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호

“열린 청중 앞에서 ‘진심으로 노래하기’ 터득”

물오른 ‘발라드 뮤즈’ 다비치 강민경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13-09-24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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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창시절 오해 시달리며 말조심 배워
    • 데뷔 전 ‘불후의 명곡’ 연습 다 했다
    • 정신병 걸릴 정도로 피부 관리
    • 멤버 이해리와 친자매처럼 의지
    • “스킨십 좋아해요”
    “열린 청중 앞에서 ‘진심으로 노래하기’ 터득”
    “기억나요. 여의도공원에서 만났더랬죠? 자전거 타면서 사진도 찍고….”

    인기 여성듀오 다비치의 강민경(23)은 기자를 보자마자 알은체를 했다. 우리는 구면이다. 2009년 봄 다비치가 투르 드 코리아 국제사이클대회 홍보대사로 위촉된 직후 처음 만났다.

    그때 다비치는 데뷔 1년 만에 ‘슬픈 다짐’ ‘사랑과 전쟁’ ‘8282’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신인 그룹이었다.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한 이해리(28)는 노래, ‘인터넷 얼짱’ 출신인 강민경은 미모를 맡고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둘 다 늘씬하고 예뻤지만 강민경의 미모는 당장 배우로 데뷔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다섯 살 차가 나는데도 서로 격의 없이 지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이 말이 잊히지 않는다.

    “자전거의 두 바퀴처럼 조화를 이루며 오로지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뮤지션이 될 거예요.”

    다비치는 그 꿈을 이뤄냈다. 퍼포먼스 그룹이 넘쳐나는 가요계에서 노래로 정상을 지켜왔다. 올여름 다비치가 별다른 활동 없이 발표한 노래 ‘오늘따라 보고 싶어서 그래’는 공개되자마자 각종 음원 차트를 단숨에 석권했다. 다비치 음악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이만큼 각별해진 데는 강민경의 공이 크다. 강민경은 최근 2년간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해 매번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 2011년 말엔 ‘왕중왕’을 차지하며 ‘다비치의 비주얼 담당’이라는 ‘누명’도 벗었다.



    역설적이게도 이후 그의 미모가 더 큰 화제를 모았다. 지금도 인터넷에 뜬 그의 사진에는 ‘빼어난 가창력도 가릴 만큼 눈부신 미모’ ‘자체 발광하는 여신 같다’ ‘민낯이 더 예쁜 순백의 피부미인’ 같은 댓글이 이어진다. 8월 22일 저녁, 4년 만에 대면한 그에게선 이런 댓글의 진정성을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 피부가 정말 곱네요. 비결이 뭔가요.

    “정말 기본적인 수칙을 정신병에 걸릴 정도로 지켜요. 자기 전에 화장기가 얼굴에 조금도 남지 않도록 오일로 닦고 클렌징폼으로 닦고 로션으로 닦고 스킨으로도 또 닦아요. 자외선 차단제도 정말 두껍게 발라요. 특히 여름에 외출할 때는 아주머니들이 등산 갈 때 쓰는 챙 넓은 선캡까지 쓰죠. 옷을 잘 차려입고도 그러고 나가니까 주위에서 뜯어말려요. 또 수분보습 크림을 두껍게 바르고 자고, 평소에 화장품을 잘 안 쓰는 것도 피부에 좋더라고요. 기초화장품도 꼭 써야 할 때만 쓰죠.”

    ▼ ‘셀카’ 사진을 보고 민낯이 화장한 얼굴보다 예쁘다고들 하던데.

    “완전 민낯으로 찍은 건 아니에요. 비비크림만 바른 정도죠. 완전 민낯으로는 사진 못 찍죠, 여자니까. 아시잖아요.”

    ▼ 어디, 고친 데는?

    “있죠(웃음). ‘시술’은 연예인에게 필수죠. 관리는 꾸준히 해야죠.”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해맑다. 학창시절 그가 ‘인터넷 얼짱’으로 불린 데는 이런 표정이 한몫했으리라.

    “열린 청중 앞에서 ‘진심으로 노래하기’ 터득”

    다비치의 강민경(왼쪽)과 이해리가 농구경기를 보러 온 관객들 앞에서 노래하고 있다.

