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호

슈퍼파워 소금쟁이의 비밀

  • 글: 박미용 동아사이언스 기자 pmiyong@donga.com

    입력2003-09-26 17: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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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금쟁이가 연못이나 시내의 잔잔한 수면에 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표면장력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표면장력이란 액체 분자들이 표면에서 서로 끌어당겨 최소의 면적을 유지하려는 힘. 잎에 맺힌 이슬이 둥근 것도 이 때문이다.

    소금쟁이가 수면 위에 설 때 다리에 체중이 걸리면 수면이 움푹 눌려버릴 뿐 결코 물 속으로 잠기는 법은 없다. 이렇게 눌린 수면은 표면장력에 의해 눌린 만큼 힘이 위로 작용해 소금쟁이 몸체를 떠받친다.

    그런데 소금쟁이는 1초에 자신의 몸통 길이의 100배 정도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이는 키가 180cm인 사람이 1초에 180m를 수영해 나아가는 것과 같다. 소금쟁이는 어떻게 이렇게 빠른 속도로 물 위를 걸을 수 있는 것일까.

    이제까지 과학자들은 뉴턴의 작용과 반작용 법칙으로 설명했다. 소금쟁이가 앞으로 나아갈 때 그 뒤로 잔물결(wave)이 생긴다. 이를 관찰한 과학자들은 소금쟁이의 가운뎃다리가 물을 뒤로 밀어 물결을 만듦으로써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993년 미국 스탠퍼드대 해양생물학자인 마크 데니 박사가 이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데니 박사는 어린 소금쟁이의 경우 다리의 움직임이 빠르지 못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계산에 따르면 가운뎃다리가 반작용을 일으키는 잔물결을 형성하려면 최소한 1초에 25m의 속도로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어린 소금쟁이는 이렇게 빠르지 않다. 따라서 물결이론이 옳다면 어린 소금쟁이는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해야 하는데, 실제로 어린 소금쟁이도 물 위를 걷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최근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3명의 과학자가 이 문제를 해결했다. 세계적인 과학전문지인 ‘네이처’ 8월7일자 커버스토리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소금쟁이는 물결이 아니라 소용돌이(vortex)를 만들어 앞으로 나아간다.

    연구팀은 소금쟁이가 물 위를 걷는 모습을 1초에 500 프레임으로 촬영하는 초고속 비디오카메라로 찍었다. 그러자 물에서 잔물결과 함께 가운뎃다리가 지나간 자리를 중심으로 소용돌이가 만들어지는 것이 확인됐다. 소용돌이는 수면 위와 그 바로 아래 물 속에서 형성됐다. 계산 결과도 소금쟁이의 추진력이 소용돌이에 있음을 뒷받침했다. 반면 물결에 의한 전진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소용돌이는 소금쟁이가 가운뎃다리로 노를 젓듯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생긴 것”이라며 “잔물결은 노를 젓는 배 뒤쪽으로 불가피하게 생겨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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