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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날 버렸어도 나는…”

옥중 권노갑 DJ 향한 절규

  • 김기영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hades@donga.com

“님은 날 버렸어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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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主君)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절대적인 충성을 바쳤던 동교동의 가신군단 가운데서도 권 전위원은 항상 으뜸의 자리에 있었다. 그런 만큼 그가 겪은 고초도 심했다. 고생을 도맡아하는 맏형이었기에 후배들도 그를 따랐다. 동교동 사람들 사이의 엄격한 위계질서는 같은 가신군단인 상도동과 구분짓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 같은 남다른 유대감이 있었기에 동교동 가신들은 단순히 김대통령의 ‘정치적 아랫사람’에 머무르지 않고 때로는 김대통령의 ‘동지’로서 끈끈한 결속력을 자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5월1일 권 전위원의 검찰출두와 이어진 구속으로 김대통령과 권 전위원을 잇는 결속의 줄이 마침내 끊어지고 말았다는 얘기가 동교동 사람들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권 전위원 측근 인사들 사이에서는 처음부터 이 사건에 ‘억지’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권 전위원을 꺾으려고 한 ‘기획의 냄새’가 짙게 배어있다는 것이다.

권 전위원의 태도에서도 그런 정서를 읽을 수 있다. 권 전위원은 검찰출두 하던 날은 물론, 구속된 뒤로도 한결같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권 전위원은 검찰조사 내내 진승현씨로부터 5000만원의 대가성 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당초 진승현 게이트의 연장선상에서 수사가 진행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조사범위는 확대됐다. 최택곤씨로부터도 5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가 추가되었다.



그러나 최씨가 자신의 진술을 번복하면서 이 건은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권 전위원 측근들은 최택곤씨의 진술이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했고, 진승현씨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김은성씨의 주장에 허점이 많음에도, 검찰이 끝내 영장을 청구하고 구속이 집행된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5월3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거친 끝에 권 전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한보 정태수 회장으로부터 1억5000만원을 받아 ‘포괄적 뇌물죄’로 구속 수감된 지 5년 만에 권 전위원은 다시 서울구치소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5월4일 권 전위원은 늦잠을 잔 것으로 전해졌다. 2박3일간 계속된 검찰조사에 지쳐 한나절이 돼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그러나 그날부터 권 전위원은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분노를 참지 못해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식사도 아침에 제공되는 죽 이외에는 거의 먹지 않는다고 한다. 면회객들에게도 불편한 심사를 숨기지 않고 있다. 당뇨 증상으로 얼굴은 검게 탔고 병색이 역력하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무죄이며 현재 벌어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의 충격과 흥분상태에서 벗어나면서 권 전위원 주변에서는 이번 사태의 내막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지금부터라도 김대중 대통령의 사람이 아니라 권노갑 독자정치노선을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기류는 동교동 1세대가 아닌 권 전위원 사람으로 분류되는 범 동교동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청와대와 권노갑의 갈등

이런 기류가 형성되기까지 청와대와 권 전위원 사이에 드러나지 않은 갈등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5월1일 검찰출두는 두 진영 불화의 극단적 표출이었을 뿐, 김대통령과 권 전위원 사이의 감정의 골을 깊게 하는 사건들은 끊임없이 발생했다는 것이 권 전위원 주변 사람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권 전위원과 청와대 사이가 멀어지게 된 1차적 사건은 2000년 4·13총선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고 한다.

권 전위원은 1997년 한보사태로 구속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아 복역하느라 김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선거의 현장을 떠나 있었다. 권 전위원은 김대통령의 당선소식을 수감생활 중 심해진 당뇨병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해있던 서울대병원 병실에서 듣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권 전위원을 대신해 동교동의 얼굴로 1997년 대선 때 김대통령의 옆을 지킨 사람은 한화갑 의원이었다. 자연 정권 초기, 한의원은 여권의 실세로 떠올랐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사면복권된 권 전위원이 정치 일선으로 돌아온 것이다. 2000년 4·13총선은 사실상 권노갑 전위원의 작품이었다. 공천과정을 조율했고 정치신인들에 대한 자금지원도 권 전위원의 손을 거쳐 이뤄졌다.

그런데 공천과정에서 권 전위원은 김대통령의 아들들과 불화를 겪게 된다. 권 전위원은 김홍일 의원의 전남 목포 출마에 반대했다. 몸이 불편하니 신병치료에 최선을 다하라는 뜻에서였다고 한다. 아버지인 김대중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데, 아들이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이 국민정서상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홍일 의원 측의 반발은 거셌다. 14대 국회 때 목포에서 당선된 적이 있는 권 전위원이 목포지구당을 되찾기 위해 김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려 한다는 게 김의원 측의 생각이었다. 권 전위원 측의 한 인사는 “이 일로 김의원의 동생인 홍업씨와 권 전위원 사이에 험한 말이 오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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