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개월간 5회 지인·동문 초청 고급 골프여행
- 동반자들에 반값·공짜 항공권 제공 의혹
- 일본, 싱가포르, 베트남, 미국 … 전 세계 골프투어
- 적게는 7~8명, 많게는 30여 명 동반 여행
- 금호그룹, “회장의 개인 일정, 동문들과 휴일 이용해 여가 즐긴 것”
워크아웃은 자력으로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에 대해 채권기관이 부채 상환을 유예하거나 탕감해주는 제도다. 2010년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출자전환 등을 통해 금호의 채무 부담을 줄여준 바 있다. 2013년 11월 박 회장은 지주사인 금호산업에 복귀하면서 “연봉 1원만 받겠다. 경영정상화에 실패할 경우 금호산업 지분을 모두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회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금호산업에 2200억 원, 금호타이어에 1100억 원의 사재를 투입했었다.
회사는 워크아웃, 회장님은 외유
지난해 11월 27일 경제개혁연대는 박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2009년 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갈 당시 지주회사 격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발행한 불량 기업어음(CP)을 그룹 계열사들로 하여금 인수케 해 수천억 원의 손실을 냈다는 혐의다. 개혁연대는 고발장에서 “당시 CP 매입은 부도 위기에 직면한 금호산업을 지원하려고 박 회장 지시에 따라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이므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개혁연대는 “아시아나항공은 수천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경영건전성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CP 매입에 나섰다. 이는 신용공여 금지 규정(상법 542조)을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아’는 최근 금호그룹 최고 경영자인 박삼구 회장의 사생활과 관련된 몇 가지 자료를 입수했다. 박 회장 비서실에서 작성된, 회장의 개인 해외여행 일정표였다. 대부분 동문 등 지인들과 함께한 골프여행이었다. 사생활에 해당하지만, ‘신동아’는 그의 여행 일정에 주목했다. 워크아웃 상태에 있는 기업의 오너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임직원들은 고통을 겪는데 회장이 이를 분담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신동아’가 확보한 일정표는 총 7개다. 기간은 2012년 9월부터 2013년 5월까지. 7개 일정 중에는 해외사업본부 업무보고를 위해 출국한 사례도 두 건 포함돼 있다. 일정표가 대부분 여행 출발 1~3일 전에 작성된 점에 비춰 참석자나 일정 모두 큰 변동 없이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호그룹 측은 ‘신동아’의 확인 요청에 “내부적으로 확인해보니 신동아가 입수한 일정표대로 여행이 진행된 것은 맞다. 일부 참석자가 변동된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비슷하다”고 밝혔다. 몇몇 일정표에 박 회장이 ‘CCC’로 표시된 것과 관련, 금호그룹 측은 “CCC는 주로 아시아나항공에서 박 회장을 지칭하는 표현이다”라고 확인했다.
2012년 10월 문제가 된 바 있는 박삼구 회장 가족의 멕시코 로스카보스 여행 일정.
일정표에 따르면, 당시 여행에는 박 회장 부부와 장녀의 가족, 수행원, 같이 생활하는 도우미 아주머니까지 동행했다. 박 회장은 10월 2일(화)부터 6일(토)까지 5일간 로스카보스에 머물며 골프, 해양스포츠 등을 즐겼다.
여행 일정표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박 회장 가족은 로스카보스에 머무는 동안 두 곳에서 골프를 즐겼다. 그중 한 곳인 ‘Cabo Del Sol’ 골프장은 2013년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골프장 중 하나다. 또 다른 골프장 ‘Pamilla Golf Club’도 G20 정상회의가 열린 One·Only 내에 위치한 최고급 시설이다.
2012년 10월 박 회장 가족이 멕시코 휴양지 로스카보스에서 즐긴 ‘Dolphin Swim & Ride’.
박 회장 가족은 로스카보스 여행 3일째인 10월 4일에는 해양스포츠를 즐겼다. 돌고래와 같이 수영을 즐기는 ‘Dolphin Swim·Ride’가 주요 일정 중 하나였다. 로스카보스 여행 관련 사이트(www.dolphindiscovery.com)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의 1시간 이용 요금은 1인당 150달러다. 박 회장 가족이 여행 3일째 저녁 만찬을 즐긴 리조트 ‘Las Ventanas Al Paraiso’도 로스카보스의 대표적인 럭셔리 리조트다. 한 여행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는 “해산물을 이용한 멕시칸 요리가 일품”이라는 소개 글이 올라와 있다. 박 회장 가족은 10월 6일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2013년 2월 1일 박 회장 부부가 지인 6명과 방문한 일본 가이호로 료칸 공식 홈페이지와 전경 사진(위부터).
