도했다. 그러나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과거와 다른 기류가 형성됐다는 게 지역 인사들의 전언이다. 한 지역 언론인은 “경기침체와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겹치면서 고학력 중도보수층의 국민의힘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전 후보가 해운대구나 수영, 남구 같은 보수 지지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 얼마만큼 박 후보 지지율을 따라잡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대 부산 선거에서 보수진영 당선 방정식은 “서부산에서 조금 잃고, 동부산에서 만회한 후, 원도심에서 굳힌다”는 것으로 단순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과거의 당선 방정식이 흔들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특히 전 후보가 장관 시절 해수부 부산 이전을 성사시킨 데다 HMM까지 부산으로 내려오면서 동구 등 해수부가 이전한 원도심에서 과거의 보수세를 굳히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강서구의 정모 씨는 “전 후보가 동부산에서 선전하면 2018년 오거돈 시장 당선 때처럼 낙승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부산권에서는 2018년 민주당 공천을 받아 부산진구청장과 해운대구청장, 남구청장에 당선한 이들이 이번에 다시 출마했는데, 세 사람의 득표율이 전 후보 득표율과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재수 “‘해양수도 부산’ 완성하겠다”

    전 후보가 이번 선거에 내세운 슬로건은 ‘해양수도 부산’이다. 전 후보는 9일 부산진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시민과 함께 부산의 30년 침체를 끝내고 해양수도 부산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해운·물류·조선·금융·항만 산업을 중심으로 부산을 동북아 해양경제 중심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전 후보의 비전에 얼마나 많은 시민이 공감하느냐도 선거 관전 포인트다. 

    전 후보 측 황정 대변인은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사회복지와 교육, 그리고 해양수도 관련 단체 등에서 앞다퉈 전 후보와의 간담회를 요청하고 있다”며 “여당 후보에 대한 지역 내 기대감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은 여전히 보수세가 강한 도시다. 부산진구 출신 택시기사 주모 씨는 “투표일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며 “부산은 원래 보수세가 센 지역인 만큼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이 선거 막판 결집하면 결과가 어찌 될지 모른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은 전 후보가 앞선다는 여론조사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카이. 원래 부산은 보수 색채가 강한 지역인데, 12·3계엄 이후 보수당은 정신 못 차리고 자기들끼리 치고 박고 있으니 마음이 답답한기라. 한동훈이도 여기 연고도 없으면서 부산(북구갑)에 내려와 국회의원 한다고 하니 정치판이 꼴도 보기 싫거든. 그런데 선거가 다가오면 민주당 일방 독주, 이재명 공소취소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투표장으로 갈 낍니더.” 

    전 후보에 맞서 3선에 도전하는 박 후보는 ‘인물론’을 앞세워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현재의 열세를 정당과 후보의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으로 정의하며, “시정 성과와 역량으로 평가받겠다”고 말했다.

    박형준 “시정 성과와 리더십으로 돌파”

    “얼마 전까지 부정 여론이 높았지만, 지금은 긍정 평가가 높게 나온다. 본격적인 선거 국면이 되면서 당의 프리즘에 가려져 있던 후보의 역량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박 후보는 지난 5년간 공을 들여온 ‘세계 도시 부산’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있다. 지표상으로 확인된 시정 성과를 바탕으로 다음 4년 동안 이를 완성하겠다는 ‘완성론’을 내세우고 있다. ‘보수 지지층 결집이 과제’라는 지적에는 “분열은 선거에 안 좋은 영향을 주기에 단일 대오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2022년 지방선거 때 제가 기록한 최고 득표율은 당의 도움과 개인 역량이 합쳐진 결과였다. 그런데 지금 지지율이 떨어진 것은 국민의힘 쇠퇴와 부산의 현실 문제가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후보 대 후보 대결로 간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상경을 위해 부산역으로 가는 길. 부산진구 초량동에서 만난 자영업자 이모 씨의 말이 지금의 부산시민의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지금 부산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내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이란 희망이다. 우리 세대는 지금까지 그럭저럭 잘 살아왔는데, 우리 다음 세대는 대학을 나와도 취직할 데가 없어 서울로 떠난다. 그래서 부산을 ‘노인과 바다’라고 한다. 그런 현실이 마음 아프다. 누가 되든 ‘청년이 머물고 싶은 도시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이 씨와 같은 부산시민의 열망이 6·3지방선거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까.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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