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호

“역사지진 재계산하면 7.0 정도…수도권 수십만 사망, 동해안 폐허”

한반도 대지진 예고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 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입력2012-04-20 12: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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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 앞바다 연쇄 지진은 전례 없던 일, 큰 지진 우려
    • 역사 속 강진 규모 평균 6.5~7.0 사이, 9도 3회
    • “한반도 지진 깊이 얕아 파괴력 엄청나다”
    • 동해안 조선 태종 때 최대 18m 쓰나미 기록
    • 규모 6 이상은 불가능? “1953년 강서지진은 규모 6.4”
    • “일본 서해안 지진, 우리 동해안 쓰나미 몰고 온다”
    • 이원화, 좌충우돌, 중복투자…문제투성이 지진경보·방재 시스템
    • 천안함 수중 어뢰 폭발 지진파로 증명
    “역사지진 재계산하면 7.0 정도…수도권 수십만 사망, 동해안 폐허”
    2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일본 대지진(2011년 3월 11일)이 있은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하지만 그것은 초대형 지진의 전주곡에 불과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동일본 지진으로 폭발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인근에서 5.9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자 충격적인 지진 예측 발표를 내놓았다.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인근에선 규모 7.0의 직하형 지진이 30년 내 발생할 확률이 70%이며 2500만 명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내용.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당장 내일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수도권의 대체 후보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동해안 지역에 대형 지진해일(쓰나미)을 몰고올 수 있는 서일본 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일본 정부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서일본 지역에 동일본 대지진과 비슷한 규모 9급 초대형 대지진 발생이 확실시되며 이는 기존 예측의 23배에 달하는 대재앙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일본 전체가 지진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최근 부산 해운대에는 장기체류 일본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내일이라도 찾아올지 모르는 메가톤급 지진을 피해 지진 안전지대인 한국을 찾았다는 것이다.

    울산 연쇄 지진, 대지진의 전조

    과연 한반도는 일본인이 믿는 것처럼 지진의 안전지대일까. 그간 지진학계는 한반도에서 규모 5급 이하 중규모 지진이 날 확률은 있지만 대규모 피해를 몰고 올 6.0~7.0 이상의 강진이 일어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주장해왔다. 원전 설계와 각종 건물의 내진 설계에도 그 기준이 적용됐다. 그래서 5.0 이상의 강진이 한반도에 일어날 경우 내진설계가 의무화되기 전인 1990년 이전에 지어진 고층건물과 현재도 내진설계에서 제외된 7층 이하의 건물은 속수무책인 상태다. 원전이 몰려 있는 동해 연안 지역의 강진에 따른 대형 쓰나미 피해 가능성은 아예 상정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기존 학계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주장이 제기됐다. 3월 7일 대한지질학회 지진포럼에서 홍태경(41)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서기 원년부터 1900년까지의 역사 기록과 지난 110년 동안의 계기 지진계측 결과를 토대로 한반도에서 6.0~7.0 이상의 강진과 그에 따른 대형 지진해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그가 강진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지역으로 지목한 곳은 동해 연안과 속리산 일대, 백령도와 평양을 잇는 강서축, 그리고 서해안 지역이다. 계기를 이용한 지진계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강진 기록이 없지만 역사지진 기록을 통계학적으로 재분석하니 이 지역에서 대규모 강진이 일어난 곳이 많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지진은 난 곳에서 또 난다’는 지진법칙에 따른 것이다. 홍 교수는 지진민감도를 뜻하는 비-밸류(B-value) 측정을 통해 우리나라가 타 지역에 비해 지진이 규모도 작고, 빈도도 낮은 대신 한 번 나면 강력한 지진이 날 것이라는 사실도 증명했다.

    4월 1일 오후 대학 연구실에서 홍 교수를 만났다. 한반도에서 강진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체적 이유와 전 세계적으로 최근 들어 잦아지는 지진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였다. 그는 훤한 머리의 외모와 달리 이제 갓 불혹(不惑)을 넘긴 소장 학자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지질학회지에 천안함이 수중 어뢰 폭발에 의해 침몰했음을 증명하는 지진파 분석결과 논문을 발표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 지난 2월 말 울산 앞바다에서 8일 동안 2.4~3.2 규모의 지진이 5차례 연쇄적으로 일어났습니다.

