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호

망하는 이유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 글: 표정훈 출판칼럼니스트 medius@naver.com

    입력2003-09-29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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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하는 이유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또 그 어떤 조직이든 나름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는 곳이 있다. 그런가 하면 목표 달성은커녕 지리멸렬한 상태가 계속되는 곳도 있다. 되는 일도 없고 그렇다고 안 되는 일도 없는 지지부진함. 그런 상태에 빠진 조직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잘 되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의 차이점은 어디에 있을까. ‘잘 되는 회사는 분명 따로 있다’(원앤원북스)에서 해답을 찾아보자.

    저자인 김경준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기업 경제연구소를 거쳐 현재 경영컨설팅 회사 딜로이트 투쉬의 이사로 있다. 기업의 장기 전략 수립과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전문분야라고 하니 이런 책을 저술하기에 알맞은 자격을 갖춘 셈이다.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직설화법이다. 예컨대 안 되는 회사는 변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있지만, 변화의 방향을 모르기 때문에 사소한 변화에 집착한다고 지적한다. 비용절감 운동을 하면서 이면지 사용에 목숨을 걸거나, ‘30분 일 더하기’ 운동을 하면서 출근시간을 앞당기거나, 실체가 불분명한 ‘좋은 직장 만들기’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지적에 뜨끔할 기업이 적지 않을 듯하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잘 되는 회사는 회의가 적고, 안 되는 회사일수록 회의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잘 되는 회사나 안 되는 회사나 회의는 많다고 말한다. 다만 차이점은 잘 되는 회사는 회의 후 결론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설혹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다음 회의는 어떤 주제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 정도는 반드시 결정한다. 이에 비해 안 되는 회사는 회의시간만 길 뿐 아무런 결론이 없다. 심지어 다음 회의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도 결정하지 않고 회의가 끝난다. 이쯤 되면 도대체 회의를 왜 하는지 아무도 모를 지경이다.

    직원들의 정신교육에 각별히 공들이는 회사도 안 되는 회사의 전형이다. 시스템은 정비하지 않고 정신교육만 강조하면 업무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불만을 품게 되고, 성실한 사람은 바쁘기만 하고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빠진다. 그 결과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고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내 탓, 네 탓은 망하는 지름길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안 되는 회사에서는 일이 생기면 먼저 누구의 책임인가부터 따진다. 이런 회사에서는 서로 몸을 사리다 정작 문제의 해결시기를 놓치고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잘 되는 회사는 문제해결을 최우선으로 하고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은 다음으로 미룬다.

    그밖에 저자가 제시한 안 되는 회사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부하 직원에게 적절히 업무를 위임하지 않고 자질구레한 일까지 사장이 직접 관여한다. 회계 관련 부서의 파워가 갑자기 강해지는 것도 회사가 잘 안 되고 있다는 증거다. 회계 및 재정 분야에서 무언가 숨길 게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전화벨이 아무리 울려도 자기 일만 하며 모르는 체하는 건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사실.

    저자가 지적한 부분들은 기업 외의 영역에도 적용할 수 있다. 예컨대 잘 되는 나라와 안 되는 나라, 잘 되는 집안과 안 되는 집안, 잘 되는 개인과 안 되는 개인 등 이 책의 내용을 바탕 삼아 가늠해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한편 기업문화의 측면에서 잘 되는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의 갈림길을 살펴보는 책으로 홍의숙의 ‘사장이 직원을 먹여 살릴까, 직원이 사장을 먹여 살릴까’(거름)가 있다. 저자에 따르면 사장과 직원의 갈등은 이해와 배려 부족에서 비롯된다. 올바른 기업문화 형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합리적인 인사기준 마련과 준수다. 인사만 철저히 하면 월급의 많고 적음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또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실패했다면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 그럴 때 책임을 묻는다면 아무도 최선을 다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비전을 세울 때는 그 설정과정에 반드시 직원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충고도 귀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사장이나 중역들의 비전을 회사 전체의 비전으로 설정하고 무조건 따르라는 방식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

    속도와 타이밍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예컨대 경영상 적절치 않은 일일수록 조직 내 반발이나 파장을 우려해 전격적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무리한 일일수록 분위기가 성숙된 다음, 즉 직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된 후에 실행해야 한다.

