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대는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실패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시기이다.
- ‘길거리에 코를 박는’ 한이 있더라도 도전하고 또 도전하라. 뛰다 죽을 각오를 하더라도 30대의 도전은 무죄다. ‘을’의 인생을 ‘갑’의 인생으로 바꿔주는 창업 노하우.
30대 창업의 성패는 창의적 아이템과 틈새시장 공략 여부에 달려 있다.
21세기 초입에 들어선 오늘날 무선 인터넷과 모바일(mobile), 텔레메틱스(telemetics), 그리고 유비쿼터스(ubiquitous)로 이어지는 새로운 창업환경은 창업자의 연령대를 20대까지로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특기할 만한 사실은 창업연령이 퇴직연령에 선행(先行)하고 있다는 점이다.
40대가 창업 주력군이었던 1990년대 초에는 50대 조기퇴직 문제가 이슈가 되었고, 30대 창업이 주류를 이루던 1990년대 후반에는 40대 명예퇴직이 화두가 됐으며, 20대가 창업 주력군이 된 2000년대 들어서는 심리적 퇴직시기가 36세로 앞당겨졌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데는 취업난도 한몫한 게 분명하지만 그보다는 직장인들이 ‘남의 일 같지 않은’ 선배들의 조기퇴직을 지켜 보면서 자신의 앞날을 걱정한 나머지 서둘러 창업에 나선 것도 한 이유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때문인지 창업 상담 창구를 찾은 사람들 가운데 창업상담이라기보다 인생상담을 하러 오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은 ‘과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혹은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옳고 바른 길인가’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 싶어한다. 스스로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사람을 볼 때는 안타깝기도 하고 힘이 된다면 도움을 주고 싶다.
하지만 인생은 ‘자가발전(自家發電)’이며 ‘연습이 없는 것’이어서 누가 됐건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필자는 도움말을 원하는 30대 창업자들에게 ‘서른세 살에 도전하고 서른여덟 살에 안착하라’고 조언하곤 한다. 필자가 이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심리적 퇴직시기는 그만두고라도 실질 은퇴시기가 40대 중반으로 앞당겨졌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통상 30대 중반에 과장을 달고, 30대 후반∼40대 초반이면 부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승진 시계(時計)다. 부장이 되고 나서 이사로 승진하지 못하면 옷을 벗어야 한다. 부장 승진 이후 길어야 5년 정도 여유가 있을 뿐이다. 만일 승진하지 못한다면 나이로 보아 40대 중반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남자의 평균수명이 75세인데 40대 중반에 은퇴하면 무려 30년 가까이 역할 상실의 암흑기를 맞아 방황해야만 한다. 한참 일할 나이라고 항변해도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잘 알겠지만 ‘기업의 별’이라는 이사 승진이 어디 쉬운 일인가?
30대 창업은 필연
둘째, 갈수록 CEO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1980년대가 50∼60대의 시대였다면 1990년대는 30∼40대의 시대였다. 이제 21세기에 들어서면서 20∼30대 CEO 비율도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젊은 CEO들을 위해 가정의 잡무를 대신해주는 집사라는 직업이 유망직종으로 자리잡을 정도로 이 분야 보조인력 시장이 커졌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시 말하면 CEO가 30대인데 한 직장에서 40대까지 근무한다는 건 생각만 해도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좋든 싫든 그만둘 수밖에 없다.
셋째, 의학적인 문제를 떠나 경험으로만 보자면 사람은 33세를 기점으로 에너지가 줄어들고 뇌세포도 줄어든다. 하루가 다르게 힘이 없어지고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다. 밤을 새워 일하던 기력이 하루만 못 자도 다음날 일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약해져 있다. 이제 인생에서 강력한 에너지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불살라야 할 때로 접어든 것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또다시 도전의 기회는 오지 않을지 모른다.
이제 ‘33세 도전, 38세 안착’에 대하여 대답해야 할 차례인 것 같다. 해법을 찾기 위해 좀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10대에게는 ‘꿈’이 있고 20대에게는 ‘실험’이 있다. 10대의 꿈을 20대에 실험해보는 것이다. 직접해 보니 재미있었다면 계속하고 적성에 맞지 않았다면 궤도를 수정하라. 한번의 궤도 이탈이나 수정을 감안한다면 대학 졸업 후 5∼6년이 경과한다. 30대로 접어들면 방향을 잡아야 한다. 방향키를 고정하고 도전하는 그때가 바로 33세 전후가 될 것이다. 이처럼 앞뒤를 이어가는 ‘연결쇠(chain)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다. ‘커리어(career)’라는 자산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노력하면 38세에는 안착할 수 있다. 틀림없이 그러할 것이다. 이렇게만 하면 40대가 된 뒤에는 적당히 운동도 하고 한낮에는 달콤한 오수를 즐길 수도 있으며 가끔은 바에서 와인 한잔에 눈물 없이도 과거를 되씹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1년에 한번 정도는 가족과 함께 삿포로 눈 축제에 다녀올 수 있는 여유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그렇지 못하다. 결혼하고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정도의 나이인 30대에 접어들면 교육비, 문화비 등 돈 들어갈 곳이 점차 많아진다. 차가 없어도 안 되고 방 한칸은 불편해 견딜 수 없으니 무리해서 차도 사고 은행융자 얻어 큰 아파트로 이사도 한다. 돈은 없고 갈수록 이자만 늘어간다.