    “울산에서 남동쪽으로 55㎞쯤 떨어진 해상이죠.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 사건인데요. 한국이 1978년부터 계기 지진관측을 한 후 이처럼 한자리에서 짧은 시간에 반복적으로 지진이 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한자리에서 지진이 연속적으로 났다는 사실은 진앙의 단층대가 힘을 충분히 받을 만큼 받아 계속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현재는 2.5 규모지만) 더 큰 지진도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이 단층은 대마도에서 동해 쪽으로 연결되는 쓰시마 고토 단층인데 응력이 엄청나게 쌓인 활성단층입니다. 단층대가 워낙 길기 때문에 한번 지진이 나면 크게 날 수도 있습니다. 우려가 큽니다.”

    규모 5 넘으면 200명 넘게 사망

    ▼ 역사 기록 분석에 의거해 한반도 4개 지역의 강진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발생할까요.

    “개연성은 충분하죠. 계측기록이 시작된 1978년부터 33년간을 보더라도 지금까지 발생한 지진 가운데 규모 5 이상이 5번이거든요.(4.8과 4.9를 합치면 8번) 역사 지진까지 합치면 한반도에서 관측된 강진의 규모는 6.5~7.0 사이라고 봐요. 최대 7.0 정도까지는 일어날 수 있다고 봐야죠.”

    ▼ 최근에 규모 5 정도의 지진이 있었습니까.

    “2004년에 울진 앞바다에 규모 5.2 지진이 발생했었죠. 원전이 근처에 있어 걱정을 좀 했죠. 1981년엔 경북 포항 동쪽에서 규모 4.8의 지진이 있었고, 1978년엔 속리산에서 5.2의 지진이, 충남 홍성에선 5.0의 지진이 있었습니다. 2003년에 백령도에서도 규모 5의 지진이 발생했어요. 1980년엔 평북 의주, 삭주에 규모 5.3 의 지진이 있었고요. 그 외 두 군데에서 발생했거든요. 제가 지진 위험지역으로 지목한 지역에서 정말로 규모 5짜리가 발생했어요.”

    “역사지진 재계산하면 7.0 정도…수도권 수십만 사망, 동해안 폐허”

    지난해 3월 동일본 대지진 피해 지역에서 망연자실한 채 앉아 있는 젊은 여성.

    ▼ 규모 5 이상 지진이면 피해는 어느 정도입니까?

    “쉽게 설명하자면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지난해 발생한 지진이 규모 6.0이거든요. 뉴질랜드는 일본처럼 판의 경계부에 있어 내진설계가 잘돼 있어요. 그런데도 200명이 사망했습니다. 오래된 건물과 성당이 붕괴됐죠. 그렇게 준비가 잘된 나라도 규모 6.0의 지진에 힘없이 무너졌어요. 만약 우리나라 내륙에 규모 5.0 넘는 지진이나 지진해일이 발생하게 되면 일단(피해 규모가) 그걸 넘어서지 않을까요?”

    ▼ 그 정도의 지진에 건물이 무너집니까.

    “저도 강조하고 싶은 대목인데요. 사실 아이티 지진은 규모 7.0이었어요, 동일본 대지진처럼 규모 9.0도 아니고. 그런데 아무리 준비가 안 됐다고 해도 어떻게 31만 명이나 죽느냐는 거죠. 뉴질랜드 발생 지진은 규모가 6.0인데 어떻게 건물이 붕괴됩니까. 사실 지진은 규모도 중요하지만 피해 정도는 지진의 깊이가 결정해요. 지진은 얕은 곳에서 일어나면 규모가 작아도 피해는 엄청납니다. 깊은 곳에서 일어나면 에너지가 표면까지 올라오면서 소멸되죠. 한반도는 주변 단층의 판 내부 환경으로 봤을 때 지진의 발생 깊이가 25㎞ 안쪽입니다. 무조건 얕은 지진이 나는 거죠. 이게 규모는 작아도 파괴력은 엄청납니다.”

    ▼ 울산 쪽은 어떻습니까.

    “마찬가지죠. 수평이동단층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깊은 지진이 날 환경이 아닙니다. 항상 얕은 지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바다에서의 얕은 지진은 쓰나미를 동반할 확률이 높은데 역단층이 아닌 수평이동단층이라 다행히 쓰나미를 동반할 확률이 아주 낮고요. 하지만 동해 연안은 판이 서로 올라타는 역단층이라 쓰나미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삼척 원전에 대한 걱정

    ▼ 동해 연안이 강진 위험지역으로 경고한 지역 중 하나인데요.