멕시코 외유 문제로 구설에 오른 뒤에도 박 회장은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떠났다. 골프를 위한 여행이 많았다. 특기할 점은 갈 때마다 대부분 중·고교 동문과 함께했다는 점이다. 모두 부부동반 모임이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30명 이상이 한 번에 움직이기도 했다. 이런 경우 박 회장의 개인 비서가 회사에 출장계를 내고 동행했다. 참고로, 박 회장은 광주 서중학교와 광주일고(38회)를 졸업했다.
박 회장 부부는 2012년 12월 8일(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했다. 동행자는 26명, 대부분 금호그룹 관계자거나 중·고교 동문이었다. 박 회장의 광주서중 동기인 금호그룹 임원 L씨, 박 회장의 광주일고 후배이며 서울 소재 대학에서 부총장을 지낸 C교수, 광주 출신인 임모 전 차관 등이 함께했다. 박 회장의 광주일고 7년 후배인 C교수는 “시간이 되는 동문들이 같이 갔다. 특정 기수가 간 것은 아니다. 대부분 후배들이었다. 영하 20도 정도의 날씨여서 골프는 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정표에 따르면, 박 회장 일행은 블라디보스토크 현대호텔에 머물며 시내 관광, 우수리스크 역사문화 탐방, 지하 250m 해군기지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그렇다면 여행은 어떻게 준비하고 경비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금호그룹 측은 “회장님을 포함해 참석자들이 각자 경비를 냈다”고 밝혔다. 취재에 응한 한 참석자는 “아시아나항공의 블라디보스토크 첫 취항을 맞아 초청을 받고 참석했다. 취항 첫 비행기를 타고 갔던 걸로 기억한다. 역사시설을 관람하고 돌아왔다. 박 회장 비서실에서 행사 일정을 준비해 진행했다. 개인 경비를 내고 갔는데 정확히 얼마를 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회장님이 술을 한잔 사기도 하지만, 기본 경비는 각자 낸다. 당시에도 금호그룹 비서실에서 연락을 해서 어디로 돈을 보낼지를 알려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1일(금), 박 회장 부부는 지인 6명과 함께 일본 시즈오카를 방문했다. 역시 중·고교 동문들이었다.
박 회장과 지인들의 일본 시즈오카 여행 일정표.
금호그룹 측은 이 여행과 관련해 참가자들이 모두 개별적으로 경비를 부담했다고 밝혔다. 여행 일정은 모두 박 회장 비서실에서 준비해 진행했고, 회장 비서실 직원 명의 계좌로 경비를 받아 처리했다.
그렇다면 참석자들은 돈을 얼마나 냈을까. 금호그룹은 ‘신동아’의 확인 요청에 참석자들이 낸 여행경비의 입금내역을 공개했다. 금호그룹 측 자료에 따르면, 일본 여행의 경우 참석자들은 1인당 220여만 원을 냈다. 세부내역을 보면 숙박과 식사비가 109만 원, 골프 비용이 62만5000원, 교통비(항공 운임, 현지 교통비)가 50만5000원이었다. 일정표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아시아나항공(비즈니스석)을 이용했고 일본 현지에서는 MK리무진과 신칸센, 13인승 전세버스 등을 이용했다.
그런데 금호그룹이 공개한 세부항목을 조사하던 중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교통비가 터무니없이 쌌기 때문이다. 금호그룹이 공개한 교통비에는 항공 운임뿐 아니라 현지 교통비도 포함된다. 그런데 일정표를 근거로 교통비를 따져보니 참석자들이 1인당 현지 교통비로만 38만 원가량을 썼다는 계산이 나왔다. 항공료로 볼 수 있는 금액은 12만 원 정도밖에 안 됐다. 김포공항에서 일본 하네다 공항까지 항공료는 비즈니스석을 기준으로 94만~108만 원이다. 이코노미석 최저 금액도 46만 원선이다. 여행 참가자들이 항공료에서 상당한 혜택을 받았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표1 참조) .
