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씨는 과학자답게 자신의 5차원 전면교육의 필요성을 독일의 리비히(Liebig)가 주창한 생물학 이론인 ‘최소량의 법칙’을 응용하여 풀어낸다. 식물의 생육은 필요로 하는 무기·유기질 양분 중에서 가장 소량으로 존재하는 것에 의해서 지배된다는 이론이다. 그는 나무 물통을 예로 든다. 나무 조각을 잇대 물통을 만들 때, 한 나무조각이 부러지면 아무리 물을 많이 부어도 통 속의 물은 부러진 나무조각의 높이까지만 채우고 다 새나간다. 마찬가지로 심력·체력·지력 등 5가지 요소 중에서 어느 것 하나가 부족해도 전체의 능력을 약화시키므로 다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원씨는 5차원 전면교육은 궁극적으로는 ‘다이아몬드 칼라’의 인간을 길러내기 위한 교육법이라고 말한다. 체력을 중시하던 블루칼라의 시대와,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이 대우받던 화이트 칼라의 시대가 가고, 21세기는 지적인 힘과 ‘마음의 힘’을 겸비한 골드칼라를 필요로 하는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그의 교육이 도달하고자 하는 것은 한 걸음 더 나아가 知·心·體에다 자기관리력과 인간관계능력까지 조화롭게 갖춘 ‘다이아몬드 칼라’의 인간이다.
여기까지가 전부라면,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교실 벽에 걸려 있는 ‘정직·근면·성실’ 따위의 교훈처럼 아주 추상적인 개념제시에 불과하다.
그는 다섯 분야에 5가지씩 25가지의 커리큘럼을 제시하고, 각각의 코드번호를 매겨놓았다. 하나하나의 코드에는 학습현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세부적인 학습법들이 낱낱이 열거돼 있고 열거된 학습법에는 실천요령들이 첨부돼 있다. 예를 들어 ‘지력(知力)’ 분야의 제1코드는 ‘지혜 위주의 5가지 학습방법’이고, 그 첫 번째 항목이 ‘학문의 9단계’이다 9단계의 첫 번째 항목은 ‘속해독서법’인데 이 란에 들어가면 속해독서법을 통해서 개인의 정보처리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방법이 상세히 나와 있다. 헌법을 만들 때, 헌법의 각 조와 항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세부항목을 가진 법률을 따로 만들어 놓은 격이다.
“아빠 같은 사람이 되지 않겠다”
이제 다시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초전도체 합성의 권위자로서 공학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과학자가 무슨 연유로 교육운동에 뛰어들게 됐습니까. 내가 나서지 않으면 한국 교육 이거 큰일 나겠구나, 이런 걱정 때문이었나요?
“제 아이 동진이(현 대학 2년) 때문이었습니다. 그 아이가 중학 2학년 때였는데, 장차 뭐가 될 거냐고 물었다가 충격을 받았습니다. 되고 싶은 건 아무것도 없는데, 안 되고 싶은 사람은 딱 하나가 있다는 거예요. 그게 뭐냐고 재차 물었더니 ‘아빠 같은 사람 안 되는 게 내 꿈이다’ 이러는 겁니다.”
―당시에 동진군이 안 되기를 갈망한 ‘아빠 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당시 저는 제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고 있다는 자부심에 차 있었습니다. 논문도 100여 편 썼고, 특허도 10개나 가지고 있고, 과학자로서 입지도 탄탄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불현듯 그 말을 듣고 보니까, 나 혼자만 폼나게 잘 사는 것으로 여겨지더란 말입니다. 나와 가장 가까운 아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어요. 형편없고 심각한 사람이었어요. 내 아들이 평소에 속으로 이랬을 것 아닙니까. ‘그래, 너 잘 났다’…”
―정도 차이야 있겠지만 질문하고 있는 제 경우를 포함해서 자식의 눈에 만족한 아버지로 살아낸다는 게 어디 쉬운 일입니까?
