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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대한상의·무협·삼성이 보수진영 ‘스폰서’'

6·25, 8·15 국민대회의 가려진 진실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전경련·대한상의·무협·삼성이 보수진영 ‘스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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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제단체의 성금액’이란 부분이다. 자료에 언급된 경제단체는 어디를 지칭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자유시민연대측은 “이전 집행위원회(6·25 국민대회 집행위원회)로부터 5000여 만원을 이월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자료에 언급된 경제단체는 어디어디를 말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그냥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등으로만 이해해달라. 액수는 1억3000만원쯤 된다”고 잘라 말했다. 기자가 접촉한 보수단체 인사들은 예산문제를 거론하자 한결같이 “대외비”라며 경계하는 반응을 보였다. 행사 후원단체의 명칭이 외부로 노출될 경우 후원금이 대폭 줄어들지도 모를 우려 때문이었다.

경제단체가 아닌 다른 외부단체의 지원은 전혀 없었을까. 8·15 국민대회 집행위원회측은 “대기업 지원이 전혀 없었다”고 밝히면서도 국민성금의 세부 명세는 일절 확인해주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눈여겨볼 것은 앞서의 자료에 언급된 ‘특정기업의 다액성금’이란 부분이다. 자료엔 다음과 같은 내용도 명시돼 있다. ‘(8·15 국민대회의) 전체 성금액은 6·25 행사 때의 특정기업의 다액성금을 제외하면 비슷한 실적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번 행사는 1억여 원을 절감하고도 이월금 2400여 만원을 제외한 2800여 만원을 또다시 이월하는 흑자행사였음.’

그렇다면 ‘다액성금’은 얼마이며 그 출처인 ‘특정기업’은 대체 어디일까. 기자는 ‘퍼즐 맞추기’에 나섰다. 그리고 취재과정에서 접한 보수단체의 한 핵심인사를 통해 ‘특정기업’이 삼성그룹이며 ‘다액성금’은 1억원이란 사실을 어렵게 확인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는 자료에 나타난 ‘1억여 원을 절감하고도’란 부분과 액수가 일치한다. 즉 6·25 국민대회 때보다 1억원의 수입이 줄었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했다. 교차확인이 필요했다.

후원금 지원 여부를 묻는 기자에게, 삼성 구조본 관계자는 “금시초문이다. 협찬담당자에게 문의해보니 (6·25 국민대회를 지원한) 그런 사실이 확인이 안 된다고 한다”고 간략히 답했다. 전경련 홍보팀 관계자 역시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전혀 없으며,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 하더라도 전경련의 공식 입장은 ‘지원하지 않았다’로 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말했다.

“다른 데는 못주던데 삼성은 주더라고”



과연 그럴까. 기자는 9월6일 봉두완(68) 광운대 석좌교수(전 대한적십자사 부총재)와의 전화통화에서 삼성그룹은 물론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대한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이 6·25 국민대회 때 지원금을 내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봉두완 교수는 6·25 대회 때 재정위원장을 맡아 대회 당시의 재정상황을 누구보다도 소상히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다음은 그와의 통화내용.

-6·25 국민대회 때 재정위원장을 맡으셨는데, 당시 국민성금을 모집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예산이 모자라 삼성측으로부터 1억원을 지원받고….

“그건 나중에 마이너스가 나는 바람에 개인적으로 얻어왔죠.”

-그러면 원래는 성금…(이때 갑자기 통화가 끊어져 그의 휴대전화 번호로 재통화를 시도했다).

-여보세요.

“어, 전화가 갑자기 끊어져버렸네요. 내가 어디 좀 가는 길이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6·25 대회 때는 원래 성금이 얼마나 들어왔나요?

“뭐, 어느 정도 들어왔는데 하여튼 마이너스가 8400만원 정도 났어요.”

-국민대회 하고 나서요?

“예, 하고 나서요.”

-그러면 국민대회 한 뒤에 협찬이 들어온 거네요?

“예, 뭐 (협찬을) 했는데, 자세한 액수는 잘 모르겠고, 어쨌든 (돈이 모자라) 목사님들 한 열 분이 500만원 정도씩 모으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그게 또 안 됐어요. 그래서 내가 어디에 가서 좀 구해왔죠.”

-어디서요? 현명관 (전경련) 상근부회장 통해서요?

“삼성에서 구해왔어요.”

-현명관 부회장이 아니고 삼성에서요?

“예, 현명관씨는 4000만원만 줬어요, 전경련 이름으로. 처음엔 한 2억∼3억원쯤 기대하고 나하고 재향군인회장이 같이 찾아갔는데, 그랬더니 내부적으로 좀 복잡했나봐. 그래서 거기서 일하는 전무가 내가 발이 넓으니까 자기네 혼자만 하는 건 좀 이상하다 이거예요. 그래서 상공회의소, 무역협회와 같이 하는 게 명분도 좋겠다…무슨 얘긴 줄 알죠? 요즘 기업주들…무슨 얘긴 줄 알죠? 그래서 거기서 1억원을 해줬어요, 세 군데 합쳐서….”

-그럼 그 경제단체들은 후원을 해주면서 보수단체들의 행사 취지에….

“(보수단체들의 6·25 국민대회 취지에) 찬동을 하면서 한 2억∼3억원 해줄 생각을 하다가 잘 안 된 셈이죠.”

-삼성 쪽도 국민대회의 취지에 동의한 건가요?

“동의를 한 거겠죠, 내가 달라니깐…. 내가 상황설명을 했죠. (행사비용이) ‘펑크’ 났는데 남들이 보면 이게 무슨 꼴이냐고? 그래서 다른 데(기업)는 현 정권 무서워서 못하니까 삼성이 좀 해달라고 했더니만 OK해주더라고.”

-그럼 (삼성) 구조본 쪽에 찾아갔겠네요?

“거기 있는 이학수씨(삼성기업구조조정본부장)를 내가 잘 알거든요. 그리고 그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하고 친하잖아요, 고등학교 1년 선후배간이고…. 그래서 안심하고 주던데 다른 기업에선 100만원도 못 주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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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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