개인 일정에 비서 동행
지난해 2월 8일(금), 박 회장 부부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빈탄을 방문했다. 역시 골프가 주된 일정이었다. 당시 행사에는 무려 30명이 넘는 동문 부부가 함께했다. 박 회장의 광주서중 동문인 최모 전 의원 부부, 박 회장의 광주일고 1년 후배인 박모 전 ○○은행 부총재와 윤 전 의원 부부, 광주일고 선배인 모 대기업 상임감사 부부 등이 참석했다. 인원이 많아선지 참석자들은 2개 팀으로 나뉘어 움직였다.
싱가포르 방문 첫날 일행은 세계 최고층 호텔인 스탬퍼드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그리고 다음 날 페리를 이용해 인도네시아 빈탄으로 이동해 골프를 즐겼다. 출발 3일 전 작성된 일정표에 따르면, 골프행사는 샷건(shotgun) 방식으로 진행됐다. 샷건 방식은 행사에 참가한 모든 골퍼가 대회 본부가 지정하는 홀에서 대기하다가 산탄총 소리가 나면 동시에 티샷을 하는 경기 방식이다. 일행이 골프를 친 곳은 세계적인 골퍼 게리 플레이어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리아빈탄 GC’였다. 한 골프 전문 사이트는 “리아빈탄은 경치가 빼어나고 완벽하게 설계된 코스가 바다와 열대림 사이에 숨바꼭질하듯 놓여 있다. 1999년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골프장”이라고 이 골프장을 설명했다.
일행은 3일 동안 총 63홀을 돌았다. 식사는 대부분 클럽하우스의 뷔페식당, 일식당 등에서 해결했다. 일정 마지막 날, 일행은 싱가포르의 유명 한식당인 ‘창’에서 만찬을 즐겼다.
금호그룹 측에 따르면, 이 여행에서도 일행은 모두 각자 경비를 내고 행사에 참여했다. 참가자 중 금호그룹 관계자는 항공료를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행사에 참여했던 윤 전 의원은 “(참석자들은) 다 살 만큼 사는 사람들이다. 뭘 바라지 않는다. 박 회장은 공과 사가 분명한 사람이다. 아시아나 골프장에서 운동을 해도 그린피를 다 받는 사람이다. 나는 공직에 있던 사람이라 이런 문제에 더욱 민감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과 지인들의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빈탄 여행 일정표.
그러나 금호그룹 측 설명은 일반적인 항공요금과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 인천에서 싱가포르로 가는 아시아나항공의 비행기 정상요금은 비즈니스석을 기준으로 최저 205만 원(세금 포함,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 정도다. 할인항공권을 취급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예약해도 이코노미석 가격이 70만~80만 원에 달한다(표2 참조). 이코노미석 수준의 요금을 내고 비즈니스석을 이용한 셈이다.
게다가 박 회장의 싱가포르 여행에는 회장실 비서인 A씨가 회사에 출장계를 내고 동행했다. 금호그룹 측은 “회장의 개인 일정인 해외여행에 왜 회사 직원이 따라가느냐”는 ‘신동아’의 질의에 “개인 일정과 회장으로서의 공식 일정 사이에 나누기 힘든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5월 23일(목)에는 미국을 방문했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타이어의 미주 지역본부를 방문해 보고를 받고 격려하는 일종의 출장여행이었다. 박 회장은 5박6일 일정 중 하루 반나절을 LA에 머물렀다. 출발 하루 전 작성된 여행 일정표에는 동행자가 나와 있지 않았다.
출장 갔다 골프 치고 공연 보고
박 회장은 24일 점심때까지 항공 지역본부와 금호타이어 현지 임직원들의 업무보고를 받고 직원들을 격려한 뒤 곧장 라스베이거스로 떠났다. 라스베이거스까지 4시간30분 정도 시간이 걸린 걸로 봐서 항공기가 아닌 차량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라스베이거스 아리아호텔에 있는 일식 전문 레스토랑 Barmasa에서 저녁을 먹은 박 회장은 미라지(Mirage) 호텔로 이동해 비틀스를 소재로 한 ‘LOVE Show’를 관람했다.
