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9월호

지구에서 外界를 만나다

영화 ‘스타워즈’ 촬영지 터키 카파도키아

  • 여행작가 김선겸

    입력2004-09-14 1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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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에서 外界를 만나다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카파도키아의 아름다운 풍경.

    역사 속의 적지 않은 인연에도 불구하고 터키는 우리에게 낯선 나라였다. 2002년 월드컵에서 꽃핀 ‘형제 나라‘의 이미지가 아니었다면 앞으로도 한동안 그랬을 뻔한 나라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전략적 요충지에 위치한 까닭에 히타이트, 그리스, 비잔틴, 오스만투르크 등 여러 주인이 거쳐간 이 땅의 역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새로 알게 된 터키의 모습은 무척 흥미롭다. 다양한 인종과 문명이 섞여 있는 터키에는 볼거리가 정말 많다. 그 중에서도 중부 아나톨리아 고원지대에 위치한 카파도키아는 그 특이한 비경이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아름답다. 화산 폭발로 형성된 수많은 암석들이 하늘을 향해 씩씩하게 솟아있고 형형색색의 지층이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카파도키아에 들어서면, 이곳에서 영화 ‘스타워즈1’을 촬영했다는 안내자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1271년 이곳을 방문했던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카파도키아의 특이한 지형을 극찬하면서 이곳에 많은 기독교도들이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 수만명 규모 지하도시 옛 모습 그대로

    카파도키아는 걸어서 돌아보기에는 너무 넓다. 지프를 렌트해 괴레메 야외박물관으로 향했다. 비잔틴시대의 교회가 밀집해 있는 야외박물관은 초기 기독교도들의 생활상과 종교 벽화를 엿볼 수 있는 곳. 암벽을 깎아내 만든 동굴교회 내부에는 예수의 생애를 그린 벽화와 각종 성화들이 아직도 그 색채가 뚜렷이 구별될 정도로 온전히 남아 있다. 부엌으로 이용하던 공간에는 당시의 그을음 자국이 선명하다.

    카파도키아 곳곳에 널려있는 지하도시는 초기 기독교들의 아픈 상처를 그대로 보여준다. 기독교도들은 거친 박해를 피해 이곳에 몸을 숨겨 목숨과 신앙을 지켰다.



    괴레메 야외박물관에서 차로 1시간 남짓 달려가 만난 카이마클리 지하도시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동시에 수만명이 모여 살 수 있는 규모라는 것. 지하 수십미터까지 파 내려간 동굴 내부에는 교회, 식당, 부엌, 우물, 화장실, 학교 등 인간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평상시 바깥에서 살던 주민들은 적이 쳐들어오면 이 지하도시로 숨어들었다고 한다. 미로처럼 복잡한 내부구조, 한 순간에 통로를 막을 수 있도록 설치된 바위 등 외부의 침입에 대비한 수단들도 모두 옛 모습 그대로다.





    지구에서 外界를 만나다

    평원지대에서 유채꽃을 따고 있는 여인들. 터키인은 유채꽃 기름을 많이 이용한다.

    카이마클리에서 이흐할라 협곡으로 가는 길에서는 터키의 전형적인 시골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들판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드넓은 밀밭이 펼쳐져 있고, 간혹 유채꽃을 따는 여인들이 눈에 들어온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이방인에게 환하게 미소짓는 그들에게서 따뜻한 정이 전해오는 듯했다. 수십미터 협곡이 아찔한 이흐할라 계곡에는 낚싯대를 기울인 동네 꼬마들과 나무를 하는 노인네가 보일 뿐 적막감이 감돌고 있었다.

    이흐할라 계곡을 거쳐 당도한 아바노스는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 상점마다 진열해놓은 세라믹 그릇과 화려한 타일에서 과거의 명성을 엿볼 수 있었다. 호객꾼을 따라 상점으로 들어가 보니 도자기 만드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밑그림을 그리고 유약을 칠하는 과정은 우리나라의 도자기와 비슷하지만 색채는 훨씬 화려하다.

    ▼ 잊지 못할 로즈밸리의 일몰

    해가 저물 무렵, 차를 달려 젤브로 향했다. 암석이 갈라져 생긴 커다란 바위들이 버섯을 연상케 하는 젤브의 풍경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인근에 있는 로즈밸리에서 보는 노을은 황홀함 그 자체다. 끝없이 펼쳐진 기암괴석들을 붉게 물들이는 저녁 해는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이곳의 일몰을 잊지 못하는지 알게 해주었다. 천 마디 만 마디 설명보다 강한 한 순간의 빛. 카파도키아는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왜소함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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