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호

“중국어워드프로세서 文杰로 중국진출 감잡았다”

  • 안기석 daum@donga.com

    입력2006-10-10 13: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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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드프로세서 ‘글’로 유명한 한글과컴퓨터사는 인터넷 종합서비스회사로 제2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부도위기에서 회생한 비결과 새 버전의 출시가 늦어진 ‘글’에 대한 의혹, 인터넷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인 ‘예카’와 중국 진출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진 사장에게 들어보니… . 》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글용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인 ‘한글’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컴퓨터라는 새로운 문명의 도구와 함께 들어온 영문 소프트웨어들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한글을 마음대로 쓰고 편집할 수 있는 워드프로세서로서 국민들의 총애를 받은 것이 바로 한글이기 때문이다.

    한글을 만드는 곳이 (주)한글과컴퓨터(한컴)라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다. 1989년에 설립된 한컴은 IMF 상황이었던 98년 6월 부도위기에 몰렸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소프트웨어를 살려야 한다는 국민들의 모금운동에 힘입어 1년만에 재기에 성공했다.

    98년 6월 자본금 약 42억원, 시장가치(발행주식수×주가) 약 40억원에 불과하던 회사가 2000년 4월 현재 자본금 약 243억원, 시장가치 약 2조원에 이르는 회사로 성장한 것이다. 매출도 98년에는 140억원이었지만 99년에는 340억원을 넘어섰고 2000년 매출 목표는 750억원이다.

    현재 한글은 도스나 윈도우 뿐 아니라 리눅스 매킨토시 유닉스 등 대부분의 운영체제(OS)에서 작동하는 멀티플랫폼 워드프로세서로서 자리를 잡았다. 또 일본어 중국어 대만어용 워드프로세서까지 개발돼,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한컴은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로서의 명성에 만족하지 않고 ‘한글에서 인터넷까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또 한번의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중고등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인 스카이러브(www.skylove.co.kr)를 운영하고 있는 ‘하늘사랑’을 인수했다. 하늘사랑은 4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한컴의 ‘가족사’ 중 하나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네띠앙(www.netian.com) 회원 200만명과 한글 커뮤니티 사이트인 소프트(www.haansoft.com) 회원 25만명을 모두 합하면 한컴은 600만명이 넘는 회원수를 지닌 거대 인터넷기업으로 부족함이 없다.



    한컴은 독자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인터넷 오피스’ 개념을 도입한 ‘넷피스(netffice)’와 ‘인터넷 통합 서비스’를 가능케 한 ‘예카(YECA)’가 바로 그것.

    넷피스는 문서작성, 표계산, 프리젠테이션 등의 프로그램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10월9일 처음 서비스가 시작됐을 때는 무료였지만 금년 5월1일부터는 유료 서비스를 병행해 실시하고 있다.

    지난 3월15일 선보인 예카는 새로운 차원의 인터넷 비즈니스모델이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사이버상에서 대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네티즌들은 단 하나의 ID로 이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117개 업체가 예카에 참여중이다.

    한때 부도위기에 처했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가 거대한 인터넷종합서비스업체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최근 인터넷기업 거품론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한컴은 인터넷산업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가지고 있을까. 전하진(42) 한글과컴퓨터사장을 4월 중순과 5월초, 두 차례에 걸쳐 만나보았다.

    둥근 얼굴과 투명한 유리

    전사장은 첫 눈에 ‘둥글다’는 인상이 강하게 느껴졌다. 키는 제법 커보였지만 얼굴은 전혀 모난 구석이 없고 큰 눈도 타원형보다는 원형에 가깝다는 느낌을 줬다. 말투도 논리적이라기 보다는 직관적이었다. 전사장은 전문적인 각론보다는 큰 그림을 그리는 총론에 강한 것처럼 보였다.

    전사장의 얼굴과 말투 못지 않게 인상적인 것은 그의 사무실 분위기였다. 한컴은 현재 ‘테헤란밸리’로 유명한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대화벤처프라자에 입주해 있다. 7층에 위치한 전사장의 사무실은 벽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바깥에서 환히 들여다보인다. 사장실이 투명하다는 것은 경영의 투명성과도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사장은 야식비 지출명세서부터 경영실적에 이르기까지 회사 경영과 관련된 대부분의 정보를 사내게시판에 올리고 있다.

