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F팀에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2명만 남았다. 이들은 현재 직장생활과 원래 하던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우리 팀은 그래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같은 대회에 출전해 큰 상을 받은 어떤 팀은 상금 나눠 갖고 바로 해체했다”며 씁쓸해했다. 그의 다음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
“창업엔 관심도 없으면서 상금 타려고 공모전만 쫓아다니는 공모전 헌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팀에 있던 경영학과 학생도 그런 부류라고 할 수 있죠. 다른 팀원들은 향후 5년, 10년 계획을 세워 단계적으로 회사를 키워나가자고 했지만 그 학생은 관심조차 두지 않았거든요. 경영학을 전공해서인지 사업계획서를 쓰는 역량은 탁월했어요. 창업을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이나 경진대회에 나가려면 아이디어도 좋아야 하지만 사업계획서 같은 서류를 잘 만들어야 해요. 사실 창업지원을 제대로 하려면 아이템을 현실화할 수 있는지, 창업에 정말 뜻이 있는지를 살펴 옥석을 가려야 하는데 대부분의 지원기관이 실체를 가늠하기 힘든 서류만 가지고 평가한다는 자체가 난센스이죠.”
“다양한 지원책 환영하지만…”

주먹밥을 아이템으로 창업에 성공한 분식점체인업체 ‘짬밥’. 창업 초창기에는 노점에서 장사했다.
지난해 실전 벤처 창업리그에서 은상을 수상한 17년 전통의 건국대 벤처창업동아리 ‘KIB’의 정효식(26·산업디자인과 4학년) 회장은 까다로운 공모전 지원 절차와 함께 수상 경력이 있는 동아리에 유리한 지원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보다 공모전에 낼 사업계획서 쓰는 게 더 힘들다”며 “서류 만드는 데 도통한 공모전 헌터들이 예비 창업자의 소중한 기회를 앗아가지 않도록 정부의 세심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또 “한번 상을 받으면 다른 지원기관에서도 호감을 갖고 지원해 창업동아리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부나 지자체, 대학의 도움으로 창업의 꿈을 이룬 청년 CEO들의 생각은 어떨까. 이들도 앞서 제기된 문제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었다.
울산의 명물인 고래 캐릭터를 개발해 상품화하는 데 성공한 김지혜 (23·울산대 국제교류학과 4학년) 크리스티앙 대표. 2011년 교내 벤처창업 아이템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그는 그해 10월 중소기업청 창업진흥원이 주최한 사업 프로모션 전략발표 워크숍에서도 우수상을 차지해 창업의 발판을 다졌다. 캐릭터 사업과 지역문화 홍보에 힘써온 그는 “다채로운 창업 지원으로 지난해엔 5개이던 교내 창업동아리가 올해는 15~20개로 늘어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엔 공모전 수상과 상금을 목적으로 창업동아리를 만드는 일이 많아 창업으로 연결되기는커녕 1년을 못 가 없어지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정부에서 창업을 지원하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창업 분야를 좀 더 세분화해 보다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며 “실제 창업에 뜻이 있는지를 판가름해 예비 창업자가 실패를 겪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뜻을 이룰 수 있게 지속적인 관리와 후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학교 산업디자인과 출신인 주민규(29) 짬밥 대표는 일대일 맞춤형 멘토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울산시 청년창업지원센터 1기 출신인 그는 “창업지원센터에서 교육을 받으며 창업에 열의가 생겨 짬밥이라는 주먹밥 체인점 사업을 하게 됐지만 멘토링 지원이 많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창업 분야는 굉장히 다양한데 좀 성공했다고 멘토로 세워 두루뭉술한 성공담을 듣게 하는 걸 멘토링 지원이라고 하더라고요. 창업 지원이 실제로 창업으로 연결되게 하려면 각 분야에 적합한 전문가의 일대일 멘토링이 가장 효과적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