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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럼

삼국지 팬 울린 한글판‘삼국지’

틀린 것 또 틀리고 멋대로 첨삭까지

  • 글: 리동혁 在中 자유기고가

삼국지 팬 울린 한글판‘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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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팬 울린  한글판‘삼국지’

‘삼국지’에 등장하는 무기들. 왼쪽부터 청룡언월도, 장팔사모, 방천화극.

판본에 대한 해석부터 이상했다. 중국에서 번체자로 된 옛날 책들을 간체자로 바꾸어 펴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간체자로 된 책을 번체자로 바꾸면 시장성이 없거니와 연구가치도 없다. 또 지금 베이징 고서시장에서 인민폐로 50~80위안을 주면 1950년대 인민문학출판사판 ‘삼국지’를 살 수 있다. 당시는 간체자가 보급되지 않았기에 처음부터 번체자로 찍었으니 이리저리 옮길 필요도 없다. 고서적 정리라면 내로라하는 강소고적출판사가 다른 출판사의 책을 뒤집어 펴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어 황석영씨는 ‘옮긴이의 말: 원문의 맛 그대로 느끼는 고전의 재미’에 이렇게 썼다. “이때에는 상하이 강소고적출판사에서 펴낸 ‘수상삼국연의’를 저본으로 했다.”(1권 12쪽)

중국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말을 할 수 없다. 상하이는 직할시고 장쑤(江蘇)는 성(省)이다. 강소고적출판사는 난징(南京)시에 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이처럼 처음부터 옮긴이와 펴낸이의 주장이 다르니 판본에 대한 믿음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明公과 明上의 차이

지금 중국의 큰 서점에 가보면 ‘삼국지’가 20종쯤 나와 있어 중국인들도 ‘삼국지’를 살 때는 갈팡질팡한다. 심심풀이용이라면 아무거나 상관 없지만 제대로 된 ‘삼국지’를 읽으려는 사람이라면 좋은 판본을 가릴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한다.



일단 조조에게 포위당한 여포가 원술 측에 사람을 보내 도와달라고 사정하는 장면에서 ‘명공(明公)’이라고 되어 있으면 보통 모종강본에서 파생된 판본이고, ‘명상(明上)’이라 적혔으면 인민문학출판사 판본에 기초한 것이다. 인민문학출판사는 ‘삼국지’를 정리하면서 나관중본에 나오는 ‘명상’이 더 논리에 맞다고 인정해 모본의 ‘명공’을 되돌려놓았다. 원술은 당시 황제를 자칭했기 때문에 ‘명공’ 대신 ‘명상’을 써야 화를 내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그런데 황석영 ‘삼국지’는 3번 모두 ‘명공’(2권 173~174쪽)이라 했다. ‘명공’이라는 낱말만 보면 인민문학출판사 판본이 아닌 어느 모종강본의 정리본을 참조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인명, 지명에서는 확실히 인민문학출판사의 판본을 참고해 고친 흔적들이 있다. 하지만 우석대 전홍철 교수가 쓴 ‘삼국지’ 해제 ‘소설 삼국지의 오랜 역사와 변함없는 매력’에서 오류가 나타난다. 그중 가장 황당한 것은 황석영 ‘삼국지’가 원본으로 삼았다는 인민문학출판사본을 높이기 위해 모종강본을 깎아 내린 대목이다. .

“방금 언급했듯이 모본은 명대 고본(古本, 나관중본과 동일)을 바탕으로 청대 독자들의 구미에 맞추어 수정한 것이다. 하지만 출간 당시에는 모본이 독자들에게 널리 환영받았을지 모르나, 수 차례 개정하면서 나본의 정확성을 크게 훼손하고 말았다. 텍스트의 신뢰도에서 보면 명대 나본이 청대 모본보다 정확하다 할 수 있는데, 모본이란 개정판이 등장하면서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개악되고 말았던 것이다.”(10권 265쪽)

뒤이어 전교수는 “인민문학출판사본은 가정 임오년(1522)에 발간된 나본(일명 홍치본)을 참조해 모본의 수많은 오류를 바로잡은 텍스트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267쪽)고 썼다.

여기서 ‘삼국지’의 저본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인정받는 인민문학출판사본은 바로 괜찮은 모본들을 몇 종 모아 대조하면서 나관중본은 일부만 참고한 것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래, 중국 대륙에서 잘 팔린 여러 출판사들의 유행본들은 모두 모본을 정리한 것이다.

또 나관중본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문장이 어수선한 대목이 많고, 인명의 오류 등은 모본보다 훨씬 심하다. 때문에 나관중본은 ‘삼국지’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나 읽을 뿐 보통 독자들의 호응을 받기 어렵다. 판본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면 이제 번역문으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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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리동혁 在中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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