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비위 맞춰서 통일? 대단히 잘못된 생각
북 엘리트층, 김정은 체제 미래 없다는 거 알아
내가 차관급… 북 주민도 진정한 한국민 된다 증명
북한 정권을 외교 대상으로 본 文 정권의 패착
탈북민 강제 북송, 김정은 체제 강화시켜
통일, 대한민국에 남은 기적의 기회
8월 9일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은 ‘신동아’와 인터뷰하면서 “통일은 대한민국에 남은 기적의 기회”라고 말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8월 9일 서울시 중구 장충동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 사무처에서 만난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차관급)의 목소리에선 벅차오르는 듯한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1962년 평양 출생. 베이징외대 영문과 졸업. 주덴마크 북한대사관 3등서기관, 주스웨덴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 주영 북한대사관 참사, 외무성 유럽국 부사장을 거쳐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까지. 그는 명실상부 북한 엘리트층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버린 채 2016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시절 국경을 넘어 한국에 왔다. 북한에서 사진 한 장 가져오지 못할 만큼 긴박한 탈출이었다. 삶이 피폐해서도, 처지가 곤궁해서도 아닌,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찾기 위함이었다.
한국에 와선 북한 정치, 인권 등 북한 관련 전문가로 활동하다가 정치에 입문해 ‘최초’ 수식어를 쌓아갔다. 2020년 2월 정치에 입문, 21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갑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전략공천돼 북한이탈주민 최초의 지역구 의원이 됐다.
지난해 3월엔 국민의힘 최고위원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선 ‘험지’인 서울 구로을로 지역구를 옮겼지만 낙선한 뒤 7월 22일 민주평통 사무처장에 취임했다. 이 역시 북한이탈주민 최초다.
민주평통은 남북한의 민주적 평화통일 달성에 필요한 모든 정책 수립에 관해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그 자문에 응하기 위해 발족한 헌법기관이자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다. 취임식에서 태 처장이 밝힌 일성은 “진정한 자유통일을 이뤄내겠다”였다.
태 처장은 한국에 온 북한이탈주민 가운데 사회적으로 가장 성공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내 사례 자체가 평화통일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북한 엘리트층은 물론 북한 주민들에게도 한국에서의 성공을 꿈꾸게 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인터뷰 내내 그는 ‘통일에 대한 접근성’을 강조했다. “전 정권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고, 윤석열 정권만의 방식으로 평화통일을 추구했고, 그 방향성이 옳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일은 한국에 남은 기적의 기회”라며 “북한 주민들이 자유민주주의 개념을 알게 되는 그날이 통일의 날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은, 미래 없다는 것 모두가 안다”
최초의 북한이탈주민 출신 민주평통 사무처장이 됐다. 남북통일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는데.
“의미가 매우 큰일이라고 본다. 한국의 대북정책은 보수와 진보 사이 다소 차이가 있긴 했지만 근본적 틀은 ‘평화적 공존’으로 같았다. 즉 ‘평화적 공존을 어떤 방향으로 해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것인데, 우리나라 헌법엔 자유민주적 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정책을 수립한다고 쓰여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강조했고, 북한 주민들을 향해서도 ‘여러분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저를 민주평통 사무처장에 임명한 결정은 윤 대통령의 그러한 말과 행동들이 단순히 ‘수사학적’ 메시지가 아니었다는 방증이다.”
어째서 그런가.
“대통령이 임명권을 통해 북한 주민도 이젠 진정한 대한민국의 국민이 될 수 있음을, 북한의 관료이던 내게 차관급 직책을 맡김으로써 증명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지금까지 북한이탈주민에 대해선 그들이 가난을 피해서 한국에 왔고, 그렇기에 도와줘야 하는, 복지 혜택의 수혜자로 보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젠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의 ‘기관장’이 된 것 아닌가. 이는 북한 주민 및 엘리트층에 통일이 이뤄졌을 때 북한 사람들과 함께 통일 한국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가 된다. 가히 통일로 향하는 길에서 중대한 의미를 남긴 발자국이라고 할 수 있다.”
