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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장성 진급비리사건 1심 판결

“진급심사위에 허위자료 제공, 공정한 심사 방해”

  •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육군장성 진급비리사건 1심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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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급심사점수는 자력(自力·근무평정, 경력) 점수와 잠재역량(자질, 품성 등) 점수로 구분된다. 비위 사실이 적혀 있는 기관(기무·헌병)자료는 진급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잠재역량 평가에 중요한 잣대로 활용된다. 아무리 자력 점수가 좋더라도 기관자료가 진급심사위에 제출되면 사실상 진급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지난해 육군장성진급심사 때만 해도 기관자료가 제출된 대령 17명은 자력 점수와 상관없이 모두 탈락했다.

공소사실의 핵심은 바로 이 17건의 기관자료와 관련된 것이다. 진급과 장교들이 남재준 육참총장한테 넘겨받은 기관자료 315건(기무자료 210건, 헌병자료 105건) 중 17건을 임의로 선별해 마치 인사검증위 검증을 거친 것처럼 인사검증위 양식(심의참고자료)으로 재작성, 즉 공문서를 위조해 진급심사위에 제출함으로써 공정한 심사를 방해한 혐의다.

군검찰 조사과정에서 인사검증위 소속 장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시인했다. 인사관리처장 이병택 준장도 남 총장한테 받은 자료 중 기무자료는 인사검증위 검증절차를 거치치 않고 활용했다고 털어놓았다. 만약 이들이 315건의 기관자료를 인사검증위에 제출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게 했거나 한 건도 빼지 않고 모두 진급심사위원회에 제출했더라면 군검찰 수사는 별 소득이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육본 진급과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315건 중에서 17건, 즉 진급대상자 17명에 대한 비위자료만 제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심사위원들을 속이고 그들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셈이 됐다.

315건 중 왜 17건만 선별했나



왜 그랬을까. 군검찰 수사내용에 비춰보면 17명은 진급과에서 사전에 ‘우수자(유력 후보자)’로 내정한 52명의 강력한 경쟁자였다. 수사기록에 따르면 인사검증위 실무자인 모 대령은 “315건 중 극소수 인원인 17명에 대한 자료만 뽑아 사용한 이유가 뭐냐”는 군검찰 심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머지 인원은 유력한 경쟁자가 아니지 않았나 싶습니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 역시 이 부분을 이 사건의 핵심으로 판단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심사위원들이 자력을 분석하기 전에 인사검증위원회 자료를 위원들에게 낭독해준 사실, 도덕성·품성·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선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참모총장이 위원들에게 훈시하고 또한 심사위원 전체회의에서 다시 한번 강조한 사실, 심사위원들이 실제로 위 17명에 대한 위조된 인사검증위원회 심의참고자료를 인사검증위원히 검증을 거친 것으로 오인한 사실… 자력을 분석하기 전에 이미 ‘제한’으로 표시해 심사에서 배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바, 17명의 경우 17부의 위조자료 행사로 인해 진급추천에서 배제된 사실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실제 진급 선발된 일부 인원에게도 17명에 대한 부정적 사항에 비견되는 사항들이 기재돼 있음에도 17명에 대한 자료만이 활용된 점 등에 비추어 위 17명의 자료를 선별하는 기준이 유력 경쟁자로 사전 선정된 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자의 자료라는 점 외에 일정한 기준을 발견할 수 없다.’

군검찰 관계자는 “재판부가 오랜 시간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며 “판결내용에 대체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군검찰은 항소하면서 공소사실 일부를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의 법률해석을 감안해 장동성 대령과 주정 중령에 대해 적용한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를 공문서 위조 혐의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육본 공보 관계자는 “항소심 재판이 남아 있기 때문에 공식 의견 표명은 이르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핵심 혐의 대부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다”고 사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했다.

한때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대형사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재판결과에 대한 언론의 소극적인 보도 태도는 이해하기 힘들다. 육본 논리를 대변해온 기자들과 군 지휘부는 알고 있을까. 군 사법개혁이나 국방 문민화, 병력 축소·편제 개편 등 각종 국방개혁보다 진급비리가 더 장병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것을.

신동아 2005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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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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