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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시에 주어진 사명은 ‘지방자치’ ‘균형발전’ 모범 제시”

  • | 최호열 기자 honeypapa@donga.com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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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지호영 기자]

이춘희 세종특별자치시장 [지호영 기자]

이춘희(63) 시장에게 세종특별자치시는 ‘분신’ 같은 곳이다. 2003년 신행정수도건설기획단 구성을 시작으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법률 제정, 입지선정, 도시계획, 명칭 제정 등 주요 업무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2006년 행복도시건설청 초대청장까지 노무현 정부에서 만 4년 동안 꼬박 세종시 건설의 뼈대를 세우는 데 매달렸다. 산파역을 제대로 한 것이다. 그 때문일까, 세종시민들은 2014년 2대 세종시장으로 그를 선택했다. 

그를 만나기 위해 1월 11일 세종시청 집무실을 찾았다. 업무용 책상과 10인용 회의 테이블, 4인용 탁자만 있을 뿐, 소파가 놓인 안락한 공간은 눈에 띄지 않는다. 타이트한 업무 공간인 셈이다. 수없이 많은 기관·단체장과 기업CEO 집무실을 봤지만 이런 곳은 처음이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시장은 “직원들이 열심히 일만 하라며 소파를 놓아주지 않았다”며 껄껄 웃었다.

주민 중심의 행정

최근 발표된 ‘2017년 민원서비스 종합평가’(행정안전부, 국민권익위원회 공동주관)에서 세종시가 전국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2016년도 17개 광역시·도 합동평가에서도 1등을 했다. 2017년엔 2위를 했다. 연속으로 1등을 주지는 않더라(웃음). 우리 시가 계속 좋은 평가를 받는 데는 특별자치시라는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다른 곳은 광역시·도에서 기준을 만들고, 기초자치단체는 집행만 하면 된다. 따라서 일을 처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문제가 생기면 서로 책임을 미룰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준을 만들고 집행하는 일을 다 하기 때문에 일을 빨리 처리할 수 있다. 민원이 생기면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공무원은 몇 배 더 바쁘고 힘들지만 시민은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주민 중심의 행정’을 하는 셈인데, 다른 지자체로 확대해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 강조한 지방분권 개헌이 꼭 필요하다. 행정 능력과 재정 능력이 충분한 성남, 수원, 창원 등은 우리처럼 특별자치시로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해당 광역지자체도 작은 시·군 지원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4년 동안의 성과를 소개한다면. 

“최근 문재인 정부에서 도시재생사업을 강조하고 있는데, 우린 이미 3년 전부터 ‘청춘조치원 프로젝트’라는 도시재생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 4년째다.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많은 전문가, 지자체들이 찾아오고 있다. 또한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세종시에 잘 맞는 도농상생 정책으로 ‘로컬푸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낙연 총리도 두 정책에 대해 ‘이런 모범을 보여 전국적으로 확산되도록 하는 게 특별자치시의 역할’이라며 격려했다.”

청춘조치원 프로젝트

‘청춘조치원 프로젝트’를 좀 더 소개해달라. 

“기존 읍면이나 원도심 주민들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되는 신도시와의 불균형으로 소외감을 느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14년 10월부터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해 지역 내 균형발전을 이뤄가고 있다. 지역주민을 내쫓는 재개발 방식이 아닌 주민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이다. 지금 조치원 주민들의 정책 참여의 힘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하는 주민도 있을 정도다. 조치원읍은 지금 ‘젊은 도시’로 다시 살려보자는 의욕에 불타고 있다. 앞으로 이 사업이 ‘프로젝트’에서 ‘운동’으로 진화해가도록 운영할 생각이다.” 

주민 참여는 어떻게 이뤄지나. 

“8주 과정의 도시재생대학을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토론하며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찾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함께해 도움을 준다. 처음엔 ‘이거 해달라’고 요구하던 주민들이 이제는 ‘우리가 이렇게 해볼 테니 관심을 가져달라’고 할 정도로 의식에 큰 변화가 생겼다. 예를 들어 조치원 우체국골목이 있다. 과거 중심가였던 곳이 쇠락해 지저분하고 주차가 무질서한 곳이 되었다. 주민들이 도시재생대학에 참여해 마을을 되살리려면 불법주차 문제부터 없애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골목에 화분을 내놓고 꽃을 심는 작업을 했다. 거기서 머물지 않고 아침마다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하면서 주민들이 친해져 마을 공동체가 되살아났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에서 공모한 ‘안전한 보행환경조성사업’에 지원해 1등도 했다. 심사위원 이야기가 내용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다른 곳은 공무원이 설명하는데 여기는 주민 대표가 추진 이유를 설명해 신뢰감이 높았다고 하더라.” 

세종시는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이기도 하다. 

