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호

신영옥 ‘마이 송’ 외

  • 글: 전원경 동아일보 주간동아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3-09-26 16: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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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옥 ‘마이 송’ 외
    소프라노 조수미의 노래가 색색의 꽃이 만개한 봄날 정원처럼 화려하다면, 신영옥의 노래는 흰 눈이 내려앉은 겨울 들판처럼 정갈하고 고요하다. 가늘고 긴 목에 단아한 표정을 머금고 있는 신영옥의 이미지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군더더기 없이 깨끗한 음색의 리릭 소프라노인 그의 노래를 들어보면 첫인상이 틀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선다.

    왕성한 활동에 비해 음반 작업이 더딘 편이었던 신영옥이 오랜만에 독집 음반 ‘마이 송’을 내놓았다. ‘마이 송’은 신영옥의 청아한 음성에 세월의 흔적을 덧입힌 음반이다. 김순남의 ‘자장가’와 가요 ‘얼굴’, 흑인 영가 ‘깊은 강’, 아일랜드 민요 ‘그 여름의 마지막 장미’ 등 15곡을 담은 이 음반은 쉽게 말해 ‘크로스오버’다. 그러나 크로스오버라고 해도, 또 갖가지 장르의 곡들을 망라했다고 해도 산만한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모든 곡들은 신영옥답게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리틀엔젤스 단원이었던 신영옥이 해외순회공연에서 불렀던 곡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음반의 첫 곡은 아일랜드 민요인 ‘The Water is Wide’. 신영옥은 성악적인 발성을 포기하고 재즈처럼 가벼운 터치로 노래하는데, 뜻밖이라고 할 정도로 멋들어지게 어울린다. 동요 ‘별’에서 신영옥의 발성은 마치 노래자랑 대회에 나온 초등학교 학생 같다.

    이처럼 ‘마이 송’은 지나버린 어린 시절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지미 오스몬드의 곡 ‘마더 오브 마인’은 해외 공연에 나간 리틀엔젤스의 어린 단원들이 눈물지으며 불렀다는 노래다. 무반주로 속삭이는 박태준의 ‘가을밤’에도 눈물이 한 가득 담겨있는 듯하다.

    올드 팝의 정서가 물씬한 이 음반은 신영옥 본인에게 분명 남다른 추억의 한 장이 될 것 같다. 듣는 이에게도 당당하고 아름다운 소프라노의 어린 시절 기억을 살짝 엿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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