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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마’ 유영철, 충격의 엽기행각 추적기

오, 신이여, 이 자가 진정 인간입니까? “토막낸 사체 믹서에 갈고, 간과 뇌수 먹었다”

  • 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살인마’ 유영철, 충격의 엽기행각 추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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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백 조각난 사체
  • ●미모의 윤락여성만 골라 성관계 후 살해
  • ●“뚱뚱한 여자는 옮기기 무겁고, 키 큰 여자는 욕실에 누일 수 없어 기피”
  • ●아내 죽이려다 마음 바뀌자 윤락여성 ‘대타’ 삼아 살해
  • ●전화번호, 아이디, 비밀번호 모두 ‘1818’
  • ●살해한 여성 장신구를 애인에 선물 추정
  • ●“국과수 부검 결과 사체에서 간 발견되지 않아”
  • ●얼굴 공개 극구 거부하는 것은 ‘지저분한 범죄’ 많이 저질렀기 때문
‘살인마’ 유영철, 충격의 엽기행각 추적기
“그냥 죽이는 거야. 아무런 느낌도 없어.”지난해 9월24일 신사동 노부부 살해사건부터 지난 7월13일 출장마사지사 임모(27)씨 살해사건까지, 한 명의 사내가 10개월 동안 무려 26명을 살해했다는 진술을 듣고 난 경찰관들은 맥이 풀렸다. 강력범죄 수사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베테랑만 모인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 형사들이지만 이 사내의 말은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

이 사내의 검거 소식이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7월16일 오후. 경찰은 서강대 뒤편 야산에 올라 그가 가리키는 지점을 파헤쳤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는지 심하게 부패한 살점들이 드러났다. 수백 조각난 한 구의 사체였다. 그제서야 경찰은 사내의 자백이 사실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충격을 받고 당황한 경찰관들에게 사내는 “그냥 죽였다. 아무 느낌도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8월13일 검찰은 유영철(柳永哲·34)씨를 21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했다. 유씨가 경찰에 검거돼 온 국민을 연쇄살인의 충격에 빠뜨린 지 한 달 만이다. 그동안 유씨의 살인행각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경찰은 ‘용의자를 놓쳤다 다시 잡았다’ ‘피해자 가족에게 발길질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단기간에 21명이 살해당한 희대의 사건을 놓고 경찰, 언론, 국민이 모두 혼란에 빠졌다. 유씨의 주변인물과 수사관계자들을 통해 사건 전모를 차근차근 살펴보는 일은 혼란에서 벗어나 전대미문의 연쇄살인사건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7월14일 늦은 오후,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 양필주 경장(34)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평소 정보원으로 알고 지내는 노모(33)씨의 전화였다.

“형님, 요즘 뭐하세요?”



“일하지, 임마. 다음주엔 여름휴가고. 너도 잘 지내지?”

“그런데요, 형님….”

3∼4년 전 마약수사를 벌이다 알게 된 천호동 건달 노씨는 “이틀 전 영등포 보도방 여자 한 명이 손님 받으러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더라”고 전했다. ‘011-XXXX-5834’란 전화번호를 쓰는 손님이라고 했다. 사실 이런 첩보의 99%는 별 쓸모 없는 얘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노씨의 다음 말이 양 경장의 귀에 단단히 박혔다.

“친구한테 빌려타고 간 승용차가 화곡동에 버려져 있더래요. 시동이 켜진 채로.”

‘5834’로 불려간 여자들

이전에도 보도방 여성을 납치해 지방으로 팔아넘기는 범죄가 종종 일어나곤 했기 때문에 양 경장은 여자가 납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노씨에게 당장 강남과 영등포 일대 보도방 업주들에게 연락해 같은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면 자신에게 연락하라고 일렀다. 휴대전화번호 조회를 할 요량으로 다음날 노씨에게 기동대로 들어오라고도 했다. 건축자재를 훔쳐다 팔아치운 일당을 붙잡느라 이틀째 밤을 지샌 양 경장은 집으로 돌아가 곯아떨어졌다. 그러나 새벽 2시30분경 휴대전화가 다급하게 울렸다.

“형님, ‘5834’가 떴어요!”

한 시간 후 양 경장과 노씨 일행, 그리고 보도방 여성은 ‘5834’가 시킨 대로 신촌 그랜드마트 앞에 서 있었다. ‘5834’는 여자에게 도보로 20분 정도 떨어진 공원으로 오라며 약속장소를 바꿨다. 그랜드마트 앞에 있던 일행 중 일부가 남고 양 경장은 공원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멀찌감치 떨어져 여자를 주시하던 ‘5834’는 “여자의 키가 너무 크다”며 퇴짜를 놓았다. 두 번째 여성을 불러주자 이번에는 “못생겼다”며 “그냥 가라”고 했다.

‘5834’가 여자를 번갈아 부르는 사이, 양 경장은 공원 일대와 골목골목을 뛰어다니며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남자들을 모두 붙들고 전화번호를 확인했다. 유흥가와 인접한 동네라 새벽인데도 서성이는 젊은이가 많았다. 동이 트지 않았지만 30℃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였다. 속옷까지 땀에 흠뻑 젖었다.

‘5834’는 세 번째 여성은 마음에 들어했다. 여성에게 그랜드마트 뒤쪽 골목으로 오라고 했다. 바로 그때 노씨가 골목길 전봇대 뒤에서 전화통화를 하는 수상쩍은 사내를 발견하고 양 경장에게 전화했다. 양 경장은 “내가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걸릴 테니 근처 순찰지구대에 도움을 청하라”고 했다.

양 경장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수상쩍은 사내는 수갑을 채우려는 서강지구대 김성기 경장에게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었다. 양 경장이 달려들어 사내를 땅바닥에 눕히고 수갑을 채웠다. 사내가 입에 뭔가를 집어넣고 삼키려 하자 이를 억지로 뱉어내게 했다. 명함 크기의 ‘출장 마사지’ 전단 9장이었다. 슬쩍 던져버린 휴대전화도 확보했다. 휴대전화번호의 뒷자리는 ‘583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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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지남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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