태 처장의 말처럼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의장(대통령)의 명을 받아 사무를 총괄하는 공무원으로, 사실상 기관의 으뜸 책임자라고 볼 수 있다. 그의 삶은 북한 주민, 특히 북한 엘리트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탈북한 이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참사는 7월 17일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면서 “태 처장이 탈북한 이후 외무성 내 거의 모든 사람이 ‘태영호처럼 탄탄대로를 걷는 사람이 왜 갔을까’라며 궁금해했다”며 “공개적 장소에서는 그를 비난했지만 뒤돌아서는 그를 부러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 국회의원이 되고 당 최고위원까지 오른 그의 활동을 보면서 “혹시 내가 가도 저 정도의 환대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태 처장은 “그 인터뷰를 나도 봤다”고 말했다.
이 전 참사의 인터뷰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
“나 역시 북한에 있을 때 한국에 먼저 간 선배 북한이탈주민들의 삶을 궁금해했다. 나는 비교적 오랫동안, 신중히 탈북을 준비한 편이다. 가족 안에서도 어디로 갈 것인지 논쟁이 심했다. 아내는 영국에 남자고 했고, 나는 한국으로 가자고 했다. 사실 아내(오혜선 작가)가 걱정한 부분이 북한 엘리트층이 탈북을 망설이는 지점과 일치한다.”
망설이는 지점이라면….
“아내는 북한 최고위층 가문 출신이다. 그의 아버지는 김일성정치군사대학 총장을 지냈고, 특히 작은할아버지는 김일성의 측근으로서 북한 내 서열 5위이기도 했다. 아내는 ‘가문이 6·25전쟁 주범이고, 형제·친척도 북한 고위직에 있는데 한국에서 환영해 줄까’ 하고 걱정했다. 게다가 정착금·임대주택을 준다고는 하지만 그다음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도 막막해했다. 하지만 한국에 오니 이런 걱정은 모두 기우였다. 한국에선 우리를 진심으로 환영 해줬다. 이런 모습 자체가 북한 엘리트층엔 대단히 큰 충격이다. 왜냐하면 현재 북한 엘리트층도 김정은 체제에 미래와 비전이 없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안다. 전 세계가 4차산업을 넘어 5차산업 시대로 가고 있고, 인터넷을 넘어 AI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인터넷조차 못하게 하며 더 폐쇄적 국가가 돼간다. 이런 나라에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게 더 이상하다. 하지만 그들에겐 북한 엘리트층에도 대안이 없는 형국이다. 탈북하거나, 통일이 된 후 북한 체제에 충성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을까 봐 두려운 것이다. 따라서 나와 같이 먼저 한국에 온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은 남과 북이 평화 통일을 이루는 데 아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8월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文 정권 실책은 북한을 정상국가로 본 것”
태 처장이 2020년 정치에 입문한 까닭은 2019년 11월 문재인 정권이 탈북 선원을 강제로 송환한 것에 분노한 데 있다. 이에 그는 의원이 되고 난 후 외교통일위원회 간사를 맡아 문재인 정권의 유화적 대북정책에 대해 날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은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내며 초기엔 성공적 행보를 보였으나 2020년 6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라는 결과를 맞이했다.
이에 대해 태 처장은 “대북정책이라는 것은 축구 경기와 같다. 축구에서 골을 넣는 방법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듯, 대북정책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책이 옳고, 어느 정책이 그르다고 이분법적으로 말할 순 없다”면서도 “단 정책에 핵심 원칙과 철학은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잘못은 이 지점”이라고 말했다.
문 정권의 대북정책 원칙은 어떻게 보나.
“통일의 주체를 잘못 설정했다. 난 그것이 북한 주민이라고 본다. 김정은 정권이 아무리 전쟁을 벌이려 한다 해도 주민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이와 달리 김정은 정권에 잘해서, 어떠한 합의점을 만들어내면 평화와 비핵화를 이뤄 통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난 이게 근본적으로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간 외교에서 주체를 국가·정부로 하려고 한다면 그 대상이 ‘정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정상국가가 아니다. 여기에 북한이탈주민을 강제 북송하며 북한 주민을 통일의 주체에서 배제했다.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북한이탈주민 강제 북송이 통일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있다.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 회장(전 의원)은 ‘신동아’ 2023년 1월호 칼럼(‘文 탈북자 강제 북송, 김정은 키우고 통일 좌절시켰다’ 제하 기사 참고)을 통해 북한이 강제 북송 사건을 “탈북해도 한국이 다시 북송하기로 협의했다”는 내용으로 내부 체제 강화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047명이던 북한이탈주민은 2020년 63명, 2021년 19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백 회장은 “문재인 정권이 북한이탈주민 강제 북송으로 북한 체제 변화 가능성을 없애버렸다”고 비판했다.
