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 광고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서울 편(왼쪽)과 성산일출봉 편.
지극히 아마추어적이고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디지털 매체라는 날개를 달고 하늘로 비상했다. 지난해 광고업계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대한항공의 광고 캠페인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의 특징은 대한항공이라는 글로벌 항공 브랜드는 한발 뒤로 물러나고 소비자를 전면에 내세운 점이다. 기업에서 광고를 제작해 배포하는 기존의 광고 제작 방식을 완전히 뒤집어, 소비자가 만들고 소비자가 배포하는 새로운 형태의 ‘고객 참여형’ 광고 캠페인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것이다.
소비자가 직접 만드는 광고
“당신만의 대한민국을 자랑해주세요”라는 한 줄의 카피는 대한민국 국민의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추억의 사진을 꺼내 들거나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아름다움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우리의 자연과 문화를 다시 살펴보고 그 매력을 재발견할 기회를 얻은 것.
참여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스스로 사진을 찍고, 광고 문구를 작성해 캠페인 사이트(korea.koreanair.com)에 올리면 한 편의 CF가 완성된다. 자신만의 광고가 손쉽게 만들어지고, 그것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바로바로 공유할 수 있다는 사실은 디지털 미디어 세대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광고는 대단한 아이디어나 미려한 문장력을 갖춘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통해 감동적인 CF가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을 단 광고가 TV에 방영되는 것은 대단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일이었다. 두 달간의 캠페인 기간에 3000여 편의 고객참여 광고가 만들어졌고, 그중 30여 개의 작품은 실제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 TV 광고로 만들어져 지난해 7월부터 전파를 탔다. 그 광고는 세계인에게 대한민국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하는 매개체가 됐다.
국적항공사로는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를 주제로 만든 취항지 광고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는 성산일출봉, 솔섬, 청보리밭 등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광화문, 장승, 하회탈 등 우리 고유의 문화 콘텐츠를 담아냈다. 이 광고는 “우리나라의 숨은 비경과 따뜻한 이야기들을 간결한 문구로 풀어냈다”는 평을 받으며 ‘2011년 대한민국 광고대상’ 인쇄부문 대상에 선정됐다. 인쇄부문뿐만 아니라 TV부문과 라디오부문에서는 금상을, 복수매체부문에서는 동상을 수상했다.
아울러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기원 광고인 ‘미래의 별들에게’ 편은 TV부문 은상을,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자연을 소개한 ‘대한항공이 뉴질랜드로부터’ 편은 라디오부문 은상 및 인쇄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일본 광고 캠페인 ‘일본에게 일본을 묻다’ 편은 TV부문 동상을 받았으며, 글로벌 광고로 집행되고 있는 인쇄광고도 인쇄기법부문 특별상을 수상했다.
상복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제20회 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 시상식에서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와 ‘일본에게 일본을 묻다’ 캠페인으로 각각 TV부문과 잡지부문에서 좋은 광고상을 수상한 데 이어 4월에는 ‘제19회 올해의 광고상’에서 인터넷부문 광고상을 받았다.
대한항공이 ‘고객의 기대와 상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For life on a whole new scale)’를 모토로 2010년 9월부터 선보인 글로벌 광고 캠페인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독특한 카피와 ‘로드 트립(road trip)’ 형식으로 미국 곳곳에 숨어 있는 매력을 보여주는 새로운 광고 형식을 채택한 것. 미국 편을 시작으로 유럽의 명소에 숨은 이야기를 아름다운 영상과 음성 파일로 전하는 ‘사운드 투어’ 형식의 ‘유럽 귀를 기울이면’ 캠페인, 자연과 익스트림 스포츠, 원주민, 양 등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네 가지 소재를 각각 평화와 용기, 에너지, 편안한 밤을 테마로 연결해 ‘대한항공이 뉴질랜드로부터 선물’하는 형식으로 제작한 뉴질랜드 편으로 이어지며 각 편마다 화제를 불러모았다.
호소카와 일본 전 총리도 출연
특히 ‘우리에게만 있는 나라’와 더불어 수많은 광고상을 휩쓴 일본 편 ‘일본에게 일본을 묻다’는 소설가 무라카미 류,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 등 일본 거장 5인이 각자 일본의 온천, 자연, 건축 등 테마별 원고를 작성해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일본의 정수를 알려주는 형식으로 제작돼 일본과 한국 양국에서 모두 조용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일본 내에서도 상업적인 광고에는 거의 출연한 적이 없는 호소카와 전 총리가 일본 브랜드도 아닌 대한민국의 국적기 광고 캠페인에 참여했다 해서 상당한 이슈가 됐다. 그가 가졌을 부담감 역시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한일 양국의 발전적인 미래와 양국의 우호증진, 관계개선을 위해 촬영에 협조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