    노래방 맹훈련

    ▼ ‘얼짱’으로 유명해서 가수로 발탁된 건가요.

    “그건 아니고, 아주 어릴 때부터 꿈이 가수였어요. 여러 곳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다 떨어졌죠. 중2 때 저희 회사(코어콘텐츠미디어)에서 오디션을 봤는데 이사님이 ‘바로 데뷔하자’고 하셨어요. 그런데 1년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어요. 매일 전화해도 답이 없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죠. 내 실력이 안 돼서 그러는구나…. 당장 강남의 수(秀)노래방으로 달려갔죠. 거기선 노래를 녹음해줬거든요. 같은 곡을 100번쯤 불렀을 때 마음에 드는 노래가 나왔어요. 그걸 이사님 명함에 있던 e메일 주소로 보냈더니 바로 전화가 왔어요.”

    ▼ 무척 기뻤겠네요.

    “전화 온 게 국사시간이었는데, 그때의 희열은 정말…. 수업 중이라 소리도 못 지르고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어요. 그렇게 연습생으로 뽑혔죠. 나중에 (이)해리 언니도 만나고. 언니는 대학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다 그만두고 학원에 다니며 실용음악을 공부하고 있었어요. 언니는 워낙 실력이 뛰어나 오디션에도 단박에 붙었죠.”

    중3 때 코어콘텐츠미디어 연습생으로 들어간 그는 이듬해 이해리를 만나 데뷔 준비를 한다. 이때부터 동고동락하며 2년여 동안 손발을 맞춘 두 사람은 2008년 다비치로 세상에 나온다. 같은 소속사 남성듀오 바이브의 윤재현이 만든 ‘미워도 사랑하니까’가 데뷔곡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무대에 선 그의 심정은 복잡했다.

    “연습생으로 지내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게, 저희보다 늦게 들어오고도 더 빨리 데뷔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거였어요. 지금은 활동이 뜸한 그룹들이라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저희는 골방에서 만날 고생스럽게 연습만 하는데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데뷔하는 팀을 보면 부럽고 속상했어요. 다행히 잘돼서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는 거예요.”

    ▼ 골방에서 뭘 했나요.

    “그래도 지금은 시스템이 잘 돼 있어요. 랩 선생님, 노래 선생님, 춤 선생님이 다 회사로 와서 가르쳐주거든요. 그때는 그런 게 없었어요. 연습실이래야 방음장치 된 골방에 마이크랑 피아노밖에 없었어요. 저희더러 알아서 연습하라고 했는데 뭘 해야 할지 몰랐죠. 언니 반주에 맞춰 다른 가수의 노래를 우리 식으로 바꿔 부르는 연습을 했어요. ‘불후의 명곡’ 연습을 그때 다 한 셈이죠.”

    ▼ 학교에서 편의를 봐줬나요.

    “강남 8학군에 있는 세화여고에 다녔는데, 학구열이 대단해서 연예인이 되려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어요. 연습생이 저뿐이라 선생님이 나름대로 편의를 봐주셨지만, 다들 공부에 열중하는 분위기라서 열심히 안 하면 창피한 느낌이 들 것 같았어요. 공부를 잘하진 못했어도 열심히는 했어요. 창피하지 않을 정도로. 정규수업도 웬만하면 빼먹지 않았어요. 방학 때는 정오부터 새벽 2시까지 매일 14시간씩 연습했죠.”

    ▼ 공부도, 노래연습도 열심히 했다?

    “그때는 이도저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학생인지, 아니면 가수 될 준비를 하는 사람인지 헷갈렸어요. 그래도 연습생만 하다가 가수가 못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안 했어요. 반드시 가수가 될 거라 믿었어요.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연예인이 되기 위한 준비라고 여겼기 때문이죠.”

    신승훈의 선물

    ▼ 그토록 가수를 열망하도록 영감을 준 사람이 있나요.