만일 이처럼 아무런 준비 없이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위한 생활’을 한다면 그때부터 점점 수렁에 빠져들고 말 것이다. 이것이 아무 생각 없이 30대로 접어든 직장인의 모습이다. 키(key)를 고정했으면 각고의 노력으로 항진해야 할텐데 주변만 두리번거리다가 좋은 시절을 보낸다면 그에게는 미래가 없다. 방향을 잡았다면 최소한 5∼6년은 ‘거리에 코 박고 죽는 한이 있더라도’ 뛰다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제 2004년이다. 새해로 접어들면 누구나 기대와 희망을 갖고 새롭게 도전해보겠노라 다짐하곤 한다. 그래서 해마다 연초에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사람도 많다. 우리 사회는 30대가 2004년을 한가로이 보내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시기를 놓치지 말고 ‘을’의 인생(직장인)에서 ‘갑’의 인생(사장)으로의 탈바꿈하는 데 도전해보기 바란다.
‘크레비즈’와 ‘니치 마켓’
21세기는 지식정보사회다. 지식이나 정보, 혹은 ‘지식을 정보화 시스템에 접목시켜 나타나는 산출물’이 돈이 되는 시대다. 현실적 재산, 즉 부동산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재산, 즉 감각, 느낌, 사랑같은 것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한 지식집약형 사업이 돈이 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는 창의적 아이템(crebiz), 틈새(niche) 아이템, 비교우위 아이템 등이다.
일반적으로 창업은 크게 ‘모방형 창업(mirror biz)’과 ‘창조형 창업(create biz)’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선도업체의 비즈니스 모델을 모방해서 창업하려는 경우는 벤치마킹할 대상업체가 있고 시장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다소 쉽게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선도업체를 따라잡기가 그리 쉽지 않고 대체로 창업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창조형 창업은 새로운 시장에 대한 불안 때문에 도전하는 데 두려움을 가질 수 있지만 위험도가 큰 만큼 성공했을 때의 보상도 크기 때문에(high risk, high return) 30대가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30대는 인생에서 ‘실패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기 때문이다.
창조형 아이템은 해외 아이템을 한국형 비즈니스로 리모델링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아이디어는 해외에서 얻고 국내 시장에서 기존사업의 틈새를 찾아내 질(質)과 서비스의 차별화를 통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몇 가지 아이디어 사례를 보자.
요즘 일본에서는 ‘랭킹 숍(ranking shop)’이 인기다. 지난주 판매고 1∼3위 생활용품만을 집중적으로 판매하는 편의점인데 ‘소비는 타이밍’이라는 점을 잘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저성장기에 접어든 우리나라에서도 지성(知性)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맞춤 운동화 사업’이란 틈새업종이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사람들이 신는 신발 가운데 운동화의 비중이 40%나 되고, ‘운동화는 신발이 아닌 운동장비’라고 생각해 비싸도 발에 딱 맞는 걸 사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경우다. 우리나라에서는 당뇨환자들을 위한 ‘당뇨 신발’처럼 특수 맞춤신발로 사업을 펼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30대들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에 기반한 온라인 창업에도 관심이 많다.
다시 눈을 안으로 돌려 우리나라 환경에서 틈새업종을 살펴보자. 요즘 중소기업에서는 경리직원을 구하지 못해 애를 쓰고 있다. 이러한 때 20∼30대 주부를 재교육시켜 ‘경리파견업’을 한다면 수요는 폭발적일 것이다. 경리는 기업의 필수인력인데 기존의 상업고등학교가 인터넷고(高)나 디지털고(高)로 바뀌는 바람에 앞으로 경리 수급문제가 골칫거리로 등장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맨파워뱅크형 비즈니스분야로는 식당 배달원, 건설인력, 점장(shop manager), 간호사 알선업 등이 있다.
