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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종횡무진 공간읽기 ⑦

강원랜드

옛 탄광 터의 씁쓸함과 아름다움에 대하여

  • 정윤수│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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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당포와 모텔과 노래방으로 뒤덮인 사북과 고한은 아이 울음소리 들리고 문화 예술이 춤추는 아름다운 마을로 변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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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처럼 눈이 내렸다. 그것도 정확히 경기도와 강원도를 구분하는 영동고속도로 섬강교를 지나면서부터다. 마치 ‘강원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인사하듯.

섬강교의 우안, 강원도 권역에 속하는 산비탈엔 ‘예스 평창, 2018 동계 올림픽!’이란 거대한 입간판이 서 있다. 두 차례의 좌절, 그럼에도 다시 강원도는 2018년 동계 올림픽 유치에 나섰다. 만약 2011년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때 ‘평창!’이란 외침을 들으면, 그야말로 강원도는 ‘예스 평창!’을 드높이며 다각도의 로드맵을 실천해나갈 것이다. 그때까지 저 섬강교 산비탈에 기립한 입간판은 제몫을 다하고자 찬바람을 몇 번은 더 맞아야 할 것이다.

#오후 3시, 영월과 사북 사이

눈은, 그리고 또 거짓말처럼, 영동고속도로를 버리고 중앙고속도로에 올라 남하하는 차량을 향해 더욱 기승을 부린다. 앞선 차량의 후미가 안전거리를 요구하는 비상등의 점멸로 반짝거리고, 그에 맞춰 기나긴 행렬이 서서히 주춤거린다. 눈발은, 제천에서 중앙고속도로를 벗어나 영월로, 또 거기서 이번 취재의 최종 목적지인 사북으로 힘겹게 지향하는 행로 앞으로 아득하다. 와이퍼가 뻑뻑 소리를 지르면서 차창을 연신 닦아냈는데도 강원도의 눈은 방문자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그러다가 문득, 사북이 나타난다. 사실은 이렇다. 강원도 남부 지역 도로 사정은 사통팔달 교통망을 가진 이 나라에서도 손꼽힐 만큼 열악하다. 제천을 시작점으로 해 영월과 정선의 여러 마을을 거쳐 태백을 찍은 후 동해로 빠져나가는 이 38번 산악도로는 해발 1000m 넘는 험준한 산령 사이의 깊은 골짜기에 놓은 것으로 과거 탄광 산업이 활황일 때도 일직선 행로가 여의치 않았다.



그 후, 그러니까 이 일대 여러 곳이 폐광하고 그에 따라 정든 마을을 떠나 서울이며 부산 같은 큰 도시 변두리 시민으로 사람들이 빠져나간 뒤에는 더욱이 도로 확충에 대한 민간의 요구가 드물었는데, 21세기 이후 전국 교통망의 일반적 확충 정책에 더하여 이 일대의 관광 산업이 활기를 띠면서 강이며 골짜기를 감아 도는 곡선의 옛 도로 대신 일직선의 신설 도로 공사가 착착 진행되어 마침내 이번 가을엔 최악의 난공사를 마치고 영월에서 사북을 거쳐 태백으로 넘어가는 국도가 순조롭게 개통을 본 것이다.

신작로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38번 국도 문곡에서 사북 사이가 4차선으로 확장 개통됐다. 국토해양부는 2015년까지 태백~동해 간 25.4㎞를 준공할 계획도 세웠다. 이 공사를 완료하면 충북 제천에서 동해의 바다까지 4차선의 교통망을 확보하는 것이다.

국토부가 38번 국도에 깊은 관심을 쏟은 직접적 원인은 강원 남부권 폐광지역 활성화와 고원 관광자원 개발 촉진에 있다. 충북 제천에서 강원 태백에 이르는 동서 4차로 확장은 이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 2006년 12월 제천과 영월 사이, 그리고 사북과 태백 사이를 완공했는데, 영월에서 사북에 이르는 34.6km를 올가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전체로 보건대, 비교적 짧은 거리의 국도 확장 공사를 2000년 12월 착수해 정확히 10년에 걸쳐 마무리한 셈인데, 이 기나긴 시간과의 싸움은 강원 남부 일대 험준한 산령과 그 속에서의 삶이 얼마나 고된지를 집약해 보여준다.

잠시 38번 국도를 벗어나 골짜기마다 들어선 작은 마을 사이로 들어가본다. 옛 함백광업소로 인해 오직 그곳의 석탄과 태백선을 잇고자 조성한 함백선 옛길을 따라 예미에서 함백까지 올라가본다. 폐광은 자연스레 철길의 폐선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또 작은 기차역들의 폐업으로 연결되는데, 손바닥만한 함백역 또한 모든 열차가 무정차 통과하는 쓸쓸한 역사로 남고 말았다. 하지만 이 작은 역사는 우리 철도사(史)에 있어, 그리고 강원도 역사에서 작지만 의미 가득한 과정을 거쳤다. 2006년 10월 말 정선군이 지역 주민과 상의 없이 역사를 철거했다가 가까스로 회복한 일이 그것이다. 철거 이후, 해당 지역주민이 함백역 복원 추진위원회를 결성했고 다양한 방식의 모금과 지원으로 마침내 2008년 6월9일 기공식을 가졌다. 이후 국가기록원이 함백역을 포함한 이 일대를 ‘기록사랑마을 1호’로 선정하면서 함백역은, 이 지역 역사와 삶과 추억을 담은 소중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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