    “신승훈 선배님 콘서트에 간 적이 있어요. 1만 명 넘는 관객이 모인 곳엔 처음 가봤죠. 신승훈 선배님이 ‘그 후로 오랫동안’이란 노래를 부를 때였어요. 무반주 상태에서 객석에 마이크를 갖다대니까 1만여 명이 일제히 ‘하늘이여 나를 도와줘 이렇게 울고 있지 말고~’ 하면서 노래를 끝까지 따라 했어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으면서 제가 뭘 하고 싶어 하는지 깨달았죠. 그때부터 관객에게 소름 끼칠 정도로 감동을 주는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이후 그는 흘러간 노래를 닥치는 대로 들었다. 1990년생인 그가 1980~90년대를 풍미한 가수 김광석, 유재하, 김현식, 들국화, 장필순, 변진섭, 김건모의 히트곡을 훤히 꿰고 있는 이유다. 그는 “옛 노래를 들으며 발라드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 덕에 ‘불후의 명곡’에서도 더 유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기 전까진 노래 실력이 그 정도인 줄은 몰랐어요.

    “사실 노래를 그렇게 잘하지 않았어요. 나쁘지 않네, 하는 정도였죠. 그러다 ‘불후의 명곡’이 저를 많이 발전시켰어요. 첫 무대에서 김국환 선배님의 ‘타타타’를 불렀는데 제 기준에서는 망친 무대였어요. 혼자 노래한 건 처음이라 심적 부담이 컸어요. 다음엔 더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계속 출연하다보니 좋은 평가를 얻게 됐죠. 저 나름대로는 잘하려고 늘 노력했어요. 해리 언니에게 폐가 안 되려고요. 그래도 평가는 언제나 ‘이해리는 노래 잘하고, 쟤는 얼굴로 들어왔겠지’였어요. 연습생일 때도 언니가 나 때문에 낭패 볼까봐 노력을 정말 많이 했는데 그만큼 실력이 안 따라줬죠.”

    ▼ 어떤 면이 발전했다고 보나요.

    “진심으로 노래하게 됐어요. 선배님들이 가수는 항상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그 말의 의미를 ‘불후의 명곡’ 덕분에 알게 됐어요. 지상파 3사의 가요 프로그램에 나가면 ‘쟤네 노래 빨리 끝나고 우리 오빠들이 나오면 좋겠다’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근데 ‘불후의 명곡’ 무대에 서면 관객이 귀를 쫑긋 세우는 게 보여요. 눈길도 가수한테 집중해 있고. ‘노래 열심히 들어드릴게요’ 하는 것 같아요. 청중의 마음이 열려 있으니 저도 진심을 다해 노래하게 돼요. 그런 분들 앞에서 가사 한 구절, 음정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진심으로 노래하는 법을 배운 거죠.”

    ‘애늙은이’의 사춘기

    세련된 외모와 구김살 없는 성격이, 화초처럼 곱게 자랐을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 서울 서초구에서도 부촌으로 알려진 서래마을에서 자랐으니 돈 때문에 상처받은 일도 없을 듯했다. “어려움을 모르고 컸을 것 같다”고 하자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주 어릴 땐 못살았어요. 여섯 살 때까지 할머니랑 살았죠. 아버지는 지방으로 돈 벌러 가시고 어머니도 맞벌이를 하셨어요. 제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아버지 사업이 번창했죠. 그래서 제 꿈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친구들이 사춘기를 겪던 시기에도 비뚤어지지 않고 잘 지냈던 것 같아요. 딱히 부모님 속을 썩인 적이 없거든요. 질풍노도의 시기가 없었어요.”

    ▼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웠나봐요.

    “어릴 때부터 애늙은이라는 소리를 곧잘 들었어요(웃음). 중학교 때부터 말조심하는 걸 배웠고요.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떠벌리는 아이들이 있었거든요. ‘쟤가 인터넷에서 유명한데 이러쿵저러쿵 말했대’ 하는 식으로요. 그런 오해 때문에 좀 시달렸더니 말을 아끼게 되더라고요.”

    ▼ 외동딸이라 아버지가 예뻐했겠어요.

    “저희 집은 남녀 차별을 두지 않고 방목하는 스타일이라 저를 유달리 예뻐한 것 같진 않아요. 대신 특혜는 좀 주셨죠. 똑같이 잘못해도 오빠나 남동생보다 덜 혼났죠(웃음).”

    ▼ 가수 하는 걸 반대하진 않았나요.

    “마음을 열고 제 얘기를 다 들으시더니 잘해보라고 하시던 걸요. 그만큼 저를 믿으셨어요.”