    “연쇄 지진이 난 울산 쪽과는 다른 단층입니다. 이곳은 동일본 대지진을 일으킨 태평양판의 영향을 받는 곳이라 더 위험하죠. 속초에서 울산까지 쭉 뻗어 있는 단층인데요. 규모 5.2의 2004년 울진 지진도 그 때문에 일어났고요. 동해는 오랜 과거에 일본 열도가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형성됐는데 그 역단층이 떨어져 나간 시작점이에요. 과거에 떨어져 나간 땅이 아직 쪼개져 있거든요. 그런데 일본 열도 동쪽에 있는 태평양판이 자꾸 충돌하면서 일본 열도를 한국 쪽으로 압박해 동해를 닫으려고 합니다. 그러면 동해 연안의 쪼개졌던 단층 부분이 다시 부피를 줄이며 합쳐지려 하겠죠. 그 부분에 힘이 응축되면서 지진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판이 서로 합쳐지면 역단층 지진이 발생하는데 규모가 클 수밖에 없죠.”

    ▼ 과거 기록에도 지진이 많나요.

    “역사적으로 봐도 그곳에서 규모 6.5 넘는 지진이 여러 번 발생했어요. 역단층 지진이기 때문에 규모도 크고 바로 해안가에서 15㎞ 떨어진 곳이라 쓰나미 위험도 있습니다. 쓰나미가 발생하면 몇 분 내로 덮치고요,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해안가에 있는 도시를 바로 흔들어 폐허로 만들 수 있는 그런 환경입니다. 두 가지 요소가 합쳐져 엄청나게 위험하다고 할 수 있어요.”

    ▼ 그곳이 각 원전과 가까이 있는데요.

    “울산 쪽보다 동해 앞바다에 있는 단층대가 원전과 더 가까워요, 삼척에는 새로 원전을 지으려고 하잖아요. 걱정입니다.”

    ▼ 동해 연안 지진으로 실제 쓰나미가 몰려온 사례가 있나요.

    “동해 연안의 지진 때문은 아니어도 7m 쓰나미가 기록된 전례가 있어요, 1983년 일본 서해안에서 발생한 7.7 지진으로 강원도 임원항에 최대 파고 7.15m의 쓰나미가 왔어요. 피해는 사망·실종 3명, 부상 2명, 파손 선박 80여 척, 가옥 피해 44동이었습니다.”

    실제 ‘조선왕조실록’태종 15년 편을 보면 동해안에서의 지진해일 기록이 있다.

    ‘동해의 물이 넘쳤다. 영일로부터 길주에 이르기까지 바닷물의 높이가 5척, 또는 13척이나 돼 배가 어떤 곳은 5~6척, 어떤 곳은 100여 척이 덮였다. 물의 진퇴가 조수와 같았다…. 삼척과 연곡 등지에서는 바닷물이 줄고 넘치기를 5~6차례 했는데 넘칠 때에는 50~60척이나 되고, 줄 때는 40여 척이 됐다.’

    1척을 대략 30㎝로 잡으면 최대 18m가 넘는 쓰나미가 왔음을 알 수 있다.

    ▼ 서해에선 해일 사례가 없습니까.

    “서해 쪽도 있었어요. 평안도 철산과 백령도 근해 쪽에요. 제가 강진 위험지역으로 제시한 곳인데 바닷가에서 지진이 나면 지진해일이 오죠. 우리나라 동해, 서해에 다 지진해일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세계 최초, 역사 지진 분석법

    “역사지진 재계산하면 7.0 정도…수도권 수십만 사망, 동해안 폐허”

    한반도 지진위험지역을 설명하는 홍태경 교수

    홍 교수가 조선왕조실록 기록 등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해 도출한 역사 지진의 규모를 보면 충격적이다. 조선시대에만 규모 9급의 초대형 지진이 3차례나 있었다. ‘강진은 난 곳에서 다시 난다’는 지진의 대법칙을 고려하면 한반도에서 동일본 규모의 대지진이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는 셈이다.

    ‘땅이 세 번 크게 흔들리고 소리가 성난 우레와 같았다. 임금의 용상이 마치 누가 끌고 미는 것처럼 흔들렸다.’(1518년 7월 2일)

    ‘함경도 명천, 경성, 회령 등지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성채가 무너지고, 산록이 부서져 떨어졌다. 사람과 가축이 압사했다. 13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하루에 5~6회 내지는 8~9회 지진이 일어났다. 우물도 막혔다.’(1810년 2월 19일)

    ▼ 역사 지진을 살펴볼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됐나요.

