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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웜비어 한 번 더 죽였다”

‘평양의 영어선생님’ 수키 킴이 말하는 웜비어 사건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한국과 미국이 웜비어 한 번 더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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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문양 닮은 北 선전물

수키 킴은 6월 23일자 워싱턴포스트 칼럼에 이렇게 썼다.

“다음 주에 한국 대통령 문재인이 트럼프를 만나고자 워싱턴을 방문한다.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기에 새로울 것은 없지만 그는 올해가 가기 전에 김정은과 만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예상대로 그는 북한에 억류된, 적어도 6명의 그의 국민이 처한 곤경에 대해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또한 6·25전쟁 이래 북한으로 납치되거나 실종된 국민에 대한 언급에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한 당국이 한 번, 한국과 미국이 또 한 번 웜비어를 죽였다”고 했다. 웜비어가 훔치려고 했다는 북한 체제 선전물을 나치 문양인 스와스티카(Swastika)에 빗대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북한은 온 나라가 선전물입니다. ‘단숨에’라는 제목의 노래가 떠오릅니다. 모든 학생이 부르고, 어딜 가도 들립니다. 노래뿐 아니라 사방에 ‘단숨에’라는 구호가 적혔습니다. 학생들에게 ‘단숨에’가 뭐냐고 물었더니 ‘단숨에 다 죽여버린다’는 뜻이라더군요. 22세 대학생이 정치 선전 포스터를 뗐다고 어떻게 15년간 탄광에 보낼 수 있느냐는 게 미국인의 대체적 시각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정치 선전물은 그냥 포스터가 아니에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장군님’과 관련된 선전물은 나치의 스와스티카와 비슷합니다. 나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스와스티카는 표지의 하나이겠으나 그것이 아돌프 히틀러의 상징인 것처럼 ‘장군님들’을 찬양하는 포스터가 북한에서 가진 의미는 대단합니다. 웜비어가 포스터를 뗀 후 훔치려다 체포됐다면 북한이라는 세계에서는 죄를 저지른 겁니다.”





“북한 관광은 Torture Porn”

“한국과 미국이  웜비어 한 번 더 죽였다”

2011년 가을 수키 킴이 평양의 한 야외식당에서 중국제 인스턴트 라면을 먹고 있다.

그는 평양의 정치 선전물은 북한 주민의 피를 빨아먹는 체제를 압축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 사람들도 ‘코리안’이니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억눌려온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것의 상징이 북한의 정치 선전물입니다. 외국인의 눈에는 그냥 포스터, 기념품으로 인식되겠으나 한국 국민의 피가 포스터에 흐르는 겁니다.”

그는 웜비어 사건을 계기로 평범한 미국인도 북한이라는 나라가 가진 위험을 알았다고도 했다.

“미국 사회가 흥미로운 게 사람들이 특권 의식을 가졌습니다. 미국이 가진 특권을 당연시해요. 중국 사람들도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인들은 웜비어 사건을 지켜보면서 우리 국민이 포스터 하나를 뜯었다고 어떻게 15년간 탄광에 보낼 수 있느냐면서 기막혀 합니다. 다른 나라 사람한테는 일어나도 미국 사람한테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거죠. ‘감히 어떻게 미국인에게…’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보통 사람들뿐 아니라 지식인들의 생각도 비슷해요. 특권층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한국의 재벌도 비슷하죠. 웜비어 사건을 통해 미국인들이 김정은과 핵무기만으로는 인식하지 못하던 새로운 사실을 안 겁니다. ‘북한이 정말로 무섭구나’ 하고 느낀 거죠.”

그는 북한 관광은 윤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행동이라면서 ‘고통을 겪거나 들여다보면서 쾌락을 느끼는 행위(Torture Porn)’라고 지적했다. 

“투어리즘(tourism)은 오락(hobby)입니다. 개인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예요. 잘사는 나라 국민이 놀러 다니는 게 관광이죠. 배고플 때는 할 수 없으며 먹고살 만해야 할 수 있는 오락입니다. 북한은 유엔에서 지정한 인권 유린 국가입니다. 북한 같은 나라에 투어리즘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고문과 같은 것(Torture)’을 즐기러 가는 행위라고밖에는 이해가 안 됩니다. 남의 고통을 들여다보려 특정한 장소에 가는 것은 인간으로서 말이 안 됩니다.”

그는 북한 관광을 히틀러 치하 나치의 아우슈비츠를 하이킹하는 것에 비유했다. 



“국가를 가장한 강제수용소”

“한국과 미국이  웜비어 한 번 더 죽였다”

수키 킴은 2015년 3월 TED 강연에서 “평양에서 본 것은 암흑(darkness)뿐이지만 내 제자들이 사는 곳이니 미워할 순 없다. 내 사랑스러운 젊은 신사들이 언젠가 그곳을 아름답게 만들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북한 정권에 의해 통제되는 평양 관광은 겉으로는 안전해 보이지만 위험은 숨어 있고 예측 불가능합니다. 언제든 인질이 될 수 있습니다. 체제의 인질로 2500만 명을 붙잡아놓은, 국가를 가장한 강제수용소를 거닐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도대체 뭘까요. 인간으로서 어떻게 고통을 돈을 주고 즐깁니까. 그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의 충족이겠으나 북한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일생입니다.”

그는 한국인이 해외의 북한식당을 찾는 것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사람들이 북한식당에 왜 가는 걸까요. 음식이 맛있어서가 아니라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는 것 아닌가요. 북한 관광과 똑같지는 않지만 북한식당에 가는 것도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식당에서 일하는 여성이 20대잖아요. 북한에서 좋은 집안 딸들이라던데 외화벌이 나와 술 따르고, 웃음 팔고, 노래합니다. 노래방 도우미 수준으로 남성을 접대하고요. 우리의 딸들이 돈 뿌리는 한국 남자, 중국 남자 비위 맞추는 게 비참하지도 않습니까.”

그가 가진 금강산 관광에 대한 견해는 다음과 같다.

“금강산은 실제의 북한이 아니죠. 개성공단, 나진특구와 마찬가지로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고자 이용하는 도구의 하나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접근할 수 없는 곳이고요. 금강산 관광 대가로 지불하는 돈의 많은 부분이 북한 당국으로 흘러들어가지만 그중 일부라도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쓰인다면 인도적 차원에서 의미는 있지요. 평양에 놀러 간다? 그것은 말이 안 되지만 금강산은 한국 사람들에게 향수(nostalgia)를 자아내는 곳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금강산 관광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말로 콩고물이라고 하나요? 관광 대가로 지불한 돈의 작은 일부라도 주민에게 돌아가므로 그나마 의미가 있습니다만 금강산 관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한국의 이산가족이 죽기 전 북한 땅을 밟는다는 측면도 있으므로 ‘그나마’라는 표현이 금강산 관광에 딱 어울립니다. 개성공단도 비슷해요. 그곳에서 진짜 협력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다른 방법이 없기에 그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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