    다비치로 데뷔한 이듬해 동경하던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학과에 들어갔지만, 그는 아직 2학년이다. 대학생활과 가수활동을 병행하기가 버거워 한동안 휴학한 탓이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 미팅도 못 해보고 친구도 많이 사귀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얼마 전 대학 축제 때 처음 주점에 가본 일을 “재미있는 추억”으로 떠올렸다.

    ▼ 요즘엔 학업을 마치고 연예계에 복귀하는 경우도 꽤 있던데요.

    “그렇게까지 하기엔 제 일이 더 좋아서(웃음)…. 일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려고요. 최근 정말 잠 안 자고 공부해봤는데, 하니까 되더라고요. 시간을 어떻게 쪼개 쓰느냐가 관건이죠. 하면 되는 것 같아요. 힘들고 피곤하니까 도망가려고 해서 안 되는 거지.”

    ▼ 연예인 특별수시전형 제도 덕분에 연예인들이 대학에 쉽게 들어가 대충 다니다 졸업장만 받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 학교 시스템도 바뀌었어요. 출석하기 힘들 땐 공문을 보내면 봐주기도 했는데, 지금은 결석하면 무조건 리포트를 내야 해요. 저도 정말 불가피한 사정이 생길 때만 리포트로 대체하면서 나름대로 학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무대에서 노래할 때처럼.”

    다비치의 속내

    사실 다비치의 뮤직비디오는 화려하지 않다. 의상도 무대도 잔잔하다. 팬들의 반응도 호들갑스럽지 않다. “다비치 짱이야!”가 아니라 “한번 들어볼까? 나쁘지 않네”다. 연습생일 때부터 다비치가 바란 것도 최고가 아니었다. “오랫동안 사람들 옆에서 노래할 수 있는 그룹이 되자, 진짜 발라드를 부르는 그룹이 되자”였다.

    이런 다비치가 부른 노래들은 노래방 애창곡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최신곡인 ‘오늘따라 보고 싶어서 그래’처럼 감성에 호소하는 애절한 발라드부터 ‘8282’처럼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댄스곡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강민경은 그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곡으로 ‘8282’를 들었다.

    “데뷔 2년차 때 발표한 앨범에 ‘8282’와 ‘사고쳤어요’가 있는데, KBS ‘뮤직뱅크’ 1위 후보에 두 곡이 나란히 올라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아이돌그룹의 노래도 1위 후보에 올랐는데 결국 ‘8282’가 우승했죠. 지금도 다비치 하면 ‘8282’를 먼저 떠올리는 분이 많아요. 대학 축제에서도 가장 반응이 좋고. 그 노래 덕에 차도 샀고. 다비치를 널리 알려준 효자곡이죠.”

    ▼ 퍼포먼스에 강한 아이돌그룹이 대세인데 그들과 경쟁하는 게 부담스럽진 않나요.

    “그런 생각은 안 해요. 가수는 노래가 경쟁력이니까요. 게다가 다 아이돌 댄스그룹이니까 오히려 발라드 그룹이라는 차별성이 경쟁력이 된 것 같아요. 음악방송에 나가면 가만히 서서 노래하는 그룹이 저희밖에 없어요(웃음).”

    ▼ 걸그룹의 왕따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는데 다비치는 어떤가요.

    “둘이서 어떻게 왕따를 시켜요. 아이돌그룹은 인원이 많지만 저희는 멤버가 둘뿐이라 외로워요. 서로 의지하면서 ‘으이 으이 ’ 하다보니 친자매처럼 돈독해졌죠.”

    “열린 청중 앞에서 ‘진심으로 노래하기’ 터득”

    KBS ‘불후의 명곡’에 출연한 강민경이 박춘석이 작곡한 문주란의 히트곡 ‘공항의 이별’을 부르고 있다.

    ▼ 이해리 씨와 있으면 세대차가 느껴지나요.

    “체력에서 세대차를 느껴요. 일하다 밤새울 때가 많아요. 그때 저는 달달한 커피를 마시면 괜찮아지는데 언니는 많이 피곤해해요. 언니는 저보다 훨씬 말랐어요. 게다가 언니는 운동을 싫어해서 체력이 금방 고갈되는 것 같아요. 저는 먹는 대로 살찌는 체질이라 운동을 해야 하지만 언니는 먹어도 잘 안 찌는 체질이거든요.”

