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봉지구의 태양광 주택들(좌). 프라이부르크 도심지 풍경.
“사실 보봉지구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이 모든 시스템이 주민들의 자율적인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죠. 재생에너지를 개발, 사용하고 이를 보존해온 것도 모두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가능했습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개발을 위해서는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죠.”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로는 보봉지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셰어링’을 들 수 있다. 말 그대로 차를 같이 사용한다는 뜻이다. 오전 시간에만 차가 다닐 수 있도록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규제한 이후 차를 이웃주민들이 공동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다. 보봉지구를 걷다보면 곳곳에서 ‘car sharing’이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있는 차량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태양에너지 활용의 상징으로 불리는, 1994년 본격 설치된 헬리오트롭(helio+trop)도 보봉지구에 있다. 헬리오트롭은 태양을 쫓아 움직인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주택의 이름으로 원통형으로 만들어진 주택이 태양의 방향을 따라 움직이며 에너지 집적을 효율화한다. 현재 헬리오트롭에서는 지붕에 설치된 2개 축의 태양에너지 시설을 통해 건물 자체 운용에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보다 5배 이상 많은 에너지를 생산해내고 있다. 헬리오트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태양에너지 연구소인 ‘프라운호퍼 ISE(Institut Solare Energiesysteme)’에서 개발됐다. 이 연구소의 본부도 프라이부르크에 자리하고 있는데 역시 태양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첨단시설을 갖추고 있다.
1981년에 만들어진, 유럽에서 가장 큰 태양광 연구소인 ‘프라운호퍼 ISE’는 지난 5월 건국대와 공동연구소인 ‘건국대-프라운호퍼 차세대 태양전지연구소(KFnSC)’를 설립해 화제가 됐다. 프라운호퍼 ISE가 해외에 공동연구소를 설립한 것은 MIT에 이어 건국대가 세계에서 두 번째다. 서울시는 이 연구소를 ‘세계 유수 연구소 유치 사업’으로 선정,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이 연구소에 5년간 총 125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차세대 태양전지 연구
프라이부르크에는 그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상점의 간판도 눈요깃거리가 된다. 프라이부르크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건물을 휘감고 있는 울긋불긋한 간판이 없다. 대신 간판들이 모두 땅에 내려와 도시디자인의 한 부분을 이룬다. 거리를 걷다보면 상점 앞 인도 위에 하얀 돌, 빨간 돌을 촘촘히 박아 만든 간판을 만날 수 있다. 등산용품 가게 앞에는 산 그림이, 안경점 앞에는 안경 그림이, 책방 앞에는 책 그림이 그려져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바닥간판이 수백년 전부터 이어져온 이곳만의 전통이라는 점이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지금은 센스 있는 디자인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시의 디터 뵈너 박사는 “프라이부르크시의 기본적인 정책방향은 도시와 환경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이 중심인 도시를 만들자는 철학이다. 이미 프라이부르크는 ‘독일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도시 1위’에 꼽힌 곳이다. 독일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하는 도시이기도 하다. 친환경 도시로 탈바꿈하려고 노력하는 서울과 한국에도 행복한 상상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