백 회장은 지난해 1월 ‘신동아’ 칼럼을 통해 북한이 문재인 정권의 북한이탈주민 강제 북송을 체제 강화에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실제로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북한의 일반적 선전·선동 방식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첫째로, 북한은 주민에게 ‘한국은 너무나 경쟁과 차별이 심한 사회다. 너희들이 가도 정착할 수 없고 실패한 삶을 사는 이등 국민으로 살게 된다’고 가르친다. 두 번째는 ‘변절자는 이 세상 끝까지 따라가서 끝장을 본다’이다. 201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을 살해한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것을 보면 북한 정권이 북한이탈주민 강제 북송을 두고 ‘우리가 북한이탈주민을 돌려보내라고 하면 한국 정부도 돌려보내는 것 봐라’는 식으로 홍보할 여지는 대단히 크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그 문제가 통일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북한이탈주민을 위축시켰다는 데 있다.”
실제로 북한이탈주민들의 불안이 커졌나.
“그렇다. 이러다가 북송되는 것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사실 그들 가운데엔 북한에서 밀수를 하는 등 범죄를 저지른 경력이 있는 자들이 꽤 있다. 그래도 강제 북송 사건 전까진 그들은 자신들에 대한 사법적 주권이 한국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건으로 인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한국이 북한에 사법 주권을 넘겨주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나왔다.”
“힘에 의한 평화 유지가 정답”
그렇다면 윤석열 정권의 대북정책은 전 정권의 그것과 어떻게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나.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 유지다. 즉 김정은 정권이 상황을 오판해서, 경거망동하지 못하게끔 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관계, 특히 군사적 협력관계가 강화되고 있다. 중국과 타이완 사이 긴장 관계도 심화하고 있다. 국제적 돌발 변수가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형국에 한국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김정은에게 ‘네가 전쟁을 일으키면 큰일 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구체적 방법이 있나.
“우리나라 혼자만으론 부족하다. 북한만 봐도 러시아·중국이라는 ‘큰형’들을 양쪽에 두고 있으니 세게 나올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따라서 지금 우리나라에 제일 필요한 것은 든든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체제다. 이것이 확고함을 보여줘야 김정은을 막을 수 있다. 김일성이 6·25전쟁을 일으킬 수 있었던 까닭은 미국이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한 데 있다. 만일 그때 미국이 소련·중국·북한을 향해서 ‘만일 북한이 한국을 침범한다면 모든 미군이 참전할 것’이라고 한마디만 했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힘에 의한 평화’에 따른 대북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옳은 길이라고 본다.”
남북관계가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지 않나.
“하지만 평화는 잘 유지되고 있다. 지난 윤석열 정권 2년을 보라. 김정은이 얼마나 미사일을 많이 쐈나. 또 미사일 수준도 얼마나 발전했나. 김정은이 그토록 힘자랑을 하고, 한국의 많은 국민이 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우려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 때를 돌아보라. 북한과 잘해 보려고 열과 성을 다하고,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도발’이라는 표현까지 자제해 가며 저자세로 일관했다. 하지만 북한은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일으켜 우리 국민을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를 파괴해서 수백억 원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 금강산에 건설한 시설도 철거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후부턴 우리에게 불리하던 9·19 남북군사합의를 폐기하며 강경히 맞섰다. 그런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피해가 없었다. 잃지 않았고, 윤석열 정권의 전략은 주효했다.”
“대한민국, 기적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나라”
2019년 11월 7일 탈북 어민 가운데 한 명이 판문점에서 북송을 거부하며 몸부림치자 정부 관계자들이 팔을 붙잡아 제압하고 있다. [통일부]
이는 1분기(70.6%)보다 7.4%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2018년 4분기 이후 5년 반 만에 최고치다.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론 ‘전쟁 위협의 해소’(34.9%)를 꼽은 비율이 가장 많았다. ‘경제발전’(23.3%), ‘자유와 인권 실현’(17.0%), ‘민족의 동질성 회복’(15.0%), ‘국제적 위상 강화’(7.3%) 순으로 뒤를 이었다. 통일에 있어 추구해야 할 가치(최대 2개 복수응답)로는 ‘평화’(59.2%)와 ‘자유’(52.2%)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뒤이어 ‘인권’(33.9%), ‘민주’(21.3%), ‘번영’(20.2%) 순으로 응답자가 많았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매 분기 시행하는 국민 통일여론조사의 ‘통일 필요’와 ‘통일 불필요’ 답변 비율 추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위기감 때문으로 본다. 현재 북한은 ‘2개 국가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현재 휴전선을 고착화해 ‘국경선’으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5월부터 북한이 단행하고 있는 오물풍선 살포에 대해서도 김여정은 풍선이 ‘휴전선’을 넘어갔다고 하지 않고, ‘국경선’을 넘어갔다고 발표하고 있다. 북한은 11월 5일 미국 대선도 기회로 보고 있다. 공화당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그와 흥정해 한반도에 두 개의 정부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받으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으로선 이러한 상황을 보면서 정말 우리 민족이 영영 두 개의 국가로 쪼개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게 될 수밖에 없다.”
