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 프랑코 독일 뒤셀도르프 의과대학 교수가 2세션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자생메디컬아카데미]
자생한방병원은 그간 통합의학 연구를 위해 국제학술지를 창간하는 등 다양한 연구 과제를 논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매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글로벌 학문 교류에 나서고 있다. 올해 5회째를 맞은 학술대회에서는 ‘통합의학의 견고한 근거 마련을 위한 미래 과제(Robust Evidence in Integrative Medicine: Innovations, Challenges, and Future Directions)’를 주제로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발표와 토의가 이뤄졌다.
데이빗 모어 캐나다 오타와병원 연구소 임상역학 프로그램 교수가 기조연설자로 나서 발표하고 있다. [자생메디컬아카데미]
모어 교수 “효율적 연구 방식과 유용한 정보 제공 중요”
특히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모어 교수는 CONSORT 2024, PRISMA 2020 등 대표적 의학연구 지침 개발에 참여한 석학으로 꼽힌다. 그의 논문은 전 세계적으로 70만 건 이상 인용됐다. 모어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보다 견고한 통합의학 연구 논문 작성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불필요한 작업과 절차, 데이터 등의 낭비를 줄여 효율적인 연구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며 “윤리적 지침을 준수하되 환자들과 독자들에게 꼭 필요하고 유용한 정보만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하인혁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장이 척추질환과 만성통증 분야 통합의학 연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자생메디컬아카데미]
류건평 소장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통합의학 근거를 계량서지학적으로 분석했다. 계량서지학(Bibliometric)은 서지 즉, 문헌 고찰과 분석을 통해 통계를 도출하는 방법이다. 이는 연구 현황, 성과, 영향력 등을 분석해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고 통찰력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류 소장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통합의학의 유효성을 밝힌 논문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현시대의 통합의학 트렌드를 설명해 나가고, 견고한 근거 마련을 위해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후에는 ‘침술의 의학적 근거: 연구 성과와 지향점’을 주제로 1부 행사가 진행됐다. 해당 세션에선 △침술 연구를 통해 살펴본 실용적 무작위 대조 연구의 장·단점(테리에 알라락 노르웨이 국립보완대체의학연구소 교수) △침술의 플라시보 효과의 문제(스테판 버치 노르웨이 크리스티아니아 대학교 교수) △침술 연구의 현시점(김태훈 경희대한방병원 교수) 등의 내용이 다뤄졌다.
이날 테리에 알라락 교수는 만성 허리통증, 편두통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침술 효과를 실용적 무작위 대조연구를 통해 밝힌 논문들을 예로 들었다. 실용적 무작위 대조연구는 실제 임상진료 환경과 유사한 실험 모델에서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치료법 간의 효과를 비교·평가하는 방법이다. 그는 “서양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실용적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통해 침술연구의 치료 범위와 실질적인 효과를 파악해왔다”며 “실용적 무작위 실험에서 양질의 결과를 얻기 위해선 통계학적, 임상적으로 안전성과 비용 효과성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의학 도약 위해 신뢰도 높은 과학적 근거 절실
2부에서는 ‘통합의학의 근거합성과 개방과학’을 주제로 연사들이 나섰다. 근거합성이란 다양한 연구와 데이터를 종합해 특정 주제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이는 신뢰도 높은 의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울러 개방과학(Open Science)이란 누구나 과학적 지식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 하에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연구 방식이다.해당 세션에선 △만성통증 관리에 대한 통합의학적 근거의 양과 질(후안 프랑코 독일 뒤셀도르프 의과대학 교수) △통합의학 연구에 대한 개방과학과 메타연구의 효과(제레미 응 캐나다 오타와병원 연구소 연구원) △만성 통증에 대한 요가와 명상(홀거 크라머 독일 튀빙겐 대학병원 연구소 교수) △다양한 관점의 융합: 통합의학에 대한 소개(이예슬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원장)가 발표됐다.
특히 제레미 응 연구원은 통합의학 연구에 개방과학 및 메타연구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메타연구는 과학 자체 원리를 분석하고 규명하는 방식의 연구 방법이다. 그는 “개방과학과 메타연구를 통해 연구의 설계, 데이터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이를 통해 통합의학 연구 표준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병모 자생의료재단 이사장은 학술대회를 마치며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통합의학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견고한 의학적 근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학술대회가 연구자들의 역량을 높이고 통합의학 연구의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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