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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특집|요동치는 정치판

<직격 인터뷰> 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

“노무현 ‘히든카드’는 多黨制… 그러나 반드시 실패할 것”

  • 글: 박성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wpark@donga.com

<직격 인터뷰> 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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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주류가 호남을 근거지 삼아 변화를 거부한다면 그것 또한 기득권 지키기 아니냐는 비판이 가능할 것 같은데요.

“어느 정당이든 나름의 기반을 살려 가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궁극적으로 정당이나 정치인은 일정한 지역 대표성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회사도 일정한 고객 기반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

- 지난 대선에서 노대통령이 승리한 요인에 대해서부터 신당파와 당 사수파는 시각을 달리하는 것 같습니다. 노대통령의 당선요인을 무엇이라고 봅니까?

“노대통령이 과거와 다른 스타일로 선거운동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네티즌과 노사모, 희망돼지 저금통 등 새로운 방식들이 국민에게 생동감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승리의 주된 요인은 무엇보다 민주당을 걱정하는 호남세였습니다. 젊은층 표란 것도 선관위의 발표를 보면 다른 선거에 비해 별로 많이 얻은 게 아닙니다. 민주당이 승리해서 정권을 재창출하기를 바라는 지지자들, 특히 호남 사람들의 지지로 당선된 것입니다. 노대통령도 이 때문에 당선 일성으로 ‘국민통합’과 ‘지역통합’을 표방했었는데 실제 행보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승리는 나의 것’이라는 식으로 나선 데서부터 문제가 꼬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당 깨면 정치적 심판 받을 것



그는 이 대목에서 노대통령의 ‘코드 정치’에 대해 신랄히 비판했다. 그는 “그런 인식이 각종 현안이 생길 때마다 권력과 국민이 사사건건 부딪히는 원인이 됐다. 권력은 베풀어야 하는데 반대자를 외면하고 ‘코드’만 찾다 보니 어느 한 분야도 부딪히지 않는 게 없다”며 “무엇보다 노대통령 자신에 의해 이런 불안이 야기되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비주류 의원들은 신당파 의원들과 노 대통령이 민주당과 지지세력을 ‘배신’했다고 하는데 무엇을 배신했다는 거죠?

“나는 배신자란 말은 해본 적이 없어요. 다만 뻐꾸기도 남의 둥지에 가서 자라지만 절대 둥지를 부수고 떠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부수고 가겠다는 겁니다. 신당을 하겠다는 어떤 사람은 ‘민주당을 만신창이로 만들어야겠다’고 하더군요. 신당파의 핵심 인물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천을 받고 그 조직과 정치자금을 지원받아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입니다. 정권 재창출도 그 바탕 위에서 이룬 것 아녜요? 그럼에도 당을 부수려는 행위에 대해서는 정치적 심판이 뒤따를 것입니다.”

- 새천년민주당도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국민회의 깃발을 내리고 ‘신당’을 창당하지 않았습니까? 당시 국민회의와 지금 신당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 거죠?

“그 때는 전부가 동의해서 한꺼번에 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차이가 있어 갈라진 겁니다. 저 사람들은 공멸이라면서 갈라지는 길을 택하고 있습니다. 권력을 공적(公的)으로 행사하기보다는 ‘우리가 잡았으니 우리가 행사한다’는 착각 속에서 나온 발상입니다.”

- 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자기 모태를 부수고 나간 부도덕한 행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노대통령 지지도가 올라간다면 모를까, 지금 노대통령의 지지도가 올라간다는 보장이 없질 않습니까.”

- 민주당이 대선 이후 집권당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표류해온 데는 대선 때부터 계속된 비주류의 냉소와 비협조, 발목잡기에 원인이 있지 않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은데….

“대선 때 얘길 하는 것은 지도자답지 못한 일입니다. 인적 청산이나 보복을 염두에 두고 하는 얘기입니다. 후보단일화가 성사되고 나서 탈당했던 의원을 모두 다 입당시켰지 않습니까? 당시 내가 당 대표로서 중립에 서고 탈당하려는 의원들을 설득한 것도, 내가 중립에 안 서면 그 사람들이 다 탈당하고 가버릴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히려 대의원들의 58% 지지를 얻어 당선된 대표더러 그만두라고 발목을 잡은 게 누구인지 묻고 싶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됐으면 총리 인준을 어떻게 받아내고 어떻게 개혁입법을 통과시킬 것인지, 어떻게 생산적 정치를 이뤄낼 것인지를 연구했어야 하는데 ‘너 나가라’면서 코드만 가리다보니 일이 안되는 것입니다. 역사를 ‘싹둑’ 잘라 부정하려면 사회질서에 혼란이 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너 나가라’는 곤란

- 김대중 정부 때도 ‘제2 건국위’등을 통해 정권기반을 강화하려는 데 대해 야당과 학계에서는 ‘단절적 역사관’이라고 비판한 사람이 많았는데요.

“그 때는 있는 사람을 뚝 잘라내고 ‘우리끼리 나라 (운용을) 하겠다’는 게 아니었어요. 지금은 기성조직 자체를 들어내버리려는 것입니다. (노대통령의) 386 측근이 여당의 사무총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게 지금의 실상입니다. 우리가 제2 건국을 하자며 ‘누구 나가라’고 한 적이 있습니까? 또 세대교체를 하자고 한 적이 있습니까?”

- 시대적 요구에 맞춰 일정한 정치적 변화와 세대교체도 필요한 것 아닙니까?

“변화는 사회 발전에서 필연적으로 오는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반면 세대교체란 인위적인 것입니다. 5·16 때도 세대교체를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1년 뒤엔 모두 그전 사람과 손잡고 가더라’는 말을 하시더군요. 세대교체는 선거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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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성원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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