    “국내에서 지진계로 관측한지 33년밖에 안 되잖아요. 지진자료가 충분히 쌓일 때까지 기다릴 수만 없으니까 역사기록물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삼국유사, 삼국사기, 조선왕조실록 등2000년 정도의 자료를 살펴보면 지진 기록이 빈번하고, 피해사례도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그걸 가지고 거꾸로 지진 규모가 얼마였는지 통계학적으로, 수학적으로 분석 평가하는 거죠. 지진해일도 마찬가집니다. 근해에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증거죠.”

    ▼ 역사 지진을 통한 지진 예측이 세계 지진학계에서 인정이 됩니까.

    “지진에 한해서만 볼 때 우리처럼 기록이 잘 정리된 나라가 없습니다. 전 세계에 내놓을 만한 일이죠. 하지만 각 현령에서 지진 보고를 하게 한 1392년 조선 개국 이후 자료를 주로 이용합니다. 정부 주도로 수집된 정보니까 믿을 만하죠. 역사기록물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한 전례가 없어요. 세계 최초인 셈이죠. 지진학 분야 뉴스저널에 논문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자랑스럽습니다.”

    ▼ 백령도와 평양을 잇는 강서지역도 위험지역에 포함됐습니다.

    “일본이 한반도와 붙어 있던 시절 북중국판과 남중국판이 충돌한 곳이 백령도 평양 라인입니다. 그 옛날 부딪쳤던 힘이 이 지역에 정단층 지진을 일으키는 거죠. 종이가 말아놓으면 다시 풀리려는 힘 같은 겁니다. 실제 큰 지진이 많았는데요. 6·25전쟁 중이라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53년도에 평양 인근에서 규모 6.4의 지진이 있었습니다. 강서지진이죠. 러시아와 중국 쪽의 계측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따라서 한반도에 지난 100년간 6.0 이상 지진이 없었다는 건 사실이 아니죠. 규모 6 넘는 강진이 날 수 있다는 건 더 이상 추정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현혹당하고 있었던 거죠.”

    ▼ 속리산 쪽과 서해안은 어떻습니까?

    “속리산은 옥천벨트라는 곳인데요. 북중국판과 남중국판이 충돌할 때 습곡대가 만들어진 곳입니다. 지형의 변형이 많았죠. 애초에 많이 구부러져 있었어요. 이런 지역이 힘을 조금 받게 되면 제일 먼저 쪼개지기 시작하는 거죠. 지속적으로 지진이 발생합니다. 서해안에 대해서는 지금 한창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횟수는 적지만 큰 지진 온다”

    ▼ 한반도가 지진 비-밸류가 낮아 강진의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는데 무슨 의미입니까.

    “지진 발생 빈도는 균일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비-밸류는 그 정도를 나타냅니다. 예를 들어 비-밸류가 1이라면 규모 5 지진이 100번, 규모 6은 10번, 규모 7은 1번 일어납니다. 그런데 비-밸류가 0.7로 줄어들면 규모 5가 70번, 규모 6이 10번, 규모 7이 2번입니다. 비-밸류가 줄어들면 작은 지진 발생 횟수가 적더라도 큰 지진이 발생할 확률과 빈도가 높아지는 거죠. 전 세계 비-밸류 평균은 1인데 우리는 비-밸류를 계산해보니 0.7이 나온 겁니다.

    혹자는 규모 3 지진도 1년에 30번 안팎으로 나는데 뭐 큰 지진이 나겠느냐고 하죠. 비-밸류가 작다는 걸 고려하면 잘못된 생각이죠. 작은 지진이 적게 일어난다 해도 규모가 큰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충분히 높습니다. 일본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에요. 산술적으로 비교하면 위험합니다.”

    ▼ 그런데 한반도가 아직도 안전하다고 우기는 이들이 있는데요.

    “그래서 걱정입니다. 2010년 1월에 발생한 아이티 지진(규모 7.0) 때와 비슷한 상황이죠. 최근에 없었다는 이유로 그렇게 말하는 겁니다. 아이티는 지난 200년 동안 7.0 이상의 지진이 안 났어요. 200년 전에 그 정도 규모의 지진이 났는데 무시한 거죠. 실제 아이티 지진 2년 전에 미국의 지질조사국(USGS) 소속 과학자가 아이티 대통령까지 만나 강진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어요. 그런데 반신반의했죠. 준비할 여력도 없었고요. 아이티에서는 쓰나미도 없이 지진만으로 31만 명이 죽었어요.”

