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호

역사는 반복된다…3저 호황·닷컴 버블의 끝 기억해야

[기획 | 코스피 8000시대의 그림자] 코스피, 칵테일 파티는 무르익었다

  • 곽상준 매트릭스투자자문 대표

    입력2026-05-22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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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증시, 1년 반 만에 지수 3배…‘투자 광풍’ 현실화

    • 상승의 두 축, 상법 개정 효과와 반도체 초호황

    • 3저호황·닷컴버블, 화려한 끝은 반드시 후유증 남겨

    • 상법 개정 및 주주 중심 법안, 시장 문화로 뿌리내려야

    • 26년째 고점 회복 못한 코스닥, 부실기업 퇴출할 때

    • 레버리지 금물, 밸류에이션 필수, 역발상 매매해야

    코스피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8000선을 돌파한 5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코스피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8000선을 돌파한 5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축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코스피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8000포인트를 돌파한 5월 15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6.12% 하락한 7493.18, 코스닥은 5.14% 하락한 1129.82로 거래를 마쳤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뉴스1

    코스피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8000포인트를 돌파한 5월 15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6.12% 하락한 7493.18, 코스닥은 5.14% 하락한 1129.82로 거래를 마쳤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뉴스1

    ‘천지개벽’ ‘상전벽해’ ‘격세지감’ 같은 사자성어가 최근 주식시장의 흐름을 설명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멀리 갈 것도 없다. 한국 주식시장은 불과 1년 반 전인 2024년 12월까지만 해도, 그다지 주목할 필요가 없는 시장이었다. 그해의 주인공은 압도적으로 미국 주식시장이었고, 한국은 그저 변방의 시장에 불과했다.

    필자에게는 종종 투자와 금융, 경제 상황에 관한 강연 요청이 들어오곤 한다. 2024년에도 몇몇 은행에서 PB를 대상으로 한 강연 요청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주식시장 이야기를 꺼내며, “미국 시장이 매우 좋지만 가치 평가상 저렴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압도적으로 저렴한 시장은 바로 한국 주식시장”이라는 취지의 강연을 했다. 

    강연 말미에 참석한 PB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미국과 한국 가운데 어디에 투자하는 게 좋을 것 같냐고 묻자 PB들의 답변은 전적으로 “미국 시장”이었다. 미국 시장이 그동안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왔고, 한국 주식시장은 20년째 2000포인트대 지루한 박스권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대 초 한국 시장에 진입했던 투자자들은 대부분 큰 손실을 안고 있었다. 2021년 반도체 호황 때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 사람들은 5만 원대로 떨어진 주가에 고통받고 있던 때였으니,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국이 아닌 미국을 향하고 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상승의 두 축, 상법 개정 효과와 반도체 초호황

    글을 쓰는 지금, 한국 시장은 역사상 최고가인 8000포인트를 돌파한 직후 조정을 거쳐 7500포인트 선에 위치해 있다. 그 강연을 했던 시점으로부터 단 1년 반 만에 지수가 무려 세 배나 오른 것이다. 이처럼 2025년과 2026년 연속으로 한국 주식시장이 전 세계 금융시장 중 압도적인 상승률을 기록한 데는 두 가지 중대한 축이 있다.

    하나는 정책 효과다.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소각 의무화, 그리고 분할 및 쪼개기 상장의 원칙적 금지가 시장 체질을 바꾸는 기폭제가 됐다. 다른 하나는 기업 실적의 도약이다. 방산·조선·발전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상승세가 HBM과 반도체 초호황으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이익 성장이 눈부신 속도로 진행됐다.



    이 두 축을 기반으로 한국 주식시장은 역사상 가장 빛났던 두 번의 대상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1980년대 중후반 3저 호황(3년 6개월간 지수가 150포인트에서 1000포인트까지 약 7배 상승)과 1998년 IMF 이후 닷컴 버블 장세(280포인트에서 1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약 3.7배 상승)에 견줄 만한 상승세를 이번에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이제 주식투자는 기존의 고인물만의 영역에서 벗어나,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일상적 취미생활이 된 듯하다. 어딜 가도 주식 이야기가 들린다. 어린이집 등원을 기다리며 옆 사람과 SK하이닉스 이야기를 나누고, 교회 소그룹 모임에서도 성경보다 주식 이야기가 더 많은 시간을 채우고 있다. 

    특히 최근 코스피 지수를 5000포인트에서 8000포인트까지 단숨에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2022년 11월 챗GPT 등장 이후 폭발적으로 확산된 인공지능(AI) 붐과 그로 인한 반도체 수요 급증, 그리고 한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천문학적 이익 증가다. 한국 기업이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됐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고,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이익을 기록하는 모습에 가슴이 뿌듯해지기도 한다. 지난 2년간 삼성전자 주가는 5배 이상, 하이닉스는 10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그동안의 의혹은 확신으로 바뀌었고, 전 국민을 투자의 세계로 이끄는 형국이다.