    ―한컴은 부도위기에 몰렸을 때 국민들이 주주로 참여해 재기했다고 할 수 있는데 주주들에게도 경영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합니까.

    “우리 회사의 경우 주주게시판이 있는데 여기에서 활동적인 사람이 리더가 되어 주주동호회를 만들었어요. 지금은 650명이지만 앞으로 계속 커나갈텐데 무시할 수가 없어요. 이들 리더들이 소액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주총에 참여합니다. 어떤 문제든지 감출 수가 없어요. 배당금 문제도 주주들이 토론해서 주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됐어요. 이런 벤처기업이, 주주도 한두명이 아닌데 배당하기 보다는 재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여론이 몰린 거죠.”

    ―소액주주들을 어떻게 관리합니까.

    “의혹을 갖지 않도록 소상하게 알리는거죠. 경영상태를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 소액주주 관리의 첩경입니다.”

    전하진 사장은 한글과컴퓨터가 단순한 소프트웨어개발업체가 아닌 인터넷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키우기를 원한다. 비싼 돈을 들여 예카시스템을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사람들의 기억속에는 국민소프트웨어로서 글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컴이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한글 5.0 버전인 워디안의 개발이 늦어지면서 여러 가지 의혹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글워디안 2000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큰데 왜 출시가 늦습니까.

    “한글 97 버전까지 한글이 사용한 엔진은 초기 것을 계속 버전업한 것입니다. 그런데 워디안의 경우는 기존 엔진을 다 바꾸다 보니까 시간이 걸립니다. 과거의 경우는 윈도우와는 관계가 없었어요. 폰트(글자체)도 전부 우리 것을 썼어요. 그런데 워디안 2000의 경우는 폰트도 유니코드를 쓰기 때문에 윈도우에 상당히 의존하는 모델이 되겠죠. 그리고 그동안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보강하느라 시간이 좀 걸립니다.”

    소프트웨어에서 ‘엔진’이란 바로 그 소프트웨어를 작동케 하는 핵심파일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형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엔진을 바꾼다는 것은 바로 그 소프트웨어를 원점에서 다시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글이 그동안 윈도우 등 운영체제에 구애받지 않고 작동할 수 있었던 것은 독자적인 폰트, 즉 조합형 한글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워디안 2000에서는 조합형을 사용하지 않고 유니코드를 사용한다. 유니코드는 전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언어코드로서 유니코드 속에는 영어뿐 아니라 한자나 한글 등 여러나라 언어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이 유니코드 속에 조합형 한글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조합형 한글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워디안 2000의 출시가 늦어지자 일각에서는 “한컴이 소스코드를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넘겨줬다”거나 그 과정에서 “조합형 한글을 포기했다”는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다.

    “소스코드 넘기지 않았다”

    ―한글 소스코드를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넘겨줬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

    “그런 적이 없습니다. 98년에 우리 회사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인수하려 했을 때 예비접촉 과정에서 소스코드를 볼 수는 있었겠지만 이용할 기회는 없었을 겁니다.”

    ―개발실무자는 소스코드를 보여준 일이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소스코드를 보여주지 않았겠죠. 그러나 도큐멘트 정도는 의향서 교환과정에서 가볍게 볼 수 있었겠죠. 투자하겠다고 했으면 내부를 보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의향서 과정과 본계약 과정에서 내부를 들여다 본다는 것은 강도의 차이가 있죠.”

    ―당시는 전사장이 한컴을 맡기 전이기 때문에 전임자들이 투자협상과정에서 넘겨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전임자들에게 확인해봤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얼마전 한 일간지는 한글과컴퓨터가 한글 소스코드를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넘겼다는 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습니다.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면 이에 대해 한컴은 왜 반론권을 행사하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대응하지 않으니까 이상하게 볼 수도 있겠지만 아예 무시한 것입니다. 우리 신제품이 출시되지 않아 비아냥거리는 것인데 따져봤자…”

    ―워디안은 언제 출시할 예정입니까.

    “6월말경에 출시할 것으로 보고는 받았지만 독자들에게 완전한 제품을 보여주려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겠죠.”

    ―워디안이 이미 출시된 한글 워드 2000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기능적으로 비슷하겠지만 단순한 워드프로세서가 아니라 장문을 편집할 수 있으니까 경인쇄(DTP) 수준이 되겠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워드2000이 글 파일로 전환하기가 쉽다는데 이런 부문에서는 서로 협조한 것 아닙니까.