    ▼ 동일본 대지진 때도 사전 경고가 있었나요.

    “일본 동해 연안은 태평양판이 일본열도와 부딪치는 곳이에요. 1년에 10㎝씩 이동하며 끊임없이 부딪치죠. 엄청난 힘이 빠른 속도로 쌓이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이 지역에서 1900년 지진 관측 이후 규모 8.5 이상의 초대형 지진이 없었다는 거죠. 이번에 지진이 난 도호쿠(東北) 지역은 초대형 지진 발생 위험도가 높긴 했지만 도쿄나 여타 지역보다는 훨씬 낮았어요. 그래서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거죠. 결국 판단을 잘못한 겁니다. 일본열도의 지진은 긴 재래(再來) 주기를 갖는 큰 지진들인데, 도호쿠 지역은 1000년 전 규모 8.5가 넘는 지진이 발생했던 기록이 지진해일 퇴적물에 남아 있어요. 그것을 토대로 일부 학자들이 ‘지진해일로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죠. 그렇지만 무시됐죠.

    도호쿠 지역에서 동일본 지진이 나기 이틀 전에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사람들은 100년간의 기록을 근거로 그 지진이 그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지진이라고 생각했어요. ‘날 게 다 났다’고 생각한 거죠. 오히려 7.0 지진으로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동일본 대지진의 전진(前震)이 돼버린 거죠.”

    초대형 대지진의 세계적 再來

    ▼ 2004년 12월 있었던 수마트라 대지진(28만 명 사망)과 동일본 대지진(2만 명 사망)의 규모가 9.1, 9.0으로 비슷한데 수마트라의 피해가 월등히 큽니다.

    “둘 다 쓰나미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죠. 수마트라 대지진 때는 판이 500초 동안 남북 방향으로만 1200㎞, 밑으로 50㎞ 쪼개졌어요. 9분이 안되는 시간 동안 한반도 길이보다 더 큰 판이 쫙 벌어진 거죠. 동일본 대지진은 가로 400㎞, 깊이 부분으로 300㎞가 쪼개졌어요. 지진에너지는 판의 갈라진 면적에 비례합니다. 일본은 12만㎢인 반면 수마트라는 6만㎢ 밖에 안 되죠. 사실 지진 에너지는 동일본 지진이 더 컸습니다.

    그런데도 일본이 피해가 적었던 것은 지진 대비가 그만큼 잘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울 같으면 건물이 붕괴되고도 남을 진동에 진앙지 근처인 도호쿠 시에선 아무런 일이 없었죠. 도쿄시내도 큰 흔들림이 있었는데 건물에 금 하나 안 갔습니다. 1995년도에 고베 지진이 교훈이 됐죠. 그때 피해가 컸거든요. 6000여 명이 사망하고 도시가 초토화됐는데 그걸 계기로 일본 전역에 지진계를 깔고 내진설계를 다 바꿨습니다. 그 때문에 이번에 초대형지진이 발생했는데도 건물 붕괴로 죽은 사람이 한 명도 안 나온 거예요. 진짜 선방한 거죠.

    죽은 사람은 모두 쓰나미 때문이었는데요. 대부분이 쓰나미 경고 방송을 듣지 못한 사람이었어요. 피해지역이 해안가여서 대피할 높은 건물이나 산이 별로 없었던 것도 문제였죠. 쓰나미가 올 때는 무조건 높고 튼튼한 건물이나 높은 산으로 올라가면 살거든요. 그래도 2만 명이면 수마트라에 비교하면 훨씬 적죠.”

    ▼ 학습효과가 컸군요.

    “경험이 중요하죠. 수마트라 지진 때의 일입니다. 어떤 지진학자가 마침 그 시기에 수마트라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갔는데요. 2004년 12월 26일이었지요. 해안에서 놀고 있는데 진동도 없이 물이 쫙 빠져나가더래요. 관광객들은 물이 빠져 고기가 보이니까 다들 잡으러 들어간 거죠. 이 학자는 직감적으로 쓰나미인 걸 알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다 데리고 호텔 옥상으로 올라갔대요. 그때 그 호텔 높은 층에 있던 사람들만 살아남았습니다.”

