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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후진타오 정상회담과 北中경협 향방

중국 해군 동해 진출이 북중 경협 종착점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김정일-후진타오 정상회담과 北中경협 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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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김정일이 기차로 압록강을 건너기 이틀 전 중국, 홍콩 기업인 20여 명이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국기업 만선, 코튼클럽을 둘러봤다. 만선은 숙녀복을, 코튼클럽은 내의를 만든다. 중국, 홍콩 기업인들은 북한이 외자유치 창구로 지정한 박철수(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 총재)가 데려왔다.

언론은 “북한이 개성공단 폐쇄에 대비해 중국자본을 기웃거린다”고 보도했다. 이임동 개성공단기업협회 사무국장은 “개성에 군침 흘리는 중국기업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개성에서 한국기업을 쫓아낼 소지는 적다”는 게 다수(多數) 전문가의 견해다. 개성공단 근로자 4만명을 배치할 곳도 마땅치 않다.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접는 것 또한 어렵다. 입주업체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박철수는 견학 목적으로 개성공단을 찾았다. 시선(視線)은 신의주, 나선, 평양을 향해 있다. 북한이 신의주 나선 평양에 중국·홍콩기업을 유치하려고 개성공단이라는 실물을 보여준 것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한국이 격앙했는데도 “북한은 개성공단에서 장난을 친다.”(개성공단 입주기업인 A씨)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린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 때 합의한 기숙사를 짓지 않는다”면서 인력 공급을 안 해줘서다.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엔 잉여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 관료가 완장 두른 ‘돔방각하’처럼 행동한다. 근로자를 A사에서 B사로 옮기는 식으로 횡포를 부린다.

입주기업 관계자 B씨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정부도, 북한 정부도 싫다. 스트레스 받아서 못 해먹겠다. 돈 벌기엔 개성이 최고지만 손해 보더라도 베트남으로 옮겨 편하게 살자는 생각도 든다.”

남북경협이 뒷걸음, 게걸음 치는 사이 “북중경협은 기왕의 물자교환 수준에서 사회간접자본 투자로 이동하고 있다.”(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chapter 2 금강산, 백두산

분주한 도시를 들여다봤으니 자연으로 눈을 돌려보자. 금강산, 백두산은 한반도가 자랑하는 명산이다.

금강산

김정일이 중국 방문을 채비하던 4월23일 북한은 “금강산지구 내 이산가족면회소 등 남조선 당국의 5개 부동산을 몰수하고, 나머지(민간 소유) 부동산도 동결한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투자손실 1조3000억원을 떠안았다.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밑 작업 때 견인차 노릇을 한 현대아산은 존폐(存廢)의 기로에 서 있다. 금강산에 남은 인력이 먹고 자는 공간을 제외한 금강산 내 재산에 동결 딱지가 붙었다. 현대아산은 구조조정 급여삭감 순환휴직으로 버텨왔다. 회사를 떠난 직원이 700명(절반은 금강산에서 일하던 조선족)에 달한다. 한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자포자기 심정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져 빅딜이 성사된다면 모를까 현재로선 희망이 없다.”

현대아산은 건설업, 국내관광으로 돈을 벌어 연명한다. 국내관광 사업엔 ‘평화 생태 체험과 함께하는 여행’이란 광고 문구를 달았다. 대기업이 하는 일이라고 하기엔 부끄럽다. 여행 경비가 2만~4만원대다.

시계추를 다시 뒤로 돌려보자.

김정일은 지난해 10월4일 평양에서 원자바오(溫家寶·중국 국무원 총리)를 접견했다. 하루 전 북한과 중국은 문서 8개에 조인했다. 그중 ‘중국 관광단체의 조선관광 실현에 대한 양해문’이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눈길을 끈다.

지금, 중국 여행사들은 평양 개성 휴전선 금강산 원산을 둘러보는 4박5일 관광상품을 5400위안(한국돈 88만원)에 팔고 있다. 한국인이 떠난 자리를 중국인이 벌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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