    “그런 부문에서는 협조가 있었을 겁니다. 고객의 입장을 생각하면 어떤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든 호환성이 있도록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 것을 막아서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한 개의 소프트웨어가 독점하는 것보다는 경쟁하는 소프트웨어가 있는 것이 보다 나을 수 있는데 현재 한글 사용자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워드 사용자의 비율은 어느 정도 됩니까.

    “7대3 정도로 한글 사용자가 많다고 하는데 우리가 직접 조사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워드 2000이 나오기 전에 비하면 워드 사용자가 많아진 것 아닙니까.

    “글쎄요. 일부 언론에서 그런 보도를 한 것으로 아는데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도 조사중인데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아요. 어차피 습관적으로 쓰던 워드프로세서를 쓰게 마련이니까… .”

    ―전사장은 앞으로 한글 소스를 공개할 의향이 있습니까.

    “의향은 있습니다. 시기가 문제죠.”

    ―언제 공개할 생각입니까.

    “저는 가능한 한 빨리 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소스 공개는 사용자들이 손쉽게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공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저작권을 갖고 계약을 하는 형태가 되어야 할 겁니다.”

    ―전하진 사장은 영업의 귀재니까 더 이상 소프트웨어 개발에는 신경쓰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도 있는데 한글은 계속 개발할 겁니까.

    “그렇죠. 조직적으로 보면 9개의 유니트 중 핵심역량을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접목시키느냐가 중요한 것인데 우리의 핵심기술인 글을 무시할 수 없죠. 넷피스도 글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한컴리눅스도 마찬가지죠. 우리가 글을 개발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큰돈 들여 아파트까지 빌려서 퇴근 못하는 직원들을 잠잘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한 손에 잡을 수 있는 소형 컴퓨터(PDA)가 앞으로 일반화될 텐데 여기에 쓰일 한글도 개발할 계획입니까.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몇군데에 용역을 줘서 개발하고 있어요. 아주 다양한 버전을 만들어낼 겁니다.”

    ―결국 수익은 인터넷 사업을 통해 얻겠다는 것인데….

    “그동안 인터넷 사업을 하지 않고 글 개발팀만 쳐다보고 있었으면 벌써 망하고 말았죠. 글 개발하지 않고 인터넷에만 신경쓰느냐고 따지는 사람에게 우리 회사 책임질거냐고 따지고 싶어요.”

    무척 부드럽게 이야기하던 전사장도 이 대목에서는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글 개발 실무 책임자인 양왕성씨도 “수익은 인터넷사업을 통해서 얻는 것이 글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마음이 휠씬 편하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개발산업은 수익 모델로서 부적절하다는 말인가. 소프트웨어 산업 일반에 대한 문제로 화제를 바꿔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해 미국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비관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단지 PC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만 있는 것이 아니고 각종 하드웨어를 작동하는 것이 모두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산업 전망은 밝고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분야입니다.”

    ―소프트웨어라면 세계적으로 뻗어나가야 할 터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불리한 조건이 너무 많지 않습니까.

    “소프트웨어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일단 소프트웨어를 접한 기간이 너무 짧습니다. 두 번째는 소프트웨어를 그 자체로만 봤지 시장과의 연관성을 보지 않았다는 겁니다. 인도의 소프트웨어산업은 미국과의 연관성을 고려해서 성장한 겁니다. 작은 것부터 맡아 점차 기술수준을 높여나간 겁니다. 즉 해외시장의 필요성과 접목돼 커나간 과정입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외부의 필요에 의해서보다는 자생적으로 성장한 경우가 많죠. 즉 소프트웨어 개발보다는 관리 기술이 떨어진다고 봐요. 가령 시장에서 결함이 있더라도 단순한 기능의 소프트웨어를 원하는지 결함이 전혀 없는 완벽한 소프트웨어를 원하는지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중국어 버전은 금상첨화”

    ―한컴리눅스에서 만든 중국어 워드프로세서인 ‘문걸(文杰)’이 중국대륙에 본격적인 진출을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특별한 공을 들였습니까.