    고객만큼 직원도 중요하다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고객 만족도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경영에 반영한다. 반면 직원 만족도를 조사해본 적이 있는가. 저자는 직무별, 경력별로 직장 내 만족도를 조사하고 심지어 회사를 떠난 사람들의 이직원인까지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올바른 노사문화 정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있는 요즘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근 들어 이런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다. ‘같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 확실하게 달라야 한다.’ 같은 일을 해도 다르게 하는 것, 영어로 표현하면 ‘Doing it different’가 될 것이다. ‘Doing it different’는 데이비드 클루터벅의 ‘잘나가는 기업, 남다른 경영’(시대의 창)의 원서 제목이기도 하다. 이 책은 업계 선두를 유지하는 기업들의 ‘다르게 하기’ 전략을 소개한다.

    여러 전략 가운데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비즈니스는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항공업계에서 틈새시장을 창출해 큰 성공을 거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경우, 직원들이 벌이는 즉석 깜짝 파티, 입사 지원자들에게 재미있는 농담을 해보라고 요구하는 취업 인터뷰 등으로 유명하다. 물론 이런 행위에는 나름대로 목적이 있다. 유머는 커뮤니케이션을 촉진시키고 직원들 간의 장벽을 허문다는 것이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분위기와 여러 단계로 나눠져 있는 관리체계를 단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조직을 해체하라’는 표현까지 사용한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근무환경은 직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여러분은 유니폼을 입은 로봇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이다. 직장에서 만족과 안정을 얻기 바란다.”

    덴마크의 보청기 제조업체 오티콘에서는 문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서류철과 메모를 금지하고 우편물을 점검해서 불필요한 것들을 폐기함으로써 서류업무의 80%를 줄였다. 서류나 메모보다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권장함으로써 빠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

    실수할 수 있는 자유

    저자는 지난 20년 동안 기업들은 고객 중심의 경영에 노력했다고 말한다. 물론 고객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반드시 그럴까? 사우스웨스트항공 콜린 바렛 부사장은 이렇게 말한다. “직원을 우선한다는 의미는 고객을 위해 노력하는 직원을 지지한다는 뜻이다. 기업의 규칙이 어떻든,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현명한 판단과 상식을 동원하는 직원은 누구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즉 직원 중심적 마인드를 통해 소속감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그레이트 플레인즈 소프트웨어사의 사례가 인상적이다. 신입사원이 입사할 때마다 지역신문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사장이 신입사원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사적인 이야기도 스스럼없이 나눈다.

    한편 혁신을 추구한다고 말하면서도 모험이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기업문화에 대해 비판적이다. 저자는 흥미롭게도 ‘실수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라고 말한다. 천연가스 공급업체 앨라개스코사는 면책카드를 만들어 직원들에게 나누어준다. 무언가를 시도하다가 실패했을 때 면책카드를 제시하면 책임을 묻지 않는다. 그리고 최고경영자에게 찾아가 다른 면책카드 한 장을 받아가면 된다. 앨라개스코는 과감한 위험수용 전략을 택한 이후 6년 만에 이윤이 3배로 늘었다.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만큼 차이를 유지하는 일도 어렵고 중요하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저자는 벤&제리스사의 커뮤니케이션 제도를 예로 든다. 기업회보를 활성화하고 사내방송을 종일 체제로 편성했으며, 임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모임을 통해 사업진행 상황을 공유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직원 고충처리위원회와 권한부여팀을 가동하고 있다.

    우리는 클루터벅의 다음과 같은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당신만의 독특함과 남다름이다. 누군가를 이기기보다 아무도 나를 모방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21세기 성공의 지름길이다.”

    이 말은 위에서 살펴본 3권의 책들을 전체적으로 요약해준다.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 나아가 나 자신은 과연 어떤 차이점을 갖고 있는가. 좀더 발전시켜 나가야 할 차이점은 무엇이며,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당장 곰곰이 따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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