“평균연령 36.8세(전국 평균 41세)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이며, 인구의 4분의 1이 아동청소년이고 합계출산율은 1.82명(전국평균 1.17명)으로 최고의 출산율을 자랑하고 있다. 그동안 출산·보육환경 증진을 위해 공공형 어린이집(17개소)과 공동육아나눔터(7개소) 확충, 출산축하금 120만 원 지원 등 여성과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지난해 9월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로 ‘유니세프(UNICEF)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아동친화도시는 아동의 권리가 보장되고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기본 정신(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 등 아동 4대 기본권)을 실천하는 지역사회를 의미한다. 우리 시는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아동·청소년 기본 정책 5개 영역, 52개 주요 과제(계속사업 31개, 신규사업 21개)를 추진하고 있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계기로 아동·청소년 정책을 더욱 구체화해나갈 계획이다. 3년 후 재인증을 위해 매년 아동친화도시 실적을 점검하고, 유엔아동권리협약의 기본 정신을 꼼꼼하게 실천해나가겠다.”

책 읽는 도시 세종

2017년 11월 29일 열린 아동·여성친화도시 비전 선포식.

2017년 11월 29일 열린 아동·여성친화도시 비전 선포식.

‘책 읽는 도시 세종’이라는 도시 브랜드도 인상적인데. 

“세종대왕의 이름만 차용한 게 아니라 세종대왕의 얼과 혼, 정신을 담아내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 그러려면 온 시민이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많고 전체 연령이 젊기 때문에 책 읽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여건은 충분하다. 우선 인프라 확충을 위해 2020년 시립도서관을 개관하고, 2016년까지 현재 6개인 마을 도서관을 22개로 확충하는 등 걸어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을 조성해 어디서나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독서 환경을 조성하려 한다. 또한 2016년 정부합동평가 1등을 하면서 상금 23억 원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매년 양서 10만 권을 구매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2020년 도서관 장서가 시민 1인당 2권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 된다. 보유 장서의 질도 중요하다. 시민이 원하는 책을 많이 소장할 수 있도록 ‘희망도서 바로대출제’ 서비스도 시행한다. 시민이 읽고 싶은 책을 서점에서 구매해 읽은 후 도서관에 가져가면 책값을 환불해주고 그 책은 도서관이 소장하는 형태다.” 

‘세종시’ 하면 ‘행정수도’ 확정 여부가 큰 관심사다. 

“행정수도 개헌은 세종시만을 위한 게 아니다. 사람·권력·재원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일극(一極)집중형 국가 운영 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수도권과 지방이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으로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최근 여론을 보면 헌법에 행정수도 추진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우리 시는 그동안 국회 개헌특위를 비롯해 정치권에 행정수도 개헌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해왔다. 앞으로도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 개헌특위 위원들에게 우리 시 입장을 알리고, 전국을 대상으로 홍보 활동을 전개해나갈 것이다.”

행정수도=세종시

최근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개헌안 초안에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문화하는 내용이 아예 빠져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개헌안 초안 자체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고, 쟁점 사항을 추리는 중으로 알고 있다. 행정수도 문제는 이미 모든 정당이 약속한 사항이라 쟁점 사항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 

청와대 제2 집무실과 국회 분원 문제도 화두인데. 

“개헌 논의가 정리되면 쉽게 해결될 문제다. 새 헌법에 ‘행정수도=세종시’가 명문화되면 청와대와 국회가 다 올 수도 있다. 대통령 제2 집무실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부터 내건 공약이다. 새 정부의 세종시 완성 의지가 확고한 만큼 잘될 것이다. 우리 시와 국회가 공동으로 추진한 ‘국회 세종분원 설치 타당성 연구용역’에서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과반수가 찬성하고 있다. 균형발전 효과는 3.8배에 달한다. 국회분원 설치로 국회 출장으로 인한 비용을 연간 최소 35억6665만 원, 최다 67억1665만 원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0년, 앞으로 10년

세종시를 설계한 사람으로서 세종시 자랑을 한다면. 

“면적은 분당의 3.5배인데 인구는 비슷하니 훨씬 쾌적한 도시다. 또한 동네 구역이 확실하고, 그 안에서 일상생활이 다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동네 주민들끼리의 교류와 단합이 잘된다. 직접 가보면 동네마다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아쉬움이 있다면, 처음 계획했을 때는 원래 자연을 최대한 살리면서 마을을 만들게 되어 있었는데, 사업 시행자의 탐욕과 담당 공무원의 무책임 때문인지 불도저식으로 밀어버리고 마을을 만들어 개성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는 자연을 잘 살려 개발한 동네와 그렇지 않은 동네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한참을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시재생에 대해 설명할 때도 조치원읍 구석구석의 사례뿐 아니라 다른 농촌 마을의 사례도 들어가며 거침없이 설명했다. 세종시 구석구석의 사정을 잘 꿰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세종 발전을 위한 앞으로의 10년을 구상한다면. 

“우선, 대한민국 실질적 행정수도로서의 기능을 완성해야 한다. 또한 처음 세종시를 구상할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4차 산업, 공유경제는 상상할 수 없었다. 시대에 맞는 과학기술 변화를 담아내 21세기 미래도시의 꿈을 실현하는 도시가 되도록 전반적으로 도시계획을 손보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30만 세종시민의 생각을 도시계획에 계속 반영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그게 진정한 지방자치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대전, 충주 등 충청 인근 도시와의 상생, 지금 건설 중인 혁신도시에 대한 협력과 지원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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