    “중국과학기술원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만나보니 리눅스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그런데 중국에서는 리눅스 응용프로그램이 없어요. 우리는 이미 리눅스 글을 개발했기 때문에 이것으로 중국어 버전을 만들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한컴리눅스를 설립했고 작년 12월부터 중국과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컴 리눅스의 박상현 사장은 날밤을 새워가며 두달만에 문걸을 내놓았어요.”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볶듯이’ 문걸을 내놓았는데 두달만에 가능한 작업입니까.

    “물론 쉽지 않죠. 컴덱스쇼에 내놓기 위해 서둔 겁니다. 타이밍을 놓치면 안되니까요. 다른 소프트웨어개발업체보다는 6개월이나 1년을 앞서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글은 운용프로그램(OS)에 의존하지 않는 독자적인 엔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리눅스 버전으로 변환하기가 비교적 쉬워요. 그러나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들은 윈도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리눅스버전을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리눅스 한글을 만들어봤기 때문에 두달만에 중국어 버전을 만들 수 있었어요.”

    ―중국측 반응은 어떠했습니까.

    “금상첨화라고 하더군요. 중국에는 그만한 리눅스 워드프로세서가 없습니다. 지난주에 신제품을 발주했는데 중국소프트웨어 산업 관계자들이 방문했고 중국 국영텔레비전방송(CCTV)이 와서 촬영을 했어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신제품들을 촬영하는 줄 알았는데 인터뷰까지 요청했어요. 그리고 인터뷰 직후 바로 ‘연상(燕想)’이라는 중국 컴퓨터회사가 문걸을 수입하기로 했어요. 연상은 연간 120만대의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중국 최대의 컴퓨터제조업체인데 해피(HAPPY)라는 리눅스 계열 운영체계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응용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하다가 우리가 만든 문걸을 보고 전격적으로 사인을 한 겁니다.”

    ―문걸의 수출로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리게 됐습니까.

    “돈은 별로 안돼요. 그러나 중국 사용자들이 우리 소프트웨어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죠.”

    ―중국 시장에 대해 어떤 전망을 갖고 있습니까.

    “중국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큰 시장이기 때문에 선점효과를 얻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앞으로 문걸을 더욱 중국 현지상황에 맞는 워드프로세서로 만들어나갈 겁니다.”

    전사장은 중국시장의 소비자를 로우엔드와 하이엔드로 구분한 뒤 하이엔드에 접근하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중국에 들어간 기업들은 값싼 제품을 사는 로우엔드를 노리는 기업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소프트웨어는 로우에서 하이까지 다 포괄하는 것이지만 하이엔드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어요. 이제는 중국에 진출하는 기업이 하이엔드에 포커스를 맞춰야 성공합니다. 중국에는 하이엔드에 맞는 경제인구가 우리나라보다 많다는 것 아닙니까. 우리 한컴의 파트너인 광명그룹은 우리나라보다 세 배나 더 비싼 가구를 팔아요.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 정도 되는데 이것으로 성공한 기업입니다.”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가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노리고 있을 텐데 이들보다 우리가 유리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중국은 우리나라를 형제처럼 생각하지만 일본이나 미국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죠. 물론 우리 기업의 진출에 대해서도 경계는 하겠지만 상대적으로 덜 하다는 거죠.”

    ―한컴은 중국 시장에 대해 어떤 전략을 갖고 있습니까.

    “중국이 각급학교에 리눅스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는데 그러면 리눅스에 맞는 응용소프트웨어가 더 많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한컴리눅스는 중국 현지 법인화해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생각입니다.”

    100억원 들여 만든 예카 모델

    한컴이 현재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바로 예카라는 비즈니스모델. 미국 실리콘밸리에 의뢰해 만든 한컴의 독자적인 모델로 인터넷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예카모델은 100억원을 들여 개발한 것으로 아는데 얼마나 걸렸습니까.

    “1년 걸렸습니다.”

    ―예카 비즈니스모델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인터넷기업의 핵심 역량은 고객에 대한 정확한 정보파악 능력이 있느냐는 겁니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느냐는 거죠. 일반 미디어의 경우도 대체로 시청자나 독자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새로운 내용물을 채우지만 그래도 일방적인 것입니다. 그러나 인터넷 기업은 온라인상에서 고객들과 직접적인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인터넷기업의 최대 장점이죠.”

    ―예카는 고객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습니까.