    ▼ 강민경 씨가 상대적으로 더 주목받는 걸 시샘할 법도 한데.

    “한 번도 그런 적 없어요. 처음부터 저희에겐 풀어가야 할 숙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노래에, 언니는 꾸미는 데 더 신경 써야 하는 숙제요. 언니는 그전까지 연예인을 준비하던 사람이 아니잖아요. 원래 꿈도 가수가 아니었고.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가려고 노력해왔어요. 둘 다 숙제를 열심히 풀어서 결과도 좋은 것 같고요.”

    계속 노래만 고집하던 그가 2010년 ‘웃어요, 엄마’라는 드라마에 출연했다. ‘재미있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도전한 연기는 “연예인 지망생에서 스타로 발돋움하는 캐릭터의 고충과 아픔을 잘 표현해냈다”는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는 “생각보다 힘들고 어려웠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며 “극중에서 엄마였던 이미숙 선생님에게서 많이 배웠고, 연기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고 털어놨다.

    ▼ 노래와 연기 중 어느 쪽에 더 끌리나요.

    “지금은 반반이에요. 가수는 1년 내내 음반을 내는 게 아니잖아요. 기회가 된다면 노래와 연기를 번갈아 하고 싶어요. 연기를 체계적으로 배워보려고 연기지도 선생님을 찾고 있어요. 확실히 연기를 배운 친구들이 발성이라든지 기초가 탄탄한 것 같아요. 어떤 일이든 기초가 중요하잖아요.”

    ▼ 배우든 가수든 늘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 직업인데 부담스럽지 않나요.

    “남의 시선이 신경 쓰이고 불편할 때도 있는데 누군가 절 알아보고 좋아해주는 건 감사할 일이더라고요. 좋으면서도 참 힘들고 힘들면서도 되게 좋고. 그래서 연예인이 중독성 있는 직업인 것 같아요.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니까.”

    올봄까지 다비치 2집 정규앨범으로 활동한 후 그는 모처럼 휴식을 취했다. 마냥 쉰 것만은 아니다. 하반기에 낼 음반을 준비하면서 건강관리에 치중했다. 쉴 때는 주로 하는 일이 뭐냐고 묻자 “맛집 투어”라는 답이 돌아온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해요. 맛집이 있다고 하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먹어요. 가장 좋아하는 데이트도 맛집 순례예요.”

    “얼굴, 능력 안 봐요”

    ▼ 주위에 호감을 보이는 연예인이 많을 것 같아요.

    “데뷔 초에는 많지 않았어요. 살 좀 빼니까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웃음). 제가 사람을 참 좋아해요. 한번이라도 인연이 닿으면 친해지고 싶어요. 소중한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누구에게든 친해지자고 해요. 남자건 여자건 어른이건 동생이건. 그게 문제인 것 같아요. 영악하게 여우같이 이성으로 대해야 하는데 그걸 못해요.”

    ▼ ‘불후의 명곡’에서 허각 씨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던데.

    “다 시청자가 재미있으라고 그런 거예요. 방송에서 만든 설정이죠(웃음).”

    ▼ 상대방이 계속 사귀자고 조르면 어쩌나요.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어요. 연예인끼리는 서로 부끄러워서 잘 못 그래요.”

    ▼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남자가 싫은가요.

    “꼭 그렇다기보다 짝사랑을 즐기는 편이에요. 짝사랑이 참 좋은 것 같아요. 애태움이 있잖아요. 상대는 아무 생각 없이 잘해주는 거지만 저는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그렇게 혼자만의 감정을 즐기다가 못 참고 고백을 하죠.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인 편이에요.”

    ▼ 상대가 싫어할 수도 있잖아요.

    “저는 사랑을 쟁취할 때까지 끝까지 덤벼요. 한번 좋아하면 오래가는 스타일이거든요.”

    ▼ ‘나쁜 남자’ 스타일은 어때요.

    “싫어요. 착한 남자가 좋아요. 기댈 수 있고 따뜻하고 문화적인 면에서 저보다 해박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게 좋대’ 하면 ‘그건 이러저러해서 참 좋아’라고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요.”

