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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탐방

‘작지만 강한’ 인제대학교

人性 갖춘 인재 키우는 21세기형 ‘선진 서당’

  • 글: 곽대중 자유기고가 bitdori21@kebi.com

‘작지만 강한’ 인제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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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는 곧 백낙환’이란 말이 나돌 정도로 인제대의 성공비결로 백낙환(白樂晥) 이사장의 역할을 꼽는 데 주저하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이름을 딴 대학을 설립했지만, 막상 백인제 박사는 개교를 보지 못했다. 백인제 박사는 백낙환 이사장의 백부(伯父)로, 6·25때 백 이사장의 부친인 백붕제(白鵬濟) 변호사와 함께 납북되었다. 주인이 사라진 백병원은 백인제 박사의 큰아들 백낙조(白樂朝·2000년 1월 작고), 백붕제 변호사의 큰아들인 백낙환, 두 사촌형제가 헌신을 다해 현재의 위치까지 성장시켰다.

백낙환 이사장의 인제대에 대한 애정은 ‘지독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백 이사장은 “병원의 존립근거는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환원하는 데 있다”며 “백병원의 모든 수익은 인제대의 발전에 쓰여야 한다”고 말한다. 병원의 규모 확장에 욕심을 낼 만도 한데 “사람을 더 잘 치료하는 것도 사회에 대한 환원이지만, 더 많은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장기적이고 전면적인 사회환원”이라는 생각이 그의 변함없는 소신이다. 백이사장은 일주일의 절반은 병원, 나머지 절반은 김해까지 차를 타고 내려와 대학에서 보낸다.

“이사장은 뒤에 앉아 속된 말로 ‘물주(物主)’ 역할이나 하는 게 점잖지 않느냐”는 질문에 백이사장은 “그것이 오히려 대학 본래의 취지와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사장은 대학을 설립한 법인의 대표로서 대학이 본래의 설립 목적대로 잘 나아가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대학의 CEO인 총장과 이사장이 얼마나 뜻이 잘 맞느냐, 이것이 대학 리더십의 중요한 요체라고 생각합니다.”

뚝심 이사장과 온화한 총장의 만남



백낙환 이사장은 인제대가 종합대학으로 승격되던 1989년 초대 총장에 취임해 2000년 3월까지 대학의 기틀을 다졌다. 이어 유니세프(UNICEF, 국제연합아동기금) 활동으로 유명한 이윤구(李潤求) 박사가 현재까지 총장직을 맡고 있다. 이윤구 박사가 2대 총장으로 선임됐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문스러워했다. 일선에서 물러나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백이사장이 아닐텐데 과연 “백낙환과 이윤구가 서로 ‘코드’가 맞겠느냐”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살아온 길을 돌이켜보면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환자의 몸에 메스를 대는 형이하학(形而下學)적인 의술에 평생에 바쳐온 백이사장이라면, 영국 맨체스터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경력에서 알 수 있듯 형이상학(形而上學)적 사유에 매달려온 이총장이다. 백이사장이 불도저처럼 조직을 이끄는 ‘뚝심의 리더’라면, 이총장은 ‘영국신사’라는 별명이 잘 어울리는 ‘인화(人和)형의 리더’이다. 정치권과 각종 사회단체의 러브콜도 모두 마다하고 오로지 병원과 대학에만 매달려온 백이사장이라면, 이총장은 유니세프에서 이집트, 인도, 방글라데시 지역대표를 맡아 낙후한 국가에 지원활동을 펼쳤고 현재도 경제정의실천연합회 통일협회 이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 흥사단 민족통일운동 공동대표 등을 맡고 있는 마당발 사회활동가이다.

그러나 은퇴 후 미국 딸의 집에서 조용하게 지내고 있던 이총장을 ‘픽업’한 사람은 바로 백이사장이었다. 이총장과 행사장에서 몇 번 마주쳤을 뿐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는 백이사장이 갑작스레 전화를 해 “인제대학교 총장을 맡아달라”고 했을 때 이총장은 농담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생각을 좀 해보겠다”는 이총장의 말에 “이게 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시고 과감히 받아들여달라”는 백이사장의 간청이 이어졌다. 이총장은 본인의 표현대로 ‘징병당하듯’ 총장에 발탁됐다. 4년이 지난 지금 서로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니 “오래 전부터 같이 살아온 사람처럼 호흡이 척척 맞는다”고 한다. 백이사장은 “이총장의 경력을 보고 한눈에 ‘우리 대학에 제격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음은 이총장의 말.

“내가 어떤 생각을 품고 있으면 거의 비슷한 생각을 비슷한 시기에 이사장도 갖고 있는 거예요. 애초에 서로의 의중을 맞춰볼 필요가 없었죠. 처음 인제대 총장 명패 앞에 앉았을 때 ‘이게 나에게 어울리는 옷인가’란 의구심이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래 전부터 나를 위해 존재했던 자리를 찾아온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평생 빈국(貧國)을 다니며 봉사하는 일을 하다가 늘그막에 현실세계의 이런저런 부조리도 발견하겠구나 싶어서 사실은 독한 마음을 먹고 왔습니다. 그러나 인제대는 이만큼 투명하고 깨끗한 교육기관은 없다고 보증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든 국가와 도시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대학교를 방문해보면 된다. 그 중에서도 대학 ‘도서관’을 가장 먼저 들러보라고 권한다. 도서관의 수준을 보면 이 대학이 전망이 있는지, 인재를 육성하려는 진심이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인제대의 ‘백인제 기념도서관’은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전국 최고 수준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장서와 각종 자료를 전산화하여 완벽한 DB를 구축한 것은 물론, 열람실을 연중 24시간 개방한다. 멀티미디어센터에 있는 멀티미디어실, 영상세미나실, 미디어 편집·제작실의 각종 장비는 전자제품회사의 홍보관에 들어온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초현대식으로 갖추어놓았다. 도서관을 설계할 때부터 “최고가 아니면 갖다놓지 말라”는 백이사장의 불호령(?)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학교관계자들은 “시설보다는 교육내용이나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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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대중 자유기고가 bitdori21@keb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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