물론 이러한 창조적 아이템일수록 창업하기에 앞서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가장 먼저 신규시장을 개척해야 하는지, 아니면 틈새시장을 파고들 여지가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그에 따라 마케팅 전략과 비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예상 고객의 니즈(needs)를 파악하고 비즈니스 스케일을 확대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또 후발업체의 추격을 물리칠 대책이 있는지에 대한 다각적이고 장기적인 전략도 수립해야 한다.
자신의 캐릭터를 분명히 하라
지금까지의 창업상담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적성이나 능력 여부와 상관없이 상황에 따라 닥치는 대로 업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참새를 잡을 때까지 고무줄총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동일한 행위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생존을 위해 일하던 감각(感覺)시대에서 삶의 질을 추구하는 ‘3R 시대’, 즉 정신적 성숙(Ripeness), 마음의 풍요(Riches), 여가(Rest) 등이 삶의 목표인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3R 시대에 어울리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훈련이 필요할까?
결론만 말하면 창조적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 필자가 그 동안 업종간 틈새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개발하고, 해외 비즈니스를 한국형 비즈니스로 만들거나 업종간 ‘헤쳐 모여’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등 일련의 창조적 업무를 해온 경험에 비추어보면 창의력은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계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창의력은 어느 한 분야에 박식한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제너럴리스트(generalist)에게서 나온다는 게 필자의 확고한 생각이다.
창의력 개발 훈련의 첫째 조건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학습이다. 자신이 뛰어들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언제나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노력을 말하는 것이다. 전문서적을 탐독하거나 특강을 듣는일, 전문잡지를 샅샅이 숙독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예를들어 ‘치킨점’이 궁금하다면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치킨’을 키워드로 쳐보라. 그 안에는 치킨점 리스트는 물론이고 도축현황과 시장규모, 치킨점의 종류, 조리와 시식방법 등 많은 정보가 들어 있다. 그렇게 정보를 조사하다 보면 그 업종에 대해 훤히 알게 되고 여러 데이터가 모아져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정보창고로 변해 있을 것이다. 요즘처럼 검색엔진에서 키워드 하나로 쉽게 학습할 수 있는 시대에 의문점을 그냥 지나친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일은 없다.
둘째, 도전 속에 성숙이 있다. 흥미 있는 분야거나 자신과 관련된 지식이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한 도전하라는 의미다. 설령 결과가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실패할지라도 자신을 성숙에 이르게 할 것이다. 연애는 헤어짐이 예정되어 있고 실연의 아픔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시도하면서, 사업은 해보지도 않고 실패할 것이 두려워 도전조차 하지 않는다면 이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셋째, 완벽을 추구하라. 결과가 나올 때까지 끝맺음을 잘하라는 의미다. 지식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노하우를 축적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흔히 학습에 따른 변화가 이내 나타나지 않으면 쉽게 포기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인생의 데이터베이스’는 영원히 구축할 수 없다.
넷째, 늘 메모하고 사후에 체크하라. 자신이 해온 일을 정기적으로 검토하라는 의미다. 창업자들 가운데는 처음에 사업계획서를 잘 써놓고도 그 계획서대로 하지 않거나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사후에 전혀 점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럴 거라면 무엇 때문에 사업계획서를 그토록 열심히 작성했는지 궁금해진다.
다섯째, 학습을 평생 습관화하라. 학습이란 별게 아니다. 자신이 맡은 일에 정진하라는 의미다. 맡은 일을 열심히 하면 결국 그 일에 대한 노하우는 자신에게 남는다. 예를 들어 콘텐츠를 가공하는 지식노동자의 경우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그 지식은 회사에 남아 있지 않고 자신의 머릿속에 담고 떠나는 것이므로 결국 자신의 재산으로 남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섯째, 피드백을 활용하여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숙지하라.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서 성의를 다해 듣고 이를 보완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혹은 고객을 대하면서 고객 불만이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다. 고객의 불만은 결국 자신의 약점을 알려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일곱째, 자신의 캐릭터를 분명히 하라. 사람들이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서 자신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르다면 바로잡아야 할 것이고 아무 느낌이 없다면 색깔을 찾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누구’ 하면 ‘어떤 사람’이라는 생각이 바로 떠올라야 자신의 캐릭터 개발에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아이템 개발을 위한 7가지 훈련과정을 열거해보았다. 결국 늘 의문을 제기하되, 그 의문에 대하여 ‘연결쇠 사고(chain-thinking)’를 하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모두 실행에 옮기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나 하나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야 한다. 30대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이 훨씬 더 많은 나이이다. 마지막으로 창의력 훈련과정은 궁극적으로 콘텐츠 생산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것이며 평상시 아이디어를 돈이 되거나 부가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만들어낼 능력을 키워주는 과정인 만큼 결코 소홀히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