    상법 개정 및 주주 중심 법안, 시장 문화로 뿌리내려야

    한국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시중 자본이 기업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비생산적인 곳에 자본이 집중되면 성장률은 떨어지고, 장기적 경쟁력 하락과 국력 쇠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과거 대세 상승장 이후 뼈아픈 하락장을 여러 차례 경험한 한국 주식시장의 역사가 되풀이된다면, 자본시장은 사회·경제 발전의 기폭제가 아니라 전 국민 카지노로 전락할 수 있다. 한 나라의 지수가 2년 연속 100% 가까이 상승하는 흐름 속에서, 기대와 동시에 후유증에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먼저 상법 개정 및 주주 중심 법안들이 일시적 제도에 그치지 않고 시장 문화로 뿌리내려야 한다. 미국 주식시장이 20여 년간 위기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의 버팀목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들의 ‘적극적 주주가치 제고’ 덕분이었다. 한국은 이제 막 첫발을 내디뎠다. 기업들은 여전히 주식시장을 자본 조달 창구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고, 투자자 보호와 주주 환원에는 인색하다. 꾸준한 정책 의지와 함께 거래소 스스로의 체질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관(官) 주도의 변화는 정책기조가 바뀌면 언제든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시장은 그 단적인 사례다. 2000년 2834포인트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6년이 지난 지금도 그 절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100조 원에서 650조 원으로 폭증했다. 지수는 반토막이 났는데 시총만 불어난 것이다. 신규 상장·유상증자·메자닌 발행 등으로 물량만 늘어난 결과이며, 그사이 수많은 투자자가 희생양이 됐다. 거래소가 코스닥을 리그제로 재편해 안정적인 기업과 성장 기업을 구분하고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하는 구조를 갖춘다면, 시장 신뢰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시장 구조 개선과 함께, 특히 생전 처음 주식에 뛰어든 투자자가 급증한 지금 개인 차원의 위험관리도 절실하다. 최근 필자는 동창 모임에서 모두가 주식 이야기를 나누고, 일반인이 오히려 전문가에게 종목을 추천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2000년 이 업계에 발을 들인 이래 처음 목격하는, ‘투자 광풍’이라는 표현이 전혀 과하지 않은 상황이다. 피터 린치의 ‘칵테일 파티’ 이론에 비춰보면, 시장이 호황을 넘어 과열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주식시장이 나쁠 때는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을 밝히면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는데, 시장이 호황일 때 펀드매니저는 칵테일 파티에서 인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시장이 심각한 과열일 때는 일반인들이 펀드매니저에게 주식을 추천한다는 이론이다. 

    레버리지 금물·밸류에이션 필수·역발상 매매

    우리는 닷컴버블과 3저호황 모두 그 끝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에게 후유증을 피하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권하고자 한다.

    첫째, 절대로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말라. 레버리지는 시장에서 충분히 단련된 사람이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다. 즉 잘못됐을 때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예컨대 연봉 수준 이내에서 쓰는 것이 훈련된 사람의 기준이다. 경험 있는 투자자도 레버리지로 실패할 수 있기에, 회복 가능한 수준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투자 자산의 30%를 초과하는 레버리지는 자칫 전체 자산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어 극히 조심해야 한다. 더구나 지수가 이미 세 배나 오른 지금 시점에서 레버리지는 더더욱 위험하다.

    최근의 주가 상승으로 많은 사람이 투자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 성공 경험은 자신감을 낳고, 그 자신감은 ‘더 벌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과 결합해 레버리지의 유혹으로 이어진다. 바로 지금이 그런 국면이다. 그러나 투자의 진짜 목표는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돈을 잃지 않는 것’이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이것을 깨달았다. 워런 버핏의 투자 제1원칙이 ‘절대로 돈을 잃지 말라’이고, 제2원칙이 ‘제1원칙을 잊지 말라’인 이유를 반드시 곱씹어 봐야 한다. 필자는 이 말을 단순하게 이렇게 전하고 싶다. “레버리지를 쓰지 말라.”

    둘째, 기업의 이익과 주가를 반드시 비교해 보라. 최근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종종 큰 충격을 받는다. 실적과 주가의 관계에 대한 분석 없이 미래 전망만 보고 뛰어드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투자한 ETF의 구성 종목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투자 조언을 구하는 PB를 만난 적도 있다. 아무리 처음이고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투자하는 회사가 얼마나 벌고 있는지, 그 주가는 얼마인지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밸류에이션’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해당 기업의 전년도 주당순이익(EPS)을 먼저 확인한다. 증권사 MTS나 네이버 증권, 혹은 AI 챗봇에 물어봐도 금방 찾을 수 있다. 그 숫자로 현재 주가를 나눠보라. 예를 들어 5만 원짜리 주식이 연간 2500원을 번다면, 그 주식을 산다는 것은 20년 안에 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필자는 아무리 좋아 보이는 기업이라도 생전에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수준에서 투자하라고 권한다. 나이가 많아 여유 기간이 짧다면 회수 기간이 짧은 기업 위주로, 젊어서 살 날이 긴 사람이라면 좀 더 긴 호흡의 기업에 투자해도 좋다.

    셋째, 대중의 흐름을 무작정 따르면 후유증의 한가운데 서게 된다는 점을 명심하라. 대중 속에 있으면서 대중과 다르게 움직이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렇다면 실천 가능한 방법은 무엇일까. 매수는 주가가 떨어지는 날, 매도는 오르는 날 하는 역발상 매매 습관을 권한다. 물론 기업에 투자한다면 1~3년은 진득하게 보유하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로 장기 보유자의 평균 수익률이 단기 트레이더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은 수많은 통계가 증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시장에 새로 참여한 분들에게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것을 권한다.

    결국 1만 포인트 가겠지만…기대만큼 경계하며 참여해야

    이 단순한 방법이 실전에서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곧 체감하게 될 것이다. 투자에는 인간의 본성이 그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내려면 그 본성을 거스를 수 있어야 한다. 어렵지만 직관적이고 분명한 방법이다. 꼭 실천해 보길 바란다. 언급하고 싶은 것이 더 있지만, 이 세 가지만 실천해도 대세 상승에 올라타면서 혹시 올지 모를 후유증으로부터 상당히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코스피 2000~4000포인트 구간에서 필자는 “어서 빨리 투자하라”고 권했던 사람이다. 앞으로의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크다. 지수가 결국 1만 포인트를 넘어설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8000포인트에 도달한 지금은 위험관리도 함께 필요한 시점이다. 모두들 기대와 경계를 동시에 품으면서 시장에 참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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