    ▼ 유독 최근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큰 지진이 많은 것 같습니다.

    “1900년 이후 규모 8.5 이상의 초대형 지진이 16회 발생했는데요. 이게 1950~60년대 모여 있고, 그 후로 잠잠했죠. 그러다가 2004년 수마트라 대지진 나고 나서부터 계속 되는 겁니다. 2005년 3월에는 그 남쪽 지역에서 8.7짜리가 났죠. 2008년에는 쓰촨성 지진(규모 7.9)으로 8만7000명이 죽었습니다. 2010년 1월에는 아이티 대지진, 2월에는 칠레 대지진(규모 8.8, 1000명 사망)이 났고요. 지난해 3월에는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죠. 10월에는 터키 지진(규모 7.2)으로 1000여 명이 사망했습니다. 그 메커니즘에 대해선 지진학자끼리도 갑론을박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런 큰 지진들의 충격이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독도 지진계 문화재청 반대로 무산

    ▼ 전 지구적인 초대형 지진이 한반도에도 영향을 줍니까. 일본 서해안에서 초대형 지진이 예고됐는데요.

    “큰 지진이 한번 발생하면 판 경계부가 부서지면서 쌓여 있던 응력이 해소되는데 부서지지 않은 쪽으로 응력이 이동합니다. 판이 이동해 부딪치기도 하고요. 연쇄적으로 지진이 일어나는 거지요. 도미노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됩니다. 실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도호쿠 해안은 17m, 내륙은 4m40㎝가 이동했어요. 한반도는 영향력이 줄어들어 2㎝ 움직였고, 울릉도는 5㎝ 움직였습니다.

    일본 서해안에 큰 지진이 발생하면 우리 동해안에 쓰나미가 발생합니다. 바다를 가로지르는데 제일 먼 지역이라도 2시간 반, 3시간밖에 안 걸립니다. 짧은 거리면 불과 30분 만에 오죠. 대비할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수마트라 대지진 때도 쓰나미가 반대 쪽으로 인도양을 넘어가 아프리카 동해안 쪽까지 덮쳐 모두 합해 20만 명을 죽였습니다.”

    ▼ 일본 서해안과 우리 동해 사이인 독도에 지진계를 설치하면 여러 면으로 좋겠습니다.

    “지속적으로 기상청에서 시도하는데 문화재청에서 반대를 한대요. 독도가 천연기념물이라고 설치를 못하게 한답니다. 흐지부지되고 있어요. 지진계라고 해봐야 1㎡도 차지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 큰 지진과 쓰나미에 대한 우리의 대비는 어떻습니까. 혹 영화 ‘해운대’처럼 아비규환의 상황이 벌어지는 건 아닐까요.

    “저는 그 영화를 못 봤는데요. 아마 큰일이 날 거예요. 문자메시지 지진 조기경보 체계가 구축돼 있긴 한데요. 한 2년 후부터 정상적으로 이뤄진답니다. 시스템이 구축은 됐는데 아직 안정화가 안 돼 있어요. 그때 가서도 잘될지는 모르겠지만. 기상청이 KBS하고 지진경보방송 협약을 일단 맺은 상태입니다.”

    ▼ 고층건물 중에서도 내진설계가 안 된 곳이 많은데요.

    “개연성이 아주 크죠. 참 중요하면서 어려운 문제인데요, 지진학자들은 참 말하기가 부담스럽습니다. 큰 지진이 날 수 있으니 내진설계를 강화하자고 하면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야, 지진이 날 수 있다 치자. 그런데 이게 100년 후에 난다면 돈 낭비 아니냐?’ 하지만 만약 단 한 번이라도 나면 그걸로 끝인 거예요. 수도권의 경우에는 아이티의 31만 명보다 더 많은 사람이 죽을 수도 있어요. ‘이건 경제성으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고 말할 뿐이죠.”

    “지진, 컨트롤 타워가 없다”

    ▼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우리 형편에 모든 건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강화하라고 말할 수도 없잖아요. 그래서 학교 같은 주요 기간시설과 사회기반시설부터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게 필요합니다. 원전은 특히 더 그렇고요. 최근 내진설계 기준안이 0.2G에서 0.3G로 바뀐 건 고무적입니다. 2008년 5월에 있은 중국 쓰촨성 지진을 보세요. 지진 규모는 7.9인데 8만7000명이 죽었어요. 당시 학교 건물이 붕괴되면서 학생들이 다 매몰돼 죽었어요. 학교는 재난이 있을 때 피난할 곳이기 때문에 적어도 이런 기간시설은 경제성 원칙 같은 거 다 떠나서 일단은 튼튼하게 지어야 합니다.”

