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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종횡무진 공간읽기 ⑦

강원랜드

옛 탄광 터의 씁쓸함과 아름다움에 대하여

  • 정윤수│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강원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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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시계 유리창

강원랜드 고객지원팀 김성진(37) 주임은 “카지노는 도박 속성이 분명하게 있지만 건전한 레저 문화로 정착시키려고 다양한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외 카지노 시설엔 이른바 3무(無)라고 해서 거울, 시계, 유리창을 설치하지 않는데, 강원랜드 객장은 이 세 가지를 어느 방향에서나 볼 수 있게끔 했다고 한다. 물론 그것으로서 도박 속성을 결코 무시하기 어려운 이 욕망의 대리전이 한순간에 게임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얼굴을 반사해 보여주는 거울이나 시공간의 혼란을 방지하는 시계, 유리창을 설치했다는 것은 강원랜드가 지향하는 바를 엿보게 한다.

이 같은 기대는 비단 강원랜드만의 노력에 의해 성취되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문화, 곧 욕망의 배설과 관리라는 측면에서 조절되는 문제일 것이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합리성에 대한 기대가 추락하고 있다. 예측 가능한 삶의 행로와 질서가 비합리적 요소에 의해 굴절한다. 지금 누군가 도박에 빠졌다면 기본적으로 그 당사자의 처신과 상황에 따른 것이지만 그 수가 날로 증가하고 그 형태 또한 본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양태로 번져간다면 이는 개인의 욕망을 사회의 큰 틀이 조절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강원랜드는 자구 노력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2000년 개장 이후 금품수수와 폭행, 회사기금 횡령 등으로 징계받거나 법적으로 처벌받은 예가 끊이지 않았다(‘신동아’ 2009년 6월호 ‘불법·탈법의 온상 강원랜드 대해부’ 제하 기사 참조) 최근엔 환전팀 여직원이 80억원을 횡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9개월 남짓한 기간 날마다 100만원권 수표 뭉치를 횡령했다는 건 당사자의 용의주도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강원랜드의 허술한 장치가 범죄를 부추긴 것이다.

강원랜드 최영 사장이 11월10일 직원들의 부정비리를 근절하고자 ‘내부부정 사건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직원의 고약한 행동 때문에 이미지를 쇄신하지 못하는 것은 강원랜드 처지에선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겠으나 어쨌든 그와 같은 사건이 카지노 안에서 벌어진 것임은 틀림없는 일이다. 게임 부정, 영업 매뉴얼 위반, 배임수재, 경력 위변조 등으로 인한 이용자들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늘고 있으며, 더욱이 그 소송에서 강원랜드가 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도 강원랜드가 이를 악물고 도덕성을 일신해야 한다는 걸 말해준다.



#오전 2시, 고한역

강원랜드
흡연실의 답답한 공기와 객장의 시끄러운 기계음을 피해 폭설이 내린 호텔 정문을 나서자 택시가 서너 대쯤 보인다. 시원한 바람을 쐬고 나서 숙소로 올라갈 예정이었지만 다가온 택시가 자석처럼 나를 끌어당겼다. 나는 갑자기 새로운 용무라도 생긴 듯 고한역으로 가자고 했다.

“숙소를 그쪽으루 잡으셨드래요? 역 앞에 그냥 내려드리면 되나.”

택시운전자는 검은 점퍼 차림으로 역에 데려다달라는 나를 카지노 고객으로 판단한 듯했다. 차창 밖으로 폭설은 그쳤지만 내리막길은 오히려 얇게 얼어붙었으므로 기사는 조심스럽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고한역 아래에 택시는 섰고, 나는 택시의 후미등이 사라지고 나서야 고한역으로 올라갔다.

미지근한 커피

깊은 밤, 여객 기차가 왕래할 일이 없고 거무튀튀한 화물열차만이 눈밭을 헤치며 지나갈 뿐이지만, 그 작은 역사 안엔 후줄근한 행색의 중년 남자들이 추위를 피하고 있었다. 역사 안 휴게실에선 텔레비전 소리가 왕왕거렸고, 대여섯 줄의 벤치에는 한눈에도 이 깊은 밤의 추위를 안온한 방에서 피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되는 사람들이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있었다.

이 비좁고 허름한 공간에 모인 다섯 명의 남자를 모두 카지노에서 빈털터리가 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리 베팅으로 연명하는 카지노 앵벌이나 그마저 신통치 않아 거리를 배회하는 카지노 노숙자가 사북과 고한에서 중요한 지역 문제로 떠올랐음은 틀림없다. 이들이 하나같이 개인적 처신의 부주의로 인해 신세를 망쳤다고 지적한다면 우리는 정말 너무나 야박한 사회에서 사는 것이다. 폐특법에 따라 카지노 시설을 유치할 때부터 이와 같은 일은 예상된 것이었고, 지난 10년 카지노 역사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치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자체와 강원랜드가 더욱 근원적인 처방과 대책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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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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