    “네띠앙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가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현재 회원수가 220만명인데 모두 실명입니다. 가입신청을 하면 주민등록번호를 조회해서 실명을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회원들의 반응도 다른 사이트에 비해 아주 적극적입니다. 가령 네띠앙에는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있는데 재즈동호회 회원들은 어떤 성향인지 파악하기가 쉽죠. 네띠앙에는 라면동호회로부터 골프동호회에 이르기까지 회원수가 1만명이 넘는 동호회가3000개 정도 있습니다. 어느 동호회에 가입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 고객들의 요구를 알 수 있죠. 그렇게 직업, 학력, 나이, 취미, 행태 등을 파악해 여러 가지 유형을 만들고 그 유형에 적합한 구매정보를 전자우편으로 각자에게 알려주는 게 예카의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욕구를 가장 잘 알아주는 모델이죠. 제품이든 콘텐츠건 타게팅 마켓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고객이 상점을 찾아 다니는 것이 아니라 상점이 고객을 찾아가는 거죠. 사이버상의 방문판매라고 할 수 있죠. 차이점이라면 일반적인 방문판매는 고객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초인종을 누르지만 예카는 고객이 누구인지 무슨 욕구를 갖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초인종을 누른다는 겁니다.”

    ―포털사이트나 허브사이트도 이런 비즈니스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방문자수가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 방문자가 어떤 유형인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퍼스널라이즈(personalize)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포털사이트나 허브사이트는 고객들의 취향과는 관계없이 무조건 똑같은 하나의 관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강제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예카는 구태어 예카 사이트에 들어오지 않고도 각자 좋아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모든 사이트를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예카는 당장 빛이 나지 않지만 고객들에 대한 정보가 쌓이면 쌓일수록 빛이 나게 돼 있습니다.”

    예카모델 중국에 수출

    ―전사장은 예카에 큰 승부를 거는 겁니까.

    “그렇게 볼 수 있죠. 예카는 인터넷 마켓의 인프라입니다. 지금 쇼핑몰이나 언론사이트는 온라인화돼 있지만 오프라인 형태입니다. 즉 고객들이 인터넷 사이트의 내용물을 찾아가는 형태입니다. 그러나 예카모델은 고객들의 특성을 파악해 찾아가는 겁니다. 고객들이 점포들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은 가만히 있고 점포들이 자기 고객을 찾아나서는 것이죠.”

    ―예카에 참여 의사를 밝힌 업체는 어느 정도 됩니까.

    “참여의사를 밝힌 회사는 150개 정도 되고 이중 117개사가 사인을 했습니다. 일단 20개 업체를 선정해 6월경에 예카에 올릴 생각입니다.”

    ―예카 비즈니스 모델을 수출할 수도 있죠.

    “이 모델이 성공하면 얼마든지 가능하죠. 인터넷 생태계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나라에서는 이 모델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일국 내의 커뮤니티가 가능한 나라들입니다. 아마존이나 야후 모델은 일국보다는 글로벌한 모델이죠. 올해안에 예카에 매출이 생기더라도 초기투자비용 때문에 적자이겠지만 큰 그림이 그려질 겁니다. 그러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로 갖고 나갈 계획입니다. 일종의 국가적 사업이 될 수 있는 엄청난 프로젝트입니다.”

    이 말은 4월 중순 첫 인터뷰때 전사장이 한 말인데 그후 중국 북경에 예카 모델을 수출했다. 불과 한달도 안되어 전사장의 전망이 이뤄진 것이다.

    “광명그룹과 손잡고 예카시스템을 수출합니다. 북경의 테헤란밸리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예카스테이션을 만들 계획입니다. 컴퓨터 100여대 규모의 PC방인 셈이죠. 영업허가가 나왔어요. 북경과 상해에 직영점을 시작하는데 앞으로 예카스테이션을 프랜차이즈할 생각입니다. 엄청나게 늘어나겠죠.”

    ―일본 진출은 어떻습니까.

    “조용하게 타진하고 있습니다. 노무라증권에서 우리 회사에 대해 알고 싶다며 얼마전에 관계자를 보내왔어요. 그래서 9개의 유니트를 보여주면서 우리는 1년6개월만에 비즈니스모델로서 인터넷 생태계를 만들어나간다고 하니까 놀라더군요. 자기들은 한국의 인터넷 비즈니스모델에 대해 회의적이었다는 겁니다.”

    ―결국 예카라는 것은 한컴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까.