다음 날인 25일 박 회장은 숙소인 아리아호텔을 떠나 셰도크릭골프클럽(Shadow Creek GC)으로 향했다. 셰도크릭GC는 2005~2006년 골프다이제스트가 뽑은 미국 내 골프코스 20위에 랭크된 명문 골프장이다. 1980년 개장 당시에는 카지노에서 게임을 크게 하거나 일부 초대받은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VIP시설이었다. 그린피와 차량을 포함해 대략 1인당 이용료가 500달러 정도(18홀 기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골프장은 하루에 10팀만 받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골프를 즐긴 후 박 회장은 만달레이 베이(Mandalay Bay) 호텔로 이동해 ‘마이클 잭슨: 원(Michael Jackson ONE)’ 공연을 관람했다. 이날 박 회장은 윈(Wynn) 호텔에 묵었다.
26일 박 회장은 윈 골프클럽에서 하루를 시작했다. 운동을 마친 뒤에는 시내 관광을 한 뒤 라스베이거스의 유명 쇼 중 하나인 ‘Le Reve’를 관람했다. 이틀간 박 회장이 누구와 골프를 쳤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박 회장은 일정 내내 벤츠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 박 회장은 27일 LA로 이동한 뒤 밤 12시경 아시아나 비행기로 귀국했다. 금호그룹은 “개인 일정의 경우 회장님이 개인 경비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박 회장은 베트남을 방문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베트남에 기증한 태양광 가로등 준공식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2012년 2월 아시아나항공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세계유산 보존활동 업무협약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 다낭 인근 꽝남성의 호이안(Hoi An) 고대도시, 미선(My Son) 참파왕국 유적 등 세계유산지역에 태양광 가로등 40개를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이 기증한 태양광 가로등 1개는 소나무 82그루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공 행사는 5월 16일 베트남 다낭 인근 호이안 리버사이드 스퀘어에서 박삼구 회장,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 다오 꽝 투(Dao Quang Thu) 베트남 기획투자부(MPI) 차관, 하찬호 주베트남 한국대사 등 관계자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박 회장은 5월 15일(수) 저녁 7시 30분 아시아나항공 비행기로 베트남 다낭으로 출발했는데, 부인 이경렬 씨 외에도 지인 13명이 동행했다.
필리핀 하이랜드 CC.
준공 행사가 끝난 뒤 박 회장 부부는 같이 간 지인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관광 일정을 소화했다. 첫날인 16일에는 호이안 시가지 등을 관광하며 보냈고, 5월 17일부터 이틀간 박 회장 일행은 내내 골프를 즐겼다. 호이안은 베트남 꽝남성의 남중국해 연안에 있는 작은 도시로 인구는 8만 명 정도다. 번성했던 동서양 문화가 어우러진 무역항이 있었고, 1999년 그 옛 마을이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박 회장 일행이 골프를 즐긴 곳은 다낭 인근의 몽고메리CC와 다낭CC다. 무더운 여름 날씨였음에도 박 회장 일행은 하루 36홀을 도는 강행군을 했다. 참고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장을 지냈을 만큼 골프 마니아다. 싱글 수준의 골프 실력을 가지고 있고 홀인원도 여러 번 했다.
다낭 골프장은 세계적인 프로골퍼 그렉 노먼이 설계한 곳으로 베트남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골프장이다. 2010년 골프전문지 아시아 골프 먼슬리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베스트 골프장’으로 선정했으며 2010년 USA골프 매거진이 전 세계 TOP 15 골프코스로 선정한 바 있다. 다낭공항에서 차로 15분밖에 걸리지 않아 접근성도 매우 좋다.
몽고메리CC는 베트남 3대 골프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스코틀랜드 출신 프로골퍼 콜린 몽고메리가 설계한 곳으로 2009년 국제적 수준의 골프장으로 완성됐다. 코스가 매우 어려운 곳이면서 이용료도 다른 베트남 골프장에 비해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 일행은 베트남에서 남하이 리조트와 하얏트 호텔에 머물렀다. 박 회장 부부가 머문 남하이 리조트는 3베드룸 풀빌라의 하루 숙박료가 200만 원이 넘는 고급휴양시설이다. 1베드룸 빌라도 하루 숙박료가 70만 원에 달한다. 박 회장의 지인들이 머문 하얏트 호텔은 바다 전망 객실의 경우 하루 숙박료가 30만 원 정도다.(www.agoda.com 참조) 박 회장 일행은 일정 내내 45인승 버스를 타고 다녔으며 개별 이동 시에는 렉서스 승용차를 이용한 것으로 일정표에 적혀 있다.