    ▼ 학교 같은 기간시설이 지진에 대해 얼마나 안전하다고 믿습니까.

    “그렇게 안전한 거 같진 않습니다. 학교 말고도 원전, 각종 교량, 철도시설 같은 것들은 정말 다 내진설계를 한층 강화해야 합니다. 지진 예측을 확증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심층적 연구도 지원해야 해요. 앞서 말했듯 동일본 대지진도 해양퇴적물 조사로 정확한 예측이 가능했잖아요. 역사기록상 나타난 지진 발생지역에 한해서만이라도 심층조사를 하게 지원해주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지진 조기경보시스템은 어떻습니까?

    “조금 좌충우돌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경험이 문제인데요, 지진 첫 계측을 시작한 게 1978년이니까 경험이 일천하죠. 이것도 경제성의 원칙에 따라 하나씩 단계적으로 해야 해요. 그리고 경보만 한다고 지진 대비가 끝나는 건 아니죠. 건물이 무너지면 모든 게 끝이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지진 징후를 미리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합니다. 예측 시스템만 확실하면 대비도 경제적으로 철저히 할 수 있으니까요. 중국의 하이청 지진이 좋은 예입니다. 1976년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했는데 이를 예상한 중국 정부가 도시 주민 전체를 소개시켜 건물은 다 무너져 폐허가 됐지만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어요.”

    ▼ 지진대비 기관이 이원화된 것도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기상청은 지진을 탐지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를, 소방방재청은 지진 방재업무를 맡고 있어요. 두 기관 다 지진업무가 주가 아니다보니 지진방재 부서는 마이너예요. 천덕꾸러기인 거죠. 지진 분야 컨트롤 타워가 없는 게 큰 문젭니다. 지진 예측과 방재, 경보, 대비 체계에 대한 비전을 가진 곳 말입니다. 그렇다보니 이중투자도 일어나요. 최근에 지진재해대책법이 통과해 소방방재청이 지진계의 한 종류인 가속도기를 전국에 200대 이상 새로 깔고 있어요. 이미 기상청하고 지질자원연구원이 전국적으로 지진계를 운영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소방방재청이 또 깐다는 거예요. 체계가 없어요. 소방방재청 내에 지진 전문가가 단 한 명도 없으니 제대로 설치하는지도 문제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걱정입니다. 깔기만 하고 끝나는 거죠.”

    먹통 된 해저지진계

    ▼ 다른 나라도 기상청에서 지진예보를 담당하나요.

    “우리 기상청이 참 희한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요. 일본을 조금 모방하긴 했지만 그 어느 나라도 기상과 지진을 한데 묶어놓은 곳이 없어요. 전혀 성격이 다른 2개의 분야를 한 개의 기관에서 관리하는 거죠. 사실 지진 분야 전문가가 기상을 전혀 알 수가 없듯, 기상 쪽도 지진 분야를 모르거든요. 그런데 그 안에서 늘 기상 쪽이 중요도가 높죠. 지진 파트가 일을 추진하기가 어렵습니다.”

    ▼ ‘주간동아’가 2010년 동해에 설치된 해저 지진계에 문제가 많다고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해저지진계는 그 자체보다 내륙까지 연결하는 케이블 값이 엄청나게 비싸요. 그런데 일본은 일본 동해안 쪽으로 한 지역에만 100개씩 깔아놨어요. 특히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전 지역에 다 깔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막대한 투자를 해도 국민은‘와, 잘한다’고 할뿐 비난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해저지진계가 동해에 딱 한 대 있습니다. 그거 하나 먹통 되니까 국회에서 엄청나게 두들겨 맞았나 봐요. 그 후로 다른 거 설치할 엄두를 못 내죠. 아마 당분간은 설치 안 할 거예요,”

    ▼ 해저지진계가 꼭 필요한가요.

    “동해 연안이 위험하다고 했잖아요. 지진계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죠. 지진에 대한 우리 자체적인 대비와 연구를 위해서 꼭 필요합니다. 북한의 핵실험 감시를 위해서도 필요해요. 결국 그것도 지진파로 잡히니까요. 동해 해저지진계는 제가 듣기로는 케이블 보수를 했다고 하는데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여러 이유로 그 하나로는 부족합니다.”