    “그렇죠. 이(e)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상에 충분한 고객이 있어야 하고, 그 고객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이들에게 제품이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오프라인 기업들은 앞의 두가지를 갖추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역할 분담을 하자는 겁니다. 네띠앙의 회원들은 고객들이고 예카는 이들과 제품이나 콘텐츠를 갖춘 회원사들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한컴은 국민이 살린, 국민들이 소액주주인 회사입니다. 그래서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전하진 사장은 예카라는 모델을 가지고 원대한 꿈을 꾸고 있지만, 요즘 주가가 폭락하면서 인터넷 기업에 대한 거품론이 일고 있다.

    ―인터넷기업 거품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인터넷기업의 말초적인 부분만 보고 그러는데 인터넷기업의 핵심을 본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인터넷기업이 궁극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고객에 대한 정확한 정보입니다. 고객 정보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가 비즈니스모델이 될 겁니다. 잘 활용하는 회사는 흥할 것이고 잘 활용하지 못하는 회사는 망할 겁니다. 물론 산업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인터넷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직도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인터넷 기업이 하나 둘 혹은 많은 수가 망할 수는 있지요. 그런데 인터넷산업이 망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영화를 만들어서 실패하는 사람도 많지만 충무로나 할리우드라는 인재풀에서 새로운 영화를 계속 만들어내니까 영화산업이 되는 것처럼 인터넷 기업을 하다가 망하면 또 다른 모델을 찾는 겁니다.”

    ―그러면 현재의 상황은 인터넷산업의 성장기에 겪어야 할 일종의 홍역이라고 보는 거죠.

    “초기 홍역이죠. 앞으로 제조업체나 물류업체는 e-비즈니스로 무장해야 살아남아요. 기존기업이 자기가 하던 일을 정보화하는 것이지 자기 하던 일을 버리고 인터넷기업하라는 것은 아니죠. 정보화하는 과정에서 지금 인터넷기업하는 사람들이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인터넷기업에 관련된 사람들은 계속 확산될 수밖에 없어요.”

    ―전사장은 인터넷 기업 거품론에 대해 ‘스타의 인기가 거품이 아니듯 벤처기업의 가치도 거품이 아니다’는 ‘최진실인기론’으로 반박하기도 했는데….

    “제조업체들이 만든 제품은 원가가 얼만지, 제품의 질이 좋은지 나쁜지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기업은 시장의 주목을 받기가 힘들지만 일단 주목을 받았을 때의 가치는 높습니다. 그것이 바로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치입니다. 가령 영화배우를 캐스팅할 때 키나 미모를 보고 얼마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외모는 비슷하더라도 인기가 있으면 10억원을 주고도 캐스팅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1억원을 주고도 캐스팅할 수 있는 거죠. 스타가 탄생하는 것은 단지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요구와 관객들의 취향에 맞아야 되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대기업들이 여러 가지 인터넷 사업을 해봤지만 잘 된 것이 있습니까. 새롬이나 다음이나 네띠앙 등이 모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큰 겁니다. 주목을 받는 만큼 시장에서 가치가 형성되는 거죠. 인기가 올라가면 가치가 올라가고 인기가 떨어지면 가치도 떨어지는 겁니다.”

    새로운 도전 해야 살아남아

    ―주목률이 높은, 즉 인기가 높은 인터넷기업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새로운 패러다임에 도전하는 겁니다. 남이 하는 것을 흉내내서는 안되죠. 가령 네띠앙은 PC통신에서나 하던 동호회를 인터넷에서 처음 시도했고 하늘사랑도 PC통신에서 유행하던 채팅을 인터넷에서 가능하게 한 겁니다. 새롬의 다이얼패드라는 것도 여러 곳에서 그런 기술을 개발했는데 먼저 저지른 겁니다. 그러니까 네트워크 효과가 생기는 거죠. 만약 한컴이 다이얼패드보다 조금 나은 기술을 가지고 똑같이 따라한다면 다이얼패드만큼 많은 고객을 또 확보할 수는 없어요. 역으로 새롬이 하늘사랑보다 더 나은 채팅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하늘사랑을 뛰어넘기는 어렵습니다.”

    ―일단 커뮤니티가 형성되면 네트워크 효과 때문에 후발업체들은 따라잡기 힘들다는 지적인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리더들을 스카웃하면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그러나 몇몇 리더들이 움직인다고 해서 그 구성원들이 따라서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커뮤니티는 한 번 만들어지면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커뮤니티가 무서운 겁니다. 네트워크 효과라는 거죠.”