“아뇨, 굉장히 큰 충격이었어요. 나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노라고 제 멋에 취해 있었는데, 나하고 가장 가까운 자식이 면전에서 ‘너 같은 인간은 안 되겠다’고 한 것 아닙니까. 그래서 내 아이를 여태까지와는 다른 마음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그때까지는 과학자로서 ‘물질’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왔는데, ‘인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 거지요. 그래서 아이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교육을 연구하기 시작한 겁니다.”
빨리 읽는 것이 이해가 빠르다
당시 동진군은 전국적으로 따지면 10% 이내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머리 좋다는 아이들이 몰려 있는 대덕 연구단지에 있는 학교에 다니는 바람에 학업에 대한 중압감에 짓눌려 있었던 것이다.
“거창하게 국가 교육을 생각하는 데까지는 못 갔어요. 내 아이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교육’이란 놈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연구에 몰입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 나름의 방식을 발견하게 됐지요.”
순전히 ‘아들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촉발되었던 원씨의 연구 결과는 94년도에 ‘DY학습법’이라는 책으로 엮여 나왔는데 3개월 만에 10만 부가 팔려나갔다. 폭발적인 관심이었다. 이 학습법은 전인교육 프로그램인 5차원 전면교육학습법과 같은 얼개로 돼 있다.
1996년, 원씨는 연변과기대로부터 부총장으로 와달라는 초빙을 받는다. 연변과기대는 설립 당시부터 그가 관계해온 대학이었다. 원씨는 기왕에 ‘교육’에 관심을 가진 터라(과학기술대학이라 전공과도 관련이 있었다) 원자력 연구소에 사표를 내고 연길시로 떠났다. 그의 ‘DY학습법’을 대학교육현장에 적용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름을 ‘연구학습방법론’이라고 붙였어요. DY학습법을 처음으로 커리큘럼화한 거지요.”
―일반적인 대학의 커리큘럼과 크게 차이나는 부분은 어떤 겁니까?
“한 마디로 어떤 공부든 시작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자는 겁니다. 역사수업 시간에는 역사책 꺼내게 해서 당장 역사공부를 시키지 않습니까. 저는 우선 책을 보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면 분당 500∼600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독서능력이 있답니다. 이것은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나온 통계입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보면 정상적인 한국인이라면 1200∼1300 자를 읽고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정보처리 능력이 절반도 개발이 안 된다는 얘기지요.”
그는 5차원 전면교육학습법 중 ‘지력’을 키우기 위한 분야에 나오는 ‘속해독서법’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본격적인 공부에 들어가기 전에 3개월에서 6개월 동안 빨리 읽고 빨리 이해하기 위한 기본훈련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얘기다. 500자 읽던 학생들이 1200자를 읽게 되면 정보처리능력이 배로 늘어나는데, 이것은 특별한 능력을 갖추는 게 아니라 ‘정상인의 능력을 찾는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속해 독서법은 한 가지 예에 불과하고, 앞서 소개했던 전면교육학습법의 각 실천항목을 연변과기대의 커리큘럼에 응용하여 교육했더니 그 성과가 놀랄 정도였다고 했다.
―얘기 나온 김에 속해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좀 소개해 주시죠. 일반적으로는,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천천히 ‘정독’을 해야 하는 걸로 인식돼 있잖습니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정보를 빨리 입수시키는 게 훨씬 이해가 빠릅니다. 같은 문장을 느릿느릿 읽어보고, 또 한 번은 아주 빨리 읽어보세요. 오히려 빨리 읽는 쪽이 이해가 훨씬 빠릅니다. 단위시간에 정보가 많이 들어올수록 이해력이 높아집니다. 속해법은 어떤 말이 덩어리로 들어온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영어 문장이든 한글 문장이든 모든 정보는 그루핑(grouping) 되어 들어오게 돼 있습니다. 그루핑 된 걸 쪼개놓으면 이해가 더 안 되지요.”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