금호그룹 측에 따르면, 베트남 방문 당시 박 회장의 지인들은 1인당 180만 원가량(2인 1실 기준)을 지불하고 행사에 참여했다. 그중 항공료는 52만 원 정도였다. 금호그룹 관계자는 “베트남 방문 당시에는 단체 비즈니스 손님이 있어 부득이 대부분의 참석자가 이코노미석을 타고 갔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홈페이지에 따르면, 인천에서 베트남 다낭까지 오가는 왕복 항공료는 세금을 포함해 대략 90~100만 원이다. 베트남 일정에 동행한 박 회장의 한 지인은 “우리 부부 몫으로 금호그룹 담당 직원에게 390만원가량 보냈다. 관광도 하고 운동도 했던 기억이 난다. 박 회장은 의도적으로 팀을 모집하거나 사람을 선별해 여행을 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가까이 지내는 사람 중 시간이 맞는 사람끼리 가는 식이다. 금호그룹 쪽에서는 일정만 잡아준다”고 말했다.
“개인 경비 내고 참석했다”
‘신동아’가 입수한 박 회장 가족의 여행 일정표에는 박 회장의 부인 이경렬 씨의 개인 여행 일정도 들어 있다. 지난해 1월 21일(월), 이 씨는 지인 7명과 함께 필리핀의 휴양지 타가이타이(Tagaytay)를 방문했다. 필리핀 카비테(Cavite) 주에 있는 이 휴양지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화산 중 하나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씨 일행은 1월 21일 마닐라에 도착한 후 타가이타이의 한 리조트로 이동했다. 마닐라에서 리조트로 이동하는 동안에는 콘보이(Convoy·차량 경호)가 이용됐다. 필리핀 현지 여행사에 따르면, 콘보이는 경호를 주된 목적으로 하지만 필리핀을 방문하는 귀빈이 주로 과시용으로 쓰는 상품이다. 한 현지 사업가는 “차량 2대로 앞뒤에서 경호해 이동하는 데 하루 1000달러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이 씨 일행은 이후 이틀간 두 군데 골프장에서 운동을 즐겼다. 타가이타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골프장인 미들랜드CC와 하이랜드CC였다.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마닐라에서 차로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이들 골프장은 회원제로 운영되는 고급 골프장이다. 바다가 보이는 풍광과 어려운 코스로 유명하다. 그린피는 주중 기준으로 약 5000페소(12만 원) 정도인데, 이는 인근 골프장에 비해 2~3배 비싼 수준이다. 하이랜드 인근에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이며 세계적인 골퍼 그렉 노먼이 설계한 이글리지 골프장의 그린피가 1800페소 정도인 것과 비교된다.(www.golfensky.com 참조)
1월 22일 이들 일행이 저녁 만찬을 즐긴 안토니오스 레스토랑도 필리핀에서는 아주 유명한 곳이다. 2002년 문을 연 이 레스토랑은 정장을 입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고, 100% 예약제로 운영한다. 2인 코스요리 가격이 최저 5400페소(약 13만 원)에 달한다. 마닐라 시내의 최고급 호텔 중 하나인 ‘만다린 오리엔탈 마닐라’의 하루 숙박비(더블룸)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행 관련 인터넷 사이트 등에는 이 식당이 ‘필리핀 상류층을 위한 식당’으로 소개돼 있다.
한편 박 회장의 호화 외유, 회사 경비의 부적절한 사용, 지인들에게 항공권 대폭 할인 등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금호그룹 측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신동아’가 취재하는 일정은 대부분 회장님이 주말이나 휴일을 이용해 지인들과 여행한 것이다. 참석자들은 모두 개인 경비를 내고 여행을 다녀왔다. 회사 차원에서 지원해준 것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회장님은 그동안 새롭게 취항하는 노선이 있을 때마다 홍보 차원에서 지인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곤 했다. 그런 경우에도 참석자들에게 모두 경비를 받아 처리했다. 부적절한 일처리는 전혀 없었음을 밝힌다. 회장님의 개인 일정이 외부로 유출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금호측의 해명대로 박 회장이 주로 휴일을 이용해 해외 골프를 즐긴 것은 사실이다. 경비도 개인 돈으로 지불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회장이 해외 골프 여행을 즐기면서 다른 임직원들에게 어떻게 고통을 분담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