    ―넷피스 고객들은 어떤 사람들입니까.

    “넷피스의 고객들이 10만명 되는데 엄청난 헤비유저(열성적인 이용자)들입니다. 시장조사를 하기 위해 전자우편을 보내면 넷피스 고객들은 25%가 답신을 보냅니다. 보통 회신율 3%에 비해 월등히 높은 셈이죠. 그리고 넷피스 고객들은 소득도 높은 하이클래스들입니다. 넷피스 유료화에 대해 물어보니까 1년에 4만5000원을 내겠다는 사람들이 다수예요. 우리는 애당초 그 정도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2만5000원으로 조정했습니다.”

    ―인터넷 기업이 할 수 있는 일로 전자상거래(commerce), 콘텐츠사업(contents), 커뮤니티(community) 등 3c를 꼽는데 전사장은 어느쪽에 비중을 둡니까.

    “인터넷의 속성상 잘할 수 있는 것이 커뮤니티 분야입니다. 네띠앙의 재즈 동호회는 회원이 1만2000명인데 자기들이 스스로 재즈방송국을 만들어 운영해요. 지금까지는 보통 동창회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이뤄졌지만 이제는 같은 관심을 지닌 동호인들이 얼마든지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어요.”

    ―인터넷 사업을 하다보면 물류분야도 관심이 많을 터인데 전국에 있는 PC방이 하늘사랑의 회원사들이죠. 이 PC방을 물류기지로 활용할 생각은 없습니까.

    “제가 언급할 성격은 아니지만 하늘사랑에서 작업 중인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이곳은 일반 상품보다는 디지털 제품의 판매기지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가령 넷피스 한글이 필요하면 이곳에 와서 넷피스 한글 프로그램을 CD에 복사해가는 겁니다. 좋아하는 노래가 있으면 담아가는 거죠. 일반 상품은 알짜마트 같은 물류업체와 제휴해서 배달하는 겁니다. 예카 모델을 해외에 수출할 때도 알짜마트같은 물류업체와 제휴해서 나가는 거죠.”

    기술자 출신의 전문경영인

    전하진 사장은 정보통신산업(IT)의 표준을 기술지향형에서 비즈니스지향형으로 바꾼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한컴이 재기에 성공한 것도 기술보다는 경영의 승리로 보는 것이다. 전사장이 IMF 상황에서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한 ‘8.15판’을 만든 것도 뛰어난 경영적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하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전사장은 84년에 금성사 컴퓨터사업부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한 경험이 있는 기술자 출신이다. 전사장 본인도 기술자 출신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전사장은 1988년 픽셀시스템 창업, 1994년 (주)레가시 설립, 1996년 지오이월드 설립 등 벤처기업가로서 꾸준히 경력을 쌓았다.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스탠포드대에서 벤처비즈니스 과정을 연수하기도 했다. 이런 경력을 가진 전사장이 어떻게 한컴을 맡게 됐을까.

    ―한컴 사장을 맡게 된 것은 그야말로 모집공고만 보고 지원서를 내서 공채된 겁니까.

    “그런 것은 아니고 제가 이전에 하던 회사를 이곳에서 투자하고 있었는데 무한기술투자가 한컴에도 투자를 하고 있었어요. 그곳에서 제의를 한 겁니다. 물론 공채에 30명이 지원한 것으로 아는데 오프라인업체 출신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공채 공고 이전에 몇몇 소프트웨어업체 사장들에게 제의를 한 모양인데 거절을 했다고 해요. 제가 그 당시 어느 모임에서 해외진출 성공사례를 강의하고 있었는데 강의가 끝난 후 저녁식사자리에서 무한투자기술 사장이 맡아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그래서 맡게 됐어요.”

    ―한컴을 맡을 때 회생시킬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습니까.

    “극적인 반전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런 브랜드와 고객을 가진 회사를 가지고 뭐든 못하겠냐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내부 사정은 전혀 몰랐어요.”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이 어느 정도 됩니까.

    “100만주 받았는데 시가에 따라 200억원이 됐다가 300억원이 되기도 하는데… . 다른 제휴업체 주식도 조금 갖고 있어요. 그러나 제가 주식거래를 해본 적은 없습니다.”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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