    ▼ 여담인데요. 북한 핵실험 이야기가 나왔으니 지진파로 천안함 수중폭발을 증명한 얘기 한번 해보죠. 폭발설, 좌초설, 피로파괴설이 있었잖아요.

    “지진파에는 P파가 있고 S파가 있어요. 에너지가 탄성체를 만나면 생기는 파동이죠. 땅은 강한 탄성체입니다. 쉽게 말해 앞으로 쭉쭉 뻗어가는 게 P파라면 옆으로 왔다갔다하면서 나아가는 게 S파예요. 그래서 지진이 나면 P파가 먼저 오고 S파는 나중에 도달하죠. 대신 건물을 무너뜨리는 에너지는 S파가 훨씬 크고요. 그런데 물에 들어가면 S파가 사라져버려요. 물질이 딱딱해야 S파가 생기는데 물은 흐물흐물하잖아요. 이 때문에 물속이나 공기 중에선 P파만 생기고 S파가 생기지 않아요.

    천안함 폭발 때 지진파를 관측했더니 P파와 S파가 둘 다 관측됐는데 2개의 크기가 비슷해요. 정상적인 자연지진은 P파보다 S파가 훨씬 커야 하죠. 그럼 천안함의 경우에는 뭐냐는 거죠. 애초에 물 속에서 폭발을 했다면 P파밖에 안 나와야 하잖아요. 또 자연지진이라면 P파보다 S파가 훨씬 커야 하고요. 그런데 물속에서 폭발이 있으면 그로 인해 생긴 에너지가 땅을 치게 되고 그러면 P파가 S파로 바뀌어요. 그래서 P파, S파가 다 같이 비슷하게 생긴 거죠. 제가 시뮬레이션으로 증명했어요.”

    지진 경고는 의무이자 책임

    ▼ 좌초했거나 피로파괴됐을 때는 지진파가 안 나오나요.

    “좌초설은 배가 암초에 부딪혔다는 것인데 이 경우 자연지진과 똑같이 P파보다 S파가 월등하게 크게 나와야죠. 땅을 흔드는 거니까요. 그건 아니고요. 배가 스스로 부서진 경우에는 애초에 지진파가 나올 수 없어요. 그로 인해서 생성된 에너지가 미미하잖아요. P파이든 S파이든 지진파가 관측됐다는 자체가 피로파괴는 아니라는 거죠.”

    ▼ 다른 증거는요.

    “지진학은 사실 잠수함 연구에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속에서 폭발이 있게 되면 그곳에 수심을 반영하는 신호가 주파수 스펙트럼에 나타납니다. 저희가 스펙트럼 분석을 해보니까 폭발 수심이 44m였어요. 그런데 그곳에 알려진 수심이 42m거든요, 거의 정확하잖아요. 또 한 가지는 수병들이 폭발음을 들었다고 했는데요. 그렇다면 그 소리의 음파가 공중으로 전파됐다는 얘기예요. 그것도 일종의 파동이죠. 확인해봤더니 지진파 기록 32초 후에 또 다른 지진파가 잡혀 있어요. 바로 폭발의 공중음파가 잡힌 거죠. 음파가 지진파보다 훨씬 느려요. 계산을 해보니 정확하게 32초가 차이가 났습니다.”

    ▼ 어뢰에 바로 맞았습니까. 어뢰 종류는 알 수 있습니까?

    “직접 맞은 건 아니고 밑에서 터진 겁니다. 수심 몇 m인지는 얘기해드릴 수 없습니다.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서요. 지진학적으로 폭발의 크기는 유추할 수 있어도 터진 폭탄의 기종을 알 방법이 없습니다.”

    홍 교수는 기자의 계속된 동해안 원전 안전성 질문에 대해 즉답을 피해갔다. 지역 주민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 무슨 말을 하기가 어렵다는 얘기였다. 원전의 입지가 어차피 해안가여야 하는데 반대할 수도 없고, 지진의 위험성을 생각하면 찬성도 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것. 그는 “내진설계를 강화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도 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학자로서 사회적 책임감 때문입니다. 혹자는 국민을 현혹해 연구비 더 받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고도 하는 데 절대 아닙니다. 저는 지진에 대한 경고는 과학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위험성이 정말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걸 미리 알려 대비해야 합니다. 학자의 소임은 거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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