    ▼ 이왕이면 미남?

    “얼굴은 안 봐요. 대화가 잘되고 다정다감한 사람이면 돼요.”

    ▼ 해박하고 다정다감한데 능력이 없다면.

    “상관없어요. 제가 잘 버니까 제가 벌면 되죠. 아직 인생을 책임져야 할 나이도 아니고. 더 나이 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웃음).”

    ▼ 연애 상대로 연예인은 어떤가요.

    “상관없어요. 직업은 안 따져요. 중요한 건 나랑 말이 통하고 느낌이 통하는 거니까요.”

    ▼ 연하도 괜찮나요.

    “아직 연하를 이성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요. 언니들은 그러더라고요. ‘조금만 나이 먹어봐라, 연하가 좋다’고. 연하가 엄청 다정다감하고 엄청 애늙은이면 확 빠질 수도 있죠(웃음).”

    ▼ 사랑이 현재 진행 중인가요.

    “지금은 없어요. 짝사랑할 상대가 빨리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런 감정을 느끼고 싶어요. 주위 친구들이 다 쪽쪽거리고 있어서 너무 부러워요. 근데 아무리 둘러봐도 짝사랑할 만한 사람이 없어요.”

    “공개 연애 안 할래요”

    ▼ 연애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건?

    “손발이 오그라들 수도 있는데(웃음), ‘넌 내꺼, 난 니꺼’가 되는 거예요. 서로 그걸 아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연애할 때 이런 말 많이 하잖아요. ‘너 누구 꺼야?’ ‘난 니꺼지.’ 말로만이 아니라 같이 있을 땐 서로 상대방의 것이 되어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서로 생활을 공유할 수 있고, 정신을 공유할 수 있고. 솔(soul)을 나눌 수 있고. 그리고 제가 스킨십을 좋아해요. 저한텐 그게 되게 중요해요.”

    ▼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공개 연애를 할 건가요.

    “절대 안 해요. 많이 불편할 것 같아요. 오보가 많이 나잖아요. 헤어지지 않았는데 헤어졌다고 기사가 나고, 사람들도 멋대로 얘기하면 속상할 거고, 그러면서 생기는 오해에 일일이 해명하는 것도 성가실 테죠. 우리 이야기는 우리만 알았으면 좋겠어요. 경험 있는 선배들이 공개 연애는 하지 말래요.”

    청춘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20대만의 특권을 이용해서 그가 꼭 이루고픈 소망은 뭘까.

    “사랑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연예인이라서 제약이 많은데 사랑 경험이 많았으면 좋겠고,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서 쭉 가도 좋고. 무엇보다 진정한 사랑, 제 연애관에 맞는 사랑이요. 또 노래도 연기도 잘하고 싶어요. 욕심이 끝이 없네요.”

    ▼ 내일 아프리카로 떠나죠?

    “SBS ‘희망 TV’ 제작진과 코트디브아르에 가요. 내전이 끝난 지 3년 된 아주 위험한 지역인데 봉사하러 가는 거니까 어쩔 수 없죠. 원래 저만 챙기기 급급한 사람이었는데, 시간 여유가 생기니 봉사 생각이 커지더라고요. 처음엔 좀 망설이다가 ‘나를 필요로 하시니 도와드리자’고 마음먹었죠.”

    화보 촬영과 인터뷰가 쉼 없이 진행된 탓일까. 그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졸음을 쫓았다. 먼 길을 떠날 사람이 지친 걸 걱정하자 이내 진원(震源)이 밝혀진다.

    “어제 친구 생일이라 몸을 좀 혹사했더니 그런가봐요. 밤늦게까지 놀아서(웃음).”

    ▼ 술을 잘하나 보네?

    “계속 마셔도 얼굴이 안 빨개져서 잘하는 줄 아는데, 잘하진 못하고 좋아해요. 주종을 안 가려요. 소주 맥주 와인 다 좋아해요. 주량은 와인 한 병 반쯤?”

    ▼ 고약한 술버릇이 있나요.

    “없어요. 다만 술 마실 땐 괜찮은데 다음 날 기억을 잘 못해요. 하도 멀쩡해서 아무도 몰라요. 필름이 끊긴 상태라는 걸,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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