태 처장이 생각하는 통일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
“한국이 도약할 수 있는 계기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의 복지정책, 사회안전망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남북 간 경제 격차가 너무 커서 북한을 한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어마어마한 통일 비용이 들 것이고, 우리 정부가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도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다. 하지만 난 이미 우리나라의 경제적 발전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제조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자체적으로 수급할 수 없는 상황이다. 4월 총선에서 선거구인 구로 지역을 돌 때의 일이다. 새벽 5시에 서울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앞에 가보면 이미 사람들이 새까맣게 모여 있다. 대개 중국인·중국 동포 노동자다. 반면 그들이 하는, 이른바 ‘3D’ 직종은 한국인들은 하려고 하지 않는다. 지방 농촌은 이런 현상이 더 심하다. 다른 선진국들도 비슷한 현상을 이미 겪었는데, 이민자에 대한 벽을 낮추며 문제를 해결했다. 그런데 우리는 북한에 같은 말과 문화를 공유하는, 2500만 명의 노동자가 있다. 바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태 처장은 “중국·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게 되는 것도 커다란 기회”라며 말을 이어갔다.
“통일이 되면 인구대국인 중국, 가장 많은 자원을 가진 러시아와 국경이 맞닿게 된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편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통일이 돼서 중국 동북 지역과 한국이 고속철도·도로로 연결된다면 중국·러시아·한국·일본이 하나의 권역으로 이어져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실질적으로 이런 기적을 만들어낼 기회를 가진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취임 일성으로 “진정한 자유통일을 이루겠다”고 했다. 어떻게 실천할 생각인가.
“지금까지 민주평통은 국내에 있는 여러 지역 협의회와 같은 자문회의를 운용하고, 그것을 통해 정책 아이디어를 수렴·개발해 대통령에게 건의해왔다. 윤 대통령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자유에 기초한 새 통일 패러다임’이다. 그래서 나는 한반도가 앞으로 평화통일과 지속 가능한 평화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선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 개념’을 안겨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가 일방적으로 그들에게 ‘자유는 정말 좋다’ ‘자유민주주의는 좋은 거다’라고 계속 이야기해 봐야 먹혀들어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먼저 온 북한이탈주민들이 여기서 잘 정착하고, 행복하게끔 한다면 북한 사람들은 이일규 전 참사가 생각했던 것처럼 ‘나도 한국에 가면 저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생각하며, 더 나아가 ‘차라리 남북이 하나로 통일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합치면 잘살 수 있겠는데, 왜 쓸데없이 핵과 미사일을 만들고 전쟁을 하려는 걸까’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되고, 우리에 대한 북한 주민의 적대감이 없어지는 데 이를 것이다. 그러면 결국 김정은의 반(反)통일 정책은 먹혀들어 가지 않게 되고, 설사 김정은이 전쟁을 하자고 결심해도 주민·군인들이 따라주지 않게 될 것이다. 이러한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민주평통의 의무다. 민주평통은 한국 국민은 전쟁을 바라지 않으며, 북한과 싸울 필요성도 느끼지 않고, 평화를 갈망하며 북한 주민들을 도와주려는 선의를 가지고 있음을 북한에 계속 알릴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남북이 무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는 길이 열리리라 믿는다.”
신동아 9월호 표지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대학에서 보건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2020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했습니다. 여성동아를 거쳐 신동아로 왔습니다.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령 많은 사람이 읽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겐 가치 있는 기사를 쓰길 원합니다. 펜의 무게가 주는 책임